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타이틀에 기대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는 자만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상을 받는다."
2013년, tvN으로 이적한 그가 첫 작품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방송가의 시선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젊고 예쁜 아이돌이 나와도 성공하기 힘든 여행 예능에, 평균 연령 76세의 원로 배우 4명을 데리고 배낭여행을 간다는 기획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지상파의 후광도 없는 케이블 채널이었습니다. 모두가 "이번엔 감을 잃었다"고 수군거렸습니다.
그러나 「꽃보다 할배」는 한국 예능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10년 전 '국민 예능'의 타이틀을 스스로 내려놓았던 한 연출자가, 거대 자본과 스튜디오를 벗어나 카메라 한 대와 방구석 수다만으로 마침내 예능인의 정점에 서게 된 과정을 따라갑니다.
이 글이 끝날 때쯤, 화려한 껍데기를 버리고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가 어떻게 스스로를 끝없이 진화하게 만드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실패를 성공으로 변화시킨 유명인들의 인사이트를 다룹니다.
장소 1. 모두가 실패를 예견했던 할배들의 여행길 (2013년 「꽃보다 할배」)

지상파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떠나 케이블(tvN)에 둥지를 튼 그가 주목한 것은 '빠르고 자극적인 예능'이 아니었습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느리고 낯설지만 삶의 묵직한 지혜를 가진 노배우들을 모시고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조미료를 빼고 사람의 냄새에 집중한 이 다큐멘터리 같은 예능은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이때 그가 본 사실은 이것이었습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 방정식(젊고 핫한 스타)'을 따르지 않아도, 진정성 있는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만 있다면 플랫폼의 한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소 2.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기획한 시골집 마당 (2014년 「삼시세끼」)

여행 예능을 성공시킨 그는 더욱 극단적인 기획을 밀어붙입니다. 강원도 정선의 외딴 시골집에 이서진과 옥택연을 가둬놓고, 텃밭에서 작물을 캐서 그저 하루 세끼 밥만 지어 먹으라는 예능 「삼시세끼」를 내놓은 것입니다.
게임도, 벌칙도, 탈락자도 없었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처마 밑에서 불을 피웠습니다. 당시 경영진조차 "이게 방송이 되냐"고 우려했지만, 시청자들은 타는 불멍과 끓는 찌개 소리에 엄청난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 현장에서 그가 본 사실은 이것이었습니다. 세상이 크고 복잡한 것을 향해 달려갈 때, 결핍과 아날로그,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선물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트렌디하고 강력한 기획이 될 수 있다.
장소 3. 40억 달러짜리 달나라 공약으로 맞은 위기의 라이브 스튜디오 (2019년 십오야 유튜브)

자신만의 브랜드를 확고히 한 그는, 유튜브라는 새로운 물결에 올라타 채널 '십오야'를 개설합니다. 그러나 라이브 방송 중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하면 은지원과 이수근을 달나라로 보내겠다는 무리한 공약을 걸었고, 덜컥 100만 명이 넘으면서 제작비 40억 달러(약 5조 원)가 필요한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그는 변명하거나 숨지 않았습니다. 카메라 앞에 정장을 입고 무릎을 꿇은 채 라이브 방송을 켜서 "제발 구독을 취소해 달라"고 읍소하는 대국민 사과 방송을 진행합니다. 이 솔직하고 처절한(?) 사과 쇼는 오히려 엄청난 호감도를 끌어냈습니다.
이때 그가 보여준 사실은 이것이었습니다. 실수와 실패를 덮으려 권위를 세우는 대신, 그것을 유쾌한 스토리텔링으로 승화시키면 위기마저도 하나의 훌륭한 콘텐츠가 된다.
장소 4. 조명 하나, 카메라 한 대로 돌아간 방구석 토크쇼 (2023년 나불나불)

최근 그의 주무대는 화려한 해외 로케이션도, 수십 대의 카메라가 있는 스튜디오도 아닙니다. 채널 십오야 작업실 구석, 배달 음식을 시켜놓고 연예인들과 편안하게 수다를 떠는 '나영석의 나불나불', '와글와글' 콘텐츠입니다.
그는 더 이상 PD라는 직함 뒤에 숨지 않고, 본인이 직접 호스트이자 인터뷰어가 되어 게스트와 놀라운 티키타카를 선보입니다. 화려한 자막도 웅장한 연출도 없지만, 조회수는 수백만을 가볍게 넘깁니다.
이 방구석에서 그가 보여준 사실은 분명합니다. 연출의 핵심은 화려한 포장지가 아니라, 마주 앉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키고 진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공감과 경청의 태도' 그 자체다.
장소 5. PD가 예능인의 정점에 선 제60회 백상예술대상 무대 (2024년)

그리고 2024년, 유튜브와 TV의 경계를 허물며 구독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온 그는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유재석, 기안84, 탁재훈 등 쟁쟁한 예능인들을 제치고 '남자 예능상'을 수상합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유튜브를 통해 구독자들과 이런저런 콘텐츠를 만든 것 때문에 주신 것 같다"며, "매체와 시청자를 이어주는 사람으로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국민 예능 메인 연출자'라는 무거운 감투를 버리고, 시청자 곁에서 함께 웃고 떠드는 동네 형(혹은 아저씨)의 자리를 기꺼이 수용한 결과였습니다.
이 무대가 보여준 사실은 분명합니다. 알량한 직함이나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의 변화에 몸을 맡긴 사람만이, 전혀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가장 높은 영예를 안게 됩니다.
Epilogue
나영석 PD가 KBS라는 거대 지상파를 버린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그는 유럽의 골목길을 걷고, 시골집에서 불을 피우고, 달나라 공약을 취소하려 무릎을 꿇고, 마침내 방구석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가 되었습니다.
그가 가장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그가 천재적인 기획자라서가 아닙니다. 화려한 연출과 거대한 시스템이라는 '포장지'를 과감히 버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공감'이라는 예능의 본질 그 자체로만 승부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연출자라는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구독자(시청자)가 원한다면 언제든 카메라 앞으로 나갔고,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백상예술대상이 그에게 예능상을 안긴 것은, 플랫폼이 격변하는 시대에 창작자가 취해야 할 가장 완벽한 유연함과 진정성에 대한 찬사일지도 모릅니다.
실패를 성공으로 변화시킨 유명인들의 인사이트를 다룹니다.
Micro-Mission
오늘, 당신이 너무 집착하고 있는 당신의 '타이틀'이나 '포장지'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대기업 명함, 특정 직급, 혹은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그 화려한 포장지를 모두 떼어내고, 오직 당신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강점 하나'만 남는다면 그것이 무엇일지 한 줄로 적어보세요. (예: 어떤 직함이 없더라도,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위로해 줄 수 있다.)
과거의 영광과 껍데기를 버릴 수 있을 때, 당신의 진짜 무대가 시작됩니다.
※ 본 뉴스레터의 사실관계는 2013년 tvN 이적 후 첫 작품 「꽃보다 할배」의 성공, 2014년 힐링 예능의 시초가 된 「삼시세끼」 연출, 2019년 '채널 십오야' 개설 및 달나라 공약 취소 대국민 사과 라이브, 최근 편안한 토크 형식의 웹 예능 '나영석의 나불나불', '와글와글' 연출 및 진행, 2024년 제6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예능상 수상 및 관련 수상 소감 등 공식적인 방송 역사와 본인의 공개 발언을 근거로 작성되었습니다.
-- 화이트 크로우 필그리미지 뉴스레터는 매주 수요일에 발행됩니다. 이번주는 사정상 하루 늦게 발행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