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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엔딩테크 시장, 왜 돈은 '장례 사흘'에만 몰릴까

매년 35만 명이 세상을 떠나는데, 돈이 도는 곳은 '장례 사흘'뿐입니다. 그 앞과 뒤는 값도 정보도 없이 비어 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사흘을 보내고 발인까지 마치면 다 끝난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그때부터 시작이라고 하죠. 고인의 은행 계좌가 잠기고 카드와 통신 계좌도 함께 막힙니다. 상속 신고 기한이 돌아오고, 유품이 남고, 혼자 사시던 집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걸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검색을 하거나 아는 사람에게 물어가며 하나씩 처리합니다.

8월 8일 시니어퓨처 오프라인 세션에서 이정준 (주)메모리올 대표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벌초 대행 '조상님이발소'와 묘소 관리 플랫폼 '조상님복덕방'을 운영하는 엔딩테크 스타트업입니다. 금융사에 오래 있다가 사내벤처로 시작해 2024년에 회사를 세웠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발표와 질의응답에서 그가 반복해서 말한 건 하나였습니다. 이 시장은 아직 비어 있는 칸이 너무 많다는 것.

한눈에 보기

· 2024년 사망자 35만 8,569명, 40년 뒤엔 53만 명 수준 전망. 그런데 고객은 평생 한두 번 쓰는 '첫 이용자'뿐
· 상조 시장 7조 원은 '장례 사흘'의 값. 앞단(돌봄·요양) 10조 내외, 뒷단(유품·묘소·상속) 2조 내외는 파는 사람도 값도 없음
· 화장률은 사실상 전부인데 사흘 안에 화장을 마친 비율은 75% — 수도권 화장장 부족이 '4일장'을 만듦
· 산분장 정식 허용(2025.01)처럼 규제가 열리는 시점이 곧 시장의 개장 시점

 

고객 대부분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시장

이 시장의 특이함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부모님 두 분을 차례로 겪는 경우가 있어도 그게 전부입니다. 재구매도 없고, 학습된 소비자도 없습니다.

많아야 두 번, 보통은 첫 이용 고객입니다.

규모는 커집니다. 2024년 사망자 수는 35만 8,569명이었고(출처: 국가데이터처 「2024년 사망원인통계」, 2025.09), 이 대표는 40년쯤 뒤에는 53만 명 수준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웨딩 시장과 비교하며 던진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혼은 두 사람이 한 번을 치르지만 죽음은 1 대 1이라, 단순 계산으로도 시장 규모의 결이 다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에 처리 주체가 줄었습니다. 예전엔 형제가 네댓 명, 많으면 예닐곱 명이었지만 지금은 한두 명입니다. 그 한두 명이 다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그대로인데 나눠 질 사람이 사라진 겁니다. 심정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휴가 일수로도 부담이 됩니다.

7조 원은 '장례 사흘'의 값입니다

국내 상조 시장을 이 대표는 연 7조 원 규모로 언급했습니다. 참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25년 3월 말 기준 선불식 할부거래업체의 선수금은 10조 3,348억 원, 가입자는 960만 명입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 2025.06). 집계 기준이 달라 숫자는 다르게 잡히지만, 어느 쪽이든 '장례 그 자체'에는 이미 조 단위 돈이 돌고 있다는 뜻이죠.

이 대표가 주목한 건 그 앞과 뒤였습니다. 정확한 통계가 없어 자체 추산이라는 단서를 분명히 달았습니다.

  • 앞단 — 돌봄과 요양이 붙어 있어 크게 보면 20조 이상, 보수적으로 잡아 10조 내외
  • 가운데 — 장례 사흘, 이미 조 단위가 도는 유일한 칸
  • 뒷단 — 유품 정리·묘소 관리·상속, 2조 내외

숫자보다 중요한 건 구조입니다. 상조사가 잡고 있는 건 사흘입니다. 그 사흘 앞뒤로 몇 년씩 이어지는 일들은 파는 사람도, 값을 정한 사람도 없습니다.

상속이 특히 그렇습니다. 가족 간 다툼이 벌어지는 금액의 상당수가 1억 원 미만이라고 했습니다. 소송까지 갔다는 건 사실상 가족이 해체됐다는 뜻이죠. 살아 계실 때 정리만 돼 있었으면 안 깨졌을 집안이 작은 돈에 깨집니다.

없는 걸 만들지 말고, 이미 돈이 오가는 곳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주어 말한 대목입니다. 큰 자본을 가진 대기업은 없던 걸 만들어도 됩니다. 광고를 쏟아부어 "이런 게 나왔습니다"를 알릴 수 있으니까요.

작은 회사는 아이디어가 아무리 신박해도 그걸 알리는 데서 무너집니다. 고객이 이미 돈을 내고 있는 곳부터 테스트하며 확장하세요.

벌초를 고른 이유가 그거였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서비스인데도 여전히 전화로 물어봐야 하고, 블로그엔 휴대폰 번호만 덩그러니 적혀 있는 방식이었죠. 체계화만 해도 승산이 있다고 봤습니다. 본인이 장손인데 이걸 직접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것도 컸다고 합니다.

