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자마자 VC에 취업할 수 있나요?”
10월 2일 열린 <7%런치클럽 오픈 토크쇼>에서 나온 질문이었어요. 이 외에도 ‘대기업에서 VC로 이직하는데 미리 준비해야 할게 있을까요?’ ‘VC로서 갖추면 좋은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지금 VC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등등 VC 커리어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등장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스타트업 여성 VC 모임 ‘7%런치클럽’과 이오스튜디오(이하 EO)가’ 코엑스에서 진행했는데요. 사전 신청자가 1000명을 넘을 정도로 주목받았어요. 오후 2시쯤 400석이 넘는 좌석은 관객들로 꽉 찼고요. 그만큼 스타트업 커리어, 그 중에서도 VC에서 일하는 여성 프로페셔널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행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리뷰하기 전에! 혹시 이번 행사에 대해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을 위해 행사 소개도 살포시 해봅니다ㅎㅎ 이번 행사는 EO에서 7%런치클럽이라는 모임과 함께 오픈 토크쇼 형태로 열게 됐는데요. ‘스타트업, VC, 여성, 커리어’라는 핫한 키워드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답니다. 현장에서 오간 이야기 일부를 정리해서 공유드립니다 :)
*7%런치클럽이란?
2019년 벤처캐피탈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심사역 중 여성의 비율은 7%라고 해요. 7%런치클럽은 이 숫자가 절반이 되는 그 날까지 꾸준히 오래, 서로 응원하며 일하자는 취지로 여성 프로페셔널 9인이 모여 결성한 모임입니다.
*EO 인터뷰 영상 시리즈
알토스벤처스 박희은ㅣ25세 CEO에서 창업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투자자가 되기까지
위벤처스 김소희ㅣ자퇴 1번, 창업 2번, 이직 3번에서 배운 커리어 불확실성을 이겨내는 법
IMM 인베스트먼트 문여정ㅣ국내 최초 의사 출신 투자자가 말하는 일의 즐거움
※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답변을 일정 부분 편집했습니다.
투자 못 해 아쉬웠던 스타트업이 있다면?
Q.일찍 투자해보지 못해 아쉬웠던 케이스가 있나요?
김소영 (스노우 CFO) : 과거 미팅 노트를 찾아보니 토스, 오늘의집을 10년 전에 만났던 기록이 있더라고요. 당시 토스가 첫 론칭을 하던 시점이라 기업가치가 100억도 안 됐던 것으로 기억해요ㅎㅎ ‘되면 대박이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확신을 갖긴 어려웠죠. 그때 말씀하셨던 내용들을 지금은 모두 실현하셨더라고요.
김소희 (위벤처스 상무) : 10년 전쯤 증권플러스와 루닛을 알게 됐어요. 당시 증권플러스의 경우 증권사 소식을 모아준다는 컨셉이었는데, ‘그게 스타트업으로 성장할까’ 회의적인 의견도 분명 있었어요. 그 회사가 현재의 두나무가 됐죠. 어마어마한 기업이 된 거예요.
루닛 또한 카메라를 통해 간판에서 글자를 읽는 기술에서 출발해서 지금은 인공지능으로 의료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이 됐고요.
기술과 좋은 팀이 있다면 10년이라도 때를 기다려 그 때를 만났을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든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혹은 그 타이밍을 팀이 만드는 경우도 있고요.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 그래서 투자가 어려운 듯해요. 이 회사가 어떤 미래를 펼쳐나갈지는 모르니까요.
Q.예상보다 훨씬 잘 풀린 투자 케이스는?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 크림 KREAM 투자할 당시에는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얼마나 클까 생각했는데, 어마어마한 속도로 자랐어요. 다른 영역으로까지 카테고리가 확장했고요.
Q.혹시 너무 일렀던 투자 케이스도 있었나요?
김소영 (스노우 CFO) : 2013년도쯤 GS 내부 신사업으로 스페셜 버티컬 샵을 만들었어요. 엄마들을 위한 샵, 5060을 위한 샵을 만들었죠.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 엄청 빨랐네요.
김소영 (스노우 CFO) : 너무 일렀던 거죠. 당시만 해도 간편결제가 없어서 모바일로 물건 구매하기게 쉽지 않았어요. 지금은 웬만한 사람들이 모바일 쓰는 데에 큰 차이가 없지만요.
Q.스타트업 혹은 신사업 투자를 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보시나요?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 이 섹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역량을 창업자가 갖고 있는지 보는 듯해요. 예컨대 핀테크 회사의 경우 금융 자체가 복잡다단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가 많아서 슈퍼 스마트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한) 렌딧, 토스 창업자 모두 슈퍼 스마트하다고 생각하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어요.
