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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와 대패삼겹살의 공통점 — 변리사가 짚어보는 '상표의 보통명칭화'

최근 한 유명 외식기업 대표의 '대패삼겹살' 명칭 사용과 원조(元祖) 논란을 둘러싼 법원 판결이 대중과 업계의 이목을 모았습니다. 변리사로서 이 사안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대패삼겹살의 진정한 원조가 누구인가에 있지 않습니다. 백종원 대표가 1998년 이 명칭을 상표로 등록받았음에도, 오늘날 전국의 식당 누구나 아무런 제약 없이 그 이름을 내걸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기업과 사업자는 상표를 등록하는 순간 영구적이고 배타적인 독점권을 손에 넣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상표권은 관리 여하에 따라 언제든 그 효력을 잃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제과업계에 뼈아픈 판례로 남은 '초코파이', 그리고 이번 '대패삼겹살'. 두 사례를 하나로 꿰는 법리인 '상표의 보통명칭화(genericization)' 를 변리사의 시선으로 짚어보고자 합니다.

 

'보통명칭화'란 무엇인가

상표법의 근간은 식별력(distinctiveness) 입니다. 자기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하게 해 주는 출처표시 기능, 바로 이것이 상표에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근거입니다. 그런데 어떤 상표가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거나 대중에게 지나치게 친숙해진 나머지,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 그 상품군 전체를 가리키는 일반 대명사처럼 쓰이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를 '상표의 보통명칭화' 또는 '관용표장화'라 합니다.

상표법 제90조(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제1항 제2호는 '해당 상품의 보통명칭·산지·품질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는 상표'에는 등록상표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상표가 사전에 실릴 만큼 일반화되면, 상표권자는 타인의 무단 사용을 막을 침해금지청구권도, 손해배상청구권도 사실상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등록부에 이름은 남아 있으나, 정작 권리는 빈껍데기가 되는 셈입니다.

 

판례로 보는 보통명칭화

국내에서 보통명칭화를 상징하는 판례는 '초코파이'입니다. 오리온은 1974년 해당 제품을 처음 개발하고 상표를 등록하며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초코파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갖다 쓰며 유사 제품을 쏟아냈을 때, 적극적인 법적 제재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수십 년이 흐른 뒤 법원은 초코파이가 '둥근 빵 사이에 마시멜로를 넣고 초콜릿을 입힌 과자류'를 가리키는 보통명칭이 되었다고 보아, 오리온의 독점적 상표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초코파이처럼 보통명사 된 '그립톡'…1심 “상표 등록 무효” [판결남]

이번 대패삼겹살 사례도 같은 법리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1998년 상표 등록 당시만 해도 '대패삼겹살'은 얇게 썬 돼지고기를 가리키는, 나름의 식별력을 갖춘 조어(造語)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년이 넘도록 전국 수많은 식당이 얇은 삼겹살을 이 이름으로 팔아 왔고, 권리자가 이를 전국적으로 단속하거나 제지하지 않은 결과, 이제는 대중에게도 동종 업계에도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 '고기의 형태와 조리 방식' 그 자체를 뜻하는 말로 굳어졌습니다.

이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에스컬레이터(Escalator)', '아스피린(Aspirin)', '보온병(Thermos)'도 본래는 특정 기업의 상표였으나,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한 끝에 보통명칭으로 흘러내린 대표적 사례들입니다.

 

식별력을 지키기 위한 상표 방어 전략

보통명칭화는 이른바 '성공의 역설' 입니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 쌓아 올린 브랜드 인지도가 도리어 상표권 상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출원·등록 단계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치밀하고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병행해야 합니다.

첫째, 적극적인 권리 행사와 모니터링입니다. 상표권 침해는 방관하는 순간 상대에게 정당화의 빌미를 내줍니다. 제3자가 상표를 메뉴명이나 상품명으로 무단 사용하는 정황을 포착하면, 경고장(내용증명) 발송 등을 통해 '불관용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실제 분쟁에서 법원은 권리자가 침해를 방조·묵인했는지를 보통명칭화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삼습니다.

둘째, 올바른 상표 사용 가이드라인 구축입니다. 상표를 명사처럼 쓰는 마케팅은 지양해야 합니다. 상표는 형용사적으로, 즉 상품의 일반 명칭과 결합해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글로벌 기업 존슨앤드존슨이 자사 광고에서 '반창고'라는 일반명사에 브랜드가 묻히지 않도록, 철저히 '밴드에이드(Band-Aid) 브랜드 접착 붕대'라고 병기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오히려 국내의 '대일밴드'야말로 이러한 관리에 실패해 보통명칭에 가까워진 반면교사라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상표의 리뉴얼과 복합상표 전략입니다. 특정 문자상표가 보통명칭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면, 독창적인 로고나 도형을 결합한 복합상표를 추가로 출원해 시각적 식별력을 보강하는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성공적인 브랜딩으로 시장을 장악했더라도, 스스로 법적 보호망을 정비하지 않으면 그 열매는 언제든 공공의 영역으로 흩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귀사의 핵심 브랜드가 시장에서 일반명사처럼 불리기 시작했다면, 이는 축하할 일이 아니라 즉각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경보입니다. 상표는 취득보다 수성(守成)이 어렵습니다. 체계적인 지식재산권 진단과 전문적인 모니터링으로 소중한 브랜드의 수명을 지켜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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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태 변리사 특허법인 린 · CEO

특허법인 린 대표변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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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법인 린 대표변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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