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때도 돈이 들어오는 1인·AI 빌더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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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제 타임라인은 대박 이야기로 가득 찼습니다.
용달차에서 시작해 5년 만에 회사 가치 3,000억 원, 창업자는 지분을 팔아 1,500억 원을 손에 쥐었다는 이야기(아정당 김민기 대표). 300만 원짜리 중고 푸드트럭으로 피자를 팔던 사람이 11개국에 매장 160개를 열었다는 이야기(고피자 임재원 대표). 유튜브 썸네일에는 "한 달 만에 13억", "6개월 만에 1,100억" 같은 숫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옵니다.
숫자를 보면 가슴이 뜁니다.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며칠 들여다보다 멈췄습니다. 이 이야기들을 그대로 믿고 내 사업을 정하면 다친다는 걸, 옆에서 여러 번 봤거든요.
저는 한 1인 창업 플랫폼에서 일합니다. 5개월 동안 1만 명의 사장님 옆에서 오간 상담 메시지 25만 개를 봤어요. 사업자등록 직전의 첫 질문부터, 6개월 뒤 사업을 접으러 오는 마지막 질문까지요. 그 자리에서 확실해진 게 하나 있습니다. 화면에 뜨는 대박 이야기와, 실제로 대부분이 서 있는 자리는 완전히 다릅니다.
오해는 마세요. 저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게 아닙니다. 고피자도 아정당도 진짜예요. 문제는 그 이야기를 내 결정의 기준으로 가져올 때 생깁니다. 왜 위험한지, 이번 달 사례로 세 가지만 풀어볼게요.
1. '1인 창업 신화'라고 부르지만,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먼저 속는 지점이에요.
아정당은 "1인 창업 성공 사례"로 소개됩니다. 그런데 뜯어보면, 용달 중개 네이버 카페로 시작해 법인을 세우고, 1년 6개월 만에 매출 180억을 찍고, 직원을 뽑고, 투자와 지분 거래를 거쳐 회사 가치 3,000억이 된 이야기입니다. 혼자 노트북 앞에서 만든 게 아니라, 사람을 모으고 돈을 받아 키운 회사예요.
고피자도 마찬가지예요. 시작은 푸드트럭 한 대였지만, 지금은 AI 오븐을 직접 개발하고 투자를 받아 11개국에 매장을 낸 프랜차이즈 기업입니다. 주방에서 혼자 피자를 굽는 사장님과는 다른 종목이에요.
여기에 하나 더 지워지는 게 있어요. 걸린 시간입니다. 아정당은 2018년 용달 중개 카페에서 시작했습니다. 3,000억이라는 숫자는 그로부터 5년 넘게 걸린 결과예요. 고피자도 2016년 푸드트럭에서 출발해, 연 매출 100억을 넘긴 게 5년 뒤였고, 11개국은 그보다 더 걸렸습니다. 헤드라인은 그 5년을 한 줄로 압축하지만, 그 안에는 수백 번의 결정과 몇 번의 고비가 들어 있어요. 우리는 압축된 결과만 보고, 그 시간은 건너뜁니다.
"1인 창업"이라는 말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투자받은 팀이 여러 해에 걸쳐 키운 회사의 이야기입니다. 그걸 혼자, 지금 막 시작하는 사람의 교본으로 삼으면 출발선부터 어긋나요. 혼자 감당하는 결정과, 직원 수십 명에 투자금 수십억을 쥔 회사의 결정은 처음부터 다르니까요. 같은 길을 걷는 게 아닙니다.
2. 우리는 살아남은 한 명만 봅니다
두 번째가 더 중요합니다.
기사와 유튜브에 나오는 건 성공한 한 명이에요. 같은 업종에서 조용히 사라진 수백 명은 화면에 안 나옵니다. 카메라는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만 비추거든요. 그래서 성공에는 얼굴이 있고, 실패에는 얼굴이 없습니다. 우리 머릿속에는 얼굴 있는 쪽만 남아요.
숫자로 보면 무게가 잡힙니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2024년 한 해에 폐업을 신고한 사람이 100만 8,282명입니다. 국세청이 통계를 집계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어요. 통계청 자료에서 새로 생긴 기업이 5년 뒤까지 살아남는 비율은 약 40%입니다. 열이 시작하면 여섯은 5년 안에 문을 닫아요.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서 1인 창조기업의 평균 매출은 2억 6,000만 원대입니다. 3,000억도, 11개국도 아니에요. 대박 기사가 보여주는 건 이 분포의 맨 끝, 만 명 중 한 명 자리입니다. 그 한 명을 보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로 믿는 순간, 나머지 9,999명의 현실이 내 결정에서 지워집니다.
