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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집은 과연 건강한가?

출처: AI생성형 이미지

“내가 말이야, 이 바닥에서 몇 년인데!”, “제가 더 잘 알아요”, “나는 이렇게 해왔어.” 반대편에서는 “이게 맞을까요?”, “만약에 잘못되면 어쩌죠?”, “그런가요?”라는 말이 오간다. 무릇 한 기업의 대표라면 강건함과 유연함 사이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번 주제는 바로 ‘건강한 고집’에 대한 이야기다.

대표는 고집이 필요하다. 모두가 반대하는 길을 택해야 할 때, 확신 없는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야 할 때,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보장도, 주변의 찬성도 아니다. 오롯이 자신의 직관과 경험, 그리고 한 줌의 신념이다. 사업은 불확실성과 싸우는 일이다. 검증되지 않은 시장을 향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수요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대표가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면,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 초기에 모두가 반대했던 아이디어가 나중에 시대를 앞서간 선구안으로 평가받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어떤 순간에는 ‘고집’이 회사를 살린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고집이 쉽게 ‘집착’으로 변질된다는 점이다. 고집이 방향성을 잃으면, 조직 전체를 갉아먹는다. "우리는 원래 이렇게 했으니까." "시장 따위는 우리가 바꿀 수 있어." 이런 식의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해지면, 변화의 신호를 무시하게 된다. 팀원들의 제안은 '경험이 없는 소리'로 일축되고, 고객의 피드백은 '특이 케이스'로 무시된다. 내부적으로는 점차 침묵이 퍼진다. “대표님은 바뀌지 않을 거야.”, “어차피 결정은 정해져 있어.” 이런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 더 이상 건강한 피드백이 오가지 않고, 오류와 위험이 누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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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집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동료를 괴롭히는지 과거에 직접 경험한 일이 있다. 회사 생활을 잠시 내려놨던 2022년 8월, 마침 코로나 특수로 브랜드 론칭 2년 만에 지역 내 피자 배달 전문점으로 1등을 한 친구의 부름을 받아 엉겹결에 다시 주방에 들어가게 됐다. 오래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20년 지기 친구가 옆에서 동업을 하자고 흔들어 대니 간을 보지 않을 수 없었고 마침 공유 주방에서 확장해 펍(PUB)을 해보겠다는 말을 듣고 어디까지 이 사업체가 성공하는가 보고 싶어 잠깐의 동행을 결정했다.

가게 간판부터 식탁, 의자, 가게의 전구 색깔, 배치도, 손님 동선, 서빙 할 때의 룰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음식 맛에는 자신 있었다. 오픈 첫날부터 원래 배달 시켜 먹던 손님들도 몰려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과는 폭싹 망했다. 돌이켜보니 수없이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원래 먹던 손님들이 매장까지 알아서 올거야"가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

“내 음식이 최고야. 나머지는 다 쓰레기야. 그걸 왜 돈 주고 사 먹어. 음식이 맛있으면 알아서들 찾아와” 매출이 나오지 않자 큰 빚을 지고 가게를 확장한 친구는 꽤 다급했던 것 같다. 아침 5시까지 가게 문을 닫고 술을 마시면서 한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1등이라고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가게 오픈 일주일 만에 산산히 부서졌으니까.

어떤 문제가 있을까 차근차근 친구가 창업을 한 시점부터 현황을 쭉 돌이켜봤다. 본인은 음식이 맛있어서 배달 앱 순위 1등을 유지한다는 ‘자부심’은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그 이면을 파고들면 ①코로나 기간 특수로 배달 시장의 큰 성장 ②지역 경쟁사 대비 낮은 배달 팁으로 필터 정렬 기준 상단 노출 ③적당히 창의적이면서도 매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는 차별성 있는 비법 소스 개발 ④공유 주방 입점+중고 장비 구매를 통한 낮은 초기 투자 비용 등 많은 성공 요인이 잘 맞물리며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즉, 단순히 맛있어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품 연구 개발에는 그 고집이 꽤 장점을 가질 수 있어서 더 노력해보라하고, 홍보 전략만 전담해보기로 했다. 당연히 고집불통 대표는 처음엔 자기 경험담을 말하며 광고는 돈만 쓰고 효과가 없다는 둥의 얘기를 했지만 크고 작은 해프닝과 수많은 고성이 오가며, 온라인 광고도 해보고, 기존 운영하던 배달앱 계정을 통해서 오프라인 확장 소식도 홍보해보고, 가게 내 키오스크나 메뉴 등도 정돈해주고 이래저래 옆에서 서포트를 해주니 가게도 조금씩 안정화가 됐다. 지금은 지역에서 꽤 안정적인 ‘맛집’으로 들어선 모양인데, 개인적으론 나름의 성공 경험과 친구랑은 일하는게 아니다 라는 약간의 교훈을 얻고 사회로 복귀를 한 경험이다.

그때를 회상하면서 "만약에 내가 친구가 아니었다면?"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내가 과연 논리 정연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해도 설득시킬 수 있었을까?" 분명히 설득 과정에서는 친구로서의 감정적 호소도 섞여있던 그 대화가 닿았기에 망정이지 대표자의 ‘고집’은 그만큼 동업자에게는 조심스럽고도 두려운 것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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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경험이 많은 대표일수록 이 함정에 빠지기 쉽다. 과거의 성공이 새로운 상황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과 상황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유효했던 전략이 오늘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이때 고집은 방향 수정이 아니라, 현실 부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동한다. 점점 더 세게 밀어붙인다. 결국, 작은 실패가 쌓이고,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된다. 그리고 그 실패는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대표의 고집 때문에.”

그렇다면 ‘건강한 고집’과 ‘집착’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핵심은 ‘누구를 위해 이 고집을 부리는가’다. 만약 지금의 고집이 대표 자신의 과거를 증명하거나, 체면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건 위험 신호다. 반면, 팀의 생존과 고객의 성공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길이라면, 그 고집은 지켜야 한다. ‘건강한 고집’은 항상 외부의 소리를 듣는다. 열린 자세로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되, 끝까지 책임지고 결정한다. 반대로 나쁜 고집은 스스로의 틀에 갇혀서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이미 답을 정해두고 그에 맞는 해석만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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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의 고집은 결국 조직의 방향을 결정한다. 팀원들은 대표자의 일관성과 결단력을 믿고 따라간다. 그러나 동시에 대표의 유연성과 학습 능력도 지켜본다. 결국 ‘건강한 고집’이란, 끝까지 자신을 믿되,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함을 동반하는 고집이다. 즉, 시장이 바뀌었음을 감지했을 때, 고객이 등을 돌리고 있음을 알아차렸을 때, 또는 팀이 피로감을 호소할 때, 그 고집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주, 당신은 어떤 고집을 부리고 있는가. 그 고집은 조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는가, 아니면 발목을 잡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고집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오롯이 스스로를 위한 방어막은 아닌가. 조금 두렵더라도, 이 질문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본인을 꺾는 것과 부러지는 건 꽤 다른 뉘앙스를 갖고 있지 않은가.

 

와이앤아처 신사업전략그룹 염재민 책임

 

<본 콘텐츠는 25년 5월 발행된 ‘와이앤아처 뉴스레터 제11호’에 게시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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