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현의 Human AX]에서 발행되었습니다.
AX 실전 벤치마크 사례, 퀄리티 있는 AI 인사이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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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회사는 어떻게 저렇게 빨리 바뀐 거지?"
"우리 회사도 AI를 도입했다는데, 왜 아무것도 변한 게 없을까?"
"규모가 작아서 안 되는 걸까, 아니면 접근 방식이 틀린 걸까?"
다른 기업들의 성공적인 AX(AI 전환) 소식을 접할 때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막막함을 느껴보셨을 겁니다.
저 역시 매번 같은 질문을 품고 고민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나의 정답’을 찾는 대신, 규모와 업종이 완전히 다른 세 기업 — 신한은행, 컬리, LG디스플레이 — 의 AX 실행 방식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처음에 찾으려던 '단 하나의 정답' 같은 건 애초에 없었습니다. 대기업, 이커머스, 제조업이라는 전혀 다른 뼈대를 가진 세 조직은 각자의 환경에 맞춰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했거든요. 어떤 곳은 내부에서 역량을 키워냈고, 어떤 곳은 외부에서 검증된 팀을 통째로 데려왔습니다.
오늘은 이들이 걸어간 3인 3색의 길,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단 하나의 '공통 원칙'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신한은행 — 톱다운 선언과 현장주도 실행을 함께 설계하다
신한은행의 AX는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2017년, IT 부서 중심의 자동화 프로젝트로 출발했어요. 반복적인 수작업, 분리된 시스템 간 수동 데이터 이전, 전국 800개 지점의 규정 준수 모니터링 부담이 그 출발점이었습니다.
여기에 결정적인 드라이브를 건 것이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회장의 선언이었습니다. AX를 "생존 과제"로 명시하면서, 자동화는 IT 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전사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격상됐죠. 그리고 2026년, 이 여정은 전 그룹사 대상 '1부서 1에이전트' 캠페인으로 확장됐습니다.

[WHY] 왜 신한은행의 방식이 주목할 만한가요?
단발성 파일럿으로 끝나는 AX 사례가 대부분인 것과 달리, 신한은행은 9년에 걸친 여정을 시계열로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SK Inc., Automation Anywhere와 협력해 추진한 '마이봇(My Bot)' 이니셔티브는 14,000명 이상의 직원에게 15,000개의 개인용 디지털 어시스턴트를 배포한, 세계 최대 규모 자동화 사업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성과도 구체적입니다. 연간 120만 시간 이상의 업무 시간이 절감됐고, 대출 심사는 연 10만 건 이상 자동화됐습니다. 규정 준수 검증에는 주 3,200시간이 줄었고, 전국 약 160개 영업점에 배치된 AI 은행원은 1대당 하루 평균 80명의 고객을 응대하고 있습니다.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기준으로는 디지털 기반 업무 효율화 전체 성과가 전년 대비 15% 증가한 6,523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AX 단독 성과가 아니라 디지털 전환 전반을 아우르는 수치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HOW] 실제로 어떻게 했고, 우리는 어떻게 따라할 수 있나요?
1) 개인 도구로 시작해 조직 표준으로 넓혔습니다 마이봇은 처음부터 전사 표준으로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직원이 쓸 수 있는 도구"라는 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외부 상용 모델과 내부 자체 모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인 단위 도입부터 넓혀갔어요. 거대한 시스템을 한 번에 깔지 않고, 쓸 수 있는 사람부터 쓰게 만든 겁니다.
2) 확산 속도와 통제를 동시에 설계했습니다 준법·정보보호·소비자보호·리스크 담당 임원이 함께 참여하는 그룹 협의체를 구성해, AI 정책을 공유하고 조율하는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확산만 밀어붙이면 규제 리스크가 커지고, 통제만 앞세우면 확산이 멈춥니다. 신한은행은 이 둘을 같은 시기에 나란히 설계했습니다.
