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선정 #MVP검증 #마인드셋 #기타
전 세계 4억명이 쓰는 노트앱 ‘에버노트’를 만들고 깨달은 것

[아티클 한 눈에 보기]

1.소련 난민 소년이 컴퓨터를 만나면 생기는 일
2.연쇄 창업과 성공적인 매각 후 운명처럼 만난 에버노트
3.에버노트의 탄생 : 잘 나가는 프로덕트는 이게 다르다
4.에버노트에서 배운 프로덕트 철학 : 중립에 서지 말라
5.“줌 있는데 굳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제품개발론
6.“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

 

※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질문 및 답변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소련 난민 소년이 컴퓨터를 만나면 생기는 일

 

Q.안녕하세요. 먼저 독자 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필 리빈(Phil Libin)입니다. 올터틀즈(All Turtles)와 으흠(mmhmm)의 공동창업자이자 CEO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5번째 스타트업 창업을 한 겁니다. 제 대표적인 창업 사례는 에버노트일 겁니다. 중간중간 여러 해 벤처 투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Q.연쇄창업가이자 프로덕트 가이로 유명하세요. 처음부터 스타트업이나 창업에 관심을 가지셨던 걸까요?

창업할 마음은 별로 없었어요. 물론 컴퓨터를 배우면서 무언가 만드는 데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회사를 차리거나 사업가가 되는 건 고려하지 않았죠. 저는 항상 직장을 구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변호사나 의사, 혹은 엔지니어가 될 줄 알았습니다. 부모님께서 그걸 기대하셨을 거예요.

저는 1979년쯤 소련에서 미국으로 부모님과 함께 난민으로 왔습니다. 80년대 뉴욕 브롱스에서 자랐고요. 꽤 위험한 동네였어요. 전 주로 집에 있었죠. 부모님께 컴퓨터를 사달라고 애걸복걸 했어요. 그래서 첫 컴퓨터를 선물 받은, 그런 아이일 뿐이었죠. 아마 아타리 800 엑셀 컴퓨터였던 것 같아요.

 

 

수 년간 집 안에 주로 있으면서 컴퓨터에 매달렸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게시판에 접속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물론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긴 전이었지만, 여전히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이 때 처음으로 프로그래머로서 내가 뭘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그냥 생각하고 행동을 취하면 그게 현실이 돼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죠. 세상에 있다면 좋겠다 싶은 제품을 내가 만들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얻었어요. 

 

Q.그럼에도 바로 창업을 하실 생각은 없으셨던 거네요.

창업은 제가 원한 게 아니었어요. 회사를 시작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보긴 어려웠죠. 다만 구직이 쉽지 않았어요. 큰 회사의 엔지니어가 되는 것보단 무언가 직접 시작하는 게 더 쉬울 듯했어요. 물론 이렇게 긍정적으로 사고를 바꾸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어요. 10년쯤? 여러 고배를 마신 끝에 첫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연쇄 창업과 성공적인 매각 후 운명처럼 만난 에버노트

 

Q.처음 창업한 회사는 어떤 곳이었나요?

처음 설립한 회사는 ‘엔진파이브’였습니다. 1997년에 차렸어요. 첫 닷컴 버블의 한가운데 있었죠. 다들 ‘닷컴이 어쩌고저쩌고’ 떠들 때였어요. ‘닷컴!’이라고 외치면서 어느 나무를 흔들든 투자자들 후두둑 나타나서 돈을 줄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인터넷에 뭐라도 구현할 방법만 알아낸다면 뭐든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인터넷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쇼핑 카트 기능을 최초로 만들어 내는 데 기여했어요. 매일 16시간씩 매주 일했어요. 주말도, 쉬는 날도 없었습니다. 

 

Q.첫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했다고 들었어요.

첫 회사는 비네트라는 더 큰 회사에 매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어요. 이후 비네트에서 2년간 머물렀다가 2번째 회사를 차렸습니다. ‘코어스트리트’라는 보안회사였어요. 정부와 은행을 대상으로 대형 보안 솔루션을 판매했습니다.

 

Q.첫 창업과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에 도전하셨군요.

엔진파이브에서 배운 교훈이 있어요. 당시 비즈니스 모델이 기본적으로 컨설팅업이었다는 겁니다. 이런 사업은 별로(suck)라는 걸 배웠습니다. 그렇게도 돈을 많이 벌 순 있지만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건 아니죠. 일을 안 하면 돈이 끊깁니다.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Q.그렇다면 두 번째 창업은 어땠나요?

