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루디오랩스의 대표를 맡고 있는 황성진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처음 기획하고 배포했던 MVP와 기대와 달랐던 시장반응에 대해서 이야기 공유해보려 합니다.
1) 도전할 때의 상황이나 생각을 공유해주세요.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나요? 아니면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나요?
학원강사로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매 수업마다 보는 테스트의 채점은 강사 또는 조교가 손으로 채점해서, 그 결과를 엑셀시트로 옮기고 학부모들에게 문자로 옮겨서 발송하는 상황을 보며
“이런 반복업무들을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해결하고 싶다. 테스트 결과들을 좀 더 전문적으로 분석한 리포트가 자동으로 나오면 좋겠다. 그리고 그 결과들을 나에게 유의미한 형식으로 누적하고 정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원하는 것과 비슷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몇군데 있었지만 다음과 같은 단점들이 있었습니다.
(1) 비용이 비싸고
(OMR 스캔+채점+리포트 생성 1회 당 200원~250원, 최초 프로그램 설치비 3백만원~2천만원)
(2) 전용 OMR용지를 사용하고, 복합기를 통한 스캔을 해야 했으며
(3) 테스트 결과물이 웹페이지로만 확인이 가능
(문항별/학생별 데이터를 엑셀로 옮기기 힘듬)
그러던 중 기반 기술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현재의 CTO를 만났고, 둘이 의기투합하여 에루디오랩스를 만들고 신나게 솔루션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솔루션은
(1) 스마트폰 카메라로 OMR용지를 촬영하면 바로 채점
(2) 전용 OMR용지가 아닌 일반 A4 용지에 인쇄해서 자유롭게 사용
(3) 테스트 리포트 자동생성, 문항별/학생별 데이터 엑셀파일로 다운로드 가능
등을 특징으로 최초에 인지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두었고
비용적인 측면에서 인건비를 제외하면 서버비용만 감당하면 되는 상황이었기에
무료로 제공하고, 어느정도 시장의 신뢰를 얻고 트래픽을 모으면 연관된 다른 사업으로 수익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2) 도전 및 선택의 과정을 알려주세요. 어떻게 일이 흘러갔고, 어떤 결과를 맞이해서 그것을 “실패"로 결론 내리게 되었나요?
솔루션에 대한 자체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자신있게 다른 선생님들에게 소개했습니다.
당연히(?) 다른 선생님들의 반응이 미지근 했고, 무엇이 문제인지 사용해본 선생님들을 찾아 뵙고 의견을 모아보았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받은 것은 세가지 였는데,
첫 번째는 선생님들이 실제로 일상에서 활용하는 테스트들(단어시험, 쪽지시험 등)의 경우 ‘주관식이 객관식보다 훨씬 많다’는 점 이었습니다. (물론 채점은 사람이 직접 해야합니다)
두 번째는 선생님들의 IT기술 활용능력이 우리가 생각했던 ‘이정도는 알 것이다’라는 수준에 한참 하회했습니다. 심지어 쉬프트키가 키보드에 두 개가 있다는 것을 모르기도 하고, 윈도우키가 무엇인지 모르는 선생님들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지식과 상관없이 많은 학생들을 잘 지도하고 계셨기에 그러한 지식이 크게 중요한 분도 아니었습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절실하게 느꼈던 세 번째는 교육분야 특유의 ‘완고한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학생을 지도할 때 선생님은 ‘실수’를 하거나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극도로 꺼려합니다.
우리의 MVP가 초기모델이었기 때문에 OMR 용지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할 때 너무 수평이 안맞거나, 정해전 영역을 너무 벗어나는 경우 스캔이 오류가 뜨고, 초기의 서버설정을 너무 빡빡하게 해놓은 나머지 기능 업데이트를 하면 일시적으로 오류가 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있게 학생들 앞에서 채점을 하다가 사소한 오류가 나는 경우, 그리고 그 오류로 인해 아주 작은 불신이 생긴 경우에 기존의 채점방식으로 바로 회귀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당연한 내용들인데, 우리의 아이디어에 취해서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실수를 했던 것입니다.
3) 실패를 하고 얻게 된 교훈은 무엇인가요? 실패의 경험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첫 번째 MVP에서 실패를 한 후에 다시한번 우리가 진입하려는 시장의 ‘평균’은 어떤 것인지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 어느 정도의 benefit을 줄 수 있어야 아주작은 변화를 기꺼이 시도하려고 할까?
- 시장의 평균 유저들이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는 어떤 수준까지 자세하게 보여줘야 할까?
- 실제로 필드에서 유저들이 사용할 때 가장 필요한 그리고 추가할 수 있는 기능들은 뭐가 있고, 우리가 좋은 기능이라고 생각했던 것 중에 겉보기만 화려하고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뭐가 있는가??
속쓰리지만 감사한 시장의 피드백에 대응해서 현재 에루디오랩스에서는 다음과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 객관식 테스트가 메인인 시장의 컨텐츠부터 직접 만들기
(2) 주관식을 객관식으로 만들어주는 자동화 툴 제공하기
(3) 더 친절하고 더 자세한 UI와 UX로 개선하기
(4) 시장의 신뢰를 더 획득하기 위한 다양한 소통 채널과 이벤트 기획하기
이런 프로젝트를 하나씩 진행해 가면서
“예상치 못했던 유저의 반응 = 우리가 발전할 기회” 로 여기면서 겸허히 수용하는 마인드셋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성공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방법은 “고객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과 “실제 고객에게 필요한 것”의 차이를 줄이는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고객들을 실제로 만나봤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