3) 부서 단위 목표로 못박았습니다 '1부서 1에이전트' 캠페인은 단순 반복업무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 조회·분석·보고서 작성·메일 발송·업무 내용 저장까지 업무 프로세스 전 과정을 스스로 판단하는 에이전트로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언젠가 쓰겠지"가 아니라 "이번 분기, 우리 부서는 최소 1개"라는 구체적 기준을 세운 것이 확산 속도를 만들었습니다.
2. 컬리 — 자체 개발 대신 검증된 팀을 통째로 인수하다
신한은행이 내부에서 역량을 다졌다면, 컬리는 정반대의 전략을 취했습니다. "AI 네이티브 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담대한 목표를 위해, 사내에 개발팀을 새로 꾸리는 대신 이미 실력이 검증된 AI 스타트업을 과감하게 인수했습니다.
'매출 규모도 다른데, 스타트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게 우리 회사에도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컬리의 방식에서 정말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인수 규모가 아니라 '무엇을 사려고 했는가'입니다.

[WHY] 왜 컬리의 방식이 주목할 만한가요?
컬리는 AI 솔루션 기업 '원지랩스'를 300억 원 규모의 주식교환을 통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2026년 8월 완료 예정). 이 딜의 본질은 AI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바로 '사람'이었습니다. 원지랩스 임직원들에게 4년의 락인(Lock-in) 조건을 걸어 핵심 인재들의 이탈을 막고, 그들의 DNA를 컬리 내부에 고스란히 이식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현재 컬리의 AICS(AI Customer Service)는 1:1 문의 관련 업무의 약 40%를 스스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사내 개발팀을 키우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검증된 팀을 데려와 실행 속도를 극단적으로 앞당겼습니다.
[HOW] 실제로 어떻게 했고, 우리는 어떻게 따라할 수 있나요?
1)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인수했습니다 원지랩스를 인수하며 컬리가 가장 신경 쓴 것은 기술 특허나 코드베이스가 아니라, 그 기술을 만든 사람들이 그대로 남아 계속 일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사도 만든 사람이 떠나면 그 기술은 정체됩니다.
2) 인재를 붙잡는 장치를 계약서에 담았습니다 4년 락인이라는 지분 회수 조항은 "함께 일하자"는 구두 약속이 아니라, 실제로 이탈을 막는 계약적 장치입니다. 좋은 인재를 데려오는 것과 그 인재를 계속 붙잡아두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컬리는 계약 설계로 풀었습니다.
3) 외부에서 온 사람에게 실제 권한을 실었습니다 원지랩스 곽근봉 대표(캐시슬라이드 前 CTO·CPO)는 컬리 내 신설 조직 AX센터의 센터장으로 선임돼 AI 기술 도입·활용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인수한 인재를 자문 역할에 머물게 하지 않고, 조직 개편의 실권을 쥔 자리에 앉힌 것이 확산 속도를 결정했습니다.
3. LG디스플레이 — 탐지에서 멈추지 않고 실행까지 잇는 폐루프 자동화
LG디스플레이는 앞의 두 기업과 전혀 다른 난이도의 현장에서 AX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OLED는 미터 단위의 대형 유리 기판 위에 미크론 단위의 회로와 발광층을 쌓아 140개 이상의 공정을 거쳐 제작됩니다. 제조 기간만 한 달 이상이고, 품질 이상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는 일은 현장에서 "우주에서 한반도로 떨어진 야구공을 찾는 것"에 비유될 만큼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이병승 DX그룹장(상무)이 주도해 개발·제조 영역의 DX, 즉 AI 생산체계를 구축한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WHY] 왜 LG디스플레이의 방식이 주목할 만한가요?
대부분의 제조업 AI 사례는 '이상 탐지 정확도를 얼마나 높였는가'에서 멈춥니다. LG디스플레이가 다른 지점은 여기서부터입니다. OLED 제조에 필요한 도메인 지식을 AI에 학습시켜 실시간으로 설비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품질 이상이 발생하면 가능한 원인의 경우의 수를 AI가 자동으로 분석해 해결책까지 도출합니다. 이상이 감지되면 문제 설비의 작동을 자동으로 보류시키고, AI가 예측한 최적 품질 조건에 맞춰 전체 공정을 즉시 재제어합니다.