정말… 겁나 지루한 일이었죠.

 

 

Q.앗 왜죠?!

아무도 안 좋아할 법한 영역의 제품이었다는 게 함정이었어요. 아무도 좋아하지도, 흥분하지도 않았죠. 아침에 일어나서 이렇게 신나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새로운 공무원용 스마트카드가 나왔습니다!’

그런 일을 하는 그 사람이 바로 저였던 겁니다. 슬픈 일이죠. 코어스트리트를 통해 배운 건,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게 컨설팅보단 좋지만 충분하진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제품이 우리 자신을 위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프로덕트를 만드는) 우리가 정부나 은행은 아니잖아요. 점점 이런 말을 듣는 게 지겨워지더라고요.

“필, 명심해. 당신이 핵심 고객은 아니라는 걸.”

 

Q.프로덕트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크게 느끼셨네요.

첫 두 회사 모두 다른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든 셈이에요. 소매점, 은행, 정부를 위한 프로덕트를 만들었으니까요. 그래서 항상 그 고객이 뭘 원하는지 생각해야만 했어요. 

게다가 정부 기관에 솔루션을 판매하려면 계약을 준비하는 데만 1년이 걸렸어요. 결국 두 번째 사업을 6~7년 정도 운영하다가 다른 곳에 매각하고 에버노트를 설립했습니다.

 

Q.에버노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두 번째 회사를 매각한 직후 다음 행보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고객이 뭘 원하는지 생각하기보단 우리 자신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었고요. 

마침 (다른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스테판 파치코프와 힘을 합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과학자이자 사업가였어요. 저와 스테판 둘 다 뇌 밖에 있는 또 다른 뇌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인지 보조 도구라고 불렀죠. 에버노트는 서로 다른 두 회사가 2007년 합병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에버노트의 탄생 : 잘 나가는 프로덕트는 이렇게 다르다
 

Q.인지 보조 도구? 정확히 그게 무엇일까요?

아마도 테크 씬에서는 오래된 아이디어 중 하나일 겁니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더 생산적일 수 있도록, 무언가 잘 기억할 수 있게 도우려 했어요. 이 자체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었어요.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원래 독창적이지 않죠.) 실행력이 관건인데, 에버노트 팀은 이 지점에서 탁월 했습니다.

당시 스티브 잡스가 앱스토어 출시를 예고한 시점이었어요. 에버노트가 앱스토어가 나오자마자 등장한 앱이 되길 바랐어요. 에버노트는 확실히 생산성 분야에서 무조건 다운로드 받고 보는 앱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하지만 2007~2009년에 수많은 기업이 앱스토어에 진출했어요. 메모앱은 이미 많았습니다. 무료 메모앱도 있었죠. 무한 경쟁이었습니다. 에버노트는 그들보다 더 나아지려고, 그냥이 아니라 탁월한 방식으로 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프로덕트가 성공하려면 ‘다른 게 별로여도 이거 하난 죽여주네’ 싶은, ‘날카로운 뛰어남’이 있어야 하잖아요.

 


 

Q.에버노트의 탁월한 점은 무엇이었나요?

에버노트는 두 가지에 뛰어났습니다. 일단, 처음으로 백그라운드 동기화를 도입했습니다. 지금은 이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그 당시에는 컴퓨터에서 어떤 문서 작업을 했는데 스마트폰을 봤더니 컴퓨터에 입력한 게 그대로 이미 보여지는 게 엄청난 기술이었어요. 기기간 파일 동기화 작업을 하려면 FTP* 서버 셋업을 심도있게 설정해야 했죠.

*FTP(파일 전송 프로토콜, File Transfer Protocol) : TCP/IP 네트워크상의 장치가 파일을 전송할 때 사용하는 규칙

반대로 (동기화가 안 될 때는) 항상 유저 스스로 특정 정보가 어디에 있었는지 생각해내야 했어요. (그들에게) 에버노트는 그냥 마법이었습니다. 스무스하게 잘 작동했으니까요.

에버노트가 탁월했던 또 다른 하나는 이미지 검색을 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명함이나 표지판 사진을 찍고 에버노트에 입력해두면 이미지 내용을 검색할 수 있었어요. 이 두 가지는 에버노트를 아주 독창적이고 돋보이게 해줬습니다. 최고의 생산성 도구가 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고군분투 했어요.

