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PM의 도메인 분석 : 부동산 (한국 vs 미국)

미국은 업계가 만들었다. 정부가 아니다. 중개인들이 모여 협회(NAR)를 만들고(1908년), Realtor라는 자격 이름을 만들었다(1916년). 업계가 만든 자격이다.

매물도 이들끼리 공유했다. 이것이 MLS다. 내 매물에 손님을 데려온 중개인에게 수수료를 나눠준다.

그래서 미국은 중개사가 둘로 나뉜다. 파는 사람은 파는 사람 편 중개사를, 사는 사람은 사는 사람 편 중개사를 각자 따로 구한다. 한 명이 양쪽을 대리하면 이해충돌이라, 여러 주에서 아예 금지한다. 사는 사람은 보통 지인 소개로 자기 중개사를 찾는다. 큰돈이 걸린 일이라, 믿을 만한 사람이 추천한 사람에게 맡긴다.

집이 팔리면, 파는 사람이 수수료를 낸다. 사는 사람이 아니라 파는 사람이 낸다. 보통 집값의 6%다. 그런데 이 6%를 파는 쪽 중개사가 다 갖지 않는다. 절반은 파는 쪽 중개사가, 나머지 절반은 사는 사람을 데려온 중개사가 가져간다.

여기서부터 이상하다. 사는 쪽 중개사는 사는 사람을 돕는다. 집값을 깎아주고, 하자를 잡아주는 게 그 일이다. 그런데 그 중개사의 수수료를, 사는 사람이 아니라 파는 사람이 낸다. 게다가 그 수수료는 집값의 3%다. 집이 비싸게 팔릴수록 더 벌고, 거래가 깨지면 한 푼도 못 받는다. 사는 사람 편이라면서, 속으로는 빨리 비싸게 성사시키고 싶은 자리에 놓여 있다.

커리어와 데이팅을 나란히 놓고 봤더니, 매칭이라는 형상만 같지 완전히 다른 도메인이었다. 이번엔 같은 도메인을 두 나라로 나눠 본다. 한국과 미국. 같은 부동산인데, 나라마다 달랐다.


 

부동산의 본질은 신뢰

부동산도 정보 비대칭 시장이다. 파는 사람은 그 집에 오래 살았으니 다 안다. 어디서 물이 새는지, 옆집이 시끄러운지, 겨울에 추운지. 사는 사람은 오늘 처음 와서 몇 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만나는 시장이다. 그래서 이 시장은 계속 정보를 열려고 했다. 매물을 모으고, 시세를 공개하고, 사진을 붙였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큰 산이 하나 있었다. 허위매물. 정보를 아무리 열어도, 그게 진짜인지가 문제다. 낚시 매물, 이미 나간 집, 사진과 다른 집. 정보의 양은 넘치는데, 진짜인지 알 수 없다. 심지어 그 정보를 믿고 내 돈을 맡겨도 되는가 라는 문제가 그 다음에 또 숨어있다.


 

그래서 문제를 재 정의해볼 수 있다.정보가 있는가 에서 이 정보를,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의 위치로. 게다가 부동산은 큰돈이고, 되돌릴 수 없고, 자주 하지도 않는다. 신뢰의 무게가 다르다. 정보가 다 열린 지금도 미국 사람의 열에 아홉은 여전히 중개사를 쓴다.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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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커브스토너에서 시작했다. 1900년대 초, 1919년까지는 자격증이 없어서 아무나 브로커를 할 수 있었다. 한 집에 여러 명이 제각기 팻말을 꽂아두고, 집주인이 그중 하나를 골랐다. 길가에 팻말 꽂는 사람들, 그래서 커브스토너다.


 

한국은 복덕방에서 시작했다. 복덕방(福德房), 복과 덕이 있는 방이라는 뜻이다. 1960년대까지 동네 어르신들이 소일거리로 중개를 맡았다. 그 동네를 오래 산 사람이, 오래 살아 쌓인 믿음으로 사람을 연결했다.

둘 다 동네에서 아는 사람이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었다.


 

누가 규칙을 만들었나

미국은 업계가 만들었다. 정부가 아니다. 중개인들이 모여 협회(NAR)를 만들고(1908년), Realtor라는 자격 이름을 만들었다(1916년). 업계가 만든 자격이다.매물도 이들끼리 공유했다. 이것이 MLS(Multiple Listing Service)다. 내 매물에 손님을 데려온 중개인에게 수수료를 나눠준다.


 

그래서 미국은 중개사가 둘로 나뉜다. 파는 사람은 파는 사람 편 중개사를, 사는 사람은 사는 사람 편 중개사를 각자 따로 구한다. 한 명이 양쪽을 대리하면 이해충돌이라, 여러 주에서 아예 금지한다. 사는 사람은 보통 지인 소개로 자기 중개사를 찾는다. 큰돈이 걸린 일이라, 믿을 만한 사람이 추천한 사람에게 맡긴다.

집이 팔리면, 파는 사람이 수수료를 낸다. 사는 사람이 아니라 파는 사람이 낸다. 보통 집값의 6%다. 그런데 이 6%를 파는 쪽 중개사가 다 갖지 않는다. 절반은 파는 쪽 중개사가, 나머지 절반은 사는 사람을 데려온 중개사가 가져간다.

