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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가지 능력만 가진다면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가 얼마 전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가 전 세계 예능 프로그램 최초로 출연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그 자체로 화제였죠. 사회자 유재석이 밸런스 게임을 던졌습니다. "평생 한 가지 능력만 가질 수 있다면, 완벽한 미래 예측 능력과 강철 같은 회복탄력성 중 무엇을 택하시겠습니까?" 젠슨 황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습니다. "너무 쉽다, 회복탄력성." 이유도 명쾌했습니다. "당신이 깨지지만 않는다면, 어떤 미래가 오든 결국 성공할 것이다. 미래를 완벽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견고한 회복탄력성을 갖는 것은 가능하다. 하나는 불가능하고 다른 하나는 가능하니,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을 이끄는 사람이, 가장 탐나는 초능력 '미래를 보는 눈'을 버린 겁니다.

그리고 이어진 또 다른 질문, "20년 전의 나와 20년 후의 나, 누구와 대화하겠나?" 유재석의 질문에 그는 미래의 자신을 택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줄이는 길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자신을 향해 걸어가는 길을 선택한 겁니다. 두 답을 나란히 놓으면 한 사람의 일관된 세계관이 보입니다. 그는 시간을 거슬러 통제하려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닥칠 일들이든 무엇이든 견디고 다시 서는 쪽에 베팅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게 그저 한 거인의 호기로운 한마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엔비디아 자체가 그 증거입니다. 2006년, 모두가 GPU를 게임 그래픽 카드로만 보던 시기에 젠슨 황은 천문학적 예산을 쿠다(CUDA)에 쏟아부었습니다. 시장은 10년 가까이 그를 외면했고, 한때 시가총액은 10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해서 버틴 게 아닙니다. 빗나간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았기에, AI라는 파도가 왔을 때 그 자리에 있었던 겁니다.
통제에 관한 문제
이건 단순히 '긍정적으로 살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핵심은 "통제"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미래가 불안할수록 더 많이 예측하려고 합니다. 시장 리포트를 읽고, 시나리오를 짜고, 경쟁사 동향을 분석하고, 그러다 정작 '예측되지 않는 일이 닥쳤을 때 다시 일어서는 능력'에는 한 시간도 투자하지 않습니다. 젠슨 황의 선택이 말하는 핵심은, 우리가 매일 더 갈고닦는 능력(예측)은 사실 인간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고, 우리가 쉽게 외면하는 능력(회복탄력성)은 사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기를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시간을 거꾸로 쓰고 있는 셈입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쥐려고 애쓰고, 가질 수 있는 것은 운에 맡깁니다.
회복탄력성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회복탄력성이 정말 '기를 수 있는' 능력인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직관과 의지의 문제로 보이기 쉽지만, 데이터는 다른 그림을 그립니다. 미국심리학회(APA)는 수십 년간의 연구를 정리하며 회복탄력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타고나는 특별한 자질이 아니라, 누구나 배우고 키울 수 있는 평범한 능력(ordinary, not extraordinary)"이라고요. 강철 멘탈을 타고난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감정 조절과 대처 전략, 관계망처럼 훈련으로 쌓이는 기술의 묶음이라는 겁니다. APA는 한 발 더 나아가, 회복탄력성을 '특성(trait)'이 아니라 '과정(process)'으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누가 강한 사람이냐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사람이 강해지느냐의 문제라는 거죠. (APA, Building Your Resilience)
더 흥미로운 건 회복탄력성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2025년 학술지 Behavioral Sciences에 실린 연구(Dalmış 외, 대학생 483명을 대상으로)는 회복탄력성이 미래불안을 낮추는 경로를 추적했습니다. 핵심 발견은, 회복탄력성이 미래불안에 곧장 작용하기보다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을 거쳐 불안을 끌어내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잘 회복하는 사람은 '미래가 덜 무서워서'가 아니라 '지금 더 괜찮아서' 미래를 견딥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지금 이 순간의 만족과 안정이 높고, 그 안정이 다시 미래를 향한 두려움을 눌러주는 구조입니다.
이 매개효과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회복탄력성은 미래를 바꾸지 못합니다. 다음 분기 매출도, 투자 시장도, 경쟁사의 다음 수도 통제할 수 없습니다. 대신 회복탄력성은 당신의 현재 상태를 바꿉니다. 그리고 더 안정된 현재가 더 견딜 만한 미래를 만듭니다. 젠슨 황이 "회복탄력성은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길러진다, 스스로에게 실패하고 극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회복은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무너지고 일어서는 경험을 통해 몸에 새겨지는 것이니까요. (Dalmış 외, 2025, PMC) 다만 이 연구는 한계도 분명합니다. 한 대학의 학생 표본이라 경영자 집단에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고, 자기보고 설문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회복이 안녕감을 거쳐 불안을 낮춘다'는 구조는 젠슨 황의 직관에 꽤 단단한 뼈대를 붙여줍니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
여기까지 오면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밸런스 게임이 다르게 보입니다. 예측은 미래를 손에 쥐려는 시도이고, 회복탄력성은 미래가 어떻게 오든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전자는 불가능에 베팅하는 것이고, 후자는 가능성이 있는 미래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번 돌아보시죠, 우리의 캘린더와 에너지는 대부분 전자에 쏠려 있지는 않으신가요? 젠슨 황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이미 그 사실을 몸으로 겪어 통과해 왔기 때문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질문 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지금, 통제할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까? 그리고 기를 수 있는 회복의 근육에는, 얼마나 적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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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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