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월 10일 금요일 저녁 신촌역에서 "SECRET CHECK-IN"이라는 명함을 받았다.
2. 래퍼 언텔이 7월 13일 저녁 6시에 발매하는 신곡 'REDROOM TRIP'의 뮤비다. QR을 찍으면 유튜브에서 해당 뮤비를 볼 수 있다.
3. 힙합을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언텔을 모를 수 없는데, 왜 아티스트가 직접 나서서 돌아다니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명함 카드를 나눠줄까?
4.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게릴라식 전단지 마케팅이 '관계' 측면에선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5. 현재는 능동적 광고 회피 시대다.
6. 광고비를 쏟아 부으면, 브랜드 이미지는 어떻게 될까?
7. 대부분의 숏폼 광고 구성이 비슷하다. “역대급 신제품이 나왔어요 → (제품 클로즈업샷 또는 비포·애프터, 혹은 후기 중심으로) 개쩔죠? → 팀장님. 할인 가시죠! → 그래 기분이다 이만큼 할인! → 아 너무 적어요! → 그럼 진짜 마지노선 최대치 할인! → 이건 딱! 5일만 할 거야!”
8. 저관여 제품의 충동 구매를 만드는 흐름이며, 구매 전환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반응이 생길 수밖에 없다.
9. 할인을 계속 하는 형태에서, 이전에 구매한 소비자가 느끼기엔 "음.. 내가 산 거보다 싸네..라는 구조가 될 수도 있고, 매번 똑같은 할인 흐름이기 때문에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10. 브랜드는 그 대상이 오랜 시간 쌓아온 인지도·연상 이미지·품질·충성도의 총합이다. 과연 이 전략이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 형성에도 유효할지, 혹은 다른 전략이 함께 가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
11. 결정적으로, 어제 본 쇼츠와 릴스 기억나는가?
12.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숏폼 시청 구조는 그냥 피드를 넘기다가 강제로 시청당하는 측면(=Discovery)이 크며, 숏폼도 너무 많이 보기 때문에 머릿속에 각인되기 힘들다.
13. 하지만 금요일 저녁,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가다가 누군가 갑자기 말을 걸며, 눈을 마주치며 정중하게 "래퍼 언텔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14. 그리고 소장용 콘서트 티켓 같은 느낌으로 쓰인 카드를 받는다면?
15.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알고리즘이 밀어 넣은 쇼츠엔 내가 왜 봤는지 맥락이 없지만, 이 명함엔 ‘길 가다 우연히 받았다'는 나만의 작은 맥락이 붙는다.
16. 물론 이 과정 자체가 바로 코어 팬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1,000장을 돌려도 주머니에 명함 카드를 남기는 이는 300명도 안 될 것이고, 폰을 꺼내 QR을 찍는 사람은 100명이 안 될 수도 있다.
17. 하지만 그 ‘수고스러움’을 느낀다. 클릭 몇 번이면 뿌려지는 디지털 광고와 달리, 이 카드엔 누군가 직접 흘린 땀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18. 더운 땡볕 아래 신곡 명함 카드를 나눠준 것뿐만 아니라, 이를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기획하고, 명함을 직접 뽑고, 수령하고, 신촌 홍대 주변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만난 일 자체가 기억에 남는다.
19. 즉, 코어 팬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지라도 "부디 저와 시간을 축적해 주시겠습니까?"라는 첫 번째 허들을 돌파한 것이다.
20. 온라인엔 AI Slop과 같은 저퀄리티 영상들도 너무 많기에, 시청자 입장에서 1분을 내어주는 건 너무나 쉽지 않은 일이다.
21. 이 첫 만남은 재인 기억의 단서가 된다. 며칠 뒤 유튜브, 인스타 알고리즘이 언텔의 다른 영상을 추천했을 때, 명함을 받은 사람은 “어, 저번에 그 명함 주셨던 분?” 하며 스킵하지 않고 한 번 더 볼 가능성이 커진다.
22. 조회수만 놓고 보면 오프라인에서 명함 카드 1,000장을 배포하는 일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스스로 화제성을 만들며, 소수의 핵심 팬과 관계를 시작하려는 목적이라면 게릴라식 전단지 마케팅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23. 길을 걷다 우연히 아티스트나 유튜버에게 직접 명함 카드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24.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억에 남고,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며 또 한 번의 바이럴이 만들어진다.
25. 결국 사람들은 광고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생긴 특별한 경험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