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난생처음으로 150명 규모 컨퍼런스를 진행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150명 규모 컨퍼런스 40일 만에 만들기' (1) 기획 편이 궁금하시다면 (링크)
작은 실패와 작은 성공들을 거두며 배운 것이 참 많아,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꼭 글로 남겨놔야겠다고 생각해서 이전 후기글을 작성했었는데요, 곧이어 (2)홍보 편을 작성하겠다는 결심이 무안할 정도로 늦은 지금에서야 글을 올립니다. 현생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 또한 핑계
(2) 홍보 편은 아래와 같이 작성했습니다 :
- 행사 이름 정하기
- 4가지 홍보 액션들과 크고 작은 성패들
- 링크드인 광고
- 커뮤니티 파트너십
- 지인 추천
- 오프라인 홍보
- D-DAY + 회고
추후 낯선 환경에서, 특히 샌프란시스코에서 행사를 운영하고 커뮤니티를 빌딩하실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구구절절 경험들을 공유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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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여기 무서운 동네구나
우선 실리콘밸리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스타트업/테크 관련 행사가 많은 곳입니다. 요즘에 가장 잘 나간다는 이벤트 호스팅 플랫폼 Luma에서 '샌프란시스코' 캘린더를 구독하면 그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인기 행사를 몰아볼 수 있는데요 - 보시다시피 매일 동시간대에 AI 스타트업 피칭 나잇, 해피아워, 해커톤 등이 열리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처음 실리콘밸리에 가서 사귀었던 친구가 해줬던 말이 가장 정확했던 것 같습니다 - '여기는 이벤트가 너무 많아서, 허수도 너무 많다. 무턱대고 아무 데나 가봤자 얻는 것도 없고,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진짜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는 아무도 모르는 행사다.'
그만큼 노이즈도 심하고, 경쟁도 치열한 환경인 것이죠.
그런 치열한 환경 속에서 저는 아주 순진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쩌는 라인업* 이 있는데 안 올 수가 있다고?
*당시 확정 연사 : 기업가치 약 1조 1천억의 슈퍼휴먼 창업자 Rahul Vohra / 삼성, 트위터, BMW 등 26,000개 이상의 고객사를 보유한 Product Analytics 툴 믹스패널 CEO Amir Movafaghi / 실리콘밸리 PM들의 우상이자 DoorDash의 Senior Director of PM, Mick Johnson 등)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혹할 수밖에 없는 라인업을 완성했으니, 세상에 잘 선보이기만 하면 짧은 기간이더라도 100명은 거뜬히 모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랜딩 페이지 오픈 첫날 (6월 29일, 행사 D-19), EO 글로벌 공식 링크드인과 태용님의 페이스북에 행사 소식을 알렸으나, 딱 1건의 결제가 발생했습니다. 다음날, EO 글로벌 뉴스레터 구독자 약 300명에게 메일을 보냈으나 또 딱 1건의 결제가 늘었습니다. 이후 30만 원에 가까운 광고비를 링크드인에서 집행하며 유입을 늘렸지만,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7월 4일은 미국에서 가장 큰 공휴일 중 하나인 독립기념일이니까! 연휴 기간이 끝나면 결제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 예상마저 빗나갔습니다. 망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체감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행사 일을 목전에 둔 채 어떻게든 100명을 채워야 한다는 특명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약 20일간의 홍보 기간 동안 일자별로 몇 명이 결제했는지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유입 경로의 비율을 알아보기 위해 지인 추천 / 링크드인 / EO 유튜브 / 외부 커뮤니티 / 루마(이벤트 호스팅 플랫폼)에 따라 컬러 코딩을 해보았습니다. 아주 조금씩 참가자가 늘다가 7월 11일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다양한 운과 노력,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일궈낸 이 그래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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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 짓기
우선 시작하기 전에 컨퍼런스 브랜딩에 대한 언급을 간단히 해보겠습니다. 컨퍼런스 이름은 <Crush-It Conference 2024> 였고, 부제는 'Redefining Productivity in the face of AI'였습니다.
