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백화점이 '데이트룩'을 파는 이유 — 만혼 시대, 40대 이상 '설렘 비즈니스'의 부상
중장년 연애 예능이 낯설지 않아진 시대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 정서가 방송이 아니라 매장으로 옮겨가고 있는데요.
지난 2일 문화일보가 일본 FNN(후지뉴스네트워크) 보도를 인용해 전한 장면이 그 신호였습니다. 도쿄 코레도 니혼바시에서 40세 이상 전용 연애·결혼 매칭앱 '라스코이'와, 다이마루마쓰자카야가 운영하는 패션 구독 서비스 '어나더어드레스(AnotherADdress)'가 손을 잡았습니다.
이름하여 '데이트 전날의 설렘 옷장'. 앱에서 매칭된 참가자에게 프로 스타일리스트가 백화점 브랜드 옷으로 데이트룩을 골라주는 이벤트였죠.
행사엔 40대만 온 게 아닙니다. 50대와 60대도 섞였습니다. 한 49세 참가자는 평소와 전혀 다른 옷차림이 긴장되면서도 새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다고 했고, 60대 여성 참가자는 오랜만에 두근거린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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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이 하나의 소비 카테고리가 됐다
눈여겨볼 건 감정이 아니라 지출의 방향입니다. 라스코이 측은 젊은 시절 화려하게 지낸 세대가 다시 연애·재혼에 나서면서 소비가 패션·미용·외식 같은 외향적 분야로 넓어진다고 설명했는데요. 한 문장이 특히 남습니다. "설레기 위한 소비가 늘고 있다"는 말.
생활을 위한 소비와 설레기 위한 소비는 지갑을 여는 이유가 다릅니다. 앞의 것은 아끼는 대상이고, 뒤의 것은 나를 위해 기꺼이 쓰는 대상이죠. 일본의 40·50대가 후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이 시장의 핵심입니다.
왜 지금 40·50대인가
배경엔 인구·가족 구조의 변화가 있습니다. 미혼율이 오르고 젊은 층의 이혼도 늘면서 중장년의 연애·재혼 수요 자체가 두꺼워졌습니다. 과거보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세대가 만남에 적극적으로 지출한다는 점도 달라진 대목이고요.
이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는 이미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라스코이는 40세 이상만을 위한 매칭앱으로 등장했는데, 지난해 초 전한 바로는 수도권 서비스를 시작한 지 넉 달 만에 등록자가 여섯 배로 늘었습니다. 같은 보도가 인용한 2023년 조사에서는 매칭앱을 아는 사람 중 40대의 이용 경험이 33%, 50대 19%, 60대 13%로 나타났고요. '젊은 사람들 것'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깨지고 있는 셈입니다.
매칭앱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시장
흥미로운 건 이 시장이 매칭앱 하나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라스코이가 '만남'을 만들면, 그 만남을 준비하는 소비가 백화점·패션·미용으로 흘러갑니다. 어나더어드레스가 그 길목을 잡았습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연령이 높을수록 옷의 질감이나 방문하는 장소의 격을 더 따진다며, 백화점 상품과 고급 브랜드가 이들의 수요와 맞는다고 했습니다.
구조만 놓고 보면 매칭앱은 입구고, 리테일이 매출을 받아내는 자리입니다. 만남 → 준비 → 소비로 이어지는 이 연결이 '설렘 비즈니스'의 실체죠. 1인가구가 늘고 전반적 소비는 위축되는 일본에서 이 시장이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중장년 연애 예능은 이미 흥행했고, 재혼·황혼 연애를 보는 사회적 시선도 예전만큼 딱딱하지 않습니다. 수요의 온도는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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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설렘을 매칭 → 패션 → 외식 → 여행으로 이어붙이는 산업적 연결은 아직 비어 있습니다. 매칭앱은 매칭에서 끝나고, 백화점은 백화점대로 놉니다. 일본이 보여준 건 이 사이를 잇는 사업자가 시장을 가져간다는 사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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