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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Stripe)에서 새로 생겨나는 사업체 수가 1년 만에 거의 2배로 뛰었어요. 코로나 봉쇄 때의 급증보다도 더 큰 폭입니다. 결제 인프라 회사 스트라이프의 공동창업자 패트릭 콜리슨과 코딩 플랫폼 리플릿(Replit)의 창업자 암자드 마사드는 전 세계에서 사업체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위치에 있습니다. 요즘 '두세 명짜리 회사가 수십억 달러 매출을 낸다'는 이야기가 화제인데, 그게 정말인지 두 사람이 가진 데이터와 실제 사례로 짚어 봤습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Q. 지난 1년간 인터넷 사업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스트라이프에서 보이는 숫자로 이 현상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패트릭 콜리슨) 얼마 전에 닉 블룸(Nick Bloom)이라는 경제학자와 점심을 했어요. 이 분이 아주 흥미로운 논문을 쓴 적이 있는데, 한 사람당 기준으로 보면 혁신과 생산성 증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른바 '거대한 정체(great stagnation)'를 설명하려는 시도였죠. 그런데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는 그게 더 이상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눴어요. 생산성이 다시 가속하기 시작했거든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말이죠. 거대한 정체가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이미지 출처 : Stripe Economics
저는 오늘날 가장 과소평가된 경제적 사실 하나가 바로 '창업이 어마어마하게 가속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실리콘밸리만의 이야기도, 우리 회사 같은 곳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경제 전체에, 그리고 경제학자들에게도 중요한 변화예요.
Q. 스트라이프 관점에서 구체적인 수치로는 어떻게 나타나나요?
(패트릭 콜리슨) 스트라이프는 지금 미국 델라웨어(미국에서 스타트업이 가장 흔하게 법인을 세우는 주) 법인 설립의 25%가 조금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전체 흐름의 대표 표본을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Stripe Economics
2020년 4월, 그러니까 팬데믹 봉쇄가 한창이던 때 스트라이프에서 새로 생기는 사업체 수가 1년 전 대비 약 50% 늘고 있었어요. 큰 변화였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이게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봉쇄와 함께 갑자기 뛰어오른 그 수준에 그대로 머물렀고, 오히려 약간 더 늘었어요. 그게 2022년, 2023년 무렵입니다.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이었죠.
그런데 지난 12개월쯤 사이에 다시 한번 크게 꺾여 올라갔습니다. 지난달 3월 기준으로 스트라이프에서 새로 생기는 사업체 수가 1년 전 대비 거의 2배예요. 코로나와 봉쇄 때 급증했던 것보다도 더 큰 폭입니다.
Q.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가요?
(패트릭 콜리슨) 정확한 이유는 우리도 모릅니다. 아마 AI 때문이겠지만 단정할 수는 없어요. 다만 분명한 건, 이 변화를 일으키는 게 무엇이든 — 아마 AI겠죠 — 봉쇄나 팬데믹보다 더 큰 순풍이자 더 강한 창업 촉진제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세상을 바꾼 폭이 그때보다 더 크다는 거예요. 꽤 얼떨떨한 일입니다.
Q. 그렇게 쏟아지는 회사들이 사실은 가볍게 만든 '바이브 코딩' 프로젝트 아니냐는 의심도 있을 텐데요.
(패트릭 콜리슨) 그런 의심을 할 수 있죠. 사람들이 그런 걸 만드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전통적인 사업만큼 무게나 실속이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보는 건 정반대입니다. 이 엄청난 급증 속에서도 회사 하나하나의 평균 매출, 평균적인 성공 수준이 오히려 약간 올라갔어요. 숫자는 거의 2배로 늘었는데, 개별 회사 단위로 봐도 과거 어느 때 못지않게 좋다는 거죠.

이미지 출처 : Stripe Economics
그리고 두 번째로, 돌파해 나가는 회사들, 그러니까 매출이 가파르게 치솟는 회사들의 경우 그 돌파의 정도가 예전보다 훨씬 더 큽니다. 전례 없는 매출 가속이 일어나고 있어요.
