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사업전략 #운영
Y&A COLUMN: “좋은 기술도 왜 실패하는가? 답은 마케팅 전략에 있다”

 

문을 두드리는 용기와, 열리게 만드는 전략 사이에서 

기술은 시작이고, 마케팅은 ‘전략으로 만드는 결과’다

스타트업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나면,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듣는다. 

“우린 좋은 기술이 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고객이 올 거예요.”

 “마케팅이요? 우린 돈도 없는데요.” 

“우리 제품은 진짜 좋은데… 사람들만 좀 알면 대박날 텐데.” ​ 

 

그 말 속엔 창업자의 간절함이 섞여 있고, 약간의 오해도 섞여 있다. 

좋은 기술이 곧 Good Business는 아니라는 사실. 

시장이라는 세계는 기술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 

스타트업은 대부분 기술로 시작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살아남는가’는 기술이 아니라 고객이 선택하는가로 결정된다. 그리고 고객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마케팅이다. ​

 

1. “고객이 모른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 많은 스타트업이 놓치는 단 하나의 사실

 

 몇 년 전, 인공지능 기반 농업 솔루션을 만들던 창업팀을 만난 적이 있다. 정교한 데이터 모델, 멋진 알고리즘,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까지 있었다. 그들은 “우리 기술은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해본 농민은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이 서비스가 ‘자신에게 무엇이 좋은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 팀은 마음을 바꿨다. “일단 농민 한 명에게라도 확실히 써보게 하자.”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지, 그들이 가장 이해하는 언어로 말해보자.”

 그 다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 

 

- 고객 인터뷰 30명 

- 시범 운영 3곳 

- 실제 비용 절감 수치 공개 

- 현장 후기 영상 제작 ​ 

 

불과 3개월 만에 사용 농민이 10배 늘고, 이후 정부기관 PoC를 따냈다. 기술은 그대로였지만, 고객이 이해하게 만드는 과정, 즉 마케팅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때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인정받지 못한 기술은 혁신이 아니라, ‘조용한 가능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

 

2. “스타트업 마케팅이 ‘돈이 없어도’ 가능한 이유” 

​ 

스타트업은 돈이 부족하다. 

광고비는 사치처럼 느껴지고, 인플루언서 협업은 꿈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마케팅의 본질은 광고가 아니다. 

마케팅의 첫 단계는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언제 불편을 느끼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길 원하는지. 

이것만 깊게 이해해도 이미 절반은 끝난 셈이다. 

예를 들어보자. ​ 

- 예시 1) 어떤 핀테크 스타트업은 돈이 없어 광고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객이 겪는 불편이 “매달 카드값이 언제 나가는지 모른다”였다는 걸 파악한 뒤 단순한 푸시 알림 기능 하나로 자발적 추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 

- 예시 2) 어떤 뷰티 스타트업은 제품이 너무 좋아서 샘플만 나눠줬다. 그리고 제품 설명보다 “이 제품이 왜 당신의 화장대를 바꿀 수 있는지” 짧은 이야기만 덧붙였다. 고객들은 그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였고, 해당 브랜드는 단숨에 매출 10배 성장을 이뤘다. ​ 

- 예시 3) 한 B2B SaaS팀은 홍보비가 없어 직접 작은 모임, 밋업에 나가 고객들의 니즈를 들었다. 그 결과 제품 개선 방향이 정확해졌고 ‘도입 후 3개월 내 비용 절감 18%’라는 수치를 확보했다. 그것만으로 투자자가 관심을 보였다. ​ 

마케팅은 광고가 아니다. 

마케팅은 ‘고객을 안다’는 증거를 쌓는 일이다.

 

3. “첫 번째 고객”을 만드는 일이 시장 진입 전략의 절반이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전체 시장을 노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가장 정밀하게 공략해야 하는 것은 아주 작은 시장, 아주 좁은 고객군이다. 

모든 성공한 서비스들의 시작은 좁았다. ​ 

 

- 배달의민족: 서울 송파구

- 당근마켓: 경기도 성남시 

- 토스: 금융소비자 중 ‘송금이 불편한 사람들’ 

- 에어비앤비: 샌프란시스코 한 행사 기간 동안 주거 불편한 방문객 

- 쿠팡: 특정 품목 로켓배송 ​ 

 

이처럼, “작게 시작해서 크게 확장하는 전략”이 스타트업 마케팅의 핵심이다. 

