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퇴사 후 홀로서기를 꿈꾸며 고군분투 중인 IT 업계 노동자 1인입니다.
지난 글에서 AI에 광적인 사랑을 보이는 우리 팀 PM에 대해 이야기했었죠. 오늘은 실제로 팀에서 AI를 업무 프로세스 전면에 도입하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시행착오를 겪은 시간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프러덕트 디자이너로서 AI를 쓰면서 오히려 팀의 '병목'이 되었던 뼈아픈 실책과, 그 안에서 발견한 'AI 시대의 생존 지도'를 가감 없이 공유해보겠습니다.
1. 다들 AI로 딸깍이라던데
처음엔 설레었습니다. 제가 추상적인 와이어프레임만 던져주면 AI가 멋진 UI를 뽑아내고, 개발자분들이 그걸로 뚝딱 서비스를 만들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실패의 기록: 목적 중심의 추상적인 가이드만으로 AI에게 디자인을 맡겼더니, 결과물 퀄리티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개발자분들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없는 수준이었죠.
디자이너의 딜레마: AI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결국 제가 직접 고해상도로 디자인을 다시 깎아야 했습니다. AI를 썼는데 제 작업 시간은 더 늘어나고, 팀 전체 일정은 제 손끝에서 멈춰버리는 '병목'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자괴감이 들더군요.
2. UX Pilot: '그리는 시간'을 '결정하는 시간'으로
그럼에도 AI가 디자인 병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영역은 존재했습니다. 바로 발산의 단계입니다. AI에게 '완성본'을 달라고 하는 대신, UX Pilot으로 와이어프레임을 벌크(Bulk)로 추출하기 시작한 거죠.
실전 꿀팁: UX Pilot을 활용하면 다양한 방향성으로 시각화된 초안을 한꺼번에 빠르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교훈: 하나를 붙잡고 수정하는 게 아니라, 벌크로 추출된 여러 시안을 보며 초기에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이것이 AI 시대 디자이너가 확보해야 할 진짜 속도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머리가 터질 것 같다"는 동료의 비명에 답하기
협업 회고 세션에서 동료들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더 절박했습니다. iOS 개발자분은 "규칙(Rule)이나 컴포넌트 세팅 없이 무작정 AI에게 요구하는 건 고통"이라며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토로하셨죠.
여기서 저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AI 시대의 디자이너는 '화면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잘 놀 수 있는 운동장(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디자인 시스템의 재발견: 개발자가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리드하려면, 흔들리지 않는 '가이드라인과 디자인 시스템'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초기 투자의 힘: 초반에 룰을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보여도, 이 과정이 탄탄해야 나중에 발생할 당혹스러운 상황과 수정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3. 우리가 찾아낸 '중간 지점': 툴보다 중요한 건 '싱크'
우리는 시행착오 끝에 '중간 지점'을 찾기로 했습니다. 기획서만 던져주는 과거의 방식도, 그렇다고 개발자 혼자 AI와 사투를 벌이게 두는 방식도 아닙니다.
Action 1. 5분의 킥오프: 본격적인 작업 전, 짧게라도 구두로 만나 핵심 스펙과 로그인 정책 등을 명확히 맞춥니다(Sync). 이 5분이 이후의 5시간을 아껴주더군요.
Action 2. 기술적 대안 찾기: 제약이 많은 피그마 AI 플러그인에만 매몰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코드 기반의 디자인 베이스를 잘 구축한다면, 차라리 Claude code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정교한 UI를 뽑아낼 수 있다는 대안을 세웠습니다.
Action 3. 지식의 상향 평준화: 개발자분들이 기획/디자인 로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사고 과정을 공유하는 세션을 준비 중입니다. 제가 없어도 AI와 함께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이 제 새로운 미션이 되었습니다.
퇴사 후의 삶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제가 병목이 되었던 이유는 '나만 아는 디테일'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홀로서기를 꿈꾸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확장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내가 없어도 AI와 동료들이 최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룰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AI 시대에 1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자 생존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정이 급하다고 논의를 건너뛰고 싶을 때, 여러분도 잠시 제동을 걸어보세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규칙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는 순간, 병목은 뚫리기 시작합니다.
오늘도 시스템을 만드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