 

 

Q.덕분에 어마어마한 성장이 가능했군요.

에버노트를 떠났을 때쯤 4억 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급속도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그러하듯 아침에 눈 뜨자마자 끊임없이 어려운 과제가 쌓여있었어요. 쉬운 일은 거의 없다시피하죠. 

일례로, 초기에는 우리 자신을 위해 제품을 만든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에요. 어떻게 제품을 발전시킬지 스스로 알고 있으니 프로덕트에 어떤 변화를 줄 때마다 더 나아지는 것, 나빠지는 걸 파악할 수 있어요.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죠. 

하지만 나중에는 그 이점이 큰 어려움이 됐어요. 새로운 유형의 유저를 고려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점점 어려워졌거든요. (초기에 했던 것처럼) 매니악한 유저를 위한 제품을 만들던,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급속도로 성장하는) 2년간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지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에게 유용하게 쓰임받고자 부단히 노력했어요.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 성장해야 했으니까요.

 


 

에버노트에서 배운 프로덕트 철학 : 중립에 서지 말라
 

Q.에버노트에서 배운 교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품의 관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 

 

Q.관점을 명확히 한다?

끝내주게 훌륭한 제품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뚜렷한 의견과 견해가 있습니다. 그런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써야 하는지, 어떻게 구조화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요. 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중립적인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면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에버노트에서 우리의 철학을 명확히 하고자 했어요. 매우 정돈된 제품을 제공하려 했고, 어떤 고객집단의 편에 설 것인지 말이죠. 

 

 

Q.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특히 비즈니스 문제에서 이런 관점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대부분 유저들은 에버노트를 직장에서 사용합니다. 이때 우리가 직원의 편인지, 회사 쪽인지 확실히 해둬야 했어요. 회사는 보통 우리에게 돈을 주지만 직원들은 제품을 쓰는 입장이었어요. 이 이해관계가 갈릴 때가 있어요. 이 프로덕트가 누구 편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양쪽 사이에서 갈등이 있을 때마다 항상 에버노트는 항상 유저, 사람의 편에 서려 했습니다. 설령 그들이 돈을 주는 쪽이 아니더라도, 회사가 돈을 주는 것이라도요. 

그게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 항상 강력한 견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프로덕트에 그런 철학과 견해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모두를 위한 제품을 만들지 말자, 중립을 지키려 하지 말자.

 

Q.돈을 회사가 지불하더라도 유저의 편에 선다… 인상깊네요!

(이런 철학을 담은 프로덕트) 덕분에 우리 팀은 생산성 카테고리를 다시 멋지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전까지 생산성 제품들은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잖아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떠올려 보세요.  이렇게 생산성 앱이 근사한 것으로 여겨지는 현재 세대를 적어도 에버노트가 일정 부분 도맡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유저 중심의 프로덕트를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들어선 안 됩니다. 적어도 처음 시작할 때는 당신은 당신이 만들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전문가여야 해요.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도우려는 이들, 혹은 그들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분야에서 회사를 차리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가장 먼저 할일은 당신이 이미 세계 최고의 전문가인 분야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유저를 파악해야 하는) 그 단계를 완전히 건너뛰는 거죠. 사람들이 이 제품을 정말 원할지 자꾸만 의아해 한다면 유저에 대해 잘 모른다는 뜻이에요. 심플하게 생각해서, 이미 알고 있는 지점부터 건드리면 좀 더 수월해집니다. 

 

Q.프로덕트를 만들고 있거나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 있다면?

스타트업에 몸담은 25년 동안 한 번도 싫다는 사람 데려다가 긍정적으로 바꾸려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항상 ‘긍정’을 ‘더 긍정’으로 만들었죠. 

모든 성공적인 제품이나 회사는 사람들의 행동을 어떤 식으로든 바꿔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때 모든 사람에게 행동을 바꾸라고 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한 만큼의 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우리 방식에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하지 않는 이유에요. 이미 우리의 접근법을 긍정하는,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는 기왕이면 (그렇게 긍정하는 사람들의 모여있는) 거기에 에너지를 쓰고 싶더라고요. 반대하는 사람을 찾아서 마음을 바꾸려는 것보다 이미 좋아할 만한 유저를 찾아서 그들을 흥분시키는 데에 에너지를 쓰는 게 훨씬 낫다고 봐요. 이렇게 누군가의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그건 과제가 아니라 큰, 가장 중요한 기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줌이 있는데 굳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제품개발론
 

