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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묶고, 전기차 충전은 쪼개 파는 이유

넷플릭스는 묶고, 전기차 충전은 쪼개 파는 이유

:번들링·사용량 기반 과금·이부 요금제로 이해하는 가격 전략

💌 이 글은 2026. 09.24 KV 뉴스레터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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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로 미리 보는 오늘의 인사이트

  • 고객마다 개별 상품에 느끼는 가치는 달라도, 여러 상품을 묶으면 전체 지불의향은 비슷해질 수 있습니다.
  • 반대로 고객마다 사용량과 얻는 가치의 차이가 크다면, 쓴 만큼 나눠 받는 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 현실에서는 공통적으로 원하는 가치는 묶고, 고객별 편차가 큰 가치만 따로 과금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자주 활용됩니다.

스터디카페를 등록하려고 가격표 앞에 섰다고 생각해 봅시다.

2시간권 4,000원, 50시간권 70,000원, 한 달 자유이용권 150,000원. 여기에 아예 내 자리를 정해놓고 쓰는 월 지정석까지 있습니다. 공부하는 공간은 똑같은데, 돈을 받는 방식은 꽤 다양합니다. 시험 기간에만 잠깐 공부하려는 사람은 시간권을 고를 테고, 매일 출근하듯 오는 사람에게는 한 달 자유이용권이 훨씬 매력적이겠죠.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같은 것을 팔면서, 왜 어떤 것은 묶어 팔고 어떤 것은 잘게 쪼개서 팔까요? 가격은 단순히 '얼마를 받을까'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고, 어디서부터 따로 값을 매길 것인지도 가격 전략의 일부입니다.


번들링: 묶었더니 더 많이 벌었다

이 문제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례가 영화 산업의 블록 부킹(Block Booking)입니다. 

1963년 경제학자 조지 스티글러는 영화 배급사가 여러 영화를 묶어 극장에 판매하던 이 관행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극장 A와 B가 있고, 배급사가 영화 X와 Y를 판매한다고 해보죠. A는 X에는 8,000달러, Y에는 2,500달러까지 낼 생각이 있습니다. B는 X에는 7,000달러, Y에는 3,000달러까지 낼 의향이 있습니다. 

영화를 따로 팔면 X는 7,000달러, Y는 2,500달러에 두 극장 모두에게 팔 수 있어 총매출은 19,000달러입니다. 그런데 두 영화를 묶으면 A가 느끼는 가치는 10,500달러, B는 10,000달러가 됩니다. 묶음을 10,000달러에 팔면 총매출은 20,000달러로 늘어납니다. 그냥 묶었을 뿐인데 1,000달러의 수익이 늘었습니다.

영화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는 달랐지만, 묶어놓으니 두 극장이 느끼는 전체 가치가 비슷해졌기 때문입니다.


번들링은 고객의 차이를 평균화한다

1999년 경제학자 야니스 바코스와 에릭 브린욜프슨은 정보재 시장에서 이 원리를 더 확장했습니다. 개별 상품에 대한 고객의 지불의향은 들쭉날쭉해도, 서로 선호가 다르게 움직이는 상품을 여러 개 묶으면 높고 낮은 평가가 상쇄됩니다. 그 결과 묶음 전체에 대한 지불의향은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쉬워집니다. 쉽게 말해 좋아하는 건 제각각인데, 이것저것 합쳐놓고 보면 사람들이 내고 싶은 돈은 비슷해지는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게 꽤 중요한 변화입니다. 고객마다 상품 하나하나에 얼마를 낼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묶음 전체에 대한 지불의향이 비슷해지면 더 많은 고객에게 통할 수 있는 하나의 가격을 정하기 쉬워집니다.

번들링은 단순히 여러 상품을 한꺼번에 파는 것이 아니라, 제각각인 고객의 지불의향을 하나의 가격으로 다루기 쉽게 만드는 방식인 셈입니다. 다만 X를 좋아하는 사람이 Y와 Z도 항상 좋아한다면 묶어도 고객 간 차이는 별로 줄지 않습니다. 반대로 상품별 선호의 상관관계가 낮을수록 이런 평균화 효과는 커집니다.

