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 Anthropic, AWS, Google, AI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올해 앞다투어 10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분야가 있어요. LLM 모델도 아니고, 컴퓨팅 인프라도 아니에요. 바로 사람한테요.
AI를 도입하는 시대에서, AI를 작동시키는 시대로
이들의 직함은 FDE(Forward Deployed Engineer)예요. FDE는 고객사의 실제 업무 환경에 들어가 데이터와 시스템, 업무 프로세스를 연결하고, AI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엔지니어예요. 단순히 솔루션을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 내부 부서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조율하며 AI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행을 함께 설계해요.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고객이 스스로 AI를 확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남기는 것 역시 중요한 목표예요.
가장 최근 사례는 AWS예요. 지난 6월 30일 AWS는 1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조 5천억 원을 투자해 Frontier AI Engineering and Services 조직을 신설하고, 고객 현장에서 AI 도입과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어요. AWS는 5~6명 규모의 엔지니어 팀을 고객과 함께 투입해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업무 프로세스와 운영 환경을 함께 개선하는 방식을 제시했어요.
OpenAI, Anthropic, Google도 비슷한 시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엔터프라이즈 AI 배포 역량에 투자했어요. OpenAI는 고객 현장에 AI를 도입하고 확장하는 조직을 강화했고, Anthropic과 Google 역시 기업 고객이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파트너·서비스·전문 인력 생태계에 베팅했어요. AI 업계의 빅플레이어들은 모델 성능 경쟁을 넘어, AI를 고객의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시키는 역량에 투자하고 있어요.
AI 현장 도입의 간극을 메우는 FDE
사실 이 FDE라는 직무는 IT 솔루션 업계에서 꽤 오래전에 등장했는데요. 오늘날 FDE 모델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회사가 바로 빅데이터 및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예요. 2003년 창업 초기부터 CIA를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뒀어요. 그래서 워크플로우를 외부에 설명할 수 없고,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할 수도 없는 특수한 제약이 있어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기업과 같은 비즈니스가 어려웠어요.
팔란티어의 해결책은 단순했어요. 엔지니어를 고객에게 직접 보내는 것이었어요. 분석가 옆자리에 앉아 같은 책상에서 일하면서 그 자리에서 배포하고 즉시 검증하는 방식이었죠. 그리고 현장에서 얻은 지식을 단순히 그 고객만의 결과물로 끝내지 않았어요. 반복되는 패턴을 본사로 가져와 플랫폼의 핵심 기능으로 응축시켰고, 여러 고객 문제를 해결하며 쌓인 아웃풋이 다음 고객을 향하는 인풋이 되어, 오늘날의 Foundry 같은 플랫폼으로 이어졌어요.
그렇다면 FDE 채용은 왜 갑자기 AI 업계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을까요? 바로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증명 가능한 비즈니스 성과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생성형 AI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95%의 기업은 아직 측정 가능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LLM을 엔터프라이즈 전반에 도입하는 일과, 이를 실제 업무와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녹여 실질적인 가치를 만드는 일은 분명히 달랐어요. 그리고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고객의 현장에 들어가 문제를 정의하고 AI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FDE의 역할이 중요해진 거죠.
💬Thinking Point
개인적으로 사용할 때는 분명히 잘 작동했는데, 막상 팀 단위 이상의 업무에 적용하려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던 경험. 조직 차원에서 AI 도입을 시도해 보셨다면 한 번쯤 겪어보셨을 거예요.
각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연결하는 일부터 권한 설정, 레거시 시스템 연동, 보안 검토까지. 혼자 사용하는 AI를 만드는 일과 조직 구성원 모두가 같은 AI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완전히 달라요.
AI 기업들이 수조 원 규모로 FDE와 현장 배포 역량에 투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지, 어떤 업무가 어떤 순서로 돌아가는지. 그 조직만의 맥락을 함께 이해하고 실제 문제를 풀어줄 전문가가 필요해졌기 때문이에요.
결국 FDE가 메우는 것은 단순히 기술의 빈자리가 아니라, AI가 조직의 데이터와 업무 방식에 제대로 연결되기까지의 간극이에요.
그래서 지금 엔터프라이즈 AI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떤 모델을 쓸 것인가”가 아니에요. “우리의 데이터와 업무 기준은 AI와 연결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예요.
어떤 데이터를 AI에 연결할지, 누가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 우리 팀이 사용하는 지표와 기준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정의해 두었는지. 이 세 가지가 정리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모델을 도입해도 현장에서 멈추게 돼요. 도구보다 기반이 먼저고, 기술보다 맥락이 먼저예요.
결국 AI를 잘 활용하는 조직은 업무와 데이터를 가장 잘 정리해 둔 조직일 거예요. 데이터를 읽는 일은 결국 숫자만 보는 일이 아니라, 우리 팀이 무엇을 기준으로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