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우리가 가장 자주 들르는 공간이죠. 삼각김밥 하나, 음료 한 캔, 택배 하나. 그런데 일본 오사카의 한 동네에선 이 편의점이 시청 창구이자 돌봄 거점, 재해 대피소까지 겸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상지는 오사카부 이케다시의 후시오다이 뉴타운입니다. 1970년대 한큐부동산(현 한큐한신부동산)이 개발한 주택지인데, 한때 7,000명을 넘던 주민이 지금은 4,700명 아래로 줄었습니다. 고령화율은 47%를 넘어 주민 두 명 중 한 명이 고령자죠. 이케다시 전체 고령화율이 약 27%인 걸 감안하면, 이 동네가 얼마나 앞서 늙어가고 있는지 보입니다. 전국 교외 뉴타운이 안고 있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여기선 한발 먼저 현실이 된 셈입니다. 그 재생에 손을 든 게 다름 아닌 편의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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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영업소가 사라진 자리에서
로손과 KDDI는 6월 4일, 점포를 거점으로 동네를 다시 짜는 '해피 로손 타운' 구상의 1호점을 이케다 후시오다이에 열었습니다. 자리 자체에 사연이 있는데요. 원래 이곳엔 한큐버스 영업소가 있었습니다. 2022년 영업소가 폐지되자 주민들이 걱정의 목소리를 냈고, 부지 활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일었죠.
결국 한큐버스가 땅을 시에 기부했고, 이케다시는 2025년 4월 활용 사업자를 공모해 로손이 우선협상권을 따냈습니다. 같은 해 12월엔 이케다시·KDDI·로손 3자가 포괄연계협정을 맺으며 점포 개발이 본격화됐고요. KDDI는 2024년 미쓰비시상사와 함께 로손에 절반씩 출자해 공동 경영에 들어간 터라, 이 점포는 통신·디지털 기술을 소매에 얹는 실험장이기도 합니다.
로손의 다케마스 사다노부 사장은 이케다시 출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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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추운 시기에 건설 예정지에 고타쓰(난방 테이블)를 깔고 주민을 불러 둘러앉아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죠. 무엇이 있으면 동네가 나아질까. 거기서 나온 목소리가 점포의 내용을 정했습니다.
'늘 그 편의점'이 아니다
매장에 들어서면 보통 편의점과 사뭇 다릅니다. 채소 같은 생선품에 더해 냉동육 11종, 냉동 생선 12종이 깔리고, 소금빵을 포함한 빵 약 20종, 조림·델리샐러드 같은 반찬 24종까지. 취급 품목이 약 3,900개에 이릅니다. 감기약·위장약 같은 일반의약품(OTC)도 약 200종을 둡니다. 근처에 슈퍼나 드러그스토어가 없는 주민의 장보기 거점이 되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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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반찬은 고타쓰 회의에서 나온 요청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입니다. '갓 만든 빵과 부담 없는 생선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자, 에이치·투·오 리테일링과 상의해 인근 공장 직송으로 풀었습니다. 이트인 공간도 다릅니다. 테이블석·카운터석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좌식 자리(21석)까지 더해 총 64석. 그림책 약 100권을 둔 코너, 바깥엔 잔디 광장과 오사카 시내까지 보이는 전망 테라스도 있습니다. 편의점이라기보다 동네 사랑방에 가깝습니다.
AI 아바타가 행정 상담을 받는다
눈길을 끄는 건 KDDI 기술을 쓴 서비스입니다. 입구 근처엔 '이케다시 AI 서포터'라 불리는 AI 아바타가 서 있는데요. '카에데'라는 캐릭터로, 화면에 말을 걸면 행정 절차와 지역 정보를 안내합니다.
빈집을 물으면 시의 빈집은행 구조를 설명하고, 편의점에서 떼는 증명서를 물으면 마이넘버 카드가 있으면 주민표 등을 발급받을 수 있고 수수료가 창구보다 싸다고 답하죠. 시청에 가지 않아도 편의점에서 1차 행정 안내를 받는 구조이고, 시 입장에선 AI가 1차 대응을 맡아 창구 업무를 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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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은 상담은 옆 '폰타 만물상담소' 부스가 맡습니다. AI가 간단한 안내를 한 뒤 안쪽 부스로 가면 유인 대응으로 바뀌는데, 휴대폰·전기가스·금융·진료처방·생활 서비스 등 8개 메뉴가 화면으로 연결됩니다. 휴대폰은 au, 가전 출장수리는 조신, 에어컨 청소는 다스킨, 행정은 이케다시청이 각각 화면 너머로 이어져 상담을 받습니다. 상담 자체는 무료고요.
