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트렌드
관계가 끊긴 시대, 사람들은 '결심'을 삽니다

1. Jessi Jean은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42만 팔로워를 모았고, 단 하나의 디지털 상품으로 16억 원(약 120만 달러) 매출을 일으켰다고, 바이럴 되고 있다.

2. 어떤 구조로 가능했을까.

3. 가장 큰 배경은 야핑(Yapping) 문화다. 원래 yap은 작고 날카로운 개의 짖음, 쓸데없이 떠드는 짜증나는 발화를 뜻했다. 22~23년 틱톡에서 특정 주제를 숏폼으로 쉼 없이 떠드는 게 트렌드가 됐다. 니치한 관심사를 드러내는 명예 훈장이 된 것.

4. 하지만 지금 야핑이 매출로 이어지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시청자들이 '시간 대비 의미'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

5. 쇼츠·릴스 중독은 10대 20대만의 일이 아니다. 중장년층까지 남녀노소 모두 숏폼에 빠져, 일어나서, 혹은 자기 전 1시간씩 피드를 넘기는 건 기본이 됐다. 어차피 넘길 피드라면 내 성장에 도움이 되게 '생산적으로 스크롤하자'는 흐름. 이게 야핑의 핵심이다.

6. 이를 가속한 건 '관계의 단절'이다. 넷플릭스 <참교육>의 교권보호국이 모두의 공감을 받듯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옅어진 지 오래고, 조용한 퇴사와 꼰대 포비아 탓에 직장 선후배, 동료의 '조언'은 '오지랖'이 돼버렸다.

7. 가족도 마찬가지다. 한집에 살면서도 밥 먹을 땐 각자 핸드폰을 본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우리들의 블루스>는 동네도 가족도 남았지만 저마다 상처를 숨긴 금이 간 공동체를, <폭락 속았수다>는 우리가 잃어버린 가족·세대 공동체를 아름답게 소환한다. 가족의 해체가 그만큼 시대의 정서다.

8. 20대가 사회로 나설 땐 멘토가 필요한데, 오프라인엔 편히 물어볼 사람이 없다. 결국 디지털에서 찾게 되고, 한국에선 그 출발점이 정승제 같은 인강쌤의 쓴소리였다.

9. 25년경부터 브이로거들이 "스무 살로 돌아가면 했어야 할 것들" 같은 자기 이야기를, 전문가들이 “친구 필요 없는 이유”와 같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야핑은 롱폼에서 하던 걸 숏폼으로 옮겨온 것

10. Jessi Jean도 하루아침에 나타난 게 아니다. 가구 리폼(Flip) 사업과 The Dear Body Podcast(총 188화)를 수년간 운영해온 베테랑이다. 폭식증 극복 같은 페인포인트를 다루며 커뮤니티를 끌어주는 법을 이미 익혔다.

11. 한국이나 외국이나 '성공 포르노' 강의팔이에 대한 반발은 똑같이 강하다. 이제 AI로 딸깍 나오는 자기계발 정보는 비즈니스 가치를 잃었고, 자기계발 콘텐츠 조회수가 전 세계적으로 꺾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2. 중요한 건 정보가 아니라 '실행'이다. 시장은 '결심 산업'으로 넘어가고 있다.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이 리더(=제시 진)와 함께 6주를 달리는, 책임감과 강제성을 부여하는 Accountability 비즈니스다.

13. 다만 비즈니스는 별개의 영역이다. 4,500명이 몰리자 결제 이후의 서비스 제공(Fulfillment)에서 한계가 터졌다. 약속된 멤버십 커뮤니티는 시작 일주일이 지나도 열리지 않았고, 레딧엔 "퍼널은 훌륭했지만 딜리버리는 실망스러웠다"며 환불했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14. 이건 개인 창작자 기반 코호트(Cohort, 공통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의 묶음) 모델의 구조적 병목이다. 전자책 PDF는 수만 명에게 팔아도 한계비용이 0이지만, 실시간 피드백·커뮤니티 관리가 핵심인 챌린지는 인원에 비례해 운영 부담이 폭증한다. 거기에 줌 피로도와 6주 뒤 커뮤니티 증발까지 겹치면, 실질 성과 없이 '한철 자금 융통' 논란만 남는다.

15. 그럼에도 핵심은 분명하다. 숏폼(야핑)이든 롱폼(비디오 팟캐스트)이든 본질은 같다. 특히 고자극을 뺀 비디오 팟캐스트는 '시간 대비 의미'를 찾는, 학력·소득이 높고 지적 호기심과 성장 욕구가 있는 타겟을 끌어당긴다.

16. 필요한 걸 전하고 끌어줄 수 있다면, 월 구독 멤버십이 가능하다. 물론 전제는 콘텐츠 기반 신뢰 자본이고.

17. 그녀의 계정명이 'jessijeanhome', 첫인사가 'get in, homie(들어와, 친구)'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AI가 완벽해질수록 사람들이 갈망하는 건 인간적인 결함과 '소속'이다. 그녀는 자신을 선생이 아니라 '집(home)'과 '친구(homie)'로 세웠다.

18. 관계가 끊긴 시대에 각자 297달러를 주고 구매한 건, 강의가 아니라 그 소속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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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힘찬 채널 피보터 · 콘텐츠 크리에이터

데이터와 콘텐츠로, 죽은 채널을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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