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쉬님이 올려주신 타임레프트에 관한 글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어요. 글쓰기라는 주제로 데이팅앱을 만들고 있는 입장인 만큼 또 다른 형태의 소셜 서비스를 써보는 건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앱을 다운로드 받고 바로 모임을 신청해서 나가본 내돈내산 타임레프트 후기를 들려드립니다.
직관적이고 단순한 앱
타임레프트 앱은 매우 직관적이고 단순했습니다. 가입해서 간단한 성향 테스트를 하고 나열되어 있는 날짜 중에 저녁식사가 가능한 날짜와 위치를 정하면 끝입니다. 여기까지 진행하면 만남 당일이 되기 전까지는 딱히 앱에 접속할 일이 없어요. 누가 참여하는지도 알 수 없고 심지어 식당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모임 당일 오전이 되면 앱에서 모임이 진행될 식당을 알려주고 간단한 질문지를 제공해 줍니다. 일종의 아이스브레이킹용 질문인데 아주 가벼운 것부터 생각보다 깊은 질문까지 다양했어요. 저희 모임에서는 딱히 질문지를 활용하진 않았네요.
통제되지 않는 요소들
타임레프트가 핫한 이유인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맞지 않는다고 여겼던 것은 너무 많은 요소들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소위 ‘복불복’인 요소가 너무 많았어요.
➀ 만남 장소
만남 장소인 식당은 상, 중, 하의 식비 기준에 맞춰 내가 선택한 금액대에 랜덤으로 배정됩니다. 제가 방문했던 식당은 적당히 힙한 캐주얼 음식점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다면 굳이 찾아갈 것 같진 않았어요. 음식이나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럽지도 않았습니다.
➁ 인원 구성
인원 구성 역시 당연하게도 랜덤입니다. 성비는 물론이고 각자의 직무나 성향이 완전히 랜덤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잘 맞는 사람들이 모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아닌 경우도 다반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앱에 가입할 때 했던 성향테스트는 매우 간단했을 뿐 아니라 개수도 많지 않아서 케미가 맞는 사람들을 모으기엔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모임은 성비가 한쪽으로 쏠려있었고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진 않아서 이 시간 자체가 아주 유익하거나 즐거웠다는 기분이 들진 않았어요.
➂ 규칙 부재
이것도 일종의 통제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느꼈는데요.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모임을 진행하는 사람이 부재하고 불참자에 대한 불이익이 없다 보니 참여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스타일에 너무 많은 것들이 좌우된다고 느꼈습니다. 실제 제가 참여했던 모임에도 별도의 언급 없이 불참자가 있었고요. 타임레프트를 통해 오프라인 모임을 경험하지만 정작 타임레프트는 ‘모아는 줄 테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외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해 부족
현재 타임레프트 서울 모임지는 강남/성수, 홍대/합정, 종로/종각, 여의도/영등포, 용산/이태원에 있는데, 7시에 각 스팟에서 저녁식사 모임이 끝나면 8시부터 그날 서울 각지에서 타임레프트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얘기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마련됩니다. 저는 모임 장소가 잡히는 걸 보고 타임레프트가 서울이라는 도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케미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이 마지막 타임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나름의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8시가 되어서 모임 장소를 확인해 보니 역삼 딱 한 곳에 장소가 잡혀있더라고요. 그나마도 선착순 10명에게만 무료 드링크가 제공된다고 써있었어요.
종각이나 합정에서 평일 8시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할 직장인들이 역삼까지 이동한다? 저는 타임레프트의 운영진들이 서울에서 일해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식으로 동선과 장소를 선택했을 리가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조금 과하게는 ‘선착순’ 10명에게 주어지는 무료 드링크가 일종의 기만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어요.
목적에 따라 완전히 다른 효용감
결론적으로 타임레프트는 사용하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완전히 다른 효용감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팅 서비스의 대체제로서 타임레프트를 이용하는 고객은 효용감을 느끼기 쉽지 않을 겁니다. 만나는 사람의 성별과 성향이 너무 랜덤하고 오프라인 공간에 나가서 돈과 시간을 쓰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해야 하니까요.
반면 정말 순수하게 내가 평소에 만나기 힘든 낯선 사람들과 짧게나마 대화하고 교류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타임레프트는 충분히 매력적인 서비스입니다. 물론 8시에 시작되는 모임에 참여하려면 누군가는 엄청난 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실사용 Tip
모임이 끝나면 앱에서 오늘 만났던 사람 중에 다시 만나고 싶은 의향이 있는 사람을 선택하게 합니다. 모임에 나가시면 꼭 앱에 등록해둔 닉네임으로 소개를 진행하세요. 아니면 누가 누구였는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