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한 눈에 보기]
1.코로나 후 매출이 박살나버렸다*
2.나 자신을 개조할 정도의 절박함
3.위기를 버텨낸 스타트업의 특권
4.평정하려는 야심 vs 장기적 관점
5.창업자로 8년차, 만족스럽나요?
※유튜브 영상과 함께 [최성운의 사고실험] 스크립트를 읽어보세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본문 일부를 편집했습니다.
1.코로나 후 매출이 박살나버렸다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오늘 특별한 인터뷰로 찾아뵙게 됐는데요. 2019년 12월 이 자리에 나오셨던 한 명의 창업자가 있었습니다. 사업도 승승장구 하고 있었고, 34억 원이라는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직후였는데요. 하지만 인터뷰 영상이 올라가고 3개월 뒤 그 회사의 매출은 98%가 감소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코로나가 터졌기 때문입니다.
지옥과도 같은 3년을 버티면서 사람도, 그리고 회사도 더 성장해서 돌아온 크리에이트립의 임혜민 대표님이십니다.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안녕하세요. 여러 고군분투의 시간을 보내고 살아 돌아와서, 앞으로 꿈꾸는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지옥에서 어떻게 살아 돌아오는지 현실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채널은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혹시 모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혹시 모를 미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출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크리에이트립의 역사에 대해 짧게 요약해서 설명을 드리면, 2016년도에 처음 창업을 하셨어요. 그때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여행 액티비티 중개 플랫폼이었어요. 이때 크리에이트립이 여행 플랫폼으로서 갖고 있었던 가장 큰 경쟁력이 뭐였을까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한국 트렌드를 누구보다 더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실제로 어떤 걸 대중적으로 즐기고 싶어하는지 굉장히 뾰족하고 명확하게 잘 이해해온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건 저희가 발굴한 카테고리이기도 한데) 한국 사람들만 사진관에서 보정을 하거든요. 보정을 잘해주는 사진관에서 취업 사진, 트렌디한 사진을 찍어서 나간다든가.
(여행객 입장에선) 하루쯤 명동이나 남산 등에 가시지만, 그 다음에는 본인의 취향대로 즐기고 싶어하거나 트렌드대로 분산되는 모습을 저희는 많이 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한국의 대학생이나 20~30대 여자분들이 주말에 보통 하는 액티비티들을 (외국인 여행객도) 굉장히 많이 하고 싶어 하신다’, 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그렇게 한국의 진짜 트렌드를 외국인향 콘텐츠로 밀도 있게 만들어서, 그걸로 유저들을 유입시키는 전략을 펼치셨던 것이고. 그때 크리에이트립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일단 크리에이트립이 중화권에서 먼저 시작해서 대만, 홍콩 지역에서 굉장히 유명했었어요. 어쨌든 여행 정보를 찾을 때는 크리에이트립을 대부분 썼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그렇게 유입된 분들을 통해서 어떻게 수익 창출이 됐나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처음 창업했을 때 생각했던 건, 카카오톡처럼 알맞은 트래픽이 있다면 그걸 충분히 전환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저희 콘텐츠를 보고 “야, 너네들 콘텐츠 되게 좋은데 이거 예약 좀 도와주면 안 되겠냐?”,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 가게들 중심으로 제휴를 맺기 시작해서 예약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죠. 거기까지가 창업 초기 때 그렸던 크리에이트립이라는 한국 여행 플랫폼의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정확히 2019년 12월에 이오 채널에 나와주셨고, 참 잔인하게도 그때 영상 마지막에 대표님의 말이
“한국으로 오는 여행객들이 무조건 크리에이트립을 사용하는 그 때, 아시아 여행객들이 아시아를 여행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여행 플랫폼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2019년 인터뷰 당시)
정확히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월 20일에 한국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거든요. 코로나 직전에는 회사 매출이나 거래액, 이런 게 어느 정도 수준이었나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코로나 전에는 중화권에 숫자만 가지고도 한 10억 정도 월 거래액을 했었어요.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그런데 그게 어디까지 떨어졌는지…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대단히 슬픈 얘기인데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ㅎㅎ) 그때 당시 2020년 4월 여행 도메인 매출이 월 300만 원 수준이었어요.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300만 원.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네. 300만 원이요.