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검증 #피봇 #프로덕트
역제안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

시장의 반응이 예상과 다르다면, 때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값진 선물을 줄 때가 있다.


 

바로 '역제안'이다.


 

누군가 제품을 써본 뒤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 "저희와 한번 다른 방식으로 해보시겠어요?", "아마 다른 고객도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질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는 순간이 있다. 이것은 단순한 피드백이 아니다. 시장이 스스로 움직이는 신호다.


 

물론 시장의 침묵은 최악이다. 우리는 늘 고객이 제품을 구매해 주기를 기대하며 시장에 무언가를 던진다. 그러나 역제안은 시장이 먼저 손을 내미는 신호다. 그 안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기회, 엄밀히 말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가 담겨 있다. 새로운 고객을 만나게 하고, 때로는 생각지 못한 파트너를, 때로는 전혀 다른 사업 방향을 열어준다.


 

그런데 문제는...


 

창업자가 현지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역제안을 받고도 주저하고 망설이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대부분의 역제안이 창업자가 처음 그렸던 계획과 다르기 때문이다.


 

창업자는 오랜 시간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 사업계획을 다듬어왔다. 그래서 시장에 나가기 전에 이미 머릿속에는 정답에 가까운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현지 고객은 전혀 다른 기능을 원하고, 예상 못 한 고객군이 관심을 보이며, 생각지도 못한 파트너가 새로운 활용 방식을 제안한다. 시장은 창업자의 계획을 검증해 주기보다, 오히려 수정하라고 요구한다.


 

실제로 파일럿 테스트 미팅 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온다. 준비해 간 데모를 다 보여주기도 전에 고객이 끼어들어 "이 기능 말고, 저희 팀 워크플로우에 맞게 바꿔서 써볼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오늘 준비한 시나리오에는 없던 질문이다.


 

문제는 창업자가 자신의 가설을 확인받고 싶어 할 뿐, 가설을 바꾸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역제안을 기회가 아니라 혼란으로 받아들인다. "우리가 원래 하려던 것이 아닌데요", "로드맵에 없는 기능인데요", "지금은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요"라는 말들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또 다른 이유는 역제안이 책임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이렇게 바꾸면 구매하겠다"라고 말하는 순간, 창업자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기존 계획을 유지할 것인가, 시장의 신호를 따라갈 것인가. 어느 쪽도 정답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망설인다. 계획을 바꾸는 것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고객 개발(Customer Development)'이라는 방법론을 만든 인물로 잘 알려진 스티브 블랭크. 그가 즐겨 인용하는 문장이 있다. "어떤 사업계획도 고객과의 첫 접촉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이 말은 19세기 프로이센의 전략가 몰트케(Helmuth von Moltke)가 남긴 "어떤 작전 계획도 적과의 첫 접촉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군사 격언을, 블랭크가 창업의 언어로 옮겨온 것이다. 전장에서 계획이 무너지듯, 시장에서는 사업계획이 무너진다. 그 무너지는 지점에서 날아오는 것이 바로 역제안이다.


 

현장에서의 파일럿 테스트도 다르지 않다. 그 목적은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데 있지 않다.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발견하는 데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며 구매 의사결정 방식도 다르다. 이런 환경에서 현지 고객이 먼저 건네는 역제안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시장이 세워둔 방향 표지판에 가깝다.


 

2022년 가을로 기억하는데, 시애틀파트너스의 실증(PoC)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이런 장면이 있었다. 참가팀 중 하나는 반려견 원격 진료 시스템을 만들어 미국의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하고 있었다. 목표는 명확했다. 수의사가 원격으로 반려동물을 진단하고, 병원의 진료 효율을 높이는 것. 계획대로라면 다음 단계는 더 많은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실증을 확장하며 사업성을 검증하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역제안은 전혀 다른 곳에서 날아왔다.


 

미국의 한 중견기업이었다. 이 회사는 마침 안정적인 채용과 직원의 업무 몰입을 위해 다양한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구상하던 시기였고, 그중 하나로 "회사가 직원의 반려동물 건강을 책임지는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스타트업에 손을 내밀었다. 수의사에게 연결하는 원격 진단 기능이 아니라, 그 기술을 자사의 채용·복리후생 서비스로 공급해 달라는 것이었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제안이었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망설였다.


 

이 장면이 앞서 이야기한 망설임의 전형이다. 동물병원을 고객으로 그려온 팀에게, 기업의 HR 부서가 구매자가 되는 그림은 로드맵에 없었다. "우리는 동물병원에 특화된 원격 진단 솔루션인데요", "채용과 복리후생 시장은 저희 계획에 없었는데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법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역제안 안에는 동물병원 하나하나를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큰 시장, 즉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원을 둔 모든 기업이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모든 역제안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스타트업은 결국 그 역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처음 그리던 방향을 지켜 미국 시장을 겨냥한 온라인 수의 상담 서비스를 키워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반려동물 상태 리포트부터 병원 예약까지 아우르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팀이 역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서 큰 기회를 회피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 역제안을 진지하게 들여다본 뒤에야, 자신들이 지키려는 가치가 '복리후생 프로그램'이 아니라 '반려동물과 보호자, 그리고 병원을 잇는 서비스'라는 것을 더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역제안을 받게 되는 진진하게 되물어야 한다.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혹시 시장은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문제를 풀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는 팀은 자신이 준비한 계획을 가장 잘 설명하는 팀이 아니라, 시장이 되받아치는 신호를 가장 빠르게 읽고 조정하는 팀이다. 역제안 앞에서의 망설임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망설임을 넘어서는 순간, 역제안은 새로운 기회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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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포텐셜아이즈 l 가능성에 반응하는 사람들

당신의 가능성, 아직 시장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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