여기서부터 이상하다. 사는 쪽 중개사는 사는 사람을 돕는다. 집값을 깎아주고, 하자를 잡아주는 게 그 일이다. 그런데 그 중개사의 수수료를, 사는 사람이 아니라 파는 사람이 낸다. 게다가 그 수수료는 집값의 3%다. 집이 비싸게 팔릴수록 더 벌고, 거래가 깨지면 한 푼도 못 받는다. 사는 사람 편이라면서, 속으로는 빨리 비싸게 성사시킬수도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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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국은 중개사가 둘로 나뉜다. 파는 사람은 파는 사람 편 중개사를, 사는 사람은 사는 사람 편 중개사를 각자 따로 구한다. 한 명이 양쪽을 대리하는 건 이해충돌이라, 여러 주에서 아예 금지한다. 사는 사람은 보통 지인 소개로 자기 중개사를 찾는다. 큰돈이 걸린 일이라, 믿을 만한 사람이 추천한 사람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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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6% 관행은 결국 담합이 아니냐는 소송을 맞이하게 되었다. 2024년, 협회가 큰돈을 물어주고 규칙을 바꿨다. 전에는 사는 사람이 자기 중개사 비용을 몰랐다. 파는 사람이 다 내주니까, 청구서를 받은 적도 없다. 이제는 집을 보러 가기 전에 "나는 이 중개사에게 얼마를 낸다"라고 적힌 계약서에 직접 서명해야 한다. 4억 집이면 천만 원. 그 숫자를 처음으로 자기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다만 돈을 사는 사람이 내게 된 건 아니다. 여전히 대부분 파는 사람이 그 비용을 내준다. 바뀐 건 사는 사람이 그 얼마를 수수료로 받는지 알게 됐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중개사가 집값의 3%를 받고, 거래가 깨지면 못 받는다는 사실도 그대로다. 빨리, 비싸게 성사시키고 싶은 마음의 본질은 아직 바꾸지 못한 것 같다. 이게 도대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건지 여러 각도에서 살펴봤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했고 아직도 이전처럼 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한국은 국가가 만들었다. 투기로 복덕방 이미지가 나빠지자, 국가가 부동산중개업법을 만들고(1984년) 공인중개사 시험을 도입했다(1985년).


 

위험을 막는 방식

미국은 위험을 민간이 막는다. 돈은 제3자인 에스크로가 잡고 있다가 조건이 맞으면 넘긴다. 권리에 문제가 있으면 보험이 물어준다. 집 상태는 검사하는 사람을 따로 부른다.


 

한국은 위험을 국가가 막는다. 권리관계는 국가가 등기부에 정리해두었고, 표준계약서가 있고,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받으면 공공기관(HUG)이 대신 돌려주는 보증도 있다.

미국은 비싸게 사는 대신 위험을 민간이 막고, 한국은 싸게 사는 대신 위험을 국가가 막는다.


 

제품은 이렇게 진화했다

원래 매물은 중개인만 알았다. 미국은 중개사만 MLS를 봤고, 한국은 동네 부동산만 알았다. 손님은 문을 열고 들어가 물어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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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정보를 열었다. 미국은 Zillow가, 한국은 직방과 다방이 매물을 사람들에게 펼쳤다. 발품이 앱이 됐다. 돈은 둘 다 중개사에게 광고와 리드를 팔아서 벌었다. 여기까지는 두 나라가 같았다.


 

1.5세대, 정보를 더 깊이 열었다. 한국은 호갱노노가 실거래가와 시세를 열었다(직방이 2018년 인수). 매물이 어디 있나에서, 얼마가 적정한가로.


 

2세대, 여기서 갈라졌다. 한국은 중개를 뺐다. 당근이 직거래를 열고, 아끼는 복비를 숫자로 보여줬다. 직거래는 몇 년 새 크게 늘었다. 다만 전세사기·허위매물에 대한 불편함은 아직 남아 있다.


 

미국은 회사가 직접 집을 사고팔았다. Opendoor가 집을 매입했다 되파는 방식이다(아이바잉). Zillow도 뛰어들었다. 그런데 집을 직접 떠안는 위험이 컸다. Zillow는 큰 손실을 보고 접었고, 이 방식은 대부분 자리 잡지 못했다.


 

3세대, 지금이다. 한국은 신뢰를 판다. 매물을 직접 확인하고, 등기와 권리를 살피고, 사고가 나면 플랫폼이 책임까지 진다. 미국은 AI로 거래를 대신한다. 비싼 수수료를 AI로 해결해보려 한다.


 

한국은 안전으로, 미국은 수수료로. 각자 자기 나라가 부동산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지점이 약간 다르다.


 

유저들의 페인포인트는 어디있는가?

미국 사람은 내가 틀릴까 봐 무섭다. 아무도 속이지 않아도, 비싸게 사고, 조건을 잘못 넣고, 기한을 놓쳐 계약금을 날린다. 거래가 복잡해서 실수가 곧 손해다.

한국 사람은 속을까 봐 무섭다. 허위매물, 깡통전세, 계약금 들고 잠적. 그래서 직거래로도 가본다. 그래도 사기에 대한 불안은 남아 있다. 같은 "복비 아깝다"인데, 무서운 것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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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날 미국과 한국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지점이 갈린다. 집 거래를 둘로 나눈다. 앞쪽은 찾고 고르는 일. 뒤쪽은 협상하고 계약하는 일.

미국은 앞쪽이 풀렸다. 페인포인트는 뒤쪽에 있다. 복잡한 거래, 그리고 비싼 수수료. 미국 제품이 뒤쪽을 치는 이유다.

한국은 뒤쪽 수수료가 비교적 싸다. 앞쪽이 안 풀렸다. 이 매물이 진짜인지, 이 집이 안전한지. 한국 제품은 아직도 앞쪽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닫으며

커리어와 데이팅을 비교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거울이 됐다. 한쪽에선 당연한 게, 다른 쪽에선 그렇지 않았다.

부동산의 본질은 신뢰다. 그 신뢰를 미국은 규칙으로, 한국은 관계로 쌓았다. 그래서 무서운 것도, 페인포인트도 달라졌다. 페인포인트가 다르면, 풀어야 할 곳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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