Crush-It이라는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1) 행사 주제와 직관적으로 연결되고 (2) 어감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Productivity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행사이긴 하지만, 영 컨퍼런스 이름으로 짓자니 참 길고 흔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이름들을 아이디에이션 해본 결과, 무언가를 끝장나게 해냈을 때 'you crushed-it! 작살냈다!'라고 표현하는 부분을 인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행사도 여름인 7월 중순에 진행하는 만큼, 시원시원하고 유쾌한 감의 제목이 행사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제 'Redefining Productivity in the face of AI'는 말 그대로 AI 시대를 맞아 '생산성'을 다시 정의한다는 뜻인데요. 'Productivity'라는 익숙할 수 있는 개념을 우리가 굳이 지금, 이 행사에 직접 와서! 다뤄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하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AI 시대가 되면서 우리가 새롭게 던져보게 된 질문들을 행사 랜딩 페이지 가장 초반에 넣었죠:
- AI가 모든 것을 자동화해주는 시대에서, '생산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저 '생산'을 넘어서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AI를 레버리지 해야 하는 걸까?
- 더 작은 팀이 더 큰 임팩트를 내기 위해서, 구조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조직 내에서 생산성이 높은 직원으로 인정받고, 대체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행사에 가는 이유는 (1) 가장 최전선의 이야기를 직접 접하고, (2) 같은 관심사의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 그런 의미에서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 중요했고,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자 각별히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랜딩 페이지를 만들면서 크게 2개의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
- 예쁜 랜딩을 만들고 싶어서 무거운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장기적인 이벤트 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멋들어진 랜딩을 만들고 싶었고, 당시 리소스가 남던 팀 내 디자이너분과 협업하여 키비주얼을 도출, 프레이머로 직접 커스텀 도메인에 랜딩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실제로 랜딩은 무척 예뻤지만, 나중에 제가 직접 랜딩 구조를 바꾸거나 이미지를 바꾸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벤트 랜딩 제작도 제 예상보다 오래 걸려서 소중한 홍보 기간을 잃기도 했고요.
- 가치 제안이 뚜렷한 카피를 뽑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ROI가 확실하지 않은 행사에 굳이 시간과 돈을 쓰지 않겠지요. 이 행사에서는 다른 곳에서 들을 수 없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어필해야 했지만, 말이 참 쉽지... 이 의도를 실제 카피에 녹여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습니다. 이후로도 여러 번, 제가 생각한 가치 제안을 실제로 단어 하나하나에 담는 것에 애를 먹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아주 나중에 든 생각은, 네이밍을 조금 더 길게 풀어도 상관없었겠다 -였습니다. 'Crush-It Conference' 이렇게만 딱 보면 생산성 관련 행사라는 생각이 바로 들지 않기도 하고 (항상 부제와 같이 읽혀야 한다는 단점) 지금 되돌아보니 약간 유치한가 ㅎㅎ 싶기도 하고..
행사 D-1을 맞아 모든 연사들을 한국 음식점에 초대해서 네트워킹 디너를 열었었는데, 당시 연사 한 분이 'Crush-It' 이름 누가 지었냐, 이름 재밌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한 편으로는 독특하다는 말로도 들렸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름이 직관적이지 못했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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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티켓 팔기
홍보 관련해서 제가 한 액션은 크게 4가지입니다.
- 링크드인 광고
- 커뮤니티 파트너십
- 지인 네트워크 활용
- 오프라인 홍보
EO 유튜브 채널에 게시물 올리기, 공식 링크드인 활용하기 등의 방법은 당연히 하는 홍보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1️⃣ 링크드인 광고 -> 처참한 실패
링크드인 광고를 한다면 보다 정확하게 타겟 오디언스에게 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링크드인 프로필에는 'Product Manager' 'Stealth Mode' 등 현재 직업/포지션을 명확하게 기재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특정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에게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광고 라이브러리와 비슷하게 국가와 도시, 연령대 등을 설정할 수도 있고요. 컨퍼런스 주제도 일과 밀접한 Productivity이다 보니, 인스타그램/페이스북보다 훨씬 타겟팅이 잘 되는 플랫폼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링크드인 광고 Customer Success 팀에서 30분 동안 무료로 링크드인 광고 상담을 해준 적이 있습니다. (링크드인 DM으로 연락이 오더군요?) 당시 받아 적었던 노트를 꺼내들고 참고하며 광고 세팅을 했습니다.
