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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SNS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이 죽었다는 글을 봤다.
넘쳐나는 AI 광고 때문에 사용자들의 피로감이 심해졌고,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의 플랫폼들이 광고를 노출하는 것보다 양질의 유저 콘텐츠를 노출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사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유행이며, 이번에는 AI라는 테마로 돌아온 것뿐이다.
지금부터 지난 10여 년(!) 간 반복된 "퍼포먼스 마케팅은 죽었다" 담론들을 살펴보자. 최근에 일어난 일들은 글쓴이가 마케터로 일하면서 겪고 느낀 일도 함께 적었다.
이를 통해 퍼포먼스 마케팅(디지털 마케팅)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왔는지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의 모습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분이 읽으면 좋습니다.
- 마케터
- 마케팅의 발전 방향이 궁금한 사람
디지털 마케팅의 시작
아마 오늘도 당신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사용하며 중간중간 섞여 나오는 광고를 함께 보았을 것이다. 디지털 광고는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온라인 광고에도 처음이 있었다. 1994년 인터넷 웹진 '핫와이어드(HotWired)'에 실린 AT&T의 작은 배너 광고였다. 아래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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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잡지 등 종이 위에만 존재하던 광고가 처음으로 모니터 위에 등장한 것이다.
2026년 기준, 약 1,200조 원 규모로 성장하는 디지털 마케팅 산업의 시작이었다.
유럽 쿠키법 개정 (2009)
디지털 광고 시장은 큰 규제 없이 빠르게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 제동을 건 것은 원래부터 소비자 권리에 엄격했던 유럽이었다. 2009년 유럽 연합의 e-Privacy 지침(이른바 '쿠키법')이 통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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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법 통과 이후의 상황을 풍자한 밈
여기서 쿠키는 웹사이트가 사용자를 추적하기 위해 사용하는 작은 데이터 조각을 말한다. 쿠키 파일에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담아두고 더 관심 있어할 광고를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데, 쿠키법 이전에는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쿠키법에 따라 웹사이트들은 의무적으로 방문자에게 쿠키 사용 허가를 받는 팝업창을 띄우게 되었다. 그래서 퍼포먼스 마케팅이 죽었을까?
사용자들은 내용도 읽지 않고 습관적으로 '동의' 버튼을 눌렀다. 웹서핑을 할 때마다 클릭해야 하는 성가신 팝업창이 하나 더 늘어났을 뿐, 퍼포먼스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
애드블록 사태 (2015)
2010년대 초반부터 광고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애드블록(Adblock)'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웹사이트에 붙은 광고를 아예 보이지 않게 차단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인터넷 광고는 화면 곳곳에 붙은 배너 광고 중심이었고, 일부 사이트들은 과도한 팝업·자동재생 영상·화면을 덮는 광고까지 무분별하게 사용했다. 유저 입장에서는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피곤해지고 있었다.
특히 2015년 애플이 iOS 9 사파리에 콘텐츠 차단 기능을 허용하면서 업계는 크게 긴장했다. 이전까지 애드블록은 일부 PC 사용자들의 도구에 가까웠지만, 이제 모바일에서도 광고 차단이 확산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당시 어도비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약 28조 원의 광고 수익이 애드블록으로 인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업계에서는 "디스플레이 광고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광고 산업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대신 광고의 형태가 바뀌었다. 전통적인 배너 광고의 영향력은 줄어든 반면, 유튜브·인스타그램 피드 광고·네이티브 광고·인플루언서 마케팅 같은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섞이는 광고'의 비중은 계속 커졌다.
신뢰의 붕괴 (2017)
GPT 이미지 제작
2017년, 세계 최대 광고주인 P&G(프록터 앤 갬블)의 최고브랜드책임자 마크 프리처드가 디지털 광고 시장을 향해 "불투명하고 사기가 난무한다"라고 비난했다.(참고영상)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불만이 아니었다. 당시 광고 업계에는 디지털 광고의 숫자가 과연 믿을 만한가에 대한 의심이 퍼지고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이른바 '광고 사기(Ad Fraud)'였다. 광고주는 광고가 클릭될 때마다 광고비를 지불하는데, 일부 웹사이트나 앱 운영자들은 더 많은 광고비를 받아내기 위해 자동화된 봇으로 가짜 클릭을 만들어낸 것이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당시 전 세계 광고 사기 규모는 연간 약 7조~1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P&G는 실제로 2억 달러 이상의 디지털 광고 예산을 삭감해 버렸다. 그런데도 매출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비슷한 움직임은 다른 대기업들로도 번졌다. 유니레버는 유튜브·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의 유해한 콘텐츠와 광고 사기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JP모건 체이스는 광고 노출 사이트를 수십만 개에서 수천 개 수준으로 줄였음에도 광고 성과가 크게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플랫폼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다. 페이스북, 유튜브, 프로그램매틱 광고 네트워크 등 디지털 광고 생태계 전체의 측정 방식과 투명성 자체가 의심받기 시작한 사건이었다. 데이터로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다던 퍼포먼스 마케팅의 '숫자'가 근본적인 의심을 받게 된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다만 이 사건 이후 업계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광고 플랫폼들과 광고 기술 기업들은 광고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구글은 브랜드 안전성(Brand Safety) 기능을 강화해 광고주가 특정 유형의 콘텐츠에는 광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IAS(Integral Ad Science), DoubleVerify 같은 광고 검증 업체들이 성장하며 "이 광고를 실제 사람이 봤는가", "봇이 클릭한 것은 아닌가"를 검증하는 광고 검증 시장도 커졌다.
