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팟캐스트가 메가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데, 정확히는 시청자들이 다른 일을 하거나 적적할 때, 백색소음처럼 영상을 '틀어놓는 시청 형태' 자체가 메가 트렌드다.
2. 이에 따라 원래는 스마트폰 중심으로 보던 유튜브에서, TV와 PC 모니터, 태블릿 시청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큰 화면에 띄워두고 방치하는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이며, 알고리즘은 이용자 체류 시간을 보장하는 팟캐스트 포맷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광고가 엄청나게 붙으니까.
3. 참고로 체류 시간 측면에서 넷플릭스가 유튜브를 못 이기는 이유도, 넷플릭스는 '몰아보기 각'을 잡아야 된다는 이미지 때문이다. 그래서 부담 없이 틀어놓는 시청 습관을 테스트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Stokes Twins(1.4억 명), Jay Shetty(577만 명) 같은 해외 탑 유튜버 채널을 자기 플랫폼으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4. 소파에 기대어 영상을 틀어놓는 시청 형태를 lean back이라고 하는데, 탁월한 창작자는 이를 다시 lean forward로 바꿔버린다.
5. 유병재가 눈을 가리고, 게스트를 초대해, 그 게스트가 누구인지 맞추는 〈뉘쇼〉는 조회수 169만, 좋아요 3.8만, 댓글 2,830개가 달렸다.
6. 특히 강형욱을 부른 것 자체가 신의 한 수인데, 강형욱은 계속 "저는 예쁜 애들을 많이 만나고 다녀요(=강아지)"라고 이야기하고, 유병재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술도 파르르 떨고, 엄청 당황한다.
7. 여기에 편집도 시각 장치로 붙는다. 유병재가 오답을 낼 때마다 좌상단에 후보 인물 얼굴이 하나씩 쌓이고, 강형욱이 "예쁜 애들"이라고 말할 때마다 유병재가 “이거.. 괜찮아..? 가편 보내드릴게요…”라고 이야기를 한다.
8. 화면 밖에서 듣던 시청자는, 처음엔 팟캐스트처럼 부담 없이 켰다가, 자연스럽게 유병재의 당황한 표정과 자료화면에 눈을 돌리게 된다.
9. 실제 댓글에도 "설거지하다가 개웃겨서 보게 됐다. 일하면서 듣다가 유병재 당황하는 표정 보고 화면에 코 박고 본다"라거나, "팟캐스트 트렌드 역이용해서, 시청자 멱살 잡고 모니터 앞으로 끌고 오는 기획력 미쳤다", "간만에 스킵 안 하고 끝까지 본 예능이다" 같은 반응이 계속 달린다.
10. 화면 밖에서 켜놓고 있던 시청자를 강력한 몰입과 참여(engagement)로 끌어당긴 것이다.
11. 결국 lean back을 lean forward로 끌고 오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걸 사실은 lean in이라고 한다.
12. 시청자가 넘기거나 딴짓하던 것을 멈추고, 화면 쪽으로 정신도 몸도 기울이게 만드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13. lean back은 편안함, lean forward는 목적성, lean in은 몰입감이 핵심이다.
14.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인데, TBPN은 노잼인 테크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Tech Brothers에 ESPN을 붙여서 TBPN으로 이름을 바꿨고, 테크 연사들을 카드 게임 형태로 만들어서 보여준다. 심지어 그 카드를 실물 굿즈로 만들어서 판매까지 하고 있다.
15. 테크 유튜버 1위 마커스 브라운리도 Waveform 팟캐스트 후반부에 항상 퀴즈쇼를 넣고, 화면에 점수판을 띄워서 시청자들이 변해가는 스코어를 계속 보게끔 만들었다.
16. 결국 팟캐스트 같은 틀어놓는 콘텐츠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에, 차별화 포인트를 잡기 위한 방식이며, 결정적으로 시청자의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내는 형태다.
17. 왜냐하면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 팟캐스트 안에서 벌어지는 라이벌 구도나 특별한 에피소드, 서사, 캐릭터를 원하는데, 이 차별점을 만드는 장치는 결국 눈으로 볼 때 그 화면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유병재의 안대, TBPN의 카드, 마커스 브라운리의 점수판 전부 같은 원리다.
18. 그러니 시청자가 내 영상을 틀어놓는다면, 이걸 어떻게 lean forward로 만들지, 아니 lean in으로 확 몰입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도 미국처럼 팟캐스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니까.
++ 이 글은 프로젝트 썸원님의 TBPN 분석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somewon_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