Q.에버노트 이후 벤처 투자를 하다가 으흠(mmhmm)이라는 서비스로 다시 창업에 도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현재 mmhmm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입니다. mmhmm은 화상회의 서비스에요. 마치 초능력처럼 더 탁월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하는 프로덕트입니다. 물론 줌(Zoom)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좀 질리는 감이 있어요. 그에 비해 mmhmm은 덜 피곤하게, 더 에너지 넘치게 화상으로 소통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Q.말씀하신대로 줌이 널리 쓰이고 있는데, 새로운 화상회의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본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반쯤 장난으로 시작했어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 활용하는 방법론이 하나 있는데요. 아주 간단합니다. 저는 이걸 ‘2주+2주’(Two week + Two week) 방법이라고 부릅니다.

일단 첫 2주간 제가 하는 모든 걸 세세하게 관찰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 닦고 커피를 마시는 것까지 모든 걸요. 오픈마인드로 모든 걸 관찰하죠. 그러면서 그동안 관찰한 내 행동 중 여러 번 반복했던 걸 찾아냅니다. 이 중에서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을 지목하죠. 이미 하고 있지만 그닥 좋아하진 않는 걸로요.

 

Q.남은 2주 동안에는 어떤 걸 하나요?

2주간 아이템 리스트를 만들었으니 그 다음 2주 동안은 주변을 관찰합니다. 목표 시장 혹은 고객이 될 만한 사람들을 살펴봐요. 저 자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하죠. 그들이 하는 웬만한 걸 다 보면서 그들이 많이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걸 찾아냅니다. 안 좋은 경험들은 분명히 있어요.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자주 하는 안 좋은 경험 리스트가 생깁니다.

이 리스트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항상 하고 있지만 하기 싫어하는 걸 짚어봐요. 싫어하는 이 경험이 지난 몇년 간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알아보고, 하나를 골라서 훨씬 더 나은 경험으로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거죠. 사업 아이템을 찾는 방법입니다. (이런 방법론으로) 항상 무언가 찾을 수 있습니다. 

 

Q.mmhmm도 이 과정은 거친 걸까요?

mmhmm은 이 테스트를 제대로 통과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3월부터 거의 모든 사무실이 문을 닫고 재택근무에 돌입했어요. 끝없는 화상회의의 연속이었어요. 지루하고 우울했습니다. 2주간 고민했을 때 늘 줌콜을 하면서도 별로 좋아하진 않아하는 걸 발견했어요. 개선할 수 있는지 생각해봤을 때 분명 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그래서 화상회의를 좀 더 유머러스하게 해보려고 비디오를 갖고 놀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캠핑용 녹색 수건을 제 뒤에 걸어서 (그린스크린처럼 만들고) 줌 배경화면에 비디오 이미지가 투사되도록 활용했어요. 줌콜 중에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죠. 

 

 

이렇게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기술적으로도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3년 전이라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컴퓨터 비전 기술이 훨씬 향상됐고, API도 좋은 게 많이 나왔어요. 쓸 수 있는 기술이 많아졌죠. 이 안 좋은 경험을 지금이라면 개선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아봤을때 지금은 말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Q.mmhmm의 MVP* 테스트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고요.

제가 스타트업 지표에 관한 강의를 할 일이 있었어요. 저는 항상 직접 만나서 가르치는 걸 선호해왔지만 코로나 때문에 그럴 순 없었어요. 그래서 화상 강의로 진행해야 했는데, 평소처럼 PPT로 강의하지 말고 지금 만들고 있는 프로토타입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당시 MVP에 가까웠던) mmhmm으로 강의를 진행했죠.

*MVP(최소기능제품, Minimum Viable Product) :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한 제품.

아주 날 것의, 아직 가치가 적은 프로덕트였지만 꽤 매력적이었습니다. 일단 제가 즐거웠고 학생들도 좋아했어요. 호응이 좋았죠. ‘아 이게 진짜 제품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제가 프로덕트에 관해서 자주 의견을 묻는 주변 지인들에게 문자로 의견을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 같은 사람들에게요. 한 번 이 제품을 써보라고 했어요. 다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아 이거 회사로 만들어보세요!’ 그렇게 시작된 겁니다. 

 

Q.이후 투자유치는 어떻게 하셨나요?

