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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생존 전략, 통합판정 이후 시설은 무엇으로 버티나, 이춘희 이사 강연

정책은 시설에서 재가로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양원은 무엇으로 버틸 것인가.

시니어퓨처 웨비나에서 17년째 요양원을 운영해 온 이춘희 이사의 강연 「AI 시대, 초고령사회 돌봄 패러다임과 시설 특화 전략」을 들었습니다. 2008년 경매로 낙찰받은 건물을 직접 리모델링해 요양원을 열었고, 지금은 김포에서 80인 규모 시설을 운영합니다. 그사이 현지조사와 노인학대 이슈, 5년에 걸친 소송까지 겪었습니다.

시장 전망이 아니라 운영자의 손끝에서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시니어 산업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려는 분들에게는 특히, 현장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난 시간이었습니다.

한눈에 보기· 2028년 제4차 기본계획에 들어올 통합판정 — 경증은 재가로, 위중은 요양병원으로 빠지면 시설의 자리가 좁아진다· 프리미엄의 기준이 인테리어에서 기능으로 이동 — 욕창 전용실·낙상 전용실 같은 생활실 자체의 특화· 법정 인력 위에 노인 심리상담사·치과위생사·목욕 전담 인력을 얹어야 차별화가 된다· 현장이 지금 살 만한 에이지테크 제품은 아직 없다 — "무릎을 탁 칠 제품이 없다"

통합돌봄보다 무서운 건 통합판정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습니다. 장기요양 정책의 무게중심도 시설에서 재가로 옮겨졌습니다. 등급 체계는 3등급에서 5등급으로 세분화됐고, 서비스의 초점도 보편적 제공에서 개인화와 삶의 질로 이동했습니다.

시설 운영자가 지금 더 예민하게 보는 것은 이미 시행된 통합돌봄이 아니라, 그다음이었습니다. 장기요양보험은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세웁니다. 현재는 2027년까지의 제3차 기본계획 안에 있고, 2028년부터 시작될 제4차 기본계획 초반에 통합판정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통합판정이 들어오면 4·5등급 경증은 재가로 빠지고, 1·2등급 중에서도 위중한 분들은 요양병원으로 갑니다. 그러면 시설은 어떤 어르신을 모셔야 하나. 포지션이 애매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웨비나 중 "주야간보호센터도 위협을 받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답은 명확했습니다.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것은 살던 곳에서 임종까지 맞이하는 탈시설이므로, 지역에서 이용하는 주야간보호는 오히려 제도가 밀어주는 쪽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시설과 달리 총량제나 지역 편중 방지 규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아, 제도가 아니라 과잉 경쟁으로 도태되는 구조라는 진단이 뒤따랐습니다.

수익 구조의 차이도 짚었습니다. 시설은 1·2인실 상급 병실료에 상한이 없지만, 주야간보호는 정해진 수가와 식대 외에는 창출 경로가 없습니다. 남는 길은 개인이 요청한 별도 프로그램이나 추가 재활 같은 비급여 영역뿐입니다.

프리미엄의 정의가 바뀐다 — 인테리어에서 기능으로

요즘 신규 대형 시설은 전체 정원의 50~70%를 1·2인실로 세팅하는 것이 추세라고 합니다. 하지만 공간을 잘게 나눈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강연의 핵심이었습니다. 다음 단계는 생활실 자체가 기능을 갖는 것입니다.

  • 욕창 전용실 — 환부를 개방해 건조하게 관리해야 하므로 반드시 1인실. 박물관 수장고처럼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하고, 체위를 자동으로 바꿔주는 침대가 들어간다
  • 낙상 전용실 — 지금은 침상 아래 3단 접이식 매트를 까는 수준이라 워커나 휠체어가 걸린다. 처음부터 바닥재를 소프트한 재질로 시공하고 협탁류는 매립형으로
  • 실내 순환 동선 — 김포의 한 민간 프리미엄 요양원은 ㅁ자 안에 또 ㅁ자를 둔 이중 구조로, 어느 생활실에서 나가도 테라스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 실내 치유정원·감각자극실 — 야외 정원을 갖춘 요양원이 흔치 않다 보니 실내에 녹색 공간을 들이는 흐름. 원예 활동과 묶으면 반응이 좋다
  • 임종실 — 노인복지법상 필수 시설이 아니라 기존 시설 상당수가 갖추지 못했다. 밖으로 바로 통하는 문까지 설계해 두면 가족과 시설을 잇는 역할을 한다

임종은 시설에서 가장 예민한 국면입니다. 이 이사는 임종이 가까워졌다고 판단되면 미리 보호자 상담을 열고, 연명의료 제도를 안내하고, 원내 임종을 원하는 경우 사전 동의서를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적 효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주보호자와 다른 가족의 의견이 갈리면 분쟁이 되기 때문입니다.

