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수속서의 '보증인' 칸. 별것 아닌 빈칸 같지만, 채울 사람이 없는 순간 모든 절차가 멈춥니다.
일본이 이 빈칸 문제를 제도로 끌어안았습니다. 6월 19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개정 사회복지법이 가결·성립됐는데요. 의지할 곳 없는 고령자의 입원 수속, 의료비 지불, 사후의 장례·납골까지, 그동안 가족이 하던 일을 공적 복지사업의 대상으로 넣었습니다.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매체가 전한 내용입니다.
일본이 정한 것 — 입원·장례를 '복지사업'으로
기존 일본 복지사업은 치매 등 판단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대상이었습니다. 여기에 '의지할 곳 없는 고령자'를 더한 게 이번 개정의 핵심입니다.
내용도 넓어졌습니다. 일상 금전관리·서류 보관에 더해 입원 수속과 의료비 지불 대행, 사후 장례·가재처분 계약 같은 사무까지 들어왔죠. 흥미로운 건 이 일들이 지금까지 케어매니저들이 공적 업무 범위를 넘어 '무보수로' 떠맡아온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일종의 섀도워크였던 셈인데요. 그걸 제도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담당은 사회복지협의회. 동시에 후생노동성은 서비스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참입도 촉진한다고 밝혔습니다. 공포 후 2년 이내 시행입니다.
286만에서 448만으로
왜 지금일까요. 숫자가 답합니다.
일본종합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3친등 내 친족이 없는 '의지할 곳 없는 고령자'는 2024년 약 286만 명에서 2050년 약 448만 명으로 1.5배 넘게 늘어납니다. 단신 고령세대가 급증하는 흐름이죠.
이 수요는 민간이 먼저 들어가 있던 자리이기도 합니다. 신원보증·종활(終活)·사후사무 대행 같은 유료 서비스가 앞서 생겨났는데, 계약 트러블이 잦아 일본 국민생활센터가 주의를 환기할 정도였습니다. 수요는 분명한데 신뢰가 못 받쳐준 시장. 이번 제도화는 그 바닥에 공적 안전판을 깐 겁니다.
공공이 긋는 선, 그 바깥
여기서 그 '선'이 드러납니다.
이번 제2종 사회복지사업이 맡는 건 사후사무, 입원·입소 수속 지원, 긴급연락처 제공입니다. 반면 입원·입소·임대 때의 보증인 청부(신원보증), 의료적 의사결정 관여까지는 대상 밖이라고 현장 변호사들은 짚습니다. 정작 가장 막히는 '보증인 칸' 문제는 공공이 다 풀어주지 못한다는 거죠.
바꿔 말하면, 공공이 기본선을 깔아준 위에서 신원보증·의사결정 지원·맞춤형 종활 같은 영역은 여전히 민간의 몫으로 남습니다. 정부가 시장의 신뢰 기반을 만들고, 그 위에서 민간이 뛰는 구도.
한국은 이미 같은 길 위에 있습니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통계청 2024 고령자통계를 보면, 2023년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는 213만 8천 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의 37.8%입니다. 그리고 이들 중 18.7%는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일본이 법으로 정의한 그 '의지할 곳 없는 고령자'가, 한국에도 이미 수십만 단위로 있다는 뜻이죠.
무연고 사망도 가파릅니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 기준 2020년 3,136명에서 2023년 5,415명으로 3년 새 72.7% 늘었습니다. 입원할 때 보증인이 없고, 떠난 뒤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는 상황. 한국이 곧 정면으로 마주할 문제입니다.
일본의 이번 개정은 '복지를 늘렸다'기보다, 거대한 수요를 제도 안으로 들이면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갈라준 사건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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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2026.06.19(본문 유료)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UA104MY0Q6A610C2000000/
한국 통계: 통계청 2024 고령자통계(2023년 기준), 국회 국정감사 자료(무연고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