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가 우리 파이프라인과 닮은 특허를 출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대표님들은 "이걸 막을 수 있나"부터 묻습니다. 그러나 경쟁사 특허 대응에서 결과를 가르는 변수는 의지가 아니라 발견한 시점입니다.
같은 특허라도 심사 중인지, 등록공고 직후인지, 등록이 굳은 뒤인지에 따라 쓸 수 있는 카드와 비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창업자는 "막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지금 이 특허가 생애주기의 어느 구간에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정보제공·취소신청·무효심판, 무엇이 다를까
특허법은 부실한 권리가 조용히 살아남는 것을 막기 위해 단계별로 세 가지 장치를 둡니다. 핵심은 단계가 뒤로 갈수록 요구되는 증거 수준, 비용, 그리고 상대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노출 리스크가 함께 커진다는 점입니다.
| 단계 | 제도 | 쓸 수 있는 시점 | 청구 자격 |
|---|---|---|---|
| 심사 중 | 정보제공 (특허법 제63조의2) | 출원 계속 중이면 언제든 | 누구든지(익명 가능) |
| 등록 직후 | 특허취소신청 (제132조의2) | 등록공고일 후 6개월까지 | 누구든지 |
| 등록 이후 | 무효심판 (제133조) | 기간 제한 없음 | 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 |
정보제공은 심사관에게 선행문헌을 공급해 거절이유를 유도하는 가장 저비용 경로이며, 출원인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취소신청은 등록공고 후 6개월이라는 짧은 창(window) 안에서만 가능해 시기 제약이 분명합니다. 반면 무효심판은 기간 제한이 없지만 이해관계인만 청구할 수 있고, 구술심리와 증거조사까지 각오해야 하는 정면 승부입니다.
상담에서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한 가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보는 실수는, 공개공보를 보고도 "등록되면 그때 대응하자"며 몇 달을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그 사이 특허가 심사를 통과해 등록되면, 가장 싸고 익명으로 쓸 수 있던 정보제공 카드는 사라지고 비용과 노출이 큰 카드만 남습니다. 여기서 기재불비란 법조문상의 형식 문제가 아니라, 특허청이 설명과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청구범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실질적 리스크를 뜻합니다. 즉 대응 난이도는 기술력이 아니라 "언제 움직였는가"가 결정합니다.
창업자의 의사결정 프레임
한 항체 치료제 개발사가 경쟁사의 유사 에피토프 출원이 공개된 직후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먼저 공개된 청구항을 자사 파이프라인과 항목별로 대조해, 실제 저촉되는 청구항을 셋으로 좁혀 공격 포인트를 확정했습니다. 그 특허는 아직 심사 중이었기에, 국내외 논문과 선공개 포스터로 진보성 부정 논리를 세운 뒤 익명 정보제공을 택했습니다. 자사를 노출하지 않고 심사관에게 새 선행문헌을 공급해 거절이유통지를 유도하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경로였기 때문입니다.
같은 경쟁사의 또 다른 특허는 이미 등록공고가 난 상태였습니다. 등록공고일로부터 6개월 이내임을 확인한 뒤 취소신청으로 전환하면서, 신규성·진보성 결여와 명세서 기재불비를 병렬로 구성했습니다. 심판부가 어느 한 축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논리를 분산시킨 것입니다. 만약 그 6개월이 지났다면 남는 카드는 무효심판뿐이고, 이해관계인 적격 입증과 구술심리까지 부담이 한꺼번에 커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등록공고 후 6개월이 이미 지났는데 방법이 없나요?
취소신청은 불가하지만, 이해관계인이라면 무효심판은 기간 제한 없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증거 수준과 비용 부담이 커집니다.
Q. 우리 회사를 드러내지 않고 막을 수 있나요?
심사 중이라면 정보제공으로 익명 대응이 가능합니다. 등록 이후 단계로 갈수록 익명성 확보는 어려워집니다.
Q. 청구항 전부를 깨야 하나요?
아닙니다. 청구항 단위로 공격 포인트를 분해해 자사와 저촉되는 항만 부분 무효를 노릴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
경쟁사 출원·특허의 청구범위가 자사 기술과 실제로 어느 청구항에서 저촉되는가?
그 특허는 지금 심사 중인가, 등록공고 6개월 이내인가, 등록 이후인가?
진보성을 흔들 국내외 선행기술(논문, 공개특허, 학회 포스터, 카탈로그)을 확보했는가?
신규성·진보성·기재불비 중 가장 강한 축은 무엇인가?
자사 노출을 피해야 하는 상황인가, 후속 침해분쟁 리스크는 어떻게 시뮬레이션되는가?
취소신청 6개월이 도과했다면 무효심판으로 넘어갈 증거 보강 로드맵이 있는가?
경쟁사 특허 대응은 결국 "공개공보를 확인한 그 주에 무엇을 했는가"로 결판납니다. 발견이 늦어질수록 선택지가 가장 비싼 카드 하나로 좁혀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청구항을 진단해 두는 것이 가장 저비용으로 카드를 넓혀 두는 시점입니다.
경쟁사 공개공보가 자사 기술과 비슷해 보인다면, 저촉 청구항과 확보 가능한 선행문헌을 1페이지로 정리해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점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자 소개]
석종헌 변리사 | 특허법인 린 파트너 (15년 차 바이오/화학/소재 전문)
고려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지난 15년간 바이오, 제약, 소재 스타트업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습니다. 단순한 등록을 넘어 정부 과제 대응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 명세서 설계를 전문으로 합니다.
📧 기술 검토 및 강연 관련 문의: patentse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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