법정 인력 위에 무엇을 얹을 것인가

시설은 노인복지법이 정한 인력 배치 기준을 지켜야 합니다. 요양보호사 배치는 2.5대 1에서 2.1대 1로 강화됐고, 사회복지사는 100명당 1명, 간호인력은 25명당 1명입니다. 강연의 메시지는 단순했습니다. 법정 인력만 갖춰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제안은 노인 심리상담사였습니다. 어르신 80명에 종사자 60명이 오가는 시설이라도, 정작 그 안에 사는 분은 외롭다는 것입니다.

누구한테 속을 얘기하면 미안할 것 같아서 자기 편을 잘 못 하세요. 그런데 평소 말씀이 없던 어르신이 태블릿 속 AI와는 30분, 한 시간을 이야기하십니다. 그걸 보고 상당히 놀랐어요.

그 밖에도 법정 인력이 아니어서 비용으로만 잡히지만, 결과적으로 차별화가 되는 자리들이 있습니다.

  • 치과위생사 — 구강 관리가 되면 폐렴과 연하 문제까지 예방된다. 한 시설이 전담 고용하기 어려우니 인근 두세 곳이 한 명을 두고 순회하는 방식
  • 발톱 관리 — 무좀이나 두껍게 변형된 발톱은 요양보호사가 손대기 어렵다. 외부 업체를 부르면 유료라 대부분의 시설이 하지 않는 영역
  • 원내 미용실 — 염색과 펌까지 가능하게 갖춘 프리미엄 시설이 늘고 있다
  • 식사·목욕 시간대 단시간 근로자 — 고양의 한 시설은 목욕만 전담하는 요양보호사를 따로 둔다

마지막 항목의 배경은 숫자로 보면 분명해집니다. 한 층에 어르신 22명, 낮 근무 요양보호사 4명. 그중 80%가 식사를 스스로 못 하시면 식사 시간은 그대로 전쟁이 됩니다. 서비스가 몰리는 시간대만 인력을 얹는 발상이 여기서 나옵니다.

현장이 기다리는 제품은 아직 없다

에이지테크를 준비하는 분들이 가장 아프게 들어야 할 대목이었습니다. 일본과 국내 복지용구 박람회, 국립재활원 로봇 심포지엄까지 다녀도 "무릎을 탁 칠 만한 제품은 지금 없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였습니다. 낙상 감지, 배설 감지, 활력징후 체크, 야간 순찰 로봇까지 나와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진단입니다.

중요한 건 그다음 문장입니다. 시설은 돈을 쓸 의사가 있습니다. 운영 효율이 오르고 종사자 인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면 큰 지출도 감수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침대는 상체만 손으로 돌려 올리던 원크랭크에서 투크랭크로, 다시 모터 세 개와 리모컨으로 진화했고, 이 시설은 지금 80인실 침대 전체를 저상형으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초저상 침대는 대당 200~300만 원대라 아직 부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가장 기대하는 영역으로는 이승 로봇, 이동 보조 로봇, 야간 순찰 로봇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국내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고 채용도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 인력 도입보다 이쪽이 먼저 현장에 닿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케어푸드는 더 비어 있었습니다. 복지용구가 걸음마라면 케어푸드는 걸음마도 떼지 못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지난 4월 일본 개호식품 박람회에서 만난 100년 된 히로시마의 한 기업은 반찬 형태의 개호식품만 80가지를 내놨습니다. 콩자반이 숟가락으로 눌러 으깨질 정도인데, 단품이 아니라 반찬가게처럼 라인업 전체가 갖춰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5월에는 그 회사 공장을 직접 찾아갔고, 이번 달에는 그쪽에서 한국 요양원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100년이 됐다는 건 100년 전부터 연하식과 환자식을 준비해 왔다는 뜻이잖아요. 우리는 장기요양보험 18년 차입니다. 그 격차가 놀라웠습니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요. 이 시설이 쓰는 제품군의 연화식은 20여 종 수준이고, 고령친화식품을 표방한 매장을 직접 찾아가 봐도 대부분 밀키트 형태이며 연화식품은 한 종에 그쳤다고 합니다. 더 근본적인 빈칸은 간식이었습니다. 죽식이나 미음을 드시는 어르신에게도 간식은 그대로 단팥빵과 두유가 나갑니다. 유아식이 월령 단계별로 촘촘하게 나뉘어 있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합니다.