시작은 회사를 다니며 만든 사이드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러다 코로나가 왔습니다. 정부가 한 달 내내 전 국민에게 고향 가지 말고 벌초는 대행을 맡기라는 문자를 보냈고, 사이트 트래픽이 100배 넘게 뛰었습니다.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였습니다.

그때를 기분 좋았다기보다 "관뒀어야 했나" 싶었던 순간으로 기억하더군요.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 걸 몸으로 배운 셈입니다. 이후 사내벤처로 지원해 조상님복덕방을 다시 런칭했고, 2024년 메모리올을 세웠습니다.

 

발인 당일에야 처음 보는 것들

설문을 하면 자연장, 그중에서도 수목장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옵니다. 문제는 대부분 가격을 알기 전의 답이라는 것.

실제로 가보면 숲보다 과수원에 가깝습니다. 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명패가 여러 개 붙어 있습니다. 한 나무를 한 사람이 쓰는 게 아니라, 심지어 한 가족이 쓰는 것도 아니라 여러 가족이 함께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300~400만 원대가 그런 구조라고 했습니다. 나무를 온전히 쓰려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 환경을 대부분 발인 당일에 처음 봅니다. 그전에 가볼 일이 없으니까요. 장례 사흘 안에 사진만 보고 장지를 정해야 하고, 막상 가보니 마음에 안 들면 그게 죄책감으로 남습니다. 정보 비대칭이 이 정도로 남아 있는 소비 영역이 흔치 않죠.

화장장도 같은 결입니다. 화장은 사실상 전부인데, 3일차에 화장을 마친 비율은 75%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나머지는 자리가 없어 못 한 겁니다. '4일장'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죠.

수도권이 특히 그렇습니다. 인구는 가장 많은데 화장장을 늘리기가 어렵습니다. 의결해 놓고 10년, 15년째 못 짓고 있는 곳이 여럿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지방은 자리가 남아돕니다.

일본은 한발 앞서 이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요코하마의 유체 호텔 '라스텔 신요코하마'가 대표적입니다. 운영사 니치료쿠 측은 화장까지 4~5일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고, 도심에서는 열흘에서 2주까지 대기하는 사례도 보고됩니다. 화장장을 못 늘리니 시신을 머무르게 하는 시설이 사업이 된 겁니다.

이 대표는 한국의 문화적 전환 속도를 이렇게 봤습니다. 90년대 초에는 스키장에서 차례를 지낸다고 뉴스가 말세라며 비난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뭐라 하지 않습니다. 매장이 당연하던 나라가 지금은 거의 다 화장을 합니다. 한 번 바뀌면 확 바뀌는 쪽이라는 거죠. 그래서 회사 전략도 정면 경쟁이 아니라, 기존 방식이 자연히 비워질 자리를 미리 준비해 두는 쪽으로 잡았다고 했습니다.


규제가 열리는 순간, 시장이 생깁니다

이 영역은 규제와 붙어 있습니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뒤집으면, 규제가 풀리는 시점이 곧 시장의 개장 시점이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강연에서 나온 사례는 셋이었습니다.

  • 산분장 — 골분을 뿌리는 방식이 오래 회색지대였다가, 2024년 1월 장사법 개정에 이어 시행령이 정비되면서 2025년 1월 24일부터 정식 허용. 육지 해안선에서 5km 이상 떨어진 해양과 산분 시설을 갖춘 장사시설이 대상(출처: 보건복지부, 2025.01)
  • 법인 후견인 — 국내는 법무법인이 아니라 그 안의 특정 개인이 후견인으로 지정되는 방식이라, 그 사람이 먼저 사망하면 변경 절차가 복잡합니다. 일본은 회사 명의로 수임해 담당자가 바뀌어도 이어집니다. 법으로 금지된 건 아닌데 관행상 아무도 안 하고 있는 상태
  • 디지털 유언 — 앱으로 영상을 남길 수는 있지만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워 활성화가 안 됩니다. 미국은 2019년부터, 일본도 지금 움직이는 중

다만 확산 속도는 아직 완만합니다. 2024년 산분 건수는 1만 9,301건으로 전체 화장 33만 3,439건의 5.8%에 그쳤습니다(출처: 머니투데이, 2025.10, 백혜련 의원실 자료 인용). 국내 해양장 업체는 서너 곳 수준이고 배도 아직 어선에 가깝다고 합니다. 반면 일본은 예를 갖춘 전용 선박까지 갖춰 놓았고, 한국을 새 시장으로 보고 진출이나 합작을 준비 중인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결론은 간결했습니다. 풀린 다음에 만들면 늦다는 것.

월 100원 상조가 만든 균열

기존 상조 시장은 배타적입니다. 이 대표가 사내벤처로 대기업 명함을 들고 추모공원을 찾아갔을 때, 고객을 데려오겠다는데 돌아온 말은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왜 이걸 하세요"였다고 합니다. 추모공원 입장에선 기존 상조사가 최대 고객이니, 새 채널을 받았다가 기존 영업선이 상하면 손해니까요.