프로야구 시즌권이 좋은 예입니다. 누군가는 주말 경기를, 누군가는 라이벌전을 선호하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이런 차이가 어느 정도 상쇄됩니다. 이미 열리는 경기에 관중 한 명을 더 받는 추가 비용도 크지 않고, 경기마다 따로 예매하는 번거로움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번들링은 대체로 상품별 선호가 서로 다르고, 추가 제공 비용이 낮으며, 하나씩 거래하기 번거로울 때 유리합니다. 넷플릭스가 영화 한 편씩 가격을 매기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쪼개서 파는 게 나은 순간은 언제일까요?


언번들링: 차이를 평균내지 말아야 할 때

전기차 충전소를 예시로 생각해 봅시다.

A씨는 항상 부족한 배터리만 살짝 채우고, B씨는 많은 양을 충전합니다. 두 사람이 같은 충전기를 사용하더라도 실제 사용량은 크게 다릅니다. 이때 해당 충전소가 "월 3만 원에 무제한 충전"으로 묶어버리면 적게 쓰는 A씨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내고, 많이 쓰는 B씨는 싸게 쓰게 됩니다. 그래서 전기차 충전은 보통 실제 사용한 전력량(kWh)을 기준으로 가격을 매깁니다. 번들링이 고객의 차이를 평균화하는 전략이라면, 사용량 기반 과금(Usage Pricing)과 같은 언번들링은 그 차이를 측정해 가격에 반영하는 전략인 셈입니다.

다만 사용량을 잴 수 있다고 해서 무엇이든 종량제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입니다. 전기차 충전에서 충전기에 연결한 횟수보다 실제 충전한 전력량이 더 중요한 이유는, 전력량이 실제 사용한 자원과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요금도 앱을 몇 번 열었는지가 아니라 실제 사용한 데이터의 양을 기준으로 받습니다. 결국 사용량 기반 과금이 잘 작동하려면 과금 단위가 고객이 얻는 가치나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을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합니다.

여기서 또 하나 봐야 할 것은 단순히 "고객마다 사용량 차이가 큰가"만은 아닙니다. 어떤 고객이 모든 기능을 일관되게 많이 사용한다면 서비스 전체에 대한 지불의향이 높은 고객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능 A는 많이 쓰지만 B는 거의 쓰지 않는 식으로 사용 패턴이 갈린다면 기능이나 사용량을 나눠 가격을 매기는 편이 차이를 더 잘 포착할 수 있습니다. 즉 편차의 크기뿐 아니라, 그 편차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도 봐야 합니다.


하이브리드 가격 전략

현실에서는 번들링과 언번들링을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가격 전략이 자주 등장합니다. 쏘카를 보면 차량을 빌리는 시간에 따라 대여요금을 받고, 실제 주행거리에 따라서도 요금을 매깁니다. 일정한 이용 권리에는 고정된 가격을 붙이고, 고객마다 달라지는 사용량에는 별도의 가격을 붙이는 구조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구조를 이부요금제(Two-part Tariff)라고 부릅니다.

경제학자 월터 오이는 1971년 「A Disneyland Dilemma」에서 놀이공원의 가격 책정을 두고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입장료만 받을지, 놀이기구를 탈 때마다 요금을 받을지 고민할 때, 입장료와 기구별 이용료를 함께 받는 방식이 더 효과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테니스클럽의 "회원권 10만 원 + 코트 이용 시 시간당 1만 원"도 같은 구조입니다. 기본적인 접근 권리에는 고정요금을 받고, 고객별로 달라지는 이용량에는 추가 요금을 붙이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이 방식이 더 다양하게 쓰입니다. 휴대전화 요금제는 일정 데이터까지 기본료에 포함하고 초과분을 따로 받고, 클라우드는 기본 플랜을 제공하면서 저장공간이나 컴퓨팅 사용량에 추가 요금을 붙입니다. SaaS 역시 핵심 기능은 묶어 제공하고 특정 기업만 원하는 기능은 별도 플랜이나 Add-on으로 분리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모든 고객의 차이를 가격표에 일일이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너무 세세하게 쪼개면 더 많은 지불의향을 포착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가격표가 복잡해지고, 반대로 모든 것을 묶으면 가격은 단순해지지만 고객 간 큰 차이를 놓치게 됩니다. 결국 현실의 가격 전략은 단순하게 묶어서 파는 것과 고객의 차이를 세밀하게 포착하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서비스의 가격을 책정할 때, 무엇을 묶고 무엇을 따로 받아야 할까요?

고객의 차이를 어디까지 하나의 가격으로 묶고, 어디서부터 따로 반영할 것인지, 전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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