- CAC가 낮은 지역과 높은 지역을 합쳐서 광고를 돌리면, 낮은 지역으로 노출이 몰리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못 얻을 수 있다 - 다양한 지역으로 광고를 돌릴 때에는 꼭 캠페인을 나눠서 세팅해라
- 링크드인은 타 플랫폼 보다 비싸다. 충분히 비싼 물품을 팔 때만 + 타겟팅이 명확히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일 때 사용해라 (+ 링크드인에서는 하루 예산 $25 이상 쓸 생각으로 돌려라)
- 영상 기능도 새로 론칭한 만큼 요즘엔 영상을 밀고 있다. 이미지만 쓰지 말고 영상을 활용해 봐라
- 굉장히 짧은 카피 (...see more 이거 눌러보는 사람 거의 없다) + 인물 사진이 들어간 크리에이티브 = 클릭율이 올라감
- 50K - 500K 타겟 사이즈를 추천한다
제가 생각한 광고의 주요 소구 포인트는, 당연히, 연사 라인업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7월 18일에 이 사람을 보러 와라'. 캐러셀 이미지, 무빙 포스터, 메인 포스터를 제작했고, 그 외로도 productivity hack를 소개하는 카드뉴스 콘텐츠 등을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제작해 적지 않은 예산으로 광고를 집행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전환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노출량이 꽤 되었는데도 말이죠. 검색해 보니 CTR 자체가 타 링크드인 광고에 비해 오히려 높은 축에 속했는데도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듯합니다.
이 부분은 저에겐 아직 미스터리입니다. 어떻게 다르게 했어야 할까요? 링크드인 광고 잘 하시는 분들.. 연락 한 번만 주시면.. 큰 도움 될 것 같습니다.
2️⃣ 커뮤니티 파트너십 -> 이거다 이거
광고 성과에서 애를 먹고 있던 중, 실리콘밸리 product manager들에게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Lenny's Slack Community에도 행사 홍보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슬랙은 Lenny's Newsletter를 유료 구독하고 있는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 커뮤니티인데, 규모도 아주 크고 매일 다양한 주제로 전 세계의 프로덕트 빌더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곳입니다. #promote-your-stufff (무엇이든 홍보할 수 있는 채널) #meet-bay-area라는 (로컬 커뮤니티 행사를 공유하는 채널) 이 두 곳에 홍보글을 공유했습니다.
그랬더니 웬걸, 여태껏 했던 모든 광고 / 온드 미디어 홍보보다 유입 및 전환율이 높았습니다.
이후 샌프란에서 진행되는 Lenny's Meetup에도 몇 차례 참여하며 알게 된 것은, '내 타겟 오디언스가 다 여기 있었구나!!' 였습니다 -
달리기를 할 때 유익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벤자민 프랭클린의 연설문을 오디오북으로 듣는다는 PM.. 핸드폰 보면서 둠스크롤링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모든 화면을 흑백으로 바꿔놓았다는 (그럼 화면의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개발자.. 본인이 열어놓은 탭 중에 일부를 알아서 정리해 주는 프로덕티비티 툴을 추천하고 다니던 마케터 등.. 제가 머릿속에 그렸던 '생산성에 미친 사람들'이 모두 여기 모여있는 듯했습니다.
뾰족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인 커뮤니티만큼 최고의 풀은 없겠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죠.
따라서 더욱 적극적으로 이런 커뮤니티들을 모색하고,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AI USER GROUP이 있었습니다.
AI for marketers / for developers / for designers 등의 테마로 주기적인 행사를 진행하는 샌프란 기반 커뮤니티인데요. 저는 예전에 한번 이들의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생각보다 많은 창업가들이 현장을 찾는다는 점 + 매번 다양한 AI 툴을 행사에서 조명하며 실무 적용 사례를 다룬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에 이번 Crush-It Conference 커뮤니티 타겟과도 일치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턱대고 AI USER GROUP의 대표에게 링크드인으로 1촌 신청을 걸며 메시지를 보냈고, 운이 좋게도 그 대표님은 이벤트 담당자와 저를 연결해 주셨습니다. 빠르게 줌콜을 잡아서 제가 진행하고 있는 행사를 소개했고, Cross-promotion을 제안했습니다.
