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기 쓰기에 여섯 번 실패한 사람입니다.
새해가 되면 일기장을 샀습니다. 예쁜 걸로요. 첫 주는 열심히 씁니다.
하루를 정리하고, 감정을 돌아보고, 성의 있게. 그리고 1월 둘째 주쯤 되면 어김없이 멈췄습니다.
그렇게 첫 장만 쓴 일기장이 서랍에 여섯 권 쌓였습니다.
오랫동안 제 의지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것도 꾸준히 못 하나' 하는 죄책감도 꽤 오래 안고 살았고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문제를 잘못 짚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기가 어려운 진짜 이유
하루의 끝에 일기를 쓴다는 건, 사실 꽤 고된 일입니다. 하루 종일 얽히고설킨 기억의 실타래를, 잠들기 전에 앉아서 풀어내야 하거든요. 뭘 했더라, 그때 기분이 어땠더라, 어떤 순서로 쓰지,
이 "정리"가 일기의 본체이고, 이게 무거워서 우리는 사흘을 못 넘깁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하루를 제대로 정리해서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한, 일기는 계속 숙제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순서를 뒤집어보기로 했습니다.
하루가 끝난 뒤 얽힌 기억을 몰아서 푸는 대신, 아직 얽히기 전에, 생각날 때마다 한 줄씩 감아두면 어떨까.
"오늘 엄마랑 김치찌개 먹었다." 이런 한 줄이요. 잘 쓸 필요도, 다 쓸 필요도 없이.
그 한 줄 한 줄이 실 한 올처럼 감기면, 하루가 끝날 무렵엔 정리할 것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미 가지런한 기억의 타래가 되어 있으니까요.
앱 이름 '기억타래'는 그렇게 지었습니다.
만들면서 지킨 원칙
혼자 만들면서 몇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 놓친 날을 다그치지 않기. 빈 날은 빈 대로 둡니다. 연속 기록 스트릭도, "3일째 안 쓰셨네요" 같은 알림도 없습니다. 죄책감은 일기의 연료가 아니라 독이라는 걸, 여섯 권의 일기장으로 배웠거든요.
- 기록의 문턱은 한 줄까지 낮추기. 한 줄이면 그날 기록은 성립합니다. "오늘 뭐 먹었다"도 훌륭한 기록입니다.
- 기록이 선물로 돌아오게 하기. 이게 이 앱의 킥인데, 그날 적은 한 줄들을, 밤사이 AI가 그림일기 한 장으로 떠서 아침에 배달해 줍니다. 어제의 나는 한 줄을 적었을 뿐인데, 오늘의 나는 수채 그림 한 장을 받는 거죠. 쓰는 부담은 줄이고, 돌아오는 기쁨은 키우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iOS·Android 스토어에 막 내놓았습니다. 이제 막 첫 사용자들을 만나는 단계입니다.
저처럼 일기에 여러 번 실패해본 분이라면, 이번엔 부담 없이 — 한 줄부터 시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림일기는 안 받아도 그만이에요. 그냥 한 줄 남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요.
써보시고 거슬리는 곳을 알려주시면, 그게 1인 개발자에게는 제일 큰 도움입니다.
🔗 https://tarae.yhartelier.me/download?utm_source=eo_planit (iOS·Andro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