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가 ‘우리는 평범해요’라고 말하겠느냐만은,
내가 일해본 결과, 위펀딩은 참 안 평범하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스타트업도, 중소기업도 아닌 회사랄까?
조직문화 관리 업무를 하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결국 인정하게 됐다.
우리팀이 참 고집있는 팀이고, 참 (실리콘밸리,IT,스타트업 팀들과) 다른 팀이다.
오늘은 우리 팀이 참 특이한 팀이라는 것,
스타트업의 전형에서 벗어난 팀에서 피플팀을 운영한다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두 가지 주제로 글을 써 보고자 한다.
특이한 위펀딩
우리 회사를 소개하자면, 위펀딩은 디지털 부동산 투자회사이다.
디지털도 하고 부동산도 하고 투자도 한다.
그 중, 현재 메인 비즈니스는 금융업 하위 카테고리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줄여서 온투업)
관심 있는 것은 도시의 리뉴얼을 통해 공간의 가치를 찾는 것
그리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술적)제약을 없애는 것.
여기까지는 그리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놀랍게도, 우리 회사는 8년째 VC 투자를 받지 않고 운영 중이다.
자체 비즈니스 매출만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인데,
다행히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불어온 스타트업 투자시장의 겨울을
덕분에 살짝 비켜갈 수 있었기도 했다.
하지만 맨 손과 아이디어와 열정의 두 쪽 덜렁만으로 시작하는,
엔젤투자로 시작해서 시리즈 A,B,C를 거치는 것이 당연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투자 없이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스타트업스럽지 않다.
자체자금으로 운영하는 회사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현재 우리 회사의 팀원은 15명 내외로, 15~20명을 왔다갔다하고 있다.
내가 합류하기 직전, 갑자기 4명으로 전 인원이 줄어들어 4명으로 버텨가며
서비스 운영을 했던 경험도 있다.
또, 부동산 투자회사는 업 특성상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는 않다.
전문가 몇몇이 모여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내는 비즈니스이기에
팀빌딩을 통해 성장의 시너지를 내는 구조라기보다는
큰 딜을 물어오는 개인의 역량이 더 중요한 구조이다.
팀의 가치를 중요시하며 인재영입으로 회사 가치를 키우는
스타트업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이런 상황들이 겹쳐서, 회사(특히 투자팀)에서는
‘팀원, 15명도 많다’는 분위기가 없잖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팀빌딩 실무를 맡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15명은 인당 구성원으로는 많아 보일지라도
막상 구조화 하려면 부족한 포지션이 너무나 많은 정말 애매한 숫자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IT 스타트업을 레퍼런싱하여 조직문화, 인사 업무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 나의 메인 업무는 채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인담자들과 네트워킹해보면 보통 리크루터로 HR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주니어가 기획을 한다는 건 역량도 기회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당시 내가 세웠던 목표는 ‘X2 X2(두배두배)’로,
20명을 2배로, 그렇게 꾸려진 40명을 또 2배로 해서
100명 규모의(over 100) 회사로 위펀딩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물론 ‘두배두배’는 분기~연내 계획이라기보다 3년~5년 목표에 가까워서
피플팀의 비전 제시 용도로 만들었던 목표였고
팀 내에서도 현실적 차원에서 논의가 다뤄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내가 합류한 시기에 함께 입사한 팀원들이 많았기 때문에
당장 채용이 급한 상황이 아니기도 했다.
그 사이에 인턴십을 기획해 운영도 하고, 계약직 팀원들도 생기면서
20명 규모로 북적북적 팀이 운영되었던 시기도 있었지만(이때 꽤나 뿌듯했었다)
그 이후 팀원들의 퇴사가 발생하고 그 즈음 나에게 채용 업무가 떨어지게 되었다.
우리 회사는 급여는 재무팀이, 근태는 SaaS로 했기 때문에
그간 나는 항상 실무보단 인사기획&HRD 위주의 업무를 수행했었고,
나는 나름 마음을 굳게 먹고 드디어 첫 ‘실무’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팀의 성장을 위해) 횡으로는 필요한 포지션을 발굴하고
종으로는 기대 역할을 손발-허리-머리 순으로 구분했다.
채용이 필요한 순서대로 JD(직무기술서)를 작성했으며
JD를 바탕으로 채용공고까지 세팅한 후에,
신규팀원 채용 기획을 회사와 공유했다.
구체적으로 기획을 해서 얘기를 나눠보니
그제서야 회사의 입장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놀랍게도, 우리 회사는 인원을 늘릴 생각이 별로 없었다.
이런 의사결정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위에서 말한 업의 특성(이미 15인도 부동산 투자회사 중 인원이 엄청 많음)과
대표님의 의지(부족한 R&R은 안에서 키워서 메꿔보자)가 결합한 결과로 나는 이해했다.
