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털리 화이트가 가장 먼저 배운 단어는 ‘볼(ball)’이었다고 합니다. 조금 과장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 한 단어가 화이트의 인생을 꽤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내털리는 뉴욕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다섯 살 무렵부터 농구를 시작했고, AAU(미국 유소년 아마추어 스포츠 연합) 팀에서 뛰었으며, 브롱크스의 필드스턴 고등학교에서도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보스턴 칼리지(Boston College)에서는 전공은 재무(finance)지만, 여자 농구 대표팀 매니저를 맡으면서 클럽팀 선수로도 뛰었습니다.
내털리는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평생 농구화를 신어온 사람이었습니다. 이 차이가 이 이야기 전체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내털리가 본 문제는 책상 위 시장조사 자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기 발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건 화이트가 원래 가려던 길은 창업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재무를 전공한 화이트는 4학년이 되기 전 여름, 투자은행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졸업 후 금융권 취업이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였습니다.
내털리는 잃을 게 없어서 창업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안정적인 길이 눈앞에 있었는데도, 그 길을 두고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에 가깝습니다.
"이 메시지는 대체 뭐지?" 광고 한 편이 만든 균열
내털리의 사업은 거창한 비전 선언이 아니라, 한순간의 불편한 위화감에서 시작됐습니다.
2019년, 보스턴 칼리지 4학년이던 화이트는 광고 한 편을 봤습니다. WNBA(미국 여자 프로농구) 선수 네 명이 자신들이 경기에서 신는 농구화를 들고 홍보하는 광고였습니다.
그런데 그 신발들의 이름이 문제였습니다. 카이리 어빙 / 케빈 듀란트 / 폴 조지 / 르브론 제임스
전부 NBA 남자 스타의 이름을 딴 신발이었습니다.
현재는 여성 농구선수의 라인업도 있지만, 남성 농구선수의 라인업이 훨씬 많다. (이미지 출처- 나이키)
내털리는 그 장면에서 멈칫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기 종목 최고의 선수인데도, 다른 누군가의 이름을 단 신발을 신고 홍보하고 있는 이 메시지는 대체 뭐지?"
내털리가 분노한 건 ‘여자 선수가 차별받는다’는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시장에 여자 농구 선수를 위한 신발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여자 선수들조차 남자 선수의 이름을 단 신발을 신고 홍보해야 하는 현실.
내털리는 훗날 이 문제를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WNBA가 아니라 NBA를 꿈꾸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당시 시장 상황은 이랬습니다. 여자 농구 선수들은 남성용, 유니섹스, 혹은 아동용 신발 중에서 골라 신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여성과 남성은 발과 발목 구조가 다르고, 몸에 맞지 않는 신발은 경기력과 부상 위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습니다.
내털리가 본 건 미적 불만이 아니라, 안전과 성능의 공백이었습니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화이트의 문제 정의 방식입니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불편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왜 이렇지?" 하고 넘어갑니다. 내털리는 그 불편함을 시장에 비어 있는 자리로 번역했습니다.
불만을 시장 기회로 바꾸는 이 한 번의 번역이, 무라 킥스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대기업들이 비워둔 게 아니라, 볼 이유가 없어서 안 본 자리였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거대 브랜드가 수십 년간 농구화를 만들어왔는데, 왜 아무도 여자 전용 농구화를 제대로 만들지 않았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사실 신생 브랜드에게 가장 중요한 힌트입니다.
대기업들이 안 한 이유는 몰라서가 아닙니다. 굳이 할 이유가 없어서입니다. 대형 스포츠 브랜드 입장에서 여자 농구화 시장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보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거대한 회사일수록 작은 시장은 의사결정 회의 테이블에 올라가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미 남성용 농구화가 여자 선수들에게도 그럭저럭 팔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굳이 새 라스트(신발의 모양과 사이즈를 결정하는 사람 발 모양의 3D 입체 틀)를 만들고, 새 라인을 깔고, 새 카테고리를 교육할 동기가 약했습니다.