그들이 운영하는 뉴스레터에 우리 행사를 소개해 준다면, EO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AI USER GROUP의 행사들을 소개해 준다는 조건이었죠. AI USER GROUP은 실리콘밸리에서 주로 행사를 열기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에 대한 네트워크가 우리보다 방대했고, 대신 EO는 미국 곳곳에 있는 창업가들이 시청하기 때문에 AI USER GROUP의 시애틀, 텍사스, 뉴욕 이벤트 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해관계가 잘 맞았고, 실질적으로 해야 하는 일의 볼륨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빠르게 실무자와 협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바로 다음 주에 있는 오프라인 행사에서도 행사를 홍보할 기회를 주시기도 했고요.
(너무 긴장한 나머지 60초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랩을 해버린 나 자신..)
이후로도 Aiify, Bay Area Founders Club, CALI (Central Asian Ladies Initiative), SIlicon Valley Chess Club, Women Founders Meetup, SF IRL 등 다양한 현지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아 이벤트를 홍보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할걸!!! 땅을 치고 후회했던 것은 단연 Luma 활용하기였습니다.
'컨퍼런스는 자고로 독자적인 랜딩 페이지가 있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실리콘밸리 초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실리콘밸리의 이벤트 시장은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고, 나 혼자만의 네트워크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곳입니다.
상황을 빠르게 인지하고, '광고 돌리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던져버리고, 친구를 만들고 도움을 구해야 했습니다. 저는 이미 홍보가 어느정도 된 상태에서 랜딩페이지를 루마로 새롭게 개설했기에, 동일한 가격으로 두 링크 모두 사용했습니다 → 프레이머로 만든 랜딩 페이지 (링크) / 루마로 만든 랜딩 페이지 (링크)
…
그 과정에서 한 커뮤니티 리더와 줌콜에서 주고받은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협업에 대한 논의는 마친 상태였고, 이어서 고민 상담을 받고 있던 찰나였는데요. 그는 이벤트 가격 책정, 자원봉사자 모집, 홍보 창구 다양화 등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고, 저는 머리가 떨어져 나갈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옥같은 인사이트를 받아 적고 있었습니다. 제가 "너무너무 고맙다.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하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 "Now you're gonna promote the hell out of all my next events!
앞으로 내가 하는 행사들도 네가 기똥차게 홍보해 주겠지?!"라고 유쾌하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베풀며 누군가를 도와준다면, 그 사람이 성공했을 때 그 은혜를 배로 갚을 것이다 / 먼저 주는 사람이 되어 나에게 우호적인 인맥을 많이 만든다 -라는 마인드가 엿보이는 리액션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도움이 절실했던 저에게는 약간 울컥한 포인트이기도 했고요.
아, 지난 며칠간 나는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고 모든 일이 힘에 부쳐서 지쳐있었는데, 누군가는 미래의 나로부터 도움받을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래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정신 차리고 성공이나 하자-
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정말 모두가 알았으면 해서..) Luma에 관하여 조금 더 말하자면 -
저는 Luma가 이벤트 랜딩 페이지를 쉽게 만들고 RSVP 관리를 도와주는 툴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번에 써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홍보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 우선 Bay Area Founders Club, Gen AI Calendar, SF 등 공유 캘린더에 나의 이벤트를 등록할 수 있고 (외부 링크도 올릴 수 있지만 luma에서 생성한 이벤트여야 썸네일도 정상적으로 노출됩니다),
정말 적극적인 파트너를 만난다면 그들을 내 이벤트의 공동 호스트/contributor로 지정하여 그들이 자신의 캘린더 구독자들에게 내 이벤트를 홍보하는 blast를 보내줄 수도 있습니다. - 내 행사에 등록했던 사람들은 모두 내 캘린더의 구독자로 전환됩니다 (그들이 구독 취소를 누르지 않는 한). 작은 이벤트라도 꾸준하게 루마에서 호스팅 한다면 자연스럽게 이메일 리스트가 축적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죠.
