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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딸깍 보다 티키타카가 먼저입니다

처음 AI를 사용할 때는 저도 좋은 프롬프트를 찾는 데 집중했습니다.홈페이지의 구성을 한 번에 받고 싶었고, 뉴스레터도 주제만 넣으면 완성되기를 바랐습니다. 자동화 역시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돌아가는 모습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웹핏에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니 일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습니다.AI가 첫 번째 결과를 빠르게 만들어 주는 것은 맞았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새로운 질문이 생겼습니다.

이 홈페이지는 정확히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 글에서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어떤 기능은 넣지 않아도 되는지 다시 생각해야 했습니다.

 

첫 번째 답은 완성품보다 다음 질문을 발견하게 하는 재료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완벽한 프롬프트 하나를 찾기보다 AI와 대화를 이어갑니다. 결과를 보고 조건을 더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여러 안을 비교하며 제가 중요하게 보는 기준을 찾아갑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사용 방식을 ‘딸깍’과 ‘티키타카’로 구분해 봅니다.

딸깍은 한 번의 입력으로 결과를 실행하는 방식이고, 티키타카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음 상태를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마우스 한 번의 딸깍

 

딸깍은 컴퓨터 마우스를 한 번 누르는 소리입니다.버튼을 누르면 미리 정해진 명령이 실행되고 결과가 나옵니다. 파일이 열리고, 메시지가 전송되고, 정해진 계산이 시작됩니다.


 

입력과 명령이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사용자는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우리는 AI에서도 이런 경험을 기대합니다.


 

  • 프롬프트 하나를 입력하면 완성된 글이 나온다.
  • 사업을 설명하면 기획안이 완성된다.
  • 원하는 기능을 말하면 홈페이지가 만들어진다.
  • 버튼 한 번으로 콘텐츠가 계속 발행된다.

 

이 글에서는 이를 ‘딸깍 방식’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한 번의 입력으로 정해진 작업을 실행하고 결과를 받는 방식입니다.

딸깍 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필요한 조건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완성품부터 요구할 때 생깁니다. 누구에게 쓰는 글인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 홈페이지인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제외할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AI도 흔한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프롬프트의 표현만 계속 바꾸면 결과는 달라져도 판단 기준은 남지 않습니다.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티키타카라고 하면 바르셀로나의 축구가 떠오릅니다. 선수들은 공을 오래 끌기보다 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티키타카는 패스 횟수를 늘리는 경기가 아닙니다.

 

한 선수가 공을 받으면 주변 선수들이 다시 움직입니다. 공이 오갈 때마다 상대 수비의 위치도 달라집니다. 막혀 있던 길이 열리고, 조금 전에는 없던 공간이 생깁니다. 다음 패스는 처음과 다른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티키타카의 목적은 패스 그 자체가 아니라 다음 기회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AI와의 대화도 비슷합니다. 첫 번째 답을 확인하면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보입니다. 다시 질문하면 대상이 좁아집니다. 예시를 비교하면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 드러납니다. 빠진 조건을 추가하면 다음 답은 이전과 다른 상태에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티키타카는 단순히 AI와 여러 번 대화하는 일이 아닙니다. 질문과 답변이 오갈 때마다 목적, 대상, 조건과 기준이 달라지고 작업이 다음 상태로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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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서도 한 번의 입력으로 충분한 일이 있습니다

 

조건이 이미 정해진 일에는 딸깍 방식이 잘 맞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데이터에 업종, 문의 유형, 신청 날짜가 일정한 형식으로 들어온다고 해보겠습니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데이터를 분류하고, 형식을 바꾸고, 담당자에게 보내는 일은 매번 긴 대화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 다음과 같은 업무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 정형 데이터를 기준에 따라 분류하기
  • 날짜나 문서 형식을 정해진 규격으로 바꾸기
  • 승인된 내용을 지정한 채널로 전송하기
  • 같은 입력에 같은 템플릿을 적용하기
  • 확인된 절차를 n8n 같은 도구로 반복 실행하기

 

입력과 출력, 규칙과 예외 처리 방식이 정해져 있다면 한 번의 실행이 더 효율적입니다. 실행할 때마다 다시 토론하면 속도와 재현성이 떨어집니다. 딸깍은 생각이 필요 없는 방식이 아닙니다. 앞에서 충분히 생각해 둔 구조를 빠르게 실행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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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는 티키타카가 필요합니다

 

기획, 전략, 글쓰기, 브랜딩과 설계는 시작할 때부터 조건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성이 드러나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다”는 요청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누구에게 전문성을 보여 줄 것인지, 그 고객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다른 전문가와 어떤 판단이 다른 지부터 찾아야 합니다.

