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광공’을 아신다고 해도 뭔지 알려주진 말아주세요!
2008년 법인 설립인 리디는 2022년 3월에 10년 넘게 '리디북스'라는 사명으로 운영되다가, '북스'라는 단어를 없앤 '리디'로 리브랜딩을 했는데요. '당근마켓'이 '당근'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유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기존의 비즈니스모델에서 많이 확장되다 보니, 사업 영역을 커버하기 위한 더 큰 그릇이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요? 흥미롭게도, 기존 리디북스에서 리디로의 사명 변경은 '리디'가 유니콘이 될 수 있게 된 이유와 연결됩니다.

시작은 전자책, 끝은 광공으로! 리디의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1. 도전의 시작: 전자책 시장에 베팅
리디는 2008년 리디주식회사를 설립하고, 1년 후인 2009년 '리디북스' 서비스가 출시되었습니다. 2007년 아마존닷컴이 공개한 전자책 서비스와 단말기인 킨들(kindle) 이 세상에 나오고, 전자책 시장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한국의 '킨들'을 노리고 리디는 탄생했습니다.
전자책은 디지털로 된 책을 담을 디바이스가 있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아이폰의 첫 출시가 2007년 6월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스마트폰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와 전자책 사용성은 어느 정도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11년도부터 14년 사이에 리디북스에 다룬 기사를 검색해 보면 '전자책 시장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전자책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기능 중 하나'로 대중에게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기사의 주제나 흐름을 보면, 전자책을 읽는 것이 스마트폰을 더 '스마트'하게 읽는 것처럼 묘사되는 데, 이는 전자책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리디가 당시 사용한 마케팅 전략 중 하나이지 않나 싶습니다.
2. '책' 확보를 위한 노력: 두려워하는 출판사를 설득하다.
리디는 보수적인 출판업계를 설득해야 하는 입장에서 많은 고군분투를 합니다. 전자책을 읽으면, 종이책은 안 사게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 속에 쉽사리 설득되지 않았는데요. 창업주는 정말 열심히 발품을 뛰며 현장에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며 문제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이야기일 것 같아 아래 3줄 요약으로 대체해 보았습니다.
📑 3줄 요약 📑
전자책 읽으면 종이책은 안 사는 거 아닐까?
데이터는 말했다. 전자책 독자와 실물 책 독자는 다르다.
단기간에 출판사를 설득하고, 전자책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다.
3. 고객 경험 개선: 매일 전사가 함께한 '고객의 눈물(TOC)' & 자체 단말기 론칭
리디는 창업 초기 전 직원 5명일 때부터 몇 년 전까지만해도 매일 전사가 모여 고객의 눈물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고 하는데요. 고객의 소리를 듣는 미팅을 Voice of Customer(VOC)라고 명칭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리디는 여기서 voice를 tears로 바꾼 Tears of Customer(TOC)라는 이름으로 미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최근엔 인원이 많아지면서 전사가 매번 한공간에서 모이지는 못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주 1회는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TOC 메일을 발송하며, 매월 진행되는 전사 단위의 화상 타운홀 미팅에서도 TOC 내용을 공유한다고 합니다. 또한, 사무실 곳곳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서는 매주 새로운 고객의 의견을 원문 그대로 노출시켜 언제나 고객의 의견을 듣는 데에 적극적입니다.
실제로 리디가 고객 경험 개선에 들인 노력이 얼마나 컸는지는 2015년 리디 전자책 단말기인 리디북스 페이퍼 론칭을 기다린 사람들이 정말 많았던 사실로도 설명되는데요. 당시 다른 업체의 전용 리더기를 사다가 루팅 하여 리디 앱을 깔아 쓰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리디북스 페이퍼 단말기도 기존 팬층의 큰 지지를 받고 론칭할 수 있었죠. 저도 당시 단말기 출시 후 바로 구매한 유저 중 한 명이라 기억이 생생합니다!
4. 스케일링에 대한 의심
리디북스는 초반엔 소설책, 인문, 교양 등의 서적을 입점시켰습니다. 그리고 저작권 만료가 된 책을 무료로 업로드하면서, 소비자들을 모았는데요.
하지만 오늘날 OTT 전쟁에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에 대한 의심과 같은 맥락으로, '양질의 콘텐츠 수급'과 이를 마진을 남기면서 유료화해나가는 구조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OTT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드는 것과 같이 리디 또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중적으로 화제가 높은 사건, 인물 등에 대해 전자책을 빠르게 출간하는 등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정말 품이 많이 들고, 노동집약적인 작업들입니다.
또 리디에서 자체 제작한 책들은 대부분 지식형 콘텐츠로, 직장인들이 이동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보다는 가볍고, 기사보다는 알찬 정도의 포지셔닝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즉, 본능을 건드리는 재미가 있는 콘텐츠는 아닌 것입니다.
5. "광공"의 시작: 장르물을 섭렵
리디는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다가, 출판 업계의 롱테일에 위치한 장르물을 입점시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 잭팟이 터집니다. 🎉
리디는 오늘날의 리디가 유니콘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히로인은 '여성향 장르물'인데요. 대표적인 여성향 장르물에는 로맨스 소설, BL 등이 있습니다. ‘리디광공(리디 BL 콘텐츠에 자주 등장하는 집착형 주인공)’이란 밈이 퍼진 것만 봐도, 연관 장르는 리디가 선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리디는 201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 소설을 이북으로 제공하기 시작해서 마니아층을 확보하다가, 2017년도 1월 본격적으로 '상수리나무 아래'를 시작으로 웹소설 연재를 시작합니다. 저자가 기존에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 두고 있었던 세계관을 재정비하여 플랫폼에 선보인 작품인 만큼 인기를 모으며, 웹소설 연재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됩니다.