Q. 매출 단계에 도달하는 속도도 빨라졌다고요.
(패트릭 콜리슨) 정확한 숫자를 외우고 있진 않지만, 우리가 비교해 본 건 이렇습니다. SaaS 붐 시절의 SaaS 회사들, 마켓플레이스 붐 시절의 마켓플레이스 회사들, 그리고 지금 AI 시대의 회사들을 놓고 봤어요. 100만 달러, 1,000만 달러, 1억 달러 같은 반복 매출(매년 꾸준히 들어오는 구독성 매출) 단계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stripe.com
또 하나, 창업한 스타트업의 20%가 30일 안에 첫 고객에게 요금을 청구해요. 2020년엔 이 비율이 8%였습니다.
실리콘밸리에 몰릴까, 흩어질까
Q. 이 흐름이 실리콘밸리에 집중되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분산되는 건가요?
(패트릭 콜리슨) 최근 주말에 이걸 들여다봤는데, 양쪽 주장 모두 근거가 있더라고요. 한쪽에는 모든 게 실리콘밸리로 거대하게 모일 거고 결국 여기로 이사 와야 한다는 '실리콘밸리 집중파'가 있어요. 반대편에는 더 분산될 거라는 쪽이 있죠. AI는 진입 장벽을 더 낮추니까 오히려 더 흩어지게 만든다는 논리입니다.

이미지 출처 : news.crunchbase.com
그런데 양쪽 다 증거가 있습니다. 우선 어디에나 거대한 급증이 일어나고 있어요. 방금 말한 그 큰 폭의 연간 증가가 사실상 모든 나라에서 나타납니다. 사업을 시작하기가 실제로 훨씬 쉬워졌고, 그 사업들이 더 잘되고 있어요. 동시에, 미친 듯이 돌파하는 회사들은 다른 곳보다 실리콘밸리에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AI가 등장한 뒤에도 그 집중도는 오히려 커지고 있고요.
Q. 그 집중을 해석하기는 좀 까다롭지 않나요?
(패트릭 콜리슨) 맞아요, 까다롭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돌파한 회사들 중 상당수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이런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다른 곳에서 시작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고, 의미 있는 성장이 붙기 시작하면 그때 실리콘밸리로 옮겨 온다는 거죠.
하지만 분명한 건, 두바이에 있든 태국에 있든 일본, 독일 어디에 있든, 창업가에게 지금은 12개월 전보다 훨씬 좋은 시기라는 점입니다.
도메인 전문가의 시대
Q. 리플릿에서 사업을 시작한 창업가들을 보면 실리콘밸리와는 좀 다른 패턴이 있다고요.
(암자드 마사드) 실리콘밸리에는 특정한 편향이 있어요. 회사를 창업하는 사람 상당수가 프로그래머라는 거죠. 그러다 보니 소프트웨어가 아예 닿지 않은 경제 영역이 굉장히 넓게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 아이스링크용 소프트웨어를 만든 창업가가 있어요. 혼자서 하는데 수백만 달러 규모 사업으로 커 가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아이스링크를 떠올린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거예요.

이미지 출처 : 나노바나나 제작
Q. 리플릿은 원래 '코딩 배우기' 플랫폼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사업을 만드는 곳이 됐습니다. 리플릿 위에서 만들어진 사업 중 특히 인상적인 사례가 있나요?
(암자드 마사드) 물론 실리콘밸리 스타일 회사도, Y콤비네이터 스타트업도 많이 봅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건, 자기 분야에 대한 통찰을 가진 도메인 전문가들이 갑자기 거기에 소프트웨어와 AI를 적용하는 경우예요.
코로나 시기에 한 교사가 있었어요. 교사로 일하면서 자기가 좋아했던 게 뭔지 생각하던 사람인데, 주변에서 교사들이 일을 그만두는 걸 많이 봤다고 합니다. 마침 챗GPT가 막 나왔을 때라 '이걸로 교사의 일을 어떻게 더 쉽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래서 매직스쿨(MagicSchool)이라는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교사가 과제를 만들고 빠르게 채점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예요. 교육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었던 거죠.

실리콘밸리의 통념 중 하나는 '교육(EdTech) 사업은 하지 마라, 끔찍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매직스쿨은 AI 회사 중에서도 가장 일찍, 몇 달 만에 0에서 1,000만 달러 ARR(연간 반복 매출)까지 간 사례였고, 지금은 5억 달러짜리 회사가 됐습니다.