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그런 숫자를 보면 좀 어떤 느낌이 드나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어떻게 버티지?’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었고. 접어야 될까 하는 선택지는 저한테 없었어요. 그냥 무조건 버티는 선택지인데 ‘어떻게 해야 되지’.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투자자 분들의 반응도 궁금한 게, 투자라는 게 이 회사 그리고 사업의 비전 로드맵에 대한 동의의 표현인 거잖아요. 그 계획에 동의하니까 34억이라는 돈을 주는 건데 그 계획이 속된 말로 박살이 났을 때.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박살이 났죠.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어떻게 반응을 하셨을지가 좀 궁금해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사실 (촬영 기준으로) 어제 주주분들이랑 주주 간담회를 하기도 했는데 그때 “코로나 잘 견뎠다”,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그러면서 ‘그때는 회사에 관심이 많이 없으시더니 왜 요즘에 관심이 생겼냐’, 이렇게 제가 농담 식으로 저희 투자자분들께 한 적이 있었어요.”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약간 버린 자식(?!)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때는 정말 망할 것 같아서 어떤 조언도 소용이 없었고, 그냥 34억 있으니까 어떻게든 버티겠지 (싶은). 근데 어떻게 버틸지는 솔직히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다들.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그 정도 상황이 되면 빨리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재촉을 하거나 촉구를 하기보다도 투자자분들도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버린 돈이구나.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그때 새롭게 바뀐 회사의 방향 같은 게 어떤 것이었나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2019년에 느꼈던 인사이트는, 방한 여행 시장을 오는 고객은 그냥 여행객이 아니라 한국을 좋아하는 고객이라는 점.
그래서 2019년 말부터 ‘한국에 안 오면 한국 물건을 쇼핑하는 것에 관심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한국 오셔서 지출하는 금액의 50%가 쇼핑이시거든요. 그래서 역직구를 안 그래도 조금씩 구상하고 있었는데.
역직구는 한국의 물건을 외국으로 보내는 쇼핑 방식이에요. 시장 사이즈도 훨씬 더 늘릴 수 있겠다, 리텐션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코로나가 터져서
‘그래. 지금 여행이 아예 안 되니까 우리가 원래 세웠던 '역직구'라는 계획을 좀 더 엄청나게 푸시 해서 밀어붙이자!’
이렇게 결정했어요. 그래서 거의 팀 전체가 역직구 사업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사이클에 굉장히 집중했던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그때 전체 인원이 몇 분 정도였나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한 20명 정도 있었어요.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그전까지 그분들이 주로 하시던 일이, 콘텐츠 제작 하고 그 플랫폼을 운영하는 일이고. 제휴처 영업하거나 관리하시는 분들도 있었을 테고.
근데 말씀해 주신 역직구는 커머스잖아요. 안 해보던 기업이 쉽게 쓱 넘어갈 수 있는 난이도는 아니지 않나요. 재고 둘 수 있는 창고도 있어야 될 테고, 결제 붙여야 되고, 배송 붙여야 되고. (내외부에서) 반발이라든가 의심 같은 거는 없었나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당연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팀원들은 사실 다른 모종의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열심히 너무 잘 따라와줬어요. 그게 지금까지 너무 고맙고.
반면 투자자들은, 물론 선택지가 없으니까 뭘 하든 응원해라는 주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머스 기업이 아닌데 (걱정하셨어요.) 여행 비즈니스 지표랑 커머스에서 트래킹하는 지표랑 완전히 시각이 다르잖아요. 예를 들어 (여행 비즈니스에 비해) 커머스는 리텐션이 훨씬 중요하고.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여행이라는 이벤트가 한 번 일어나고 다시 일어나는 데까지 시간이 굉장히 긴데, 구매는 좀 더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재방문율이 되게 중요한 지표군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이런 배경 지식 없이 괜찮겠냐, 현금 관리는 잘 되겠냐. 이런 류의 걱정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일부는 현실이 됐고.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그렇죠. 사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돈을 잃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이죠.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맞아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게ㅎㅎㅎ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크리에이트립은) 처음에 어떤 물건을 판매를 하셨나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그때 당시 직구는 너무 빨리 잘 하고 싶고 긴박하니까 외국인들한테 내놓으면 무조건 팔릴 것을 먼저 팔았어요. 간편 미역국이라든지 과자, 이런 것들 많이 팔았었고. 영양제도 조금 유통하긴 했었고요.
