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노에서 발견한 로컬의 힘>
얼마전 폭염을 뚫고 일본 ‘나가노(신슈)’에 다녀왔다. 1998년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렸던 나가노는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2시간 남짓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지만 골목마다 일본 특유의 느낌이 묻어있었다. 나가노는 소도시지만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메밀의 고장이다. 해발고도가 높은 산악지대, 일교차가 큰 자연환경은 메밀 재배에 최적이다. 도시 어디를 가도 ‘소바(메밀국수)’ 간판이 보였고, 식당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행객들은 휴대폰을 두고 가게 간판과 음식을 쉼없이 찍어댔다. 나가노에서 메밀은 단순한 로컬자원을 넘어 도시의 마스코트이자 사람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였던 것이다.
<제주 메밀, 나가노에서 길을 묻다>
여행 내내 제주가 떠올랐다. 사실 나가노만큼 유명해질수 있는게 제주메밀이다. 하지만 그 인지도는 너무나 미미했다. 전국 재배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메밀의 본고장이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관련 업계 종사자나 관계자 정도에 불가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밀’하면 강원도를 떠올린다. 실제 메밀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강원도는 60% 이상을 차지했지만, 제주는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단순히 메밀을 많이 재배해서 ‘나가노(신슈) 메밀’이 유명한게 아니다. 메밀과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소바 축제를 열고, 관광루트를 만들고, 품질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데이터는 마케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경험으로 전달됐다.
다만 ‘제주메밀’은 아직 그런 장치가 부족하다. 역사도, 맛도,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연결을 도와줄 연결점이 없다. 제주의 감귤과 흑돼지가 오랜시간의 브랜딩과 투자를 통해 제주의 대표 특산물이 된 것처럼 제주 메밀에도 포인트가 필요하다. 로컬자원은 단순히 농산물이 아니다. 지역의 역사이자 문화이고 다듬는다면 새로운 산업이 될 수 있는 원천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 기술과 스토리, 브랜딩, 그리고 투자가 이뤄졌을 때 산업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액셀러레이팅이다.
<와이앤아처의 도전, 푸드테크 액셀러레이팅>
얼마 전, 와이앤아처는 (사)제주농업농촌진흥원과 MOU를 체결했다. 기업과 기관이 맺은 단순한 업무협약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제주지역의 특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창업아이템을 육성하고 새로운 산업 접점을 만들어가는 제주지역 푸드테크 액셀러레이팅의 출발점이다.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은 단순히 투자금을 연결해주는데 있지 않다. 자원을 발굴하고, 스토리를 입히고 산업의 접점으로 설계하는 것이야 말로 본질이다. 메밀 부산물을 활용한 대체식품, 저탄수·글루텐프리 트렌드와 맞물린 건강식 브랜드, 로컬 크리에이터와 협업한 새로운 콘텐츠 등의 시도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게 연결하고 기획하는 것이 역할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인다면 제주메밀은 지역의 자원을 넘어 현대적이고 글로벌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메밀 뿐만 아니라 국내의 로컬 자원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다. 미래 산업의 씨앗이자,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원천이다. 로컬은 스토리다. 하지만 스토리만으로 산업이 되지는 않는다. 시장과 기술, 그리고 투자와 연결하는 힘이야 말로 액셀러레이팅이고 와이앤아처가 앞으로 제주에서 도전해야 할 이유다.
와이앤아처 신사업전략그룹 김해건 책임
<본 콘텐츠는 25년 9월 발행된 ‘와이앤아처 뉴스레터 제14호’에 게시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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