초기 시장은 넓을수록 실패 확률이 높다. 

초기 시장은 좁을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좁은 시장일수록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보이고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4. USP, ‘우리 회사만이 할 수 있는 말’을 찾아야 한다 

 

고객은 바쁘다. 

새로운 서비스를 굳이 시도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이렇게 묻는다. 

“왜 우리여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그 어떤 마케팅도 통하지 않는다. 초기 스타트업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기능’을 USP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 더 빨라요 

- 더 저렴해요 

- AI가 적용돼 있어요 ​ 

 

이건 USP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쟁사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USP는 고객이 직접 느끼는 차별성이어야 한다. 예시는 아래와 같다. 

​ - 당근마켓의 USP는 “동네 사람들과 연결된다” 

- 마켓컬리의 USP는 “새벽에 오는 감동” 

- 무신사의 USP는 “믿을 만한 브랜드 큐레이션” 

- 슬랙은 “팀이 빨라지는 느낌”

- 토스는 “금융이 쉬워진 경험” ​ 

 

그들은 기능보다 고객이 느끼는 변화​를 USP로 삼았다. USP가 명확하면, 마케팅은 돈이 아니라 한 문장의 힘으로 시작된다.

 

5. 데이터는 스타트업의 ‘설득 언어’다 ​ 

 

어떤 스타트업이든 마지막에 투자자를 설득하는 건 이야기지만,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건 숫자다. ​ 

 

- 고객 확보 비용(CAC)이 줄어들고 있는지 

- 재구매율이 올라가는지 

- Retention이 유지되는지 

- MAU가 증가하는지 

- LTV가 CAC를 이기는지 ​ 

 

이 데이터들이 조금씩 개선될 때마다 마케팅은 ‘예쁜 포장지’가 아니라 사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투자자는 감동보다 명확한 지표에 반응한다. 또 고객은 기능보다 명확한 가치에 반응한다. 그리고 그 교차점에서 스타트업은 비로소 ‘성장’이라는 궤도를 타기 시작한다.

 

6. 스토리텔링: 기술보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기술 설명은 사람의 머리를 이해시키지만, 스토리텔링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스타트업은 본능적으로 기능을 설명하고 싶어 한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고, 똑똑한지. 하지만 고객이 궁금한 건 언제나 단 하나다. ​ 

“이 제품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줄까?” ​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은 ‘기술의 설명’이 아니라 ‘변화의 이야기’다. ​ 

 

- 어떤 고객의 어떤 불편을 해결했는지 

- 그 고객의 삶이나 비즈니스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 왜 당신이 이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는지 ​ 

 

창업자의 이야기, 고객의 이야기, 그 이야기들이 모여 브랜드의 척추가 된다.

 

7. 스타트업이 진짜로 마케팅을 잘하기 시작한 순간들 

 

지난 몇 년 동안 수백 개의 스타트업을 만났다. 그중 성장한 회사들의 공통점은 단순했다. ​

 

- 고객의 언어로 말한다. 

- 문제를 먼저 말하고, 기능은 나중에 말한다. 

- 좁게 시작한다. 

- 수치를 집요하게 개선한다. 

- 고객 인터뷰를 멈추지 않는다. 

- 브랜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만든다. ​ 

 

그들은 돈이 많아서 마케팅을 잘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성공은 돈보다 방향을 먼저 정한 선택에서 시작되었다. ​

 

8. “기술로 시작해도, 시장은 결국 마케팅으로 열린다” ​ 

 

스타트업은 혁신을 만든다. 하지만 고객이 그 혁신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은 시장에서 존재할 수 없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고객의 마음에 도달하지 못하면 사업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창업자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한다. ​ 

 

“기술은 당신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도구이고, 마케팅은 세상이 그 변화를 알아보도록 만드는 힘이다.” ​

 

 스타트업이 살아남고 성장하는 힘은 더 이상 ‘기술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고객을 이해하는 능력, 가치를 이야기하는 능력, 작은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 데이터로 가설을 검증하는 집요함.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스타트업은 비로소 시장에 ‘발을 딛는다.’

 그리고 그 첫 발의 이름이 바로 마케팅이다.

 

와이앤아처  미래혁신그룹 김민주 파트장

 

<본 콘텐츠는 25년 12월 발행된 ‘와이앤아처 뉴스레터 제18호’에 게시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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