이게 바로 거인의 사각지대입니다. 큰 회사에게 너무 작아 보이는 시장이, 작은 브랜드에게는 인생을 걸 만한 전부가 됩니다. 거인은 그 자리를 비워둔 게 아니라, 볼 이유가 없어서 안 본 것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여성 농구화 시장이 작다’는 데이터조차 사실은 착시였을 수 있습니다. 여자 선수들은 이미 농구화를 사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구매가 남성용 농구화 판매 데이터 안에 섞여 있었을 뿐입니다. 데이터만 보면 여성 전용 수요는 작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대안이 없어서 차선책을 사고 있던 고객이 존재했습니다. 내털리는 여자 선수가 남성용 신발을 사는 걸 만족의 증거가 아니라 대안 부재의 결과로 읽었습니다.
고객이 이미 돈을 쓰고 있지만 자기에게 딱 맞는 제품이 없어서 차선책을 사고 있을 때, 바로 그때 신생 브랜드의 기회가 생깁니다.
신생 브랜드가 거인(대기업)과 정면으로 붙으면 거의 집니다. 자본도, 유통망도, 브랜드 인지도도 비교가 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거인이 볼 이유가 없었던 자리에서는 작은 브랜드가 거인보다 더 빠르고, 더 깊고, 더 진지할 수 있습니다.
내털리가 선 자리가 정확히 그곳이었습니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 여성의 발부터 연구했다
내털리가 그다음에 한 일이 이 이야기에서 가장 배울 점이 많은 대목입니다. 보통 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사람들은 곧장 예쁜 신발 디자인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내털리는 반대로 갔습니다. 신발이 아니라, 여성의 발부터 연구했습니다.
여성의 발을 연구하고 제품에 녹여낸 무라 킥스 (이미지 출처- 무라 킥스 웹사이트)
내털리는 먼저 대학 선수들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의학 저널리스트, 물리치료사, 외과의사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여성의 발과 발목이 남성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구조가 경기 중 안정감과 성능에 도움이 되는지.
기존 농구화에서 여성 선수들이 무엇을 참고 있었는지.
이런 것들을 먼저 파악한 겁니다.
그렇게 만든 첫 결과물이 신발 자체가 아니라 라스트(last)였습니다. 라스트는 신발 내부의 모양을 결정하는 발 모양 틀입니다. 신발을 짓는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거푸집입니다. 라스트가 달라지면 신발의 폭, 아치, 뒤꿈치, 발등, 발가락 공간, 발목을 잡아주는 방식이 전부 달라집니다.
그래서 무라 킥스가 내세우는 설계 포인트는 구체적입니다.
더 높은 아치 지지
더 좁은 발볼
더 좁은 뒤꿈치
더 얕은 측면 구조
전부 여성 발의 해부학적 특징에 맞춰 다시 짠 요소들입니다.
단순히 ‘여성을 배려했다’는 마케팅 메시지가 아닙니다. ‘여성용’이라는 말을 신체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는 제품 사양으로 바꿔놓은 것입니다.
업계에는 오래된 자조 섞인 표현이 있습니다.
"Shrink it and pink it." 남성용 제품을 작게 만들고 분홍색만 입혀서 여성용이라고 파는 관행을 비꼬는 말입니다.
내털리는 정확히 그 반대로 갔습니다. 색이 아니라 구조에서 출발했습니다.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건, 태도와 제품의 차이입니다.
"여성 농구 선수를 응원합니다"라고 말하는 브랜드는 많을 수 있습니다. 그건 태도입니다. "여성 농구 선수의 발 구조를 기준으로 신발 틀을 다시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브랜드는 다릅니다. 그건 제품입니다.