일단 4년짜리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 슬라이드 한 장에 4개의 단어를 적었어요. 한 단어에 1년치 계획이 담겨 있었어요. 팀과 투자자들에게 보여준 유일한 발표자료였어요. 

첫 해에는 무언가 시작하는 데에 집중하자고 명시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금을 모으고 팀원을 고용하고 회사를 차려서 세상에 내놓는 단계에 해당하죠. 

두 번째 해에는 시장이 원하는 포인트를 찾는 데 집중하려 했어요. 누군가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제품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자고 설명했습니다. 

고객, 유저와 이야기 해나갈 테니 분명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봤어요. 그들로부터 ‘당신이 굉장한 방식으로 내 삶을 향상시켰다' ‘목적을 달성했다’는 반응을 얻는다면 (알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팀의 규모를 키우기로 결정하기 전에 먼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계획을 세운 겁니다. 

 

Q.그렇다면 3년째 해부터 규모를 키워나가는 단계겠네요.

맞아요. 3년차인 지금(2022년)은 스케일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스케일업의 주요 전략은 제품을 더 단순하게 만드는 겁니다. 기존 제품은 약간 마니아를 위한 것에 가까웠어요. 저 같은 사람을 위한 제품이었죠. 의욕이 넘치는 유저랄까요. 분명 좋았지만 여전히 사용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어요. 훨씬 간단한 웹 버전을 출시했고, 계속 단순화할 겁니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제품을 전달할 수 있는지 측정하며 보낼 겁니다. 4년차가 되는 내년부터는 이익을 내며 자생하는 게 목표에요.

 

Q.2단계, 혹은 3단계에 있는 다른 스타트업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일하면 안 됩니다. 가능한 한 다양한 사람과 일해야 합니다. 나 같은 사람을 고용하는 건 너무 쉬워요. 초기 스타트업에서 자주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아주 빨리, 나와 비슷한 그냥 친구를 고용합니다. 하지만 최대한 그런 방식을 빨리 멈춰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 편협한 회사가 되고 말 겁니다.

모두가 똑같은 외모, 의견, 취향을 가진 조직? 그런 식으로 탁월한 프로덕트를 만들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누굴 좋아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누가 그 일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저는 자기 일을 효과적으로 잘 해내는 사람을 좋아할 따름이에요. 그 외 기준은 편견으로 작용하기 쉽고, 저는 그런 타입의 사람은 아니니까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
 

Q.회사 매각부터 글로벌 프로덕트 경험까지, 성공적인 기업가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성공한 사람은 운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운이 좋았죠. 세상에 저보다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많은 걸요. 

‘운이 좋았다’고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성공하고 나서 ‘난 대접 받을 자격이 있다’고 오해하기 쉽거든요. 헌데 ‘다 내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똑똑해서’라고 여기면 도리어 위험합니다. 반대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비난하게 되니까요.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이죠. 

운이 좋았다는 건 나중에서야 깨닫게 됩니다. 그걸 깨닫고 더 전념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봐요. 분명 그런 기회가 흔한 것은 아니니까요.

 

Q.사업은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있죠. 운을 어떻게… 부를 순 없을까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떻게 하면 행운의 확률이 높아지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결국 품격 있는 친구를 사귀고, 선하고 흥미로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관건이죠. 무언가 근사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걸 접할 가능성이 늘어날 테니까요.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도는 당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함께 있으면 즐겁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것일 겁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법 같은 일이 생길 만한 사람들과 삶을 공유하세요. 반대로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으려는 사람과 시간을 허비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흥분되는 미션에 도전하는 게 진짜 중요합니다. 만약 스스로 별로 관심 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예컨대 광고 기술 소프트웨어는 제게 별로 흥미롭지 않았어요. 세상이 꼭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흥미가 없는 것에서) 단지 돈으로만 사람들을 움직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Q.본인에게 ‘흥미로운 사람’이란 정확히 어떤 사람을 의미하나요?

가치 있는 일을 할 때 동기부여 되는 사람에 흥미를 느낍니다.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해서라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게 급선무겠죠. 

더불어 팀원들이 저마다 자신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야 해요. (항상 그러긴 어렵겠지만) 각자 이 회사의 미션에 본인이 하는 일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도록 말이죠. 주마다, 달마다 혹시 이런 팀원이 있진 않는지 신경 써야 합니다. “2년 동안 이걸 하고 있는데,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 문화가 나로부터 출발해 확립한다면 스스로 강화됩니다. 다른 팀원들로 인해 이 문화가 확장될 수 있어요. (이런 조직문화의) 최초 시작점은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돈에 눈이 멀어서 말도 안 되는 삽질을 하는 것 말고요. 