그 결과 품질 이상의 원인 규명과 개선에 걸리던 기간이 3주→2일로 단축됐습니다. 연간 2,000억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HOW] 실제로 어떻게 했고, 우리는 어떻게 따라할 수 있나요?
1) 탐지가 아니라 원인 분석까지 AI에 맡겼습니다 이상 신호를 잡아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가능한 원인의 경우의 수를 AI가 스스로 좁혀가도록 설계했습니다. 사람이 데이터를 뒤져 원인을 찾는 대신, AI가 후보를 추려주면 사람은 최종 판단만 하면 됩니다.
2) 판단이 끝나면 즉시 설비를 멈추게 했습니다 이상이 감지된 순간, 문제 설비의 작동을 자동으로 보류시키는 조치까지 자동화 범위에 포함시켰습니다. "알림만 보내고 사람이 손으로 끄는" 단계에 머무르지 않은 것이 핵심입니다.
3) 최적 조건으로 전체 공정을 즉시 재제어했습니다 AI가 예측한 최적 품질 조건에 맞춰 전체 제품의 공정을 즉시 제어하고, 동시에 전체 생산 제품을 대상으로 품질 검사를 병행해 이상 여부와 원인을 실시간으로 다시 확인합니다. 탐지→원인분석→해결→제어가 하나의 루프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마무리: AX에 정답은 없다, 원칙은 있다
오늘 살펴본 세 기업을 한 문장씩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신한은행은 톱다운 선언과 현업 주도 실행, 그리고 내부통제 협의체를 함께 설계해 '1부서 1에이전트'까지 확산했습니다. 컬리는 자체 개발 대신 검증된 AI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그 대표에게 실권을 실어 조직 역량을 통째로 이식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이상 탐지에서 멈추지 않고 원인분석부터 공정제어까지 잇는 폐루프 자동화로 가장 까다로운 제조 현장의 문제를 풀었습니다.
세 기업의 실행 방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러나 이 세 기업 모두가 도달한 궁극적인 전환점은 같았습니다. 바로 "AI를 소수의 개인이 쓰는 산발적인 도구에서, 조직 전체가 딛고 서는 튼튼한 인프라로 전환했다"는 점입니다. 이 티핑 포인트가 없었다면, 이들의 이야기는 조직 전체의 성과가 아닌 소수 얼리어답터들의 무용담으로 그치고 말았을 것입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내일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Step 1) 흩어진 AI 사용 현황 모아보기: 1주일 동안 팀별로 "현재 사용 중인 AI 도구와 용도"를 가볍게 취합해 보세요. 십중팔구 "생각보다 다들 몰래 많이 쓰고 있었네?"라는 놀라운 사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Step 2) 직함이 아닌 '실질적 권한' 부여하기: 사내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직원을 AX 담당자로 세우고, 예산과 의사결정권을 명확히 쥐여주세요. 권한이 동반되지 않은 리더십으로는 확산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Step 3) '판단'에서 멈추지 말고 '다음 액션'까지 연결하기: 현재 AI가 요약이나 판단만 해주고 사람이 직접 후속 처리를 하는 업무를 하나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다음 단계(알림 자동 발송, 담당자 자동 배정, 티켓 생성 등)까지 AI가 곧바로 실행하도록 과감하게 프로세스를 이어붙여 보시기 바랍니다.
완벽한 단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는 망설임은 오히려 늦은 출발을 만들 뿐입니다. 우리 조직의 규모와 문제에 맞는 핏(Fit)을 찾아가되, '개인의 도구에서 조직의 인프라로'라는 원칙만큼은 꼭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세 기업의 완전히 다른 여정을 관통하고 있던 단 하나의 진리였으니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