그때는 희망이 보였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너무 여행을 오고 싶어 했던 반면 여행은 갑자기 중단된 상태였고. 그 분들이 꽤 많이 알음알음 구매를 하는 형국이었어요.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근데 아까 얘기해주셨듯이 커머스에 대한 경험이 없던 팀 입장에서 간편 미역국 같은 게 잘못하다가 터지면 사고 나고…! 분명히 사고가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잘 포장해서 한국에서는 문제없이 보내는데 막 터져 있다거나. 아니면 상자 자체가 완전히 짜부러져 있었다거나. 근데 무작정 상자를 비싼 걸로 사자니 수지 타산이 안 맞잖아요.
게다가 가격 정책을 정하는 데도 국제 배송의 경우 무게로 측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화장품이 예를 들어 200ml짜리라면 그 자체가 200ml가 아니고 액체가 200ml라는 얘기잖아요. 박스 포장지까지 생각해야 하고. 저희가 오랜 시간을 거쳐 중간 지점을 완벽하게 찾았어요.
그래서 ‘이 카테고리의 상품은 절대 안 터지더라’ (확인하고서) 정식 런칭을 하고 나서 되게 재밌는 일이 벌어졌었는데요. 그때 당시는 스케일이 너무 빨리 나면 비용이 훨씬 커진다는 걸 저희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작은 오퍼레이션에 비용이 최적화돼 있다 보니.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많이 팔리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되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그때 당시 오퍼레이션에서는요. (그걸 간과하고 당시) 타임 세일 이벤트를 3일쯤 진행했었는데, 원가를 마진율을 0%까지 맞췄었어요. 런칭 3일 동안 이벤트를 하는 것이니까.
그 3일간 거래액이 거의 1억이 넘게 찍힌 거예요. 근데 저희 조직은 당시 한 달에 한 3천~5천 정도만 소화할 수 있는 오퍼레이션 역량을 갖고 있었어요. 근데 (거래량이) 몰려버리니까 완전히 지옥이 된 거예요. 고객들이 두 달 후에 상품을 받는다든지, 아니면 한 달을 기다렸는데 내가 주문한 상품이 아니라든지, 뭐 터져서 온다든지.
주문이 터짐으로써 커머스에서는 기초적인 것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고. 그래서 그때 월간 리텐션(재방문율)이 한 달에 5% 이하인 적도 있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이오스튜디오 최성운 피디 : 그 정도 큰 사고가 하나도 없는 회사는 없잖아요. 사고들을 겪으면서 조직은 어떻게 배워나가는 것 같았나요?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 중간선을 훨씬 잘 타야 된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한 번 주문량 폭주하는 사건을 겪으면서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거든요. 회사 전체가 달려들어서 포장 하고 있고, 그런데도 물량이 소화되지 않고, 그런데 고객은 안 돌아오고. 그 후에는 ‘이런 실수를 겪으면 안 되겠다’고 이벤트 등을 굉장히 보수적으로 진행했어요.
또 그러다 보니까 신규 고객의 유입량이 줄어들고. 그럼 또 그때 배우는 거예요. 이렇게까지 보수적이면 안 되겠다. 그래서 뒤엎다가 양 극단에 한 번 더 데이고. 그러면서 우리 중간선은 이건가 보다 찾아나가는 과정의 연속이 아닐까 싶어요. 그게 스타트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2편 아티클 이어서 읽기 : 나 자신을 개조해서라도 살아남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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