Q. 그게 다 리플릿으로 만들어졌다는 거죠?
(암자드 마사드) 네, 맞아요. AI가 없었다면, 그리고 우리가 리플릿으로 만들어 둔 게 없었다면 애초에 만들어지지 못했을 제품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저를 가장 들뜨게 하는 게 바로 이 지점입니다. 누구나 아이디어가 있고, 살면서 자기 분야의 문제를 보게 되지만, 그걸 해결할 도구가 없었던 거예요. 이제는 그 도구가 생긴 겁니다.
Q. 뉴욕타임스에 실린 두 사람짜리 회사 이야기도 있었죠.
(암자드 마사드) Medvi라는 회사인데, 두 사람이서 운영하면서 연 10억 달러 매출을 향해 가고 있어요. 상당 부분을 리플릿으로 만들었습니다. 창업자 매튜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정말 흥미로운 사람이에요. 예전에 직원을 많이 둔 회사를 운영해 본 적이 있는데 그게 너무 답답했다고 합니다. "사람 관리하는 게 싫다. 차라리 에이전트와 AI를 관리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 사람에게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아이디어가 떠오른 뒤 리플릿에서 뭔가를 띄우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5분이라는 거예요.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그냥 띄워 보는 속도가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빠릅니다. 뒷단에는 Zapier 같은 걸로 자동화를 잔뜩 걸어 뒀고요.
아이디어에서 돈 버는 사업까지, 모든 장벽 없애기
Q. 메드비 사례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암자드 마사드) 고객이 생기고 난 다음에 사업을 굴리는 데 '잡일'이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리플릿 프로젝트 위에 한 겹을 더 얹는 걸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트래픽도 있고, 사용자도, 고객도 거기 다 있잖아요. 그렇다면 거기서 마케팅 캠페인을 빠르게 띄울 수 있을까? 인바운드 영업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을까? 이런 수직 통합에 큰 가치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미지 출처 : replit.com
수많은 외부 도구는 어느 시점엔가 결국 코드베이스에 통합되고, 배포되고, 테스트되고, 관측 시스템에 연결돼야 해요. 보통 이게 마찰이 생기는 지점인데, 리플릿에서는 그냥 됩니다. 그게 우리가 관리하는 영역이니까요. 즉시 만들어 주고 작동을 사실상 보장할 수 있다는 구조적 강점이 있어요.
Q. 리플릿을 한마디로 어떻게 비유할 수 있을까요?
(암자드 마사드) 제 머릿속 모델은 닌텐도예요. 저는 스팀덱(Steam Deck, 휴대용 게임기)을 샀는데, 게임을 설치해도 절반은 작동을 안 하고, 설정을 만지작거려야 하고, 가끔 이유 없이 망가져요. 그런데 닌텐도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전부 직접 만드니까, 젤다를 켜면 그냥 최고의 경험이 됩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패트릭 콜리슨) 저는 원래 리스프(Lisp, 오래된 프로그래밍 언어) 프로그래머로 시작했는데, 리스프의 핵심 통찰은 '코드가 곧 데이터'라는 거예요. 지금 말씀이 그걸 떠올리게 합니다. 오늘날에는 코드의 세계와 조직의 세계가 꽤 다르게 분리돼 있잖아요. 그런데 리플릿을 보면, 조직 자체도 코드이고 그 전체가 완전히 자기 참조적으로, 수직 통합된 세계를 상상하게 돼요.
(암자드 마사드) 맞아요, 바로 그 부분이 흥미로워요. 그래서 두세 사람짜리 수십억 달러 회사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거라고 봅니다.
인간은 무엇을 하게 되나
Q. 5년, 10년 뒤에 리플릿에서 성공한 창업가가 대시보드에 로그인했을 때, 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은 뭘까요?
(암자드 마사드) 이건 금방 꽤 철학적인 질문이 돼요. '인간에게 특별한 게 뭔가'라는 질문이죠. 제 생각엔 지금 시대의 LLM은 결국 자기가 학습한 데이터의 함수예요. 그래서 이미 잘 작동하는 걸 해내는 기계로는 훌륭하지만, 가능성의 가장자리, 문화의 가장자리에 있는 것에는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름 짓기나 마케팅 같은 데 약한 거예요.

