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26. 07.16 KV 뉴스레터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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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계산으로 완벽한 답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의 엔지니어링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F1의 공기역학도, 자동차의 충돌 안전성도, 반도체 패키지의 열 설계도 모두 계산하고 결과를 보고 조건을 바꿔 다시 계산하는 시뮬레이션의 반복을 거쳐야 좋은 설계에 도달하는데요.
관건은 이 반복에 걸리는 시간입니다. 고정밀 시뮬레이션 한 번에 며칠, 길게는 몇 주가 걸리죠. 그런데 지금, 수십 년간 제조업의 표준이었던 CAE에 AI를 결합해 이 반복의 속도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존 CAE 강자, 물리 AI 스타트업, 범용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까지 서로 다른 배경의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이 시장에 뛰어드는 중이죠.
이번 글에서는 AI가 CAE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리고 이 경쟁의 승패를 가를 조건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나아가 한국의 스타트업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고 있는지도 함께 알아보려 합니다.
- 🔩 CAE가 느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ft. 부정방정식)
- ⚡ 시뮬레이션의 GPT 모먼트, AI-Aided Engineering
- 🎯 승부를 가르는 세 가지 조건
- 🇰🇷 이 조건에 답하는 팀, Solver X
CAE가 느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부정 방정식의 한계
유체의 흐름, 구조물의 변형, 열의 전달처럼 다양한 물리 현상을 지배하는 방정식은 대부분 부정 방정식에 해당합니다. 하나의 물리 현상에 대해 무수히 많은 해가 존재하고, 어떤 해가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인지 정해진 풀이 절차만으로는 알 수 없죠.
🔖 KV Dictionary | 부정 방정식
미지수의 개수가 방정식의 개수보다 많아 해가 무수히 많은 방정식입니다. 유체나 구조 해석에서는 압력, 속도, 변형 같은 미지수들이 서로 얽힌 채 조건식보다 많이 남아, 추가적인 물리적 제약이나 수치적 근사 없이는 하나의 해로 좁혀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CAE(Computer-Aided Engineering)는 이 무수한 가능성 중 실제로 일어나는 물리 현상에 해당하는 하나의 해를 찾기 위해, 대상을 아주 작은 조각(mesh, 메쉬)으로 잘게 쪼갠 뒤 각 조각마다 물리 법칙을 만족하는 조건을 추가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맞춰가는 방식을 택합니다. 유한요소법(FEM)으로 대표되는 이 접근은 제조업 설계 검증의 표준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물리 법칙을 직접 대입해 계산하는 만큼 이 방식은 정확하지만, 치명적인 대가가 따릅니다. 정확도를 높이려면 메쉬를 더 잘게 쪼개야 하는데, 메쉬가 잘게 쪼개질수록 계산해야 할 요소 간 상호작용의 수도 함께 늘어납니다. 그만큼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죠. 고정밀 시뮬레이션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입니다.
AI-Aided Engineering: 루프 자체를 다시 설계하다
이 병목을 겨냥해 등장한 것이 물리 AI, 그리고 AIAE(AI-Aided Engineering)입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매번 물리 법칙을 처음부터 계산하는 대신, 시뮬레이션 데이터로 AI 모델을 학습시켜 물리 법칙 자체를 모델이 내재화하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학습이 끝난 모델은 새로운 설계안에 대해 며칠짜리 계산 없이 수 초, 빠르면 밀리초 안에 결과를 예측하는데요. 시행착오 루프 한 바퀴를 몇 주에서 몇 초로 줄이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을 “시뮬레이션의 GPT 모먼트”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학술적 토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쌓여 왔습니다. 물리 법칙을 손실함수에 벌점으로 심는 PINN(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이 2017~2019년에 제시되었고, 함수 간의 매핑 자체를 학습해 여러 조건에 일반화하는 뉴럴 오퍼레이터(FNO 등)가 2020년에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들이 산업의 정식 제품으로 흡수된 것은 불과 최근 1~2년 사이의 일입니다.
학계와 산업 사이의 이 시간차가 좁혀지는 바로 지금, 시장의 판이 새로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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