공단 시범사업, 무엇이 남을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돌리고 있는 시범사업들에 대한 현장의 손익 계산도 흥미로웠습니다.

  • 유니트 케어 — 복도 양쪽에 방을 붙이는 구조를 벗어나, 거실과 주방을 낀 아파트 같은 단위로 9명이 생활한다. 다만 하드웨어를 뜯어야 하는데다 1·2인실은 이미 상급 병실료를 받고 있어, 별도 수가가 생겨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
  • 전문요양실 — 간호인력을 어르신 6명당 1명으로 두고 간호사를 필수로, 주야 공백 없이 배치한다. 인력만 채우면 되므로 제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다
  • 반려견·반려묘 동반 입소 — 참여하려면 생활실 구조를 손봐야 해 쉽지 않지만, 들었을 때 가장 "괜찮겠다" 싶었던 사업

전문요양실이 확대되면 간호사 인력 대란이 온다는 전망도 함께 나왔습니다. 병원에서 30년 근무한 수간호사가 와도 장기요양은 기록지부터 다시 배워야 하고, 보호자와의 소통 방식도 병원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시설은 간호인력 4명 중 2명을 간호사로 두고 있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필요 이상의 배치입니다.

산업 간 융합 사례로는 유치원·실버타운·요양시설·요양병원을 한 캠퍼스에 둔 삼성 노블카운티, 리조트에 장례 문화와 임종 체험을 결합한 에덴 파라다이스 호텔, 디지털 디톡스 공간인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이 소개됐습니다. 병설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산업이 만나 시너지를 내는 모델이라는 구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강연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다시 읽으면, 요구 조건이 이미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시장이라는 점이 보입니다.

  • 제품을 만든다면 판단 기준은 두 가지 — 운영 효율이 오르는가, 종사자 인력 관리가 쉬워지는가. 이 둘을 충족하면 시설은 지금도 지불한다
  • 케어푸드는 단품이 아니라 라인업의 문제 — 연화식 몇 종이 아니라, 죽식 어르신을 위한 간식처럼 비어 있는 칸을 메우는 구성이 필요하다
  • 공간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기능으로 판다 — 욕창·낙상처럼 상태별로 설계된 생활실이 다음 프리미엄의 기준이 된다
  • 기록과 서비스의 일치 — 미리 써 둔 일지와 실제 케어가 어긋나면 그대로 리스크가 된다. 생활 공간에 태블릿을 매립하는 시도가 나오는 이유
  • 창업 관점 — 29인 규모 상가형은 일반 부동산과 크게 다르지 않게 접근할 수 있고, 대출은 실거래가 기준 80%, 신용을 더하면 최대 85%까지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익혀야 할 매뉴얼이 방대해 오히려 30~40대 진입자가 유리하다는 것이 현장의 관찰

마지막으로 강연자가 반복해서 권한 것은 직접 가보라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것과 하루 머물러 보는 것은 얻는 것이 다르고, 견학은 대체로 열려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시니어 산업에서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는 단계라면, 그 한 번의 방문이 리서치 열 번보다 정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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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니어퓨처 웨비나 「AI 시대, 초고령사회 돌봄 패러다임과 시설 특화 전략」 현장, 2026년 8월 · 강연 이춘희 이사(요양원 운영 17년 차)

※ 본문의 제도 시행 시기와 인력·수가 기준은 강연자의 현장 설명을 옮긴 것으로, 실제 사업 검토 시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보건복지부 최신 고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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