그래서 그가 흥미롭게 본 게 100원 상조였습니다. 고이장례연구소가 2024년 내놓은 상품인데요. 월 3만 원대가 일반적인 상조 회비를 월 100원으로 낮추고 납입금 100% 예치를 내걸었습니다. 미리 받은 돈을 굴려 얻는 금융 수익을 사실상 포기하고, 상조 서비스 자체로 승부를 보겠다는 선언이죠.

TV 광고 대신 온라인 마케팅으로 갔고, 3040 세대에서 반응이 왔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100억 원 수준으로 올라온 것으로 이 대표는 파악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휴대폰·정수기 렌탈 비교로 알려진 아정당도 2024년 가을 상조에 진출하며 같은 100원 구조를 택했습니다.

선불식 상조는 자본금 요건이 있어 진입이 쉽지 않습니다(현행 할부거래법상 15억 원, 이 대표는 20억 원 수준으로 언급). 대기업이 버티고 있는 벽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도 기회를 찾는구나 싶어 자극을 많이 받았다는 게 그의 표현이었습니다. 균열이 생긴 게 아니라 균열을 만든 거라고요.

메모리올도 무빈소·가족장 중심으로 상조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장은 커지지만 모양은 바뀐다는 판단인데요. 실제로 상조사들이 새로 짓는 장례식장은 벽을 옮겨 방 크기를 100명용에서 20명용으로 쪼갤 수 있게 설계한다고 합니다. 업계 스스로 장례가 작아질 거라고 보고 있는 셈이죠.

기술이 답을 내도, 사람이 한 번 더 말해줘야 믿습니다

메모리올은 상담 전화를 데이터로 쌓고, 견적과 문서 작성을 기술로 처리합니다. 작은 회사라 사람이 없으니 효율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였습니다. 화장·안치 수급 예측이나 시세 데이터도 쌓이면 쓸 수 있다고 봤고요.

사후 행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 처리를 하려면 가족이 다 같이 가야 합니다. 전산으로 다 있고 온라인 동의도 쉬워진 세상인데도요. 나중에 다른 가족이 와서 문제 삼는 걸 피하려다 굳어진 관행이라는 게 금융사 출신인 그의 진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선을 그은 지점이 있습니다.

화장이 나은지 다른 방식이 나은지, 기계도 답은 합니다. 다만 그 답을 사람이 한 번 더 말해줘야 사람이 믿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운영 효율은 기술로, 대면은 사람으로 나누는 게 지금의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이 대목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AI가 상담을 대체한다는 이야기가 넘치는 시기에, 신뢰가 가격보다 앞서는 카테고리에서는 사람이 마지막 확인 절차로 남는다는 관찰이니까요.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엔딩 시장을 정리하면 세 가지가 남습니다. 첫째, 돈이 몰린 곳은 장례 사흘이고 그 앞뒤는 값도 정보도 없이 비어 있습니다. 둘째, 이 시장의 변화는 대체로 규제가 먼저 열리고 수요가 따라오는 순서라 준비 시점이 승부처입니다. 셋째, 고객이 평생 한두 번 겪는 일이라 학습된 소비자가 없고, 그래서 신뢰가 곧 진입 장벽이자 기회입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눈여겨볼 자리는 꽤 구체적입니다. 어느 하나도 큰 회사가 선점하지 않았습니다.

  • 사후 행정 대행 — 계좌·카드·통신 해지, 상속 신고 동행
  • 유품 정리와 주거 정리
  • 사전 장지 상담 — 발인 당일이 아니라 미리 보고 고르게 하는 서비스
  • 법인 후견 — 치매 인구가 늘수록 수요가 커질 영역
  • 디지털 유산 승계
  • 화장·안치 수급 데이터

이 대표가 발표 이유를 "우리가 다 할 수 없으니 이런 회사가 많이 나와야 생태계가 된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저는 이 시장이 시니어 산업에서 가장 오래 저평가된 칸이라고 봅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복지나 정서의 문제로 밀려나 버리는데,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계좌 해지와 견적서와 장지 계약입니다. 지극히 상업적인 일이죠.

그래서 이 영역을 다루는 회사는 슬픔을 파는 게 아니라 남겨진 사람의 시간과 판단 비용을 줄여주는 겁니다. 메모리올이 타깃을 고인이 아니라 유가족으로 잡은 것도 같은 이야기고요. 정중함을 잃지 않으면서 가격과 절차를 투명하게 여는 회사가 앞으로 이 시장의 기준을 가져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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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정준 (주)메모리올 대표 강연, 시니어퓨처 오프라인 세션, 2026.08.08. / 국가데이터처 「2024년 사망원인통계」, 2025.09. /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선불식 할부거래업체 주요정보 공개」, 2025.06. / 보건복지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보도자료, 2025.01. / 머니투데이(백혜련 의원실 자료 인용), 20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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