- Partiful이라는 이벤트 앱도 있는데, 요건 조금 더 개인이 주최하는 파티 용으로 사용되고, luma는 조금 더 오피셜 한 행사에 활용되는듯합니다. 언제나 예외는 있지만요. 꼭 Luma가 아니더라도, 타인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이벤트 호스팅 플랫폼은 비교적 작은 영향력을 가진 나에게 큰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커뮤니티 파트너십에 몰두했더니 티켓 판매율이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Luma를 통해서 외부 커뮤니티의 멤버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커뮤니티 파트너들에게 나눠준 할인 코드도 활발히 쓰였지만 정가에 구매를 하는 사람들도 증가했습니다. 행사 D-5 을 기점으로 행사장이 파리 날릴 일은 없겠다는 안심을 할 수 있었고, 이후로는 아예 링크드인 광고는 꺼버리고 지인 reach-out과 오프라인 홍보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알림이 울릴 때마다 큰 동기부여를 얻으며.. 어디서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전환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죠.
3️⃣ 지인 홍보 -> 감사하며 삽시다 베풀며 삽시다
이번 컨퍼런스를 준비하며, 스스로가 참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무엇을 부탁하는 입장에 놓이고, 잘 몰라서 거듭 질문하고,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을 마주하다 보니 기가 많이 죽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행사들이 매일매일 일어나는 곳에서, 내가 하는 이 행사도 그저 그런 one of them 이 되는 것 아닐까?
한국에서 이벤트를 했다면 이오팀 전원이 행사 당일 서포트를 와주셨을 것이고, 촬영팀도 익숙한 팀과 협업했을 텐데.. 지구 반대편에서 혼자 낑낑대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웃프구나..
왜 나는 작년 12월부터 팔로알토를 오가며 출장을 나와있었는데, 그동안 더 많은 행사를 하며 현지 커뮤니티를 구축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이제 와서 보니 아는 사람이 너무 없잖아?
그리고 이런 외로움을 떨쳐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인분들의 도움이었습니다.
우선 한인 커뮤니티의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SVK(Silicon Valley Koreans) 커뮤니티, 각종 한인 단톡방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은 물론이고, 이전에 팔로알토 이오하우스에 놀러 오셨던 지인분들께도 홍보를 요청드렸습니다. 평소에 EO를 응원해 주시던 많은 한인분들이 각자 회사 슬랙, 친구 그룹 등에 행사 홍보글을 공유해 주셨고, 정말 많은 레퍼럴 코드가 한인 커뮤니티로부터 등록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개발자 20명한테 뿌려볼게요!”
“매니저한테 허락 받고 회사 슬랙에 올렸어!”
도움 하나 하나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뜻 나서서 행사를 홍보해준 많은 분들께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현지 대학교 커뮤니티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실리콘밸리 부근에는 UC Berkeley, Stanford, Minerva University 등 다양한 학교들이 있는데요. 예전에 커피챗을 몇 차례 했던 학생분들이 떠올라 연락을 취했고, 그들을 통해 홍보글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미네르바 대학교 학생 7명은 행사 당일 자원봉사자로도 모집할 수 있었죠. (사람들은 이오 팀이 엄청 큰 줄 알았다는 소문이..)
혼자 하고 있다는 생각은 단단한 착각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없이는 불가했을 것들이 많습니다.
4️⃣ 오프라인 홍보 -> 처절했지만.. 효과는 있었죠?
