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가졌는데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지인이친구가 미국 특허청의 거절이유통지에 대해 질문을 하였다. 발명의 내용 자체는 전달받지 못했지만 딥러닝 모델 관련 발명이었고 국내에서는 등록까지 마친 발명인데, 미국 심사관은 청구항 전부에 특허적격성 거절 이유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심사관이 본인의 발명이 추상적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는 이유로 거절이유를 통지했다고 한다.
지인은 납득하지 못했다. 성능이 업계 최고 수준인데 무엇이 추상적이라는 말이냐고 나에게 반문했다.
그런데 나중에 공개된 청구항을 살펴보니 심사관의 판단이 무리는 아니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신경망으로 분석하고, 이상 거래를 탐지해 결과를 표시한다. 여기서 끝나 있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청구항의 문제였다. AI 발명이 미국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청구항 안에 들어가야 하는지, 심사실무의 흐름을 따라 짚어본다.
미국에서 AI 발명의 첫 관문은 특허법 제101조, 특허적격성이다. 2014년 연방대법원의 Alice 판결 이후 심사관은 두 단계로 적격성을 판단한다. 청구항이 추상적 아이디어를 기재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을 넘어서는 '현저히 그 이상(significantly more)'이 있는가를 판단한다.
문제는 AI의 본질이 수학이라는 데 있다. 신경망의 학습과 추론은 심사관의 눈에 수학적 개념이자 정신적 과정으로 분류된다. AI 발명은 출발선에서부터 추상적 아이디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하는 셈이다.
Alice 직후 몇 년간 소프트웨어 분야의 적격성 거절은 폭증했다. 당시에는 청구항에 '신경망'이라는 단어만 있어도 일단 거절부터 하고 보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도 개선의 계기는된 부분은 개정 심사 가이드라인이다. 추상적 아이디어를 기재하더라도 그것이 '실용적 응용(practical application)'에 통합되어 있으면 적격성을 인정하는 경로가 열렸다. 이어 2024년 7월, 미국 특허청은 AI 발명 전용 심사 업데이트와 함께 심사례 세 건을 내놓았다. 새 기준을 만든 것이 아니다. 기존 기준이 AI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제시한 것이다.
그중 네트워크 보안 심사례(Example 47)가 보여주는 대비가 실무의 핵심을 관통한다. 두 청구항은 같은 신경망을 청구하는데, 마지막 단계만 다르다. 실제 문언을 나란히 놓고 보자.
차이는 학습도, 모델도 아니다. Claim 2는 탐지 결과를 '출력(outputting)'하고 끝나지만, Claim 3은 악성 패킷을 '폐기(dropping)'하고 발신지 트래픽을 '차단(blocking)'하는 데까지 간다. 탐지에서 멈추면 추상적 계산이고, 차단까지 가면 네트워크 보안이라는 기술의 개선이 된다.
참고로 같은 심사례의 Claim 1은 뉴런 어레이와 시냅스 회로를 갖춘 ASIC, 즉 하드웨어 청구항인데, 이는 추상적 아이디어 논쟁 없이 곧바로 적격 판정을 받았다.

의료 AI 심사례(Example 49)도 같은 구조다. AI 모델로 이식 후 염증 고위험군을 식별한 뒤 "적절한 치료(an appropriate treatment)를 투여한다"로 끝난 청구항은 성립성 위반으로 판단되었다. 어떤 치료인지 아무것도 한정하지 않았으니, 추상적 아이디어를 '적용하라'고 지시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반면 그 치료를 "Compound X 안약(Compound X eye drops)"으로 특정한 종속항은 성립성을 인정받았다. 단어 몇 개가 성립성 유무의 판단을 갈랐다.

등록된 유명 특허들도 같은 문법을 따랐다. 번역 AI의 표준이 된 트랜스포머 특허는 셀프 어텐션이라는 수학적 구조를 청구하면서도, 그것을 시퀀스 변환 신경망이라는 구체적 기술 결과에 묶었다. 또한 진보성 단계에서는 번역 품질 지표가 향상되었다는 정량 효과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결국 적격성과 진보성 모두, 청구항의 기술적 디테일과 효과, 명세서의 숫자가 기여한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미국 심사실무 흐름은 지금도 출원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5년 미국 특허청 심판부는 수학적 개념을 기재한 청구항이라도 파라미터를 조정하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한정되어 있으면 실용적 응용으로 인정되어 성립성을 인정한다고 하였고, 미국 특허청은 이 결정을 심사기준서에 곧바로 반영했다. 판단이 애매한 사건은 부적격 가능성이 절반을 넘을 때만 거절하라는 내부 지침까지 내려가 있다.
그렇다면 명세서는 어떻게 써야 하나.
첫째, 청구항을 결과가 아니라 방법으로 채운다. '정확도를 높인다'가 아니라, 무엇을 어떤 구조로 처리해 그 정확도에 도달하는지가 청구항 문언에 있어야 한다.
둘째, 탐지·예측·분류에서 멈추지 말고 제어·차단·투여 같은 실행 단계까지 청구하는 안을 함께 설계한다. 하드웨어와 결합한 장치 청구항은 적격성 논쟁 자체를 피해 가므로 반드시 병행할 만하다.
셋째, 속도·메모리·, 메모리, 정확도의 정량 개선 데이터를 명세서에 심어둔다.
적격성 통과의 근거이자 진보성 거절을 반박할 강력한 근거가 된다. 2025년 말에는 이런 효과를 선언서 형태의 증거로 제출해 적격성 거절을 극복하는 절차까지 심사 지침으로 정리됐다. 다만 원 명세서에 없던 내용을 선언서로 보충할 수는 없으니, 출발점은 결국 명세서다. 마지막으로, 2023년 Amgen 판결 이후 '신경망으로 X를 수행하는 방법' 식의 넓은 기능적 청구항은 명세서가 그 전 범위를 실시 가능하게 뒷받침하는지 엄격히 따진다. 학습 데이터와 하이퍼파라미터의 기재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미국에서 적격성 거절을 받는 출원 상당수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발명의 기술적 기여를 명세서 어딘가에 적어두고 정작 청구항에는 표현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 심사관은 명세서 전체를 세세하게 읽어주지 않고 청구항 중심으로 읽고 심사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경우 practical application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청구항 작성 시 고려한다면 심사관의 적격성 거절이유 대응이 훨씬 용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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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기현 변리사는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2015년 52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기술 권리화, 특허 분쟁 대응 및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율 주행, 영상 처리, 의료기기, 기계학습, 디스플레이, 단말 UI/UX, IP 포트폴리오 설계 및 IP 심판 소송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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