이미지 출처 : App Store
인간의 역할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감각을 갖는 겁니다. 예를 들어 리플릿에서 '룩스맥싱(looksmaxing, 외모 가꾸기를 극대화하는 것)' 앱을 만든 창업가가 있어요. 챗GPT는 룩스맥싱 앱이 뭔지조차 모를 거예요. 그건 문화의 어떤 순간이거든요. 그런 기회를 찾아내고 실행하는 것, 그게 인간의 몫입니다.
Q. AI가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패트릭 콜리슨) 저는 음악 생성 서비스 수노(Suno)를 즐겨 쓰는데, 자주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만약 재즈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재즈가 한 번도 발견되거나 발명된 적이 없었다면, 수노가 재즈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음악 공간의 벡터들을 어떤 식으로 조합하면 재즈를 묘사할 수 있을까? 재즈가 아직 없는 상태에서 말이죠.

이미지 출처 : suno.com
현실적으로 오늘의 답은 '아니오'라고 생각해요.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장르를 수노로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게 진짜 장르인지 알 길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모델들을 사전 학습된 분포 바깥으로 끌어내는 건 꽤 어렵다고 봅니다. 훈련시키기도 어려워요. 보상 함수가 뭐가 되겠어요? 정의상,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보상을 줘야 하는 거니까요. 닫힌 시스템인 거죠. 그래서 '분포를 깨고 나오는 창의성' 문제는 정말 깊은 문제입니다.
Q. 과학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암자드 마사드) 그래서 토머스 쿤(과학철학자)이 말한 '패러다임 전환'을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기존 연구 프로그램이 있으면 AI가 그걸 돌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패러다임 전환을 AI가 해낼 수 있을까? 아니면 의자에 앉아 공상하다가 사과가 떨어지는 걸 보는 뉴턴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한 걸까? 그런 우연한 상호작용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거고, 어쩌면 그게 인간에게 특별한 지점일지도 모릅니다.

이미지 출처 : 나노바나나 제작
(패트릭 콜리슨) 이 답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알게 될 것 같아요. 지금 수학 모델들이 에르되시(헝가리 수학자) 문제 같은 걸 풀어내는 단계에 와 있거든요. 수학의 최전선에 정말 가까이 다가가고 있어요. 흥미로운 질문은 이겁니다. 몇 년 뒤 모델이 최전선을 한참 넘어서서 인간이 상상조차 못 한 완전히 새로운 수학 분야를 발명하게 될까? 아니면 역대 최고의 경시대회 수학자처럼 주어진 틀 안에서는 누구보다 잘 풀지만, 틀 자체를 깨지는 못하는 존재로 남을까? 저는 답이 정말 궁금합니다.
다시 시작한다면 무엇을 만들까
Q. 만약 지금 처음부터 다시 창업을 한다면 무엇을 만드시겠어요?
(패트릭 콜리슨) 저는 버티컬 SaaS 아이디어에 애정이 큽니다. 소프트웨어가 아직 크게 들어가지 않은 분야를 골라서, 거기에 제대로 적용하는 거예요. 많은 분야에 1990년대식의 엉성하고 짜증나는 시스템이 여전히 주류로 자리 잡고 있어요. 모바일 앱은 형편없고, AI 지원은 전혀 없고, 협업 기능도 끔찍하죠. 그 분야를 위한 '제대로 된 버전'을 만들어 가는 겁니다. 여기엔 아직 기회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이미지 출처 : WEC3390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또 하나, 조금 위험할 수 있지만 흥미로운 패턴이 있어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기 있지만 지위가 낮은 것'입니다. 예전의 크립토가 그랬죠. 지위가 낮으니까 기존 강자들이 거들떠보지 않거든요. 사실 스타트업이라는 시장 자체가 15년 전에 그랬어요. 스트라이프는 스타트업에 팔았는데, 다들 그게 중요한 시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경쟁자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리하면
첫째, 일단 뭐든 시도해 봐라.
둘째, 소프트웨어가 아직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다른 분야를 찾아라.
셋째,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지만 지위가 낮은 게 뭔지 봐라.
이 세 가지입니다.
Q. 기회의 크기는 얼마나 된다고 보세요?
(패트릭 콜리슨) 지금 스트라이프의 거래액이 약 1조 5,000억 달러쯤 됩니다. 전 세계 GDP의 약 1.5%가 스트라이프를 통해 흐르는 셈이에요. 저는 이 숫자를 좋아하는데, 우리가 다루는 일의 규모와 무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이미지 출처 : Stripe Annual Letter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분모가 아니라 분자에만 집중하게 되는 게 아쉬워요. '어떻게 2.5%로 올릴까'를 묻게 되니까요. 진짜 질문은 이겁니다. 지금 전 세계 경제가 120조 달러쯤 되는데, 어떻게 이걸 250조 달러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전체적으로 훨씬 더 풍요롭고 잘사는 세상으로 만들까?