할애한 시간은 가장 적지만 어쩌면 가장 힘들었던 홍보는 오프라인 홍보였습니다. 이미 온라인 광고는 penetration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 즈음, 행사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참가자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었기에 오프라인 홍보는 사렸을 수도 있지만, 첫 행사다 보니 노쇼율이 걱정되기도 했고, 당시 제 심리상태는 직접 발로 뛰며 홍보를 해야 불안감이 가실 것 같았습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저의 짝꿍이 되어 함께 오프라인 홍보 / 행사 운영을 도와준 Kaori라는 분이 계셨는데요. 미국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한 지 5년 정도 된 일본인이시고, 일본에서 창업가를 인터뷰하는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팔로알토 이오하우스에 잠시 방문하셨다가 Crush-It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드렸고, 마침 일을 쉬고 있던 Kaori는 이오하우스에서 숙박을 제공해 주면 본인이 풀타임으로 이벤트 준비를 돕고 싶다고 제안을 했죠. 실제로 이벤트를 준비하는 데에는 손이 많이 필요하기에 Kaori와 함께 일을 해보기로 했고, 주로 자원봉사자 모집, 오프라인 홍보 위주로 협업했습니다.
Kaori와 저는 행사장에 직접 QR코드를 프린트한 리플릿을 프린트해가서 나눠주기도 하고, 링크드인에서 서로 샤라웃을 해주는 등 온/오프라인 홍보 창구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너무너무 피곤한 날에도 타겟팅이 잘 된 행사가 있다면 왕복 2시간 운전을 해서 샌프란에 있는 밋업에 참가했고,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어떻게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당장 다음 주에 있는 내 행사를 소개하며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식사 시간을 아껴가며 하루에 2탕, 3탕씩 이벤트를 방문하기도 하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모든 외향적 에너지를 동원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ROI가 나오지 않았다면 당장 그만뒀겠지만, 생각보다 행사에서 만난 사람들이 티켓을 구매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고, 행사 전날까지도 이벤트 운영에 대한 다양한 레퍼런스를 수집할 수 있었기에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같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Kaori라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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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DAY + 회고
그렇게 우리는 총 178명의 참가자를 모았고, 당일에는 약 150명의 참가자가 현장을 찾았습니다.
스크린 위에 숫자로만 보여지던 참가자들을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니 기분이 정말 묘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실제로 우리가 모았다니.”
EO를 아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행사를 킥오프 하며 EO를 소개하던 순간,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데뷔 전을 치르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우리는 이미 지난 2년간 실리콘밸리 최고들을 인터뷰하며 영상을 내보내고 있었고, 도합 구독자가 100만이 넘는 어엿한 글로벌 미디어가 되어 있었지만, 샌프란시스코 도심 한복판에서 그 무대 위에 서는 순간은 또 다른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오프라인의 힘이 이런 것이겠죠.
실제로 우리 채널의 영상을 좋아하는 해외 팬들을 한 군데 모으고, 그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줬다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예전부터 연락을 해오던 스폰서들, 링크드인 커넥션들을 행사로 초대해 직접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고, 협업하고 싶었지만 연락할 방도가 없었던 액셀러레이터의 매니징 파트너 분을 만나게 되어 이후 커피챗으로 기회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로컬 커뮤니티를 형성하자는 초기 목표에 상응하는 스타트를 끊고, 현지의 다양한 창업가/테크 업계 종사자들을 모아 그들에게 EO를 각인시켰다는 사실이 뿌듯했습니다.
…
7명의 자원봉사자가 현장 운영을 도왔고,
태용님이 직접 카메라를 잡고 촬영을 진행하셨으며,
사람들은 앞자리부터 사수하여 하루 종일 세션을 들었습니다.
모든 연사분들은 시간 안에 도착하여 베테랑답게 이야기를 나눠주셨고,
저의 첫 오프라인 모더레이팅도 예상보다 매끄럽게 진행되었습니다.
점심 케이터링으로 준비한 김치볶음밥과 닭강정에 찬사가 이어졌고,
오디오 이슈, 자리 부족 이슈 등이 있었지만 큰 사고 없이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행사날은 당일 오전부터 쉽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일부러 훨씬 일찍 하우스에서 출발했지만, 그날따라 길을 잘못 들어 두 번이나 잘못된 주소로 가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액땜이었다..) 정신 없이 촬영 장비를 챙기다보니 C스탠드 하나를 빼먹고 가기도 했고요. 나름 차려 입고자 블레이저를 챙겨갔지만,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숨이 차서 하루종일 긴팔은 쳐다도 볼 수 없었습니다. 긴장한 탓에 점심도 먹지 않았죠. 1시간이 10분 같으면서도 5시간처럼 느껴졌지만, 다행히 모든 세션은 뚝딱 뚝딱 착실하게 예정대로 진행되었습니다.