 

Q.이런 사람들과 일하는 자체도 행운일 수 있겠네요.

물론 열심히 일하기도 했지만, 제 성공의 가장 큰 몫은 훌륭한 친구들, 팀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대부분이 행운(luck)이죠. 그냥 운이 없어서 아직 성공하지 못했을 뿐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운이 좋아서 부를 얻게 된 소수가 아니라)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프로덕트로 기여해야 한다고 보는 겁니다. 

 

Q.본인이 생각하는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에 관해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의사소통의 실패에 주목하고 있어요. 현재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새로 생긴 문제는 아니지만 지금 특히 심각한 문제에요. 다들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으니까요. 의사소통 실패의 문제,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문제가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미션일 겁니다.

헌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통은 늘어났습니다. 의사소통을 크게 3가지 피라미드 층으로 나눠보자면 맨 윗층에 해당하는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줄어든 겁니다. 반면 화상회의, 녹화된 영상 같은 비동기적인 의사소통의 비중이 커졌어요. 즉, 동기적 소통에서 비동기적 소통으로의 큰 전환이 일어난 겁니다. 

다만 (이전까지 해오던 커뮤니케이션에 비해) 비대면 의사소통으로 말미암아 금방 피로감과 지루함을 느끼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심각한 사안을 나눌 때 이런 경험이 소통을 크게 가로막을 수도 있어요. 훌륭한 의사소통자가 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데, 전반적인 의사소통은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Q.’의사소통의 피라미드’가 무엇일까요?

(최상층에 해당하는) 한 공간에서 직접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비용이 많이 들고 스케일업이 어렵지만 특별합니다. 특별한 경험이어야죠. 누군가와 2시간 동안 얘기하면서 ‘지루하다’고 느꼈다? 그만한 비극이 없습니다. 나와 상대의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됩니다. 누구도 그 시간을 되돌릴 순 없어요. 직접 만난다는 건 관계를 형성하는 특별한 의사소통이어야 합니다.

 

 

그 중간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단계가 바로 화상을 통한 동기적인 소통입니다. 실시간으로 화면을 통해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줌이나 mmhmm 같은 제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현재로써는) 화상으로 대화하면서 다양한 다른 미디어(ex : 디자인 시안, 스크린 이미지 등)를 활용해 이것저것 짚어가며 소통하는 방식을 포괄합니다.

헌데 이런 의사소통은 (실시간 소통이 아니고서야) 100% 녹화영상을 통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피라미드의 맨 바닥층에 해당하는 소통 방식입니다.) 무엇을 설명하든 녹화본을 참고하는 게 더 나아요. 언제든 되감기 해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으니까요. 

 

Q.이런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은 미션이군요.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일하는 시간 대부분을 다른 사람과 꼭 동시에 일하진 않게 될 겁니다. 비동기적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게 늘어났어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됐어요. 회사든 고객이든 파트너든 앞으로는 일정 부분 분산된 형태로 일하는 게 이어질 겁니다. 의사소통의 다각화가 불가피하겠죠.

조직들은 커뮤니케이션의 3가지 타입을 모두 갖추게 될 것이라 생각해요. 다르게 조합해서 저마다의 버전을 갖게 되겠죠. 우리가 만드는 프로덕트는 이런 유저의 커뮤니케이션이 각 레벨마다 자연스럽게(seamless) 전환할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동기와 비동기적인 의사소통, 면대면과 비대면을 원활하게 오갈 수 있도록 더 나은 경험을 선사하고자 합니다.

 

 

매주 스타트업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이오레터 구독하기 (클릭)


*본 아티클은 2022년 10월 EO 글로벌 채널에 공개된 인터뷰 영상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에버노트 공동창업자이자 으흠(mmhmm)의 CEO 필 리빈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링크 복사

김지윤 eo · 에디터

이 글을 읽고 당신이 용기를 얻기 바라요.

댓글 1
김지윤 님의 아티클이 eo 뉴스레터에 실렸습니다. 이번 주 이오레터를 확인해보세요!

👉️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eSMFfqjhwY-3LbsKo-luB2V5j4Rq0ck=
추천 아티클
김지윤 eo · 에디터

이 글을 읽고 당신이 용기를 얻기 바라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