김소희 (위벤처스 상무) : 비전, 리더십에 디테일까지 갖고 계신 창업자들에게 반하게 됩니다. 팀스파르타 같은 포트폴리오 회사의 창업자는 본인 섹터를 잘 알고 KPI를 세워서 하나하나 달성하면서도 한 템포 빠르게 고민하고 본인이 먼저 챙기세요. (그런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볼 때마다) 존경스럽죠.
김소영 (스노우 CFO) : 사실 ‘어떤 남편감이 좋은 남편감이냐’ 같이 어려운 질문이긴 해요 ㅎㅎ
Q.앞으로 어떤 분야를 중요하게 보시나요?
김소영 (스노우 CFO) : 예전에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자주 회자돼도 회사에 직접 적용할 순 없었어요. 아무래도 회사에서 쓰려면 서비스 에러도 안 나야 하고 용량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 등 기준(bar)이 꽤 높잖아요. 예전에는 ‘하면 좋지만 안 되겠네’ 싶던 게 10년쯤 흐른 요즘은 ‘좀만 하면 되겠네’ 싶은 생각이 들어요.
김소희 (위벤처스 상무) : 한국은 콘텐츠 분야에서 선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IP를 갖고 활용하고 결합하는 기업들을 눈여겨 봅니다.
Q.현재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좋지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 실제로 옥석을 가려서 투자하긴 좋을 듯해요.
김소희 (위벤처스 상무) : 본래 벤처 투자는 꽤 오랜 시간 검토를 거쳐요. 다만 최근 1~2년간 투자 검토를 하다가 빠르게 딜이 클로징 되는 경우가 있어서 마음이 급했던 것 같아요. 다시 시간을 둘 수 있게 된 건 다행이에요.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요즘은 투자한 회사 임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겁 나요ㅠㅠㅎㅎ ‘무슨 일 생겼나?’ 싶거든요. 두나무든 당근마켓이든 배달의민족이든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산업을 이루며 커졌는데, (지금 같은 시기에는) 중간에 말라버리는 기업이 생길까봐 그 우려가 있어요.
김소영 (스노우 CFO) : 투자에는 사이클과 빈티지(시점)이 있어요. 어떤 연도에는 모든 펀드 성적이 다 좋아요. 주로 완전 투자 활황기보다는 바닥부터 시작해서 활황기로 갈 때 투자한 빈티지가 좋다고 봐요. 오히려 2022년, 2023년 살아남고 투자받은 곳들이 진짜 좋은 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듯해요.
VC A to Z : 누가 어떻게 왜 일하는가
Q.IT 대기업에서 VC로 이직하게 됐는데, 어떻게 일하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려요.
김소희 (위벤처스 상무) : 이 업이 시간상 자유로운 편이에요. 일하려면 무한히 할 수 있고 없으려면 무한히 없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 뒤쳐지게 될 수도 있어요. 스스로 공부하고 발로 뛰면서 시간 관리에 엄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소영 (스노우 CFO) : 인사를 많이 하고 다녀야 해요ㅎㅎ 세상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빠를 수도 있어요. 결국 첨단에 있는 건 사람, 사람의 머릿속 같아요. 전직장에서 알던 분들에게도 꼭 인사를 하세요.
김소희 (위벤처스 상무) : 저도 삼성전자, LG전자 동기들에게 지금도 자주 연락해요. VC에는 사수가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울 수 있으니 이직 전에 재무제표 공부를 미리 해두는 것도 좋을 듯하고요.
Q.만약 대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걸 하실 건가요?
김소영 (스노우 CFO) : 코딩… 외국어?ㅎㅎ 덜 교과서적인 답변을 드리자면, 완전히 다른 경험을 여러가지 해보는 게 의외로 도움이 돼요. 때때로 토마토 농장 농부의 니즈, 동대문에서 물건 파는 분들의 니즈 등을 파악해야 할 때가 있어요. 상상도 잘 안 가는데, 그런 현장에 있어 보면 짐작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생길 수 있어요. 시야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될 듯해요.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상무) : 연애 많이 하세요ㅎㅎ 연애는 인간관계의 밑바닥이잖아요. 감정의 밑바닥. 젊을 때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회사에서도 만날 주니어 분들께 ‘금요일 저녁에는 나가서 연애하라’고 할 정도에요ㅎㅎ
Q.대학 졸업하자마자 VC로 취업할 수 있을까요?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상무) : 최근에 우연히 만난 주니어, 갓 대학 졸업한 친구를 채용했어요. 원래는 바이오쪽 경력자를 채용하려고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 주니어 친구가 애티튜드도 좋고 제게 없는 역량이 너무 많았어요. 문서 작성 등등에서 저와 정반대 되는 사람을 채용한 케이스에요.