드론이 동네를 지키고, 재해 때는 거점이 된다
부지엔 KDDI 스마트드론이 운용하는 AI 드론 포트가 상설됐습니다. 로손 점포에 AI 드론을 상설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죠. 이 드론은 360도 공간을 파악해 장애물을 자동 회피하고, 최대 40분 비행하며, 가시광에 적외선 카메라까지 달아 사람이나 곰 같은 열원을 잡아냅니다.
250m 앞 차량 번호판을 식별하는 줌 성능도 갖췄습니다. 평일 하루 한 번 띄워 초등학생 등하교를 지켜본다는 계획인데, 위험하다고 분류된 통학로 데이터를 행정으로부터 받아 비행 경로에 넣습니다. 실제로 개점 전날 접근한 태풍 때는 인근 하천 상황을 이 드론으로 찍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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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때는 점포 자체가 지원 거점이 됩니다. 위성통신 스타링크로 무료 와이파이를 열어 유선이 끊겨도 통신이 되고, 축전지와 태양광 발전으로 정전 때 전력과 휴대폰 충전을 감당합니다. 계산대 위 사이니지는 이케다시 공식 LINE·J얼럿과 연동돼 재해 정보를 자동 표시하고, 매장 주방에선 쌀과 물만 있으면 재해용 주먹밥도 만들 수 있습니다.
편의점은 지역 인프라가 될 수 있을까
로손과 KDDI는 평소엔 활기의 거점, 유사시엔 지원의 거점이 되는 점포를 전국에 늘리려 합니다. 올 2월엔 지바현 후쓰시에 '재해지원 로손' 1호점을 열었고, 이쪽도 2030년도까지 전국 100곳을 목표로 합니다. 후시오다이점은 거기에 지역 커뮤니티와 행정 서비스를 더 얹은, 한층 들어간 형태인 셈이죠. KDDI는 드론 거점을 장차 전국 1,000곳까지 넓히는 그림도 그립니다.
문제는 채산성입니다. 생선품 취급, AI 설비 유지, 드론 운용 모두 돈이 듭니다. 다케마스 사장도 적자로 계속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채산을 맞추면서 지역에 환원하는 순환을 돌리고 싶다고 했고, KDDI의 무라모토 신야 집행임원 역시 AI·원격 접객 플랫폼에 상응하는 비용이 든다며 손익이 맞는 수준을 이제부터 찾는 단계라고 했습니다. 로손은 후시오다이점을 주민 목소리를 들으며 서비스를 고쳐 짜는 실험장으로 봅니다. 전국 체인이 같은 점포를 찍어내는 방식엔 한계가 있고 동네마다 품목과 서비스를 바꿔야 한다는 거죠. 다음 대상은 단독주택 중심의 후시오다이와 달리 입주율이 떨어지고 고령화가 진행된 집합주택형 뉴타운인데, 도쿄에서 곧 발표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읽히는 신호는 분명합니다. 고령화로 동네 인프라가 무너질 때 그 공백이 곧 사업의 자리가 된다는 겁니다. 장보기·행정·통신·돌봄·재해 대응처럼 흩어져 있던 기능을 한 점포로 묶고, AI와 원격 접객으로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을 메우는 모델인데요. 편의점·통신사·지자체·가전·청소 같은 서로 다른 플레이어가 한 점포 안에서 각자의 창구를 여는 구조라, 한 회사가 다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띕니다.
한국도 남 얘기가 아닙니다. 분당·일산 같은 1기 신도시는 입주 30여 년이 지나며 빠르게 늙어가고 있고, 편의점은 전국에 촘촘히 깔린 몇 안 되는 생활 인프라죠. 편의점·통신사·지자체가 손잡으면,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행정·돌봄 접점'이라는 자리를 누가 먼저 가져갈지의 문제가 됩니다.
저는 이 점포의 핵심이 '복지 시설'이 아니라 '채산을 묻는 사업'이라는 데 있다고 봅니다. 다케마스 사장이 적자로는 못 한다고 못 박은 대목이 그 증거죠. 고령 동네의 불편을 동정이 아니라 수요로 읽고, 여러 사업자가 비용과 수익을 나눠 지는 구조로 풀었기 때문에 100곳으로 확장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한국의 혁신가가 봐야 할 곳도 바로 거기, 무너지는 동네 인프라를 누가 채산 맞는 사업으로 다시 세우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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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東洋経済オンライン(도요게이자이 온라인), 石井徹(이시이 도루), 2026.06.11. https://toyokeizai.net/articles/-/947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