전 세계 1인당 GDP는 아직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에요. 그리고 50년 전 미국의 1인당 GDP는 지금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죠. 경제가 매년 5%, 10%씩 성장하면 안 된다는 물리 법칙은 없습니다. AI와 함께라면 우리 생애에 없었던 훨씬 설득력 있는 기회들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다 그냥 거기 놓여 있다고, 가져가기만 하면 된다고 느낍니다.
AI 랩이 모든 걸 먹어치우진 않을까
Q. 앞으로 거대 AI 랩들이 새로 생기는 사업, 나아가 경제의 큰 몫을 다 가져갈 테니 창업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도 있어요. 챗GPT나 클로드가 결국 다 밀어버릴 거라는 거죠.
(패트릭 콜리슨) 저는 이렇게 봅니다. 어떤 제품의 경제적 가치는 그 제품의 양과는 별개로 따져야 해요. 예를 들어 음식이 없으면 경제도 인류도 거의 존재할 수 없죠. 음식은 생산에 정말 필수적인 재료입니다. 그런데 경제의 대부분은 식품 생산자들이 가져가지 않아요. 적당히 경쟁이 있고, 어느 정도 대체가 가능하니까요.

이미지 출처 : Foundation Capital
마찬가지로 AI가 미래에 엄청나게 중요하고 풍부해진다고 해서, 그 가치를 전부 AI 랩들이 가져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만약 하나의 패권적인 AI 랩만 존재한다면 모를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게 우리가 가는 방향처럼 보이지도 않고요. 그리고 또 하나, 어떤 회사의 가치는 그 고객이 지불할 수 있는 능력에 비례합니다. 경제에 회사가 단 하나뿐이라면, 사실 그건 별로 가치 있는 회사가 아니에요. 그래서 그런 논리 때문에 창업을 안 하겠다는 건 끔찍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그렇게 작동한 적이 없어요.
Q. 리플릿 입장에서 LLM이라는 기술을 어떻게 보세요?
(암자드 마사드) LLM은 아주 로우 레벨의 기술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컴퓨터로 치면 리눅스(Linux) 같은 거예요. 텍스트가 들어가고 텍스트가 나오는, 매우 범용적이고 흔하게 쓸 수 있는 인터페이스죠.
LLM 발전의 역사를 보면 이렇습니다. GPT-2는 2019년에 오픈AI만 할 수 있는 거였어요. 그때 이 동네 사람들이 GPT-2 때문에 다들 난리가 났는데, 세상의 다른 누구도 그게 뭔지 몰랐죠. 그런데 지금은 GPT-2 수준의 모델을 휴대폰으로도 훈련시킬 수 있어요. AI에 일종의 '무어의 법칙'(반도체 성능이 일정 기간마다 배가된다는 경험칙) 같은 진보가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이미지 출처 : 자체 제작
이 기술은 모든 곳에 스며들 겁니다. 엣지(edge,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는) 추론도 있을 거고, 오픈소스 모델도 많아질 거예요. 몇몇 회사만 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AGI급 모델을 통제하면서 그 위의 인터페이스까지 전부 만드는 세상은, 저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또 하나, 사람들이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보면, '모든 건 그냥 프롬프트를 넣는 게 최선'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여전히 인터페이스를 원할 거예요. 인터페이스는 인간적인 것이거든요. AR, VR 같은 새로운 플랫폼도 등장할 거고요. 컴퓨팅은 많이 변하겠지만, 늘 변해 온 방식대로 변할 겁니다.
소프트웨어의 해자는 어떻게 변할까
Q. 소프트웨어 만드는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지는 세상에서, 어떤 소프트웨어 회사가 가치 있게 남을까요?
(패트릭 콜리슨) 분명한 건, '아무 회사도 가치 없게 된다'는 답은 틀렸다는 거예요. 가장 단순한 예가 거래소입니다. 거래소는 그냥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지만, 그 가치는 모두가 거기서 거래하기로 선택한 '조정(coordination)'에서 나와요. 거기에 유동성이 가장 많으니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최고의 가격을 얻거든요. 거래소를 만드는 어려운 부분은 코드를 짜는 게 아니라, 다른 데 말고 우리 거래소로 모이라고 모두를 설득하는 겁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소프트웨어 자체가 해자(moat, 경쟁자가 쉽게 따라오지 못하게 만드는 방어 장벽)였던 적은 별로 없어요.