그 후로, 웹소설 시장에서의 리디의 입지는 점점 굳건해지며, 2030 여성 팬층을 확실하게 확보합니다. 리디가 얼마나 여성 유저층이 탄탄한지는 아래 그래프만 봐도 설명이 될 정도입니다.
이렇게 '돈 되는' , '바이럴 확실한' 여성향 웹소설을 주력 콘텐츠로 내세우게 된 계기는 또다시 리디의 TOC와도 연결됩니다. 철저히 고객을 중심에 둔 데이터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리디의 사업 전략이 당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 속에서 '여성향 콘텐츠'의 잠재성이 포착되었고, 팀은 이렇게 포착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성장해나갑니다.
6. 확장되는 서비스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인 만타(Manta)를 북미 시장에 런칭
창업 이래 첫 흑자 전환 성공
컨텐츠 IP화 (OSMU, 웹툰 OST)
리디는 웹소설 연재 서비스를 시작 이후, 웹툰 서비스도 확장하고 있으며, 웹소설이나 도서를 원작으로 활용해 웹툰을 만들고, 공모전을 열어 수상작을 연재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늘리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리디 오리지널 콘텐츠가 쌓이다 보니 IP 를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의 2차 창작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한 매체로 제작되는 OSMU(One Source Multi Use)이 가능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시맨틱 에러’는 동명의 웹툰과 라프텔 스페셜 애니로 제작됐고, 2022년 1분기에는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또, 리디에서 연재되는 웹툰이 자체 OST를 제작하면서 화제를 모았는데요. 대표적으로 '티파니에서 모닝 키스를' OST로 소유의 'breath'와 진영의 '넌 사랑을 모른다 했지', '한양 다이어리' OST 문별X가호의 '반의 반'등이 있습니다.
이제 리디는 전자책 단말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노하우를 기반으로, 웹소설 + 웹툰 콘텐츠 확보를 하며 콘텐츠 IP회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특히 웹소설에서 웹툰으로의 확장을 하면서, 그림이 위주가되는 웹툰의 특성상 해외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검증을 할 수가 있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0년 출시된 만타(manta)가 대표적인 해외 진출 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6년 유저로서 유니콘이 된 리디를 바라보며 🥹
저는 리디북스 페이퍼를 사용하던 유저 중 한 명이었는데요. 17년도부터 개인적으로 ‘리디’를 사용하면서 ‘와우!' 모먼트를 발견했어요.
그 뭐라고 콕 찝어 설명할 순 없지만 ‘아 이 회사 더 잘 되겠다!’는 느낌. 이 제품이 pmf 도달했다는 것이 유저에게까지도 느껴지는 것만 같은 순간인데요. 제가 느낀 3가지 모먼트를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 웹소설을 양지로, 마이너를 메이저 취급
첫번째 와우는 중학교 시절때 푹 빠졌있던 ‘인소’의 카테고리를 ‘웹소설’이라는 리브랜딩과 함께 양지로 끌어올린 점입니다. 혹시 저와 동시대에 학창 시절을 보내신 분들중에 인소 좋아하셨다면 아실텐데요.. 그때는 말이죠. 블로그에 첨부파일로 txt 포맷으로 인소가 업로드되고, 이를 서로서로 퍼가고, usb에 담아주고 하면서 웹소설을 읽었습니다. 인소가 도대체 뭐냐!? 할 것 같아 부연 설명을 하자면 가장 유명한 인소 중에 하나가 귀여니의 <늑대의 유혹>입니다. 강동원이 우산들고 등장한 그 영화! 인소가 영화로 제작된 케이스인데요!
당시 꽤나 알음알음 읽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어디 가서 대놓고 "나 인소 읽는다!" 이렇게 말하기 참 어려웠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리디북스에서 꽤나 많은 양의 인소를 e북 형태로 업로드해 줍니다. 인소를 읽는 입장에서도 이 시장을 정말 마이너하게 느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의 장르로 인정하고 서비스화했다는 측면에서 정말 큰 와우를 느꼈습니다.
2. 리디 셀렉트 - 도서 구독제
두번째 와우는 넷플릭스 구독 모델과 같은 월별 구독제가 생긴 시점입니다. 당시 제 주변 지인들도 리디 셀렉트를 많이 구독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리디에서 나오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다른 데에는 잘 없는 책도 리디 셀렉트에서 읽을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유저 입장에서의 행동양식을 크게 바꿔줬다고 생각합니다.
3. 리디광공 대중화
세 번째는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던 드라마의 네이버tv 댓글창, 100만 뷰가 넘는 유투브 댓글창 등에서 '광공'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되고, 설명 없이 서로 용어를 이해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인데요. 특히, 김수현-서예지 주연의 <사이코지만 괜찮아> 라는 드라마에서 서예지가 연기한 캐릭터를 사라들이 '여자 광공'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주며 2차 창작되는 걸 보며. 리디가 이제는 정말 거대 콘텐츠 기업으로서, 대중 문화를 리드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받았습니다.
혁신의 숲 2023년 10월 30일 데이터 기준으로, 대한민국에는 현재 21개의 유니콘 기업들이 존재합니다.
🦄 유니콘 기업은 국내 기준, 기업가치 1조원 이상, 해외 기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하는데요.
초기 스타트업에게 '유니콘'이란 아직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지금 유니콘 기업들도 우리와 같은 처음이 있었겠죠! 저는 국내 유니콘 기업들의 처음 모습은 어땠는지, 어떤 계기가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주었는지 등을 역추적해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