GDPR (2018)
2018년 초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이 터지면서 데이터 남용의 위험성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정치 컨설팅 기업에 무단 활용된 사건이었다. 이는 강력한 규제의 결정적 명분이 되었다.
마침내 2018년 유럽에서 GDPR이 시행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쿠키법의 연장선 정도로 생각하지만, GDPR은 훨씬 더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규칙이었다. 단순히 "쿠키를 써도 되냐"를 묻는 수준이 아니라,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체계에 가까웠다.
당시 마케팅 업계 분위기는 거의 공포에 가까웠다. 나 역시 당시 현업에서 "GDPR이 본격 적용되면 퍼포먼스 광고 시장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뒤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정보 보호법인 CCPA도 등장했다. 이 법 역시 GDPR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데이터 수집과 추적에 대한 규제는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기 시작했다.
GDPR은 지금도 여전히 강력하게 적용되는 법이다. 2026년에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도 유럽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GDPR을 준수해야 한다. GDPR이 글로벌 디지털 비즈니스의 기본 규칙이 된 것이다.
플랫폼의 역습 (202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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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구글은 크롬에서 서드파티 쿠키(Third-party Cookie)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리타겟팅 광고의 핵심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21년, 애플이 ATT(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도입하며 결정타를 날렸다. 아이폰 유저라면 어느 순간부터 앱 설치 후 첫 실행 시 "앱이 당신의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용하시겠습니까?"라는 팝업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허용 안 함'을 눌렀고, 메타를 비롯한 광고 플랫폼들의 타기팅 정확도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광고 업계는 이제 단순히 유저나 정부만이 아니라, 플랫폼 자체도 추적 기반 광고를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
메타는 ATT 정책으로 인해 연간 약 100억 달러 규모의 광고 매출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고 실제로 당시 메타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광고 시장 전체에 충격이 퍼졌다. 구글 역시 쿠키리스 정책 발표 전후로 디지털 광고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을 계속 마주해야 했다.
광고주들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이전보다 광고 성과 측정은 어려워졌고, 효율도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마케터들 사이에서는 "광고가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정말 흔하게 나왔다.
하지만 늘 그랬듯, 업계는 결국 새로운 방식에 적응했다. 메타와 구글은 AI 기반 자동화 타기팅과 자체 데이터 활용을 강화했고, 광고주들 역시 크리에이티브·브랜딩·퍼스트파티 데이터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 마케팅의 방식은 흔들렸지만, 시장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2026년 기준 가장 광고 효율이 높은 광고 매체는 여전히 메타 광고이다.
AI 자동화: 퍼포먼스 마케팅이 또 죽었다 (현재)
최근 구글 PMax나 메타의 Advantage+ 같은 AI 기반 자동화 설루션이 대세가 되면서, 마케터가 수동으로 입찰가를 조정하거나 타깃을 고를 필요가 거의 없어졌다. AI가 알아서 최적화해 준다.
이 흐름 안에서 사람들이 또 한 번 퍼포먼스 마케팅이 죽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AI가 만들어내는 저품질 광고 콘텐츠가 플랫폼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저품질 콘텐츠와 플랫폼의 전쟁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스팸 메일이 등장했을 때도, SEO 어뷰징이 판칠 때도, 낚시성 광고가 넘쳐날 때도 플랫폼은 항상 그것을 걸러내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광고 운영이 쉬워진 것도 마찬가지다. AI 덕분에 큰 노하우 없이도 어느 정도 광고 효율을 낼 수 있게 됐다. 요즘 표현으로는 '저점이 높아졌다'. 이것도 디지털 광고가 시작된 이래 꾸준히 이어져 온 방향, 즉 '더 많은 사람이 더 쉽게 광고할 수 있는 세상'으로 가는 흐름의 연속일 뿐이다.
계속 바뀌어 왔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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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퍼포먼스 마케팅이 죽었다고 떠들 때, 나는 "그렇구나" 하고 넘긴다.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이야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죽었다는 건 특정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쿠키 기반 리타겟팅이 막히면 퍼스트파티 데이터로, 배너 광고가 안 먹히면 콘텐츠 광고로. 도구는 계속 바뀌지만,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적절한 타이밍에 전달한다는 본질은 한 번도 죽은 적이 없다. 우리 마케터는 특정 기술에 집착하는 기술자가 아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달자인 것이다.
그러니 업계가 또 술렁이는 지금 패닉에 빠지거나 모든 걸 뒤엎을 필요는 없다. 그냥 지켜보면 된다. 어떤 방식이 살아남고, 어떤 방식이 사라지는지. 변화의 방향을 읽고 적응하는 것, 그게 지금 우리 마케터에게 진짜로 필요한 역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