이미지 출처 : finance.biggo.com
Q. 5년, 10년 뒤에 소프트웨어 해자의 형태가 많이 바뀔까요?
(암자드 마사드) 저는 그렇게 많이 바뀌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이 주제에서 제가 좋아하는 책이 해밀턴 헬머(Hamilton Helmer)의 『7 파워(7 Powers)』입니다. 일곱 가지 해자가 있다는 내용인데, 역사를 거슬러 보든 앞을 내다보든, 어떤 사업을 연구하든 이 일곱 가지에 대입해 볼 수 있어요. 가치를 오래 유지하는 회사들은 보통 그중 하나의 해자를 갖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jasper.ai
AI가 이 해자들을 바꾸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다만 경쟁의 속도를 정말 빠르게 만듭니다. 챗GPT 초기에 재스퍼(Jasper, AI 카피라이팅 회사) 같은 회사들이 빠르게 떴다가 빠르게 가라앉은 걸 이미 봤잖아요. 시장의 빈틈을 발견하는 순간 경쟁이 아주 빠르게 밀려들어요. 그래서 어쩌면 가장 큰 차이는 '혁신가의 딜레마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발명을 한 뒤에도 경쟁이 너무 빨리 쏟아져서 충분한 가치를 못 거두는 거죠.
다만 작은 창업가, 그러니까 아이스링크 만든 그 창업가는 괜찮을 거예요. 경쟁이 들어올 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업은 많이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러니 창업의 롱테일(길게 늘어선 수많은 소수 시장)은 걱정할 게 없습니다. 오히려 실리콘밸리식 버티컬 SaaS가 롱테일의 영역이 되는 거죠.
Q. 매 시대마다 창업을 둘러싼 비관론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패트릭 콜리슨) 맞아요. 1980년대엔 '일본이 다 이긴다'였고, 1990년대엔 '마이크로소프트가 다 지배한다'였어요. 2000년대엔 닷컴 붕괴 이후라 '인터넷은 쓸모없다, 시도할 이유가 없다'였고, 그다음엔 구글이 나왔죠. 제가 스트라이프를 하려고 2010년에 실리콘밸리로 왔을 때는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늘 '자금이 마른다', '거품이 터진다'는 얘기가 따라다녔어요. 항상 벼랑 끝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다음엔 코로나였고, 지금은 AI 랩들이죠.

이미지 출처 : Fortune
그런데 그 거의 50년 동안, 회사를 창업하기에는 실제로 정말 좋은 시기였어요. 수많은 놀라운 회사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단기 추세선이 지금 무척 우호적일 뿐 아니라, 조금 더 긴 역사를 놓고 보면 한 세대 넘게 '창업에 베팅하는 쪽'이 꽤 견고한 베팅이었던 거예요.
Q. 해자가 줄어드는 게 세상에 꼭 나쁜 일일까요?
(암자드 마사드) 꼭 나쁜 일은 아니라고 봐요. 해자가 줄면 경쟁이 더 늘고, 소비자 잉여(소비자가 누리는 이득)가 더 커지니까요. 그건 대체로 좋은 일입니다.
실리콘밸리는 점점 '플랫폼 도시'가 될 것 같아요. 버티컬 SaaS나 특정 문제만 푸는 회사들의 도시가 아니라요. 그리고 그건 더 작은 니치 커뮤니티로 분산됩니다.
예를 들어 영국 시골의 요가 수련자들이 자기들만의 앱을 갖게 되는 거예요. 그 앱은 진짜 스타트업이고, 리플릿 위에서 한 창업가가 만든 겁니다. 실제로 영국 시골에서 팝업 요가 강사들을 연결하는 걸 만들고 있고, 돈도 벌기 시작했어요. 특정 지역, 특정 활동을 위한 앱이 따로 있고, 그걸 만든 창업가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즐겁게 일하고, 수입을 얻습니다. 저는 그게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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