옆에서 자주 본 장면이 있어요. 남의 대박 기사를 캡처해 들고 와서, 잘 알지도 못하는 업종으로 급히 방향을 바꾸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6개월 뒤에 보내오는 메시지는 대개 비슷했어요. "생각과 다르네요."
3. 그 숫자가 진짜인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불편한 이야기예요.
지난달 JTBC '사건반장'과 뉴시스가 보도한 일입니다. 연 매출 100억 원을 기록했다고 알려진 30대 사업가가, 정작 함께 일한 직원에게 임금·수당·퇴직금 4,500만 원을 주지 않았습니다. 노동청이 지급 명령을 내리자 이 사람은 진짜 이체 확인증 사이에 AI로 정교하게 조작한 가짜 이체증을 섞어 냈어요. 27명분이 위조로 드러났습니다.
"연 매출 100억"이라는 타이틀 뒤에, 직원 월급도 못 주고 서류까지 위조하는 회사가 있었던 겁니다. 화면에 뜨는 숫자는 검증된 재무제표가 아니라 대부분 본인이 말한 숫자예요. 특히 "한 달 13억" 같은 유튜브 썸네일 숫자는 유료 강의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값이 매출인지, 통장을 스쳐 간 거래액인지, 아니면 그냥 부른 값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채로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가짜다"가 아닙니다. 진짜 대박도 분명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검증되지 않은 숫자를 검증된 것처럼 믿지 말자는 것. 그 숫자의 진위를 내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 그건 남의 이야기일 뿐 내 결정의 근거는 못 됩니다.
남의 숫자를 의심하는 만큼, 내 숫자는 제대로 봐야 해요. 거창한 회계 지식이 아니라, 사업 통장을 세금 준비금·운영자금·비상자금 세 개로 나눠 보는 것만 해도, 통장을 스쳐 간 돈과 실제로 남는 돈이 구분됩니다. 검증은 남이 아니라 나부터예요.
세 가지를 한 줄로 묶으면
대박 신화는 참고 자료지 결정 기준이 아닙니다.
혼자가 아니었고(1번), 살아남은 한 명만 보이고(2번), 숫자마저 확실하지 않다(3번). 이 셋을 걷어내고 나면, 남의 성공담으로 내 다음 한 수를 정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드러납니다.
그래서 오늘 할 수 있는 걸 하나 남길게요. 요즘 마음이 끌리는 성공 사례가 있다면, 그 사람에 대해 딱 세 줄만 적어보세요. 옆에서 오래 보니, 같은 대박 기사를 봐도 사람이 둘로 갈렸어요. 잘 다치는 쪽은 남의 숫자를 연료로 씁니다. "저 사람도 했으니 나도." 그러고는 잘 모르는 업종으로 뛰어들어요. 잘 버티는 쪽은 남의 숫자를 재료로 씁니다. 뜯어보고, 내 조건과 맞는 부분만 떼어내요. 요즘은 AI가 내놓은 답도 검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경쟁력이라고들 하는데, 그 검증하는 눈을 남의 성공담에도 똑같이 들이대는 겁니다.
- 혼자 했나, 팀·투자가 있었나?
- 시작부터 그 숫자까지 몇 년이 걸렸나?
- 그 숫자는 검증된 매출인가, 본인이 말한 값인가?
세 줄을 적고 나면, 그 이야기가 내 조건과 얼마나 먼지가 드러납니다. 따라 할 대상인지, 그냥 구경거리인지도 갈리고요. 규모를 줄여서 뜯어볼 만한 사례도 있어요. 코딩을 모르던 사람이 47일 만에 작은 제품을 만들어 월 1,300만 원을 버는 이야기 정도는, 3,000억 신화보다 훨씬 현실적인 교본입니다. 내가 실제로 밟을 수 있는 계단이 보이거든요.
옆에서 오래 보니, 같은 대박 기사를 봐도 사람이 둘로 갈렸어요. 잘 다치는 쪽은 남의 숫자를 연료로 씁니다. "저 사람도 했으니 나도." 그러고는 잘 모르는 업종으로 뛰어들어요. 잘 버티는 쪽은 남의 숫자를 재료로 씁니다. 뜯어보고, 내 조건과 맞는 부분만 떼어내요. 같은 기사를 봐도 한쪽은 흥분하고, 다른 쪽은 메모를 합니다. 6개월 뒤 두 사람의 자리는 많이 달랐습니다.
마무리
당신의 다음 결정은 누구의 숫자 위에 서 있나요.
남이 결승선에서 든 숫자인가요, 아니면 지금 내 출발선에서 직접 확인한 숫자인가요. 그 차이가, 1년 뒤 당신이 어느 통계 안에 서 있을지를 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