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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왜 헛소리가 뜰까?

 

1. 요즘 유튜브에 이상한 장르가 뜬다. 겉은 ‘아무 말 대잔치’, B급 코미디인데, 속에는 불안·외모·관계·존재의 쓸모를 다루는 심리학과 철학이 들어 있다.

2. 대표 사례는 키키요다. 최근 30일 구독자가 2.8만명에서 3.6만명으로 늘었다. 〈외모정병 필수교양〉 11만 회, 〈Team 불안쟁이〉 10만 회, 〈꼽 주는 사람 대처법〉 7.8만 회로, 구독자 수 대비 조회수가 매우 높다.

3. 형식은 ‘가짜 강의’다. “오늘은 ○○ 대처법을 알려드리겠다”고 시작하지만, 내용은 일반적이지 않다.

4. 상사가 꼽을 주면 “악역이 등장했다”고 생각하고, 외모를 지적하면 “잔소리 비용 150만 원을 달라”고 한다. “미래가 안 보여요”에는 “무당이 아니니 정상”이라고 답한다.

5. 헛소리처럼 들리지만, 이는 ‘나’를 평가하는 사람과 불안한 상황을 유쾌하게 바꾼 것이다.

6. 즉, 핵심은 상대의 평가와 나의 가치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누군가 나를 무시하면 보통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라며 그 말을 자기 평가로 받아들인다.

7. 키키요는 이를 상황극으로 바꾼다. 상사가 혼내면 “나는 무능하다”가 아니라 “오늘도 유난스러운 악역이 등장했다”고 보는 식이다.

8. 현실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상대의 한마디를 내 존재 전체에 대한 판결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전부 내 탓으로 돌리지 않으니 상처도 덜 커진다.

9. 두 번째는 ‘실체 없는 자기계발’의 퇴조다. 24년 상반기 교보문고에서 자기계발 분야는 21.2% 빠졌고, 철학은 43.1% 성장했다. (출처:경향신문)

10.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조언은 집값·고용 같은 현실을 지우고, 실패하면 다시 개인의 태도를 탓할 수밖에 없다. 외부적인 요인인 진짜 현실이 반영이 안 된다는 뜻.

11. 키키요는 더 나아지라고 압박하지 않는다. 고양이상이 유행해도 치타나 하이에나처럼 생긴 사람까지 고양이가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나를 고치는 대신 평가 기준을 바꾸는 것. 굳이 타인이 만든 기준을 따를 필요 없다.

12. 이와 비슷한 채널이, 철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운영하는, 에포케책방이다.  〈우솝은 정말 내려야 될까〉는 원피스 농담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인간을 기능과 성과만으로 평가해도 되는지를 묻는다.

13. 회사나 조별 과제라면 일을 못 하는 우솝은 빠져야 한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라면 기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내보내지는 않는다. 우솝은 강하지 않기에 평범한 사람과 약자의 서사를 대표한다. 결국 “성과를 못 내는 나는 공동체에 남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불안을 건드린다.

14. 이 흐름은 서점가와도 나란히 간다. 알랭드 보통의 <불안(2010)>이 23년부터 역주행하고, 24년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종합 1위에 올랐고, 서양철학 판매는 125.8% 증가했다.

15. 25년에는 니체의 〈위버멘쉬〉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6년 현재도 베스트셀러다. 철학 열풍이 쇼펜하우어에서 니체로 이어진 것.

16. 쇼펜하우어가 삶의 고통을 인정하며 가짜 희망을 걷어냈다면, 니체는 그 현실에서도 자기 규칙을 만들라고 말한다.

17. 키키요도 “미래가 안 보이는 건 정상”이라며 현실을 인정한 뒤, ‘나’의 주도권을 되찾는다.

18. 이 흐름이 커지는 이유는 기존 성공 공식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제 대중의 질문은, “어떻게 앞설까”에서 “어떻게 버틸까”로 이동했다.

19. AI도 ‘기능적 쓸모’의 기준을 흔든다. 코딩·번역·분석이 자동화될수록 “유능하지 않은 나는 왜 존엄한가”라는 질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20. 그래서 철학은 상아탑의 지식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위로’가 된다. 다만 어려운 개념이기에, 시청자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농담과 상황극으로 번역되는 것이다.

21. 장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은 이 흐름을 정확히 설명한다. 목재로 쓸 수 없어 베이지 않은 뒤틀린 나무가, 오래 살아 넓은 그늘을 만들듯, 한때 ‘취업에 도움 되지 않는 전공’으로 외면받던 철학은 이제 다른 방식의 쓸모를 얻고 있다.

22. 경쟁과 비교에 지친 사람들에게 철학은 ‘더 성공하는 법’보다 ‘무너지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

23. 키키요와 에포케책방의 콘텐츠도 표면은 헛소리와 농담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같다. 끊임없이 성과와 쓸모를 증명하지 않아도, 그것이 한 사람의 존재 가치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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