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파운딩은 순서가 거꾸로다
한국 코파운딩의 장기적 여파는 바로 지분이다.
1️⃣ 지분 이야기.
우리 스타트업들은 아무것도 증명되기 전에 지분을 너무 일찍, 너무 균등하게 나눈다. 내가 만나본 파운더들 대부분이, 충분히 같이 실무적인 호흡을 맞춰보지도 않고, 심지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해서 서로 예의차리는 단계의 사람들을 표면적인 스펙만 보고는 코파운더로 두고 고민하신다.
검증 0의 상태에서 70:30, 심지어 50:50. 코파운더에게 Refresh stock을 드리면 드렸지 실무합을 맞춰보지 않고 처음부터 10-20프로를 할당하는것도 너무나 큰 리스크라 본다. 게다가 한국에선 베스팅(vesting), 클리프(cliff), 클로백(clawback), good/bad leaver가 표준이 아니다. 게다가 퇴사한 코파운더의 지분이 캡테이블에 그대로 박히는건 최악의 선택이다. 죽은 지분(dead equity)으로써, 일하지 않는 사람이 회사의 한 조각을 영원히 소유하게 된다. 이는 다음 라운드 투자자가 가장 먼저, 가장 싫어하는 그림이며, 팀원들의 사기저하에도 톡톡히 기여한다. 초기에 자기 손으로 폭탄을 심는 셈이다.
코파운더분들도 충분히 이해되는게, 제대로 엑싯하는 경우가 적기때문에 초반에 더 공격적인 조건을 내세우기 마련.
2️⃣ 코파운더의 기준이 상보성(complementarity)이 아니라 '친분’
내가 보는 더 큰 문제는 불안감으로 코파운더를 고르는 행태인데, 고르는 기준이 능력이 아니라 편안함이 된다는 점이다. 친구, 전 직장 동료, 학교 선후배 등 너무 좋은 옵션이지만, 실무 검증이 된 경우다. 만약 보완재가 아니라 검증된 친분으로 데려온 상황이면, 이 팀 내부에서 칼이 제대로 갈릴까? 왜 매번 파운더와 코파운더는 기획과 프로덕트에만 시간 다 쏟고 난뒤에 고객에게 가서 따귀 맞냐는거다. 따귀는 이미 자체적으로 수백번, 수천번 때리고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이런 코파운딩 팀들은 앞서 말한 횡렬·종렬의 업무 분담 체계 역시 무너진다.
둘이 비슷한 사람이면 횡렬(도메인 분업)이 가짜가 된다. 제품과 세일즈를 나눴다지만, 사실 둘 다 개발자이거나 둘 다 영업쟁이인거다. 잘하는 게 겹치고 못하는 게 겹친다. 나눈 게 아니라 같은 일을 두 명이 하는 거다.
종렬(단계 분업)은 더 위험하다. 앞단·뒷단으로 갈랐는데, 그 경계(seam)에서 일이 떨어진다. 잘 풀릴 땐 둘 다 자기 공이고, 안 풀릴 땐 "그건 네 단계였잖아"가 된다. 책임이 이음새로 새어나간다. 많은 스타트업이 겪는 사내정치 문제의 발단이 바로 이지점에서 시작된다.
3️⃣ 한국의 코파운딩은 순서가 거꾸로다
한국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코파운딩은 실무적 결합을 맞추는데에 적어도 2-3년이 걸린다. 이는 너무 늦다. 코파운더는 "검증된 빈자리"를 채우는 사람이다. 그런데 한국 파운더는 빈자리가 보이기도 전에 사람부터 채운다.
코파운딩의 정상적인 순서는: 혼자 시장에 부딪힌다 → 투자 거절, 고객 이탈, 가설 붕괴를 겪는다 → 그 실패가 나를 강제로 객관화시킨다 → "내 약점은 정확히 여기다"가 보인다 → 그제야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찾는다.
한국은 이 순서가 통째로 뒤집혀 있다. 부딪히기 전에, 아이디어 단계에서, 외로워서 코파운더를 구한다. 물리적이고, 객관적이어서 누가 봐도 납득되는 빈자리를 채우는 게 아니라 파운더의 실행부족으로 발생한 심리적 불안을 채우는 격이다. 이건 실무자 차원에서도, 투자를 검토하는VC 관점에서도 전략적 팀빌딩이라 보여질리 만무하다.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창업자의 두려움에 대한 얕은 타협, 이 연약한 감정에 호소하여 사람을 부른것이다.
4️⃣ 결별이 늦고, 아프고, 비싸다
마지막은 정(情)이다. 실리콘밸리는 안 맞으면 헤어진다. 베스팅이 그걸 깔끔하게 만들어준다. 한국은 정 때문에 진작 끝냈어야 할 관계를 질질 끈다. "그래도 같이 시작했는데." 이런 사고들은 친-인본주의적일수는 있어도, 친-자본주의적이진 않다. 로맨틱할순 있어고도, 효율과는 멀다. 차갑게 느껴질수 있겠지만, 이런 코파운딩 문화는 우리 회사를 같이 죽인다. 헤어짐이 늦어진 만큼, 죽은 지분은 커지고, 남은 파운더의 활주로는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결론.
코파운더가 나쁘단 소리가 아니다. 코파운더부터 찾는 순서가 나쁜 거다.
한국 파운더여, 혼자 더 오래 버텨라. 빈자리가 정말 보일 때까지.
그 전까지 종렬은 외주·계약·어드바이저로 메워라. 지분 말고 돈과 시간으로 채우는게 열배, 백배 더 싸다.
혼자서 해보다, 진짜 빈자리가 보이고, 그 자리에 정확히 맞는 사람이 나타나고, 구조(베스팅·클로백)를 갖췄을 때. 그때 코파운더를 들여라.
친구가 아니라 보완재를. 불안이 아니라 전략을.
처음부터 코파운더로 시켜주겠다느니, 지분을 많이 챙겨주겠다느니 하며 Wrong expectation setting하지 말고, 맞춰보고 맘 내킬때 후회없이 줘라.
한국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코파운딩은 순서가 거꾸로다. 그래서 나는, 코파운딩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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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Jeju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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