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Figma Maker Collective Seoul을 온라인으로 들었습니다.
이번 웨비나를 보기 전부터 궁금했던 것은 단순히 “어떤 기능이 추가됐을까?”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새로운 기능은 중요합니다. AI가 더 많은 작업을 도와주고, 디자인과 개발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고, 팀이 한 공간에서 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게 되는 변화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세션을 보며 더 크게 남은 질문은 따로 있었습니다.
더 많은 것이 만들어질수록, 그 과정에서 생기는 피드백과 판단의 맥락은 어디에 남을까?
Figma의 CPO Yuhki Yamashita는 AI 시대의 제품 개발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이야기하며 이제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션에서 소개된 조사에 따르면 디자인을 하는 개발자는 2023년 44%에서 60%로 늘었고, 코딩을 하는 디자이너는 21%에서 41%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메이커’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더 쉽게 코드를 이해하고, 개발자는 더 쉽게 디자인을 시도합니다. AI는 그 사이에서 아이디어를 더 빠르게 만들고, 프로토타입을 더 빠르게 구현하게 돕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가 무조건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세션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Figma가 AI 시대의 문제를 단순히 “더 빠르게 만들기”의 관점에서만 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오히려 AI 시대의 제품 개발에서 생길 수 있는 두 가지 새로운 문제를 짚었습니다.
하나는 새로운 사일로, 다른 하나는 조용한 항복입니다.
AI는 더 빠르게 만들게 하지만, 새로운 사일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AI 도구의 발전으로 개인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혼자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AI와 대화하며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코드까지 작성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팀과 함께 논의해야 했던 많은 것들을 개인이 훨씬 빠르게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항상 협업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각자가 개인 채팅창 안에서 AI와 긴밀하게 대화하며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팀원 간의 조기 공유와 논의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캔버스 위에서 함께 보며 이야기하던 과정이 이제는 각자의 로컬 환경과 AI 대화창 안에서 조용히 진행될 수 있습니다. 완성된 결과물이나 영상만 나중에 공유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질문이 있었고 어떤 선택지가 버려졌는지, 왜 이 방향으로 갔는지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Figma가 말한 새로운 사일로의 문제라고 이해했습니다. AI는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협업의 과정을 더 개인화된 터널 안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습니다.
이 사일로를 캔버스 위에서 풀려고 합니다
세션에서 강조한 방향은 분명했습니다.
AI와 코드, 디자인, 협업을 각자의 도구 안에 흩어두는 것이 아닌 하나의 캔버스 위에서 함께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코드 레이어는 이 흐름을 잘 보여주는 기능처럼 느껴졌습니다. AI가 만든 코드나 인터랙션이 개인 채팅창이나 로컬 환경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캔버스 위에서 시각적으로 공유되고 논의될 수 있다면 팀은 더 일찍 맥락을 볼 수 있습니다. 왜 코드가 바뀌었고 어떤 시각적 결과가 생겼는지, 그 변화가 디자인 의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드뿐 아니라 세이더, 모션, 3D 변환 같은 새로운 창작 소재도 캔버스 안으로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Figma가 단순히 화면을 그리는 도구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신호처럼 보였습니다. 캔버스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만들고 실험하며 협업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디자인과 개발, AI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공간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풀스택 제작 환경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제작 능력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듭니다
두 번째 문제는 조용한 항복이었습니다.
AI는 굉장히 빠르게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레이아웃을 제안하고, 문구를 만들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코드도 작성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결과물은 꽤 합리적이고 보기에도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이 정도면 괜찮다”고 느껴질 때, 팀은 자기도 모르게 더 이상 밀어붙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머신러닝 모델은 기본적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그럴듯한 평균값에 가까운 결과를 반환합니다.
그 결과물은 안정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너무 익숙하고 평범할 수 있습니다. 팀이 계속해서 질문하지 않으면, AI가 준 평균적인 결과에 만족하게 됩니다. 이것이 조용한 항복이라고 느꼈습니다. 누군가 강제로 포기시킨 것이 아닌 그럴듯한 결과물 앞에서 스스로 더 나아가려는 긴장을 내려놓는 상태입니다.
AI 시대에는 더 많이 만드는 것보다 더 잘 질문하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세션에서 좋았던 점은 이 문제를 단순히 기능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도구의 진화도 중요하지만, 문화도 함께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AI가 준 결과물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질문해야 합니다. 이런 질문이 없다면 AI는 창의성을 확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모두가 비슷한 결과물에 안주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결과물은 너무 뻔하지 않은가?
예상 밖의 것은 무엇인가?
평균적인 답을 넘어서는 방향은 무엇인가?
팀이 더 밀어붙여야 할 부분은 어디인가?
저는 이 부분이 디자이너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AI가 더 많이 만들어낼수록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은 단순히 더 빨리 만드는 능력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더 잘 질문하고, 더 잘 나누고, 더 잘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평균적인 답이고, 어디부터가 우리가 밀어붙여야 할 영역인지.
이런 판단이 디자이너의 역할 안에서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파일에는 많은 것이 남지만, 업무 흐름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습니다
Figma가 더 강력한 캔버스가 될수록 디자이너의 많은 작업은 이 안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시안이 남습니다. 프레임이 남고 섹션과 컴포넌트가 남습니다. 코멘트와 수정 흔적도 남습니다. 앞으로는 코드, 모션, 3D, AI 에이전트가 만든 결과물까지 더 많은 요소가 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파일 안에 남아 있다는 것과 그것이 업무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화면에 이런 코멘트가 달렸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부분이 조금 더 직관적이면 좋겠어요.”
