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섰다면 앉는 법도 알아야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필요한 '아름다운 마침표'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은 매일이 새로운 깨달음의 연속입니다. 요즘 딸아이가 다리에 제법 힘이 생겨 혼자서도 곧잘 짚고 일어서곤 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당차게 일어서는 것까진 좋았는데, 다시 안전하게 앉는 법을 아직 몰라 엉거주춤 서 있다가 크게 넘어지거나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도움을 청하곤 하죠.
이 작은 아이의 고군분투를 가만히 지켜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매일 마주하는 스타트업 씬(Scene)의 단면이 겹쳐 보였습니다.
🚀 일어서는 건 1등, 하지만 앉는 건 서툰 스타트업
수많은 창업가와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오며 강하게 느끼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일어서는 것'에 누구보다 특화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기획을 다듬고, 매력적인 협업 제안을 건네며, 에너지가 넘치는 킥오프 미팅으로 '스타트'를 끊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하지만 막상 '앉아야 할 때', 즉 상황이 여의치 않아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거나 중단해야 할 때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목격합니다.
👻 뼈아픈 신뢰의 상실, '잠수 엔딩'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잠수 엔딩'입니다. 적극적으로 협업 제안을 주고받으며 2~3차례 깊이 있는 미팅을 진행하다가도, 내부 사정이나 여러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진행이 어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비즈니스에서 무산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황을 설명하기보다 소통을 단절해 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연락이 서서히 뜸해지다가 결국 흐지부지 끝을 맺어버리는 것이죠. 파트너십을 논의하며 함께 그렸던 청사진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물음표와 씁쓸함뿐입니다.
💬 아름다운 이별이 다음의 만남을 기약합니다
물론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기대감을 심어준 상대에게 거절의 뜻을 전하는 것이 껄끄럽고, 미안하고, 때로는 민망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숙해지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이별의 메시지'를 건네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번에는 내부적인 OOO한 이유로 인해 아쉽게도 당장 진행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추후 더 좋은 계기로 다시 꼭 뵙기를 바랍니다."
이 짧고 명확한 마침표 하나가 상대방의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주는 가장 기본적인 비즈니스 매너입니다.
🌱 제대로 앉을 줄 알아야, 다시 힘차게 일어설 수 있다
아이들은 수백 번 엉덩방아를 찧고 안전하게 앉는 법을 터득한 후에야, 비로소 자유롭게 걷고 뛸 수 있는 법을 배웁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께하는 이들에게 끝맺음조차 정확하고 투명하게 남겨줄 때,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언제든 다음 기회에 다시 굳건하게 일어설 수 있습니다.
시작의 열정만큼이나, 끝맺음의 책임감도 무겁게 여기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