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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넥스트에이지 싱크탱크 롱라이프랩 최연희입니다.
오랜만에(?) 날이 흐립니다. 덥지만 화창한 날씨가 이어져 하늘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서울은 거의 일주일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네요.
이렇게 비가 오거나 날이 더울 때, 어디로 마실을 가시나요? 저는 인근 마트나 쇼핑몰을 찾게 됩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먹고 싶은 것 서너 개 손에 들고 돌아오면, '확실하지만 소소한 행복'이라는 게 느껴지고요.
그런데, 어느날 장보기가 어려워진다면 어떨까요?
초고령사회 새로운 장보기 비즈니스의 탄생
만약 여러분이 곧 80세가 되어 운전면허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요?
가장 가까운 마트까지는 걸어서 30분. 쌀 한 포대와 생수 묶음을 들고 돌아올 체력은 없고, 온라인 주문은 여전히 어색합니다. 당연했던 일상활동 ‘장보기’가 어느 날부터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장보기가 단순히 '생필품을 사는 일'일까요? 새벽배송으로 5분이면 끝나는 장보기와 달리, 어떤 이에게 장보기는 하루 중 유일한 외출, 단골 가게 사장님과 안부를 나누는 시간, 또는 "오늘 뭘 해볼까?" 하는 일상의 목적이자, 계절을 느끼고 사람을 만나는 웰빙 활동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편의성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훨씬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이런 고민을 '장보기 약자(買い物弱者)'라는 용어로 정의하고,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해결책을 시도해왔습니다.

장보기가 어려워 진다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장보기 약자(買い物弱者)'라는 말을 씁니다. 유통과 교통이 약해지면서 식료품 같은 일상적인 장보기가 어려워진 사람들을 가리키는데, 2014년 조사에서 약 700만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농림수산성은 식료품 가게까지 직선거리 500m 이상 떨어져 있고 자동차를 쓸 수 없는 65세 이상을 '식료품 액세스 곤란 인구'로 정의하는데, 2020년 국세조사를 바탕으로 2024년 2월 공표한 추계가 904만 명입니다. 일본 65세 이상 네 명 중 한 명꼴(25.6%)이고, 그중 75세 이상이 566만 명으로 곤란 인구의 63%를 차지합니다. 5년 전보다 9.7% 늘었습니다.
시골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농림수산정책연구소는 이 문제가 과소지역을 넘어 도시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짚습니다(2024). 실제로 도쿄 한복판 미나토구 아오야마에서도 인근 슈퍼 두 곳이 문을 닫자 도영주택 주민들이 일주일에 두 번 오는 이동판매차 앞에 줄을 섰다는 보도가 있었고요.
문제는 돈입니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답한 시정촌이 89.3%에 이르고(농림수산성 전국 시정촌 조사, 2025년도), 민간사업자가 독자적으로 들어온 시정촌도 58.2%입니다. 그런데도 과소 지역일수록 손님이 적어 영리형 사업만으로는 유지가 극히 어렵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복됩니다.
그런데 이 어려운 시장에서 살아남아 커진 모델들이 있습니다.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하나 보이는데요, 새 인프라를 짓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전국을 누비는 이동 슈퍼마켓 '토쿠시마루(とくし丸)'

일본 전역을 누비는 작고 특별한 트럭들이 있습니다. 2012년 도쿠시마에서 스미토모 타츠야(住友達也)가 창업한 이동슈퍼 토쿠시마루(とくし丸)는 냉장 설비를 갖춘 경트럭에 약 400품목 1,200점 안팎을 싣고 단골집 현관 앞에서 가게를 엽니다.
같은 집을 사흘에 한 번,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합니다. 2026년 4월 기준 가동 트럭은 1,197대. 제휴 슈퍼 140여 사와 함께 47개 도도부현 전부를 커버하고, 70~80대를 중심으로 약 17만 명이 이용하며 연간 유통총액은 300억 엔에 가까워졌고요(회사 발표·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 기준).
그런데 이 회사의 실체는 트럭이 아니라 가이드북에 가깝습니다. 본부는 트럭을 한 대도 직접 굴리지 않습니다. 지역 슈퍼에 노하우와 브랜드를 제공하고, 슈퍼는 트럭 1대당 계약료 50만 엔과 월 3만 엔 정액만 본부에 냅니다.
이동슈퍼, 도시락과 함께 배달하는 생활용품, 치매 당사자가 자신감을 되찾는 슈퍼마켓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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