김소희 (위벤처스 상무) : 위벤처스도 작년에 주니어 4명을 뽑았어요. 두 분이 완전히 신입이셨어요. 한 사람은 태도가 무엇이든 해보려는 태도를 가진 친구라서 일만 가르쳐주면 되겠다 싶었어요. 다른 한 친구는 기가 막히게 보고서를 잘 만들었고요. 다 잘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기가 막히게 잘 하는 하나를 메타인지 해서 어필하면 좋을 것 같ㅇ요.
Q.VC 주니어로 일을 시작하는데 조언 부탁드립니다.
김소영 (스노우 CFO) : 나를 내려놓는 작업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통 VC라고 하면 막 나서서 얘기하고 외향적이어야 할 것 같은데, 이미 그런 분들은 차고 넘치는지라 오히려 잘 들어주는 스킬도 중요하다고 봐요. 대표님 이야기를 잘 듣고 더 좋은 방안을 이끌어내는 데는 리스닝 스킬이 말하기 스킬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상무) : 본인이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투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아무리 부채질을 하더라도…! 저는 아주 빨라도 6개월쯤 지켜보면서 투자하거든요.
(지금 같은 투자 겨울에는) 투자를 한 번이라도 해보는 게 중요하고요. 투자를 하나도 안 한 것과 하나라도 해본 건 달라요. 도저히 올해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내년에는 꼭 기회를 달라고 회사에 어필하면 좋아요. 여러 회사를 검토해보시는 게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아무 것도 안 하고 멍때리지는 않기를 바라요.
김소희 (위벤처스 상무) : VC로서 1~2개 섹터만 보는 건 더 위험한 듯해요. 산업 흐름에 업다운이 있으니까요. 저보다 10~20년 이상 선배들은 메인 섹터를 두되 1~2개 섹터를 더 봐야 한다고 조언해주시곤 했습니다.
Q.VC에게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소희 (위벤처스 상무) : 저는 35살에 VC로 입문했다보니, 기존 네트워크에만 의존해서 나에게 가장 좋은 딜이 올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시중에 안 알려진 투자 딜을 찾아서 제가 시장에 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탑다운으로 리서치를 해가면서 초기에 직접 뛰어다녀보는 게 좋다고 봐요. 나와 딜을 하는 자체가 네트워크가 되도록 하는 순서죠.
김승현 (신한벤처투자 VC2본부 부장) : VC간 네트워킹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중요한데, 그 채널만 있는 건 아니라고 봐요. 그 외 네트워크도 중요해요. (초기 투자에 참여했던) 트레블월렛의 경우 지인이 학교 후배를 소개해준 케이스였어요. 제가 검토한 적 있거나 투자했던 기업 창업자분들이 주변 창업자를 소개해주시기도 했고요.
그래서 VC가 첫 직장인 경우에도 네트워크 범위 자체를 넓혀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이미 투자한 포트폴리오사 대표님께 ‘누구 소개해달라’고 부탁해볼 수도 있고, 당장 업무상 목적만 추구하지 말고 관계를 터놓으면서 향후 투자 및 창업 이야기에서 나를 떠올리도록 하나씩 인연을 만들어볼 수 있어요.
김소희 (위벤처스 상무) : 공감해요. 딜을 드랍했다고 해서 연 끊지 말고 그 이후에도 어떻게 하시는지 지켜보면서 배워보면 좋다고 조언해드리곤 합니다.
Q.VC로서 저녁 식사 자리나 술자리에 자주 참석해야만 유리할까요?
차지은 (인비저닝파트너스 파트너) : VC는 선택하고 선택받는 직업인데, 그 과정에서 술을 못 먹는다는 사실만으로 선택을 못 받는다면 그 선택은 안 받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상무) : 100% 공감해요. 요즘은 그런 식으로 딜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도 하고요.
김승현 (신한벤처투자 VC2본부 부장) : 저는 저녁 식사나 술자리를 자주 갖진 않아요. 그보다는 대표님들이 본인이 원할 때 언제든 캐쥬얼하게 연락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 걸 수 있는 신뢰를 쌓으려 해요. 이렇게 좀 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원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봅니다:)
10년 넘게 꾸준히 일할 수 있는 힘
Q.어떻게 내가 원하는 바를 찾아 이직할 수 있을까요?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상무) : (슬기로운 이직 생활을 위해선) 본인에게 중요한 사람들에게 ‘이거 할까?’ 얘기해 두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더는 병원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시점이 2014년쯤이었어요. 아이폰이 나온 이후 꾸준히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을 보였어요. 관련 스터디도 참여했고요. 당시 함께 스터디하던 분에게 ‘의사 중 VC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연락이 왔고 그 제안이 제게 넘어와서 2016년에 입사할 수 있었어요.