이 코멘트는 분명 어딘가에 남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사용 흐름의 문제인지, 표현 취향의 문제인지, 정보 구조의 문제인지까지 자동으로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이 피드백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수정할 것인지,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팀에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지도 별도로 정리해야 합니다. Figma는 결과물과 피드백이 모이는 강력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발생한 피드백과 판단이 바로 다음 업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디자이너는 파일 안에 남은 흔적을 다시 꺼내고, 해석하고, 정리해서 다음 행동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Figma 연동은 파일을 가져오는 일이 아니라, 맥락을 이어주는 일이어야 합니다
D:bo에서 Figma 연동을 고민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파일을 연결하거나 화면 이미지를 가져오는 정도를 떠올릴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웨비나를 보며 더 분명해진 것은 파일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이어주는 일이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코멘트는 단순한 메모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문제 정의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프레임이나 섹션은 단순한 화면 묶음이 아닌 하나의 작업 단위가 되거나, 실행해야 할 개선 범위가 될 수 있습니다. 수정 흔적도 하루 동안 어떤 판단이 있었고, 무엇이 바뀌었고, 어떤 피드백이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회고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D:bo가 Figma와 연결된다면 단순히 파일 링크를 저장하는 연동이 아니라 이런 흐름을 이어주는 연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인 파일과 업무 도구 사이에는 아직 빈틈이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하루는 하나의 툴 안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Figma에서 화면을 만들고 슬랙에서 이야기하며, 노션에 정리한 뒤 회의에서 다시 설명합니다. 해야 할 일은 또 다른 도구에 남고, 하루가 끝난 뒤에는 무엇을 했는지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각 도구는 각자의 역할을 잘합니다. Figma는 디자인과 협업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슬랙은 빠른 대화를 돕습니다. 노션은 문서화에 좋고, 프로젝트 관리 도구는 진행 상태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실제 업무는 이 도구들 사이를 계속 오갑니다. 문제는 이 사이를 이동할 때 맥락이 자주 끊긴다는 점입니다. Figma에서 나온 피드백이 슬랙에서 다시 설명되고,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이 노션으로 옮겨지고, 그중 일부가 다시 할 일로 정리됩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계속해서 같은 맥락을 다시 연결합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사일로가 개인 채팅창 안에서 생길 수 있다면, 디자인 업무의 사일로는 이미 도구들 사이에서도 생기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D:bo가 보고 있는 Figma 연동의 방향
아직 구체적인 연동 방식은 계속 고민 중입니다.
하지만 방향은 조금씩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D:bo가 Figma와 연결된다면,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것은 피드백의 흐름입니다. 코멘트나 작업 메모가 D:bo 안에서 문제 유형과 판단 기준으로 정리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 다음은 작업 단위입니다. Figma의 프레임이나 섹션, 수정해야 할 영역이 실행 가능한 업무로 이어질 수 있다면 디자이너는 파일과 업무 보드 사이를 덜 오가도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리포트와 회고입니다. 하루 동안 어떤 화면을 수정했고 어떤 피드백을 반영했으며 무엇이 아직 남아 있는지 정리된다면 Figma 안에서 일어난 작업이 하루의 업무 기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D:bo가 만들고 싶은 것은 디자이너가 더 많은 문서를 쓰게 만드는 도구가 아닌 이미 그 안에서 하고 있는 작업과 피드백, 결정의 흔적이 다음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구조입니다.
강력해질수록, 그 밖의 흐름도 중요해집니다
Figma가 얼마나 강력한 제작 환경으로 확장되고 있는지 느꼈습니다.
코드, 모션, 3D, 세이더, AI 에이전트까지 캔버스 안으로 들어오면서 Figma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분명 기대됩니다. 디자이너가 더 높은 완성도의 아이디어를 직접 실험하고, 팀과 더 빨리 공유하고, 개발과 더 가까운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더 중요해지는 것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긴 피드백과 판단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AI가 준 평균적인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질문하는 일입니다. 디자인 파일 안의 흔적을 다음 업무로 이어가는 일입니다. 더 많은 제작의 중심이 될수록, 그 안에서 생긴 맥락을 어떻게 밖의 업무 흐름으로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도 커질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지점이 앞으로 디자이너의 생산성에서 중요한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Figma Maker Collective Seoul을 보며 가장 크게 든 생각이 디자인 도구가 점점 더 많은 것을 해낼수록 그 안에서 생기는 맥락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더 중요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AI는 더 많은 것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Figma는 그 결과물을 더 잘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캔버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일은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순간에 끝나지 않습니다.
피드백을 해석하고, 판단 기준을 세우고, 다음 행동으로 연결하고, 팀과 다시 공유해야 합니다. D:bo는 디자이너의 업무가 브리프에서 실행, 리포트와 회고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피드백과 작업 맥락도 D:bo의 업무 흐름과 연결해보려 합니다. 완성된 답은 아니지만 파일 안에서 끝나던 피드백과 판단이 다음 업무로 이어질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