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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려도 삶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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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넥스트에이지 싱크탱크 롱라이프랩 최연희입니다.

 

얼마 전, 할머니께서 요양원에 입소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몇 년간 조금씩 인지 능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잘 드시고, 일상생활에도 큰 무리는 없으셨는데, 최근 들어 점점 힘들어지셨다고 하고요.

 

돌봄에는 늘 어려운 선택이 따릅니다. 게다가 한 사람의 돌봄은 좀처럼 한 사람의 몫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누가 곁을 지킬지, 시설과 병원비는 어떻게 감당할지, 생계와 간병 사이에서 무엇을 접어야 할지. 돌봄 하나로 온 가족의 일상이 함께 동원되고, 그 무게는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지고요. 그리고 고단함 속에서 안전을 이유로 문을 닫고,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그렇게 일상을 관리하다 보면 — 어느 순간 '보호'와 '통제'의 경계가 흐려집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치매 케어의 새로운 모델로 세계가 주목해온 곳, 네덜란드의 치매 마을 '더 호그벡(De Hogeweyk)'입니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미용실에 가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원하면 언제든 거리를 산책하는 — 잠긴 병동 대신 '평범한 동네'를 통째로 만든 마을.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치매에 걸려도 삶은 계속됩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근교 베이스프. 평범한 동네가 하나 있습니다. 광장이 있고, 슈퍼마켓이 있고, 극장과 펍과 미용실이 있어요. 사람들은 장을 보고, 카페에 앉고, 정원을 거닙니다.

 

그런데 이 동네에 사는 150여 명은 모두 중증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이름은 더 호그벡(De Hogeweyk). 세계 최초의 '치매마을'로 불리는 곳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보통의 요양시설은 긴 복도 양옆으로 병실이 늘어선 구조입니다. 호그벡은 복도를 없앤 자리에 거리를 놓았습니다. 환자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대신, 마을을 통째로 지어 그 안에서 평소처럼 살게 한 거죠.

 

우리나 가족에게 돌봄이 필요한 시기가 왔을 때,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나요?

 

 

ⓒDVA

 

 

세계 최초의 ‘치매 마을’

 

호그벡의 시작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곳은 평범한 전통 요양원이었고, 운영진은 중증 치매 돌봄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는 시기였다고 하고요.

 

그러던 어느 날, 공동 창립자 이본 판 아메롱언(Yvonne van Amerongen)은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전해들었는데,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다행히 아버지는 요양원에 들어가지 않으셔도 됐구나"였다고 합니다. 평생 요양 일을 해 온 사람이, 정작 자기 부모는 그곳에 두고 싶지 않다고 느낀 순간인거죠.

 

그는 운영팀에 "우리 부모가 치매에 걸린다면, 지금 우리가 운영하는 이런 곳에 모시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던졌고, 답은 '아니오'였습니다. 그렇게, 1993년 새로운 비전이 세워집니다. 병원 같은 시설이 아니라, 살던 대로 살 수 있는 곳. 이 구상이 오랜 기획을 거쳐 2009년 문을 연 것이 지금의 호그벡입니다. 운영은 비영리 케어기관 비비움(Vivium)이 맡고 있고요.

 

 

ⓒDVA

 

 

평상복 차림의 마을에서 살아가는 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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