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조직에서 거의 미덕처럼 통하는 말입니다. 그 조직의 소유자가 된 것처럼 책임을 다하라는 뜻이니 취지 자체는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직원이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맡은 일을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주인처럼 생각하라’는 주문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를 별로 못 봤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주인의식이라는 말 자체에 있습니다.
우선 모든 주인이 훌륭한 의식을 가지고 일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주인 자리에 있지만 제 할 일을 못 하는 사람도 많죠. 하물며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 주인과 같은 책임감을 얹으면 부담만 커집니다.
권한이나 시야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주인처럼 판단하라고 하면, 행동은 위축되고 의심만 커집니다. 강요된 주인의식이 남기는 부작용입니다.
그래서 저는 주인의식을 따지지 않습니다. 대신 팀원들이 그 일을 어떤 자세로 마주하는지를 봅니다. 같은 업무라도 어떤 시선과 태도로 다가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일을 대하는 자세는 ‘명령’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바로 그렇기에 회사는 각자 자기 생각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일을 주도적으로 하려면 먼저 자기 판단을 말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우리나라 사회는 고맥락 문화라 나와 상대, 그리고 그 자리에 없는 제3자까지. 의견 하나를 내놓기까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일하는 환경에서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존중’입니다. 다만 이 존중은 누군가에게 베푸는 호의와는 다릅니다.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다른 생각을 주고받는 자리를 자주 마련할 때 비로소 쌓입니다.
떠올려보면, 크린텍이 해 온 일도 그 자리를 늘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2016년에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했고, 올해로 10년이 됐습니다. 직급으로 지시를 내리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지만, 그 편의가 일에서 ‘why’를 지워버립니다. 최근에는 직책자부터 말하는 방식을 다시 점검하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경청을 강조했지만, 듣기만 앞세우다 보면 자기 발언 분량을 욕심내는 사람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결론과 논지를 앞에 두고 30초 안에 정리해 전달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말이 길어질수록 서로의 이해가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노력이 향하는 곳은 하나입니다. 변화가 빠른 산업에서 회사에 정말 필요한 건 억지로 끌어낸 주인의식이 아니라, 자기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기 판단을 또렷하게 전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주인의식은 강요로 생기지 않습니다.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때, 사람들은 비로소 주도권을 느끼고 자신 있게 일할 수 있습니다.
#크린텍 #산업용모빌리티 #제조업혁신 #조직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