뒷정리를 모두 마친 후 이오하우스로 돌아가며, 마지막까지 뒷정리를 도와준 친구들을 초대해 소소하게 뒷풀이를 했습니다 - 그제서야 행사가 무사히 끝난 것이 실감이 나고, 요소를 하나 하나 되짚어 가며 함께 회고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 좋았고, 어디가 삐걱거렸고, 이건 참 다행이었고, 생각보다 이랬구나. 다음에 할 땐 이래야겠다, 저래야겠다.. 행사가 끝난 것도 잠시, 다음엔 어떻게 다르게 할지부터 생각이 나는 것이, 새삼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0일간 컨퍼런스를 준비하며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도 많았지만, 결국 이오팀의 변치 않는 응원과 믿음 덕분에 행사 당일까지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EO는 놀라울 정도로 개인에게 많은 자유와 책임을 주고, 각자가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오너십을 발휘하며 일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요. 가끔 버거운 것 같기도
특히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매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던 이번 프로젝트는 저에게 크나큰 성장과 발견의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배움은 처절하게 홍보하는 과정에서 왔습니다. 세상에서 -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 혼자 살아남는 방법은 없다는 것. 먼저 베풀고, 감사함을 잃지 않고, 내 영향력을 꾸준히 키우면서 Ally를 얻어야 한다는 것. 쪼그라든 자아를 쫙쫙 펼치고, 당차게 show up 하는 사람이 되는 수 밖에 없다는 것. 부족하면 경험치부터 때려 박으며 배우면 된다는 것.
물론 이제 시작이지만, 그 시작이 괜찮았기에 기쁩니다. 조금 더 작게 해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또 나도 모르게 일을 크게 벌려버렸구나 - 싶어서 헛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스스로가 초래한 재앙을 수습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살았다고나 할까요. 실패한 내용도 많고, 원인을 찾지 못한 문제도 많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이 고생의 기록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도전들을 해나갈 이오팀에게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리면서 긴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링트인에서 전환이 일어나지 않은 건 왜 그랬을까요 정말.
- 지역 타겟팅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 .. 실밸 사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 Luma 랜딩페이지를 개선했어야 할 가능성 .. 링트인 광고 CTR은 높았으나, 랜딩이 아마도 루마였겠죠? 그러면 루마 랜딩페이지가 여러가지 디자인 특성상 또는 후킹 포인트가 잘 드러나지 않아서, 루마에서 전환이 안 일어났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슬랙 커뮤니티에서 전환된 사람들은 슬랙 소개 문구에서 이미 전환되었으니까 말이죠
- 링트인 채널 자체의 피로감? 한국에서도 그러한데 실밸은 오죽하겠어요. 링트인 채널이 전환율이 어떤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피로감이 쌓인 상태일 거 같아요. 온라인인가 하면서 눌러본 사람들은 많지만 오프라인 행사라서 안 간 사람들도 있을 거고요.
- 지역 타겟팅 -> 요건 광고 세팅에서 페이스북과 동일하게 세팅 가능해서, San Francisco Bay Area, Palo Alto, East Bay, Mountain View, San Mateo 등 타운 이름으로 세팅을 했었는데 이상하네요 흑.
- 랜딩 개선 필요성도 공감합니다. 사실 루마 활용하기 전에 주로 사용하던 자체 랜딩페이지는 디자인적으로 조금 더 위계가 잘 잡혀있기는 했었는데,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뾰족한 카피를 뽑아내지 못한 것이 낮은 전환율로 이어졌을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 채널 자체의 피로감도 말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드는 생각은,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최적화 하지 못한 문제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돌아가서 다시 보니 연사들을 흑백으로 만들어놓은게 좀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고, 실리콘밸리 다른 컨퍼런스들의 톡톡 튀는 느낌들이 많이 죽어있는 것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