 

웹핏에서 사업가들과 커피챗을 할 때 이 차이를 분명하게 느꼈습니다. 사업을 소개해 달라고 바로 요청하면 대답은 대개 비슷한 곳에서 시작합니다. 제공하는 서비스와 경력, 잘할 수 있는 일을 먼저 말합니다. 모두 맞는 이야기지만 그것만으로는 왜 이 사업을 시작했고 누구를 가장 잘 도울 수 있는지까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든 비즈니스 프로필 챗봇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챗봇은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사업을 시작한 이유, 주요 고객이 누구인지 질문을 이어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문의 개수가 아니었습니다. 한 답변이 나오면 다음에 확인해야 할 것이 달라졌습니다. 고객 이야기를 듣고 나면 처음 말한 서비스보다 실제로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가 보였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하다 보면 소개 문구보다 먼저 담아야 할 관점도 드러났습니다. 대화가 끝난 뒤에는 흩어져 있던 답변을 비즈니스 프로필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완성된 소개문을 요구했다면 나오기 어려웠던 내용이 질문과 답변을 거치며 모습을 갖춘 것입니다. 저에게 이 경험은 AI 대화가 단순한 문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줬습니다. 대화가 한 번 오갈 때마다 사업을 바라보는 상태가 달라졌고, 다음 질문을 통해 필요한 조건과 구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티키타카가 필요한 일에서는 다음 항목을 대화로 찾습니다.

 

  • 이 결과를 사용할 사람은 누구인가?
  • 그 사람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인가?
  • 반드시 포함하거나 제외해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
  • 여러 선택지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 무엇을 기준으로 완료됐다고 판단할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을 모른다면 완성품을 요청하기보다 AI와 함께 답부터 찾아야 합니다.

 

질문과 답변이 오갈 때마다 상태가 달라집니다

 

AI와 대화한다는 것은 같은 부탁을 표현만 바꾸어 반복하는 일이 아닙니다. 좋은 대화에서는 이전 답이 다음 질문의 재료가 됩니다. 답을 읽고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새로 알게 된 조건을 더하고, 선택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러면 작업은 조금 전과 다른 상태로 넘어갑니다.

 

막연한 생각 → 언어화 → 문제 정의 → 조건 발견 → 구조화 → 초안 → 검증 → 완성 처음에는 “뉴스레터를 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을 수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독자가 정해지고, 독자가 겪는 문제가 선명해집니다. 제목의 약속과 사례의 범위, 넣지 말아야 할 주장도 정해집니다. 그 뒤에야 초안을 만들고 검토할 기준이 생깁니다.

 

정답은 이미 정해진 답을 찾아내는 말에 가깝습니다. 해답은 현재의 문제와 조건에 맞는 답을 만들어가는 말에 가깝습니다. 기획과 전략에서 AI를 사용하는 일은 정답을 꺼내는 작업보다 해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대화할 때마다 작업을 다음 상태로 옮기고, 그 이동에 필요한 질문을 고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AI와 대화하는 능력은 질문을 많이 던지는 기술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지금 작업이 어느 상태에 있는지 보고, 다음 상태로 가기 위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티키타카의 끝에는 다시 딸깍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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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타카를 계속하는 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대화하면서 반복되는 질문과 판단 기준을 발견했다면 이제 그것을 밖으로 꺼내야 합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다음 작업에서도 같은 질문을 처음부터 반복하게 됩니다.

 

저는 요즘 옵시디언이나 노션의 대시보드보다 AI와 나눈 세션을 더 자주 봅니다. 대시보드에는 정리된 결과가 남지만, 세션에는 처음의 막연한 생각과 중간에 바뀐 방향, 무엇을 제외했는지와 그 이유가 함께 남습니다. 결과만 보면 사라지는 판단 과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계속 대화로만 처리하지는 않습니다. 여러 세션에서 같은 질문과 판단이 반복되면 다음과 같이 꺼내 정리합니다.

 

  • 역할: 사람과 AI가 각각 무엇을 맡는가
  • 입력: 어떤 자료와 정보가 필요한가
  • 출력: 어떤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가
  • 제한: 반드시 지키거나 제외할 조건은 무엇인가
  • 순서: 어떤 질문과 작업을 먼저 진행하는가
  • 검수: 어디에서 사람이 확인하고 승인하는가


 

예를 들어 뉴스레터를 쓸 때마다 제목, 독자, 핵심 주장, 경험 근거와 넣지 말아야 할 내용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반복되는 질문은 작성 방침과 점검표로 남겼습니다. 홈페이지 기획과 인터뷰에서 되풀이되는 질문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대화에서 발견한 기준은 프레임워크가 됩니다. 프레임워크를 작업 순서로 옮기면 프로세스가 되고, 반복해도 되는 부분을 도구에 맡기면 자동화가 됩니다. 티키타카 → 판단 기준 발견 → 프레임워크 → 프로세스 → 딸깍과 자동화

 

처음에는 사람과 AI가 대화하며 조건을 발견합니다. 구조가 확인된 뒤에는 템플릿으로 만들거나, n8n 자동화에 연결하거나, AI 에이전트가 반복해서 실행하도록 맡길 수 있습니다. 이 순서를 거치면 딸깍은 요행이 아닙니다.

 

티키타카에서 발견하고 검증한 판단이 한 번의 실행 안에 들어간 결과입니다. 축구에서 모든 패스가 골을 향해 곧장 날아가지 않듯, AI와의 모든 대화가 곧바로 완성품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티키타카로 공간을 만들 듯 대화로 목적과 조건을 발견하면 됩니다. 그리고 반복할 구조가 보이는 순간부터 딸깍으로 실행하면 됩니다. 딸깍과 티키타카 가운데 하나만 옳은 것은 아닙니다.

 

조건을 모를 때는 티키타카가 먼저입니다. 구조를 발견한 뒤에는 딸깍이 더 빠르고 정확합니다.AI를 잘 쓴다는 것은 둘 중 하나를 고집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내 일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보고 순서를 정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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