이는 팀원을 (대체가능한)포지션의 차원에서 보는 회사가 아니라
팀원 한명 한명이 우리 팀의 가치에 기여할 수 있는
대체불가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관점을
우리 팀이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미지 출처(https://dobiho.com/846/)
나는 솔직히 약간 아찔했다.
내가 그리던 (일반적인 IT 스타트업)‘피플팀’의 존재 목적과
위펀딩 피플팀의 존재목적이 다를 수 있음을
너무 늦게 안 것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간 만들어왔던 온보딩-오프보딩 프로세스며,
계속 디벨롭 해왔던 JD며, 조직구조 및 R&R, 목표관리에 이르기까지
나는 팀의 인력을 포지션의 차원에서 생각하며 업무를 해왔고
그때마다 사실은 조금씩 핀트가 어긋남을 느낄 때가 있어 왔는데,
어찌어찌 일을 다 해놓고 나니 ‘얼레? 이 산이 아닌개벼’ 라는 답을 들은 것만 같았다.
우리 피플팀의 존재 목적
그제서야 그간의 어긋났던 핀트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왜 회사에서 내게 근태,급여,채용,행사진행 같은 HR 주니어 업무를 기대하지 않았는지
성과 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팀원들이 원해 하지도 않는 직원 교육업무를
계속 할 수 있게 내버려 두었는지.
왜 내가 계속 ‘위펀딩스러움’ 이라는 화두를 가져갈 수 밖에 없었고
회사에서는 위펀딩스러움을 찾아내달라는 요청을 나에게 지속적으로 주었는지.
위펀딩은 지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그 사이의 위펀딩’을 찾는 실험을 하고 있었고
그 앞단에서 ‘위펀딩스러움에 대한 분석결과’가 필요했던 것이다.
일례로, 대표님은 위에서 말한 부동산 투자회사 인력구성의 전형
(좋은 딜을 물어오는 스타 플레이어 중심의 조직)을 싫어한다고 하셨다.
그 때 돌파구의 힌트를 찾은 것이 스타트업 발 조직문화 트렌드였고
이 트렌드를 우리 팀에 접목시켜보고자 ‘피플 매니저’를 채용한 것이다.
나에게 부여된 미션이 이렇게나 어려운 미션인 줄을
입사 1년이 다 되어 알아 버렸다.
인사기획과 평가보상 정책을 겁도 없이 혼자서 뚝딱뚝딱
만들어서 세팅해 올린 주니어 피플 매니저라니..
삽질이라면 삽질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나는 이러한 시행착오가
우리 팀으로부터 찾아낸 소중한 정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간 우리 팀은 계속 직무 가이드, 업무 프로세스 구축과 같은 포지션 차원의 논의와
팀원이라면 소속과 담당 업무에 상관없이 팀의 모든 상황을 다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원팀 차원의 논의가 섞여있는 상태였고, 그러다 보니 다른 제도와 맥락이 부딪히고 있었다.
그 결과, 팀원들은 늘 아노미 상태에서 일을 해나갈 수 밖에 없었다.
언어화와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이전에 비해,
피플팀에서 유의미한 분석을 뽑아낸 지금 시점에서는
우리 회사가 조직을 포지션 차원에서 볼지, 원팀 차원에서 볼지 선택할 수 있게 됐고
보다 생산적으로 이 이슈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
결론, 마치며
기존 업무를 수행하던 팀원의 대체 인력을 3개월 째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 차원에서 우리 팀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 과정이라면 3개월은 그리 큰 시간은 아니지만
부재한 인원의 업무를 떠맡아 대신 수행하는 팀원들에게 (심지어 나도 CS 업무를 떠맡아 하고 있다..)
3개월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이렇듯 ‘포지션 관점’과 ‘사람 관점’ 사이에서 여전히 혼란스럽게 일하고 있는 팀원들이고,
그 중에서도 나는 ‘사람 관점’이 팽배한 광활한 위펀딩의 풀밭에서
홀로 '포지션 관점'이라는 낫을 들고 풀베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1인 인사담당자, 특히 주니어로 사수없이 HR 업무를 하고 계신 분들이
큰 기업보다는 작은 기업, 스타트업에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하면서도 막막하고, 도통 모르겠는 우리 회사 내부 상황을
인터넷 세상을 기준으로 이리저리 갖다 대봐도
저 좋은 성과에 비해 우리 팀은 뭔가 손색이 있는 것만 같은 상태를
한번쯤은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해 본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나는 오히려 밖에서 답을 찾지 않고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안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뜻할 수 있을텐데,
첫번째는 커리어 안에서 나의 경험일 것이고,
두번째는 내가 처한 내부 환경에 대한 정보일 것이다.
하지만 주니어는 경험이 없어서 주니어인 만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내부 환경에 대한 정보 뿐일 것이다.
그 정보롤 계속 탐색하고 분석하다 보면
결국 그것이 커리어 안에서의 나의 직무 경험이 되는 것이기도 하니
특히 주니어일 수록 손발로 끊임없이 무엇을 만들어내는 만큼이나
분석하고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적으로 쫓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