강시현 (Mistletoe Singapore Director of Investment) :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서 ‘일하는 나’에게 중요한 걸 정리하게 됐어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서로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영향력 있는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 이 두가지를 보면서 직장 이동을 결심할 수 있었어요. ‘일하는 나’를 정의하는 데에 17년이 걸린 셈이죠.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상무) : 대학 전공을 본인이 원해서 선택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원하는 삶인지 모르고 흘러가는 게 20~30대인 것 같아요. 그래서 30대 중반쯤 들어 ‘이 일이 진짜 원하는 건지’ 판단하려면 그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달려봐야 해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스스로 쳐다봐야 하는 듯하고요.
차지은 (인비저닝파트너스 파트너) : 제 커리어는 그야말로 갈 지 자 해보였어요. 매번 자연스럽지 않은 결정을 했던 그때를 돌이켜보면, 저는 저 자신을 잘 안다는 교만한 전제가 있었어요. 근데 요즘에는 “나는 그저 나에게 익숙한 타인”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내가 날 잘 안다는 걸 경계하게 하는 말이에요.
Q.여성으로서, 혹은 엄마로서 일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없었나요?
강시현 (Mistletoe Singapore Director of Investment) : VC 업계는 개개인이 조명받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테이블 반대편에 앉은 분들이 종종 편견을 가질 수 있어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제가 당연히 비서일 것이라 보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우리가 편견을 깨다보면 이런 일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차지은 (인비저닝파트너스 파트너) :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미래를 여성이라서 걱정하면서 처음부터 작은 자리를 찾지는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를 상정해도 쉽지 않잖아요. 미리 뒷자리를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상무) : 제 가정과 아이 모두 사랑하지만 제게는 제 커리어가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ㅎㅎ 애정하지만 집착하진 않으려 해요. ‘너희를 정말 사랑하지만 내게는 내가 중요하다’는 대화도 어렸을 때부터 나눴고요. 제 커리어를 더 열심히 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요.
Q.오래오래 꾸준히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차지은 (인비저닝파트너스 파트너) : VC라는 직업의 속성은 ‘연대’라고 생각해요. 어떤 회사가 펀드레이징을 할 때 한 회사만 투자하지 않거든요. 동반 투자자들이 함께 가는 건데, 그럴 때 잘 연대하기 위해서는 같이 일할 때 시너지가 나는 파트너를 찾거든요.
그런 순간에 선택받는 투자자가 되려면 결정적으로 ‘함께 가고픈 좋은 사람’이어야 해요.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어서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해요.
분명 쉽게 할 수 있는 일 중에 멋지고 재밌는 일은 드물어요. 당장 명확하진 않더라도 ‘열심’이 어디 가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강시현 (Mistletoe Singapore Director of Investment) : 오랜시간 일해오며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겁 없이 한계에 자주 부딪쳤던 것이에요. 선을 그어서 여기부터는 못한다고 하기보다는 일단 해보자는 태도가 20~30대 때 도전이었어요. (물론 지금은 체력이 안 돼서 못하지만ㅠㅠㅎㅎ) 나 자신을 끝까지 푸쉬해본 경험을 20~30대 때 해보는 게 좋은 듯해요.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온갖 의전도 많이 해봤어요. 뉴욕 애널리스트들에게 석간 기사를 팩스로 보내려고 퇴근시간 이후에 자진해서 남기도 했고요. 제가 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일도 부딪쳐보면서 맷집이 생기더라고요. 돌발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고, 제 자신을 잘 알게 됐어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왔던 주인공처럼, 낯선 상황과 환경에 부딪치고 거기에 맞추며 즐겨봤던 것 같아요. 그렇게 끝까지 그 자리에 도달해본 사람이 돼 보면 거기서 깨달은 무언가를 다른 일을 할 때도 적용할 수 있으실 거예요.
김소희 (위벤처스 상무) : 저는 앞으로도 성취하며 잘 해내고 싶어요. 그래서 일하고 싶은 좋은 환경을 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예컨대 회사 책상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갖다 놔요. 장비도 다 갖다 놓고.
장기적으로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곁에 두고 그럴 수 있는 프로세스의 회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특히 VC 업을 평생 하기로 결심 했으니 주변을 나와 비전이 맞는 사람들로 채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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