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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언더독들

1.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카보베르데는 아르헨티나에 2-3으로 졌지만 '졌잘싸'로 불리며 지금도 바이럴되고 있다. 보지냐의 인생사부터 경기 뒷이야기까지, 온갖 서사가 계속 퍼지는 중이다.

2. 카보베르데는 인구 50만의 변방 섬나라, 골키퍼 보지냐는 40세 노장이다. 그리고 월드컵 통산 20호골을 넣은 절대자 메시를 앞세운 골리앗 아르헨티나와 붙는다. 하지만 보지냐는 메시의 슈팅을 포함해 8번을 막아냈고, 이 다윗은 우승 후보를 상대로 두 번이나 동점을 만들며 120분 연장 혈투까지 끌고 갔다.

3. 이게 월드컵의 낭만이라 불리며, 경기 전 5만 명 남짓이던 보지냐의 인스타 팔로워는 2,400만 명을 넘어섰다. 비자 보증금이 없어 아들의 경기를 고국에서만 봐야 했던 어머니가 미 국무부의 도움으로 경기장을 찾은 사연까지 회자되고 있다.

4. 순도 100%의 언더독 서사다. 2026년 이전엔 전 세계 누구도 '카보베르데'라는 나라를, 그 골키퍼가 세계 최강의 공을 다 막아내리라는 걸 예측하지 못했으니까.

5. 심리학에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라는 말이 있다. 부와 재능을 타고나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평범하게 태어나 통제할 수 없는 벽 앞에서 꺾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핍을 안고 싸우는 약자에게 자신을 투영한다.

6. 결과가 뻔한 승부는 지루하다. 하지만 승률 1%의 약자가 99%의 강자를 꺾는 순간, 현실의 답답함이 씻겨 내려가는 카타르시스가 터진다. 이름값이 아닌 순수한 실력으로 평가받는 공정함,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실현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7.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시청자가 예측할 수 있으면 안 된다. 티저나 썸네일만 보고 스토리가 읽히는 순간, 클릭률과 지속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8. tvN 〈언더커버 셰프〉는 이 원리를 정확히 파고든다. 경력 20년이 넘고, 오너 셰프에, 흑백요리사 우승자, 샘 킴, 정지선, 권성준이 낯선 타국 식당에 막내로 위장 잠입한다.

9.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10. 절대 권위자가 밑바닥에서 허둥대는 예측 불가능한 민낯에, 시청자는 신선함과 통쾌함을 느낀다.

11. 콘텐츠의 또 하나의 핵심은 '권위의 해체'다. 흑백요리사 이후 안성재 셰프의 밈과 딸과의 두쫀쿠 조회수가 폭발했듯, 해외 대표 권위자 고든 램지도 딸과 함께한 영상이 유튜브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10대 중심 틱톡 팔로워도 4,080만 명이다.

12. 〈언더커버 셰프〉의 핵심은, 후광 효과를 걷어냈을 때 오직 실력으로 평가받는 공정함을 대중이 보고 싶어 했다는 데 있다.

13. 물론 〈언더커버 셰프〉는 정통 언더독이 아닌 '상황적 언더독'이다.

14. 샘 킴, 정지선, 권성준의 본캐는 절대 강자다. 하지만 현지 식당에 막내로 들어간 순간 철저한 약자로 변한다.

15. 말이 잘 안 통하고, 동양인을 향한 편견과 텃세가 있으며, 포지션은 발언권 없는 주방 막내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은 단 5일이다.

16. "이건 요리를 모르는 사람이 기획한, 불가능한 미션이다."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의 말처럼, 최상위 탑독들의 승률은 순식간에 낮아지고 이들은 상황적 언더독이 된다.

17. 이 수직 낙차에서 시청자는 신선함을 얻고, 결과가 어떨지 끝까지 궁금해진다.

18. 채널 십오야의 〈나영석 vs 막내 PD〉도 언더독 서사다. 나영석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화제성과 조회수의 보증 수표니까.

19. 하지만 여기엔 치밀한 설계가 붙는다.

20. 나영석 vs 막내 구도만 보면 막내가 언더독이다. 그런데 막내에게 구글 제미나이(AI)를 쥐여준다. '나영석 vs 막내(with AI)' 구도가 되는 순간, 이번엔 나영석이 언더독이 된다.

21. 거대한 기술 앞에 선 고독하고 낡은 아날로그 인간, 그게 나영석이다. AI가 인간을 대체할지 모른다는 시대의 불안 속에서, 사람들은 불완전한 인간이 이기기를 바라며 그에게 감정을 투영하며, “나영석 피디가 이기지 않을까요?”라고 이야기한다.

22. 참고로 이건 제미나이 유료 브랜디드 콘텐츠다. 광고로 전혀 느껴지지 않는 탁월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23. 현실의 순도 100% 정통 언더독뿐 아니라, 내 콘텐츠에서 언더독 서사를 어떻게 설계해 끌어낼지 고민해 보자.

24. 콘텐츠는 누구나 예측 가능해지면, 죽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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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힘찬 채널 피보터 · 콘텐츠 크리에이터

데이터와 콘텐츠로, 죽은 채널을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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