무라 킥스의 힘은 태도와 제품이 같은 곳을 가리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뉴욕의 여자 농구 커뮤니티가 초기 디자인을 신어보고 피드백을 줬습니다. 내털리는 실루엣 하나를 완성하는 데에만 약 18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내털리 본인의 말에 따르면, 그걸 제대로 다듬는 데는 5년이 걸렸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5년이 걸려서 지금 이 자리에 왔어요. 그리고 매 시즌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어요."
이 말에서 봐야 할 건 완벽한 첫 제품이라는 환상의 부재입니다. 내털리는 처음부터 완벽한 신발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매 시즌 조금씩 나아진다는 전제로 시작했습니다.
완벽을 기다렸다면 5년 동안 단 한 켤레도 팔지 못했을 겁니다.
Moolah라는 이름에 담긴 사업의 방향
브랜드 이름도 우연이 아닙니다. ‘Moolah’는 ‘돈’을 뜻하는 미국 속어입니다. 뉴욕 길거리 농구 문화에 대한 오마주이면서, 동시에 브랜드의 약속을 담은 이름이었습니다.
무라 킥스가 버는 돈을 여자 농구라는 종목 자체에 다시 투자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름 자체가 사업 모델의 선언이었습니다.
"우리는 신발만 파는 게 아니라, 여자 농구라는 생태계에 돈을 돌려주는 구조를 만든다."
이 메시지를 이름에 박아둔 겁니다.
수익의 일부를 여자 농구 발전에 재투자 하고 있는 무라 킥스 (이미지 출처- 무리 킥스 웹사이트)
이건 작은 디테일 같지만, 브랜딩 관점에서는 중요한 결정입니다.
브랜드의 미션과 수익 구조가 이름 한 단어 안에서 일치하면, 고객은 그 브랜드를 단순한 신발 회사가 아니라 문화 운동(movement)으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가진 거라곤 프로토타입 하나와 이메일 주소뿐
이제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내털리는 돈은 어디서 났을까요?
사실 초기 투자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검증된 시장도 없고, 경쟁 제품도 없고, 창업자는 신발 제조 경험이 없는 갓 졸업한 재무 전공자였습니다. 내털리는 여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에 지원했지만 거듭 거절당했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거절 끝에, 처음 자금을 만든 방법이 인상적입니다. 내털리는 옛 팀 동료 40명 이상을 대상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했습니다.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 주문을 받는 프리세일(presale) 방식으로 3만 달러 이상을 확보했습니다.
이 3만 달러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건 이 돈의 성격입니다. 이건 단순한 종잣돈이 아니었습니다. ‘제품이 나오기 전에, 이미 사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함께 농구를 했던 동료들, 즉 이 제품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먼저 지갑을 열었습니다.
가장 설득하기 쉬운 첫 고객은 같은 불편함을 직접 겪어본 사람이라는 사실을, 내털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 프리세일과 초기 자본을 발판으로 내털리는 샘플을 확보하고, 성능 풋웨어 공장과 생산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첫 1만 켤레를 생산하기 위한 벤처 자본을 끌어왔습니다.
2020년, 내털리는 뉴욕에서 무라 킥스를 정식으로 설립합니다.
콜드 이메일 두 통이 만든 결정적 전환
여기서부터 무라 킥스의 이야기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 전환을 만든 도구는 거창한 인맥이나 화려한 피칭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메일 두 통이었습니다.
첫 번째 이메일: 딕스 스포팅 굿즈 CEO에게
내털리는 첫 신발 팬텀 1(Phantom 1)의 프로토타입을 만든 뒤, 미국 최대 스포츠용품 유통업체 딕스 스포팅 굿즈의 CEO 로런 호바트(Lauren Hobart)에게 직접 콜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콜드 이메일은 전혀 모르는 상대에게 보내는 첫 영업 이메일입니다. 결과는 내털리의 예상을 넘어섰습니다. 2021년, 딕스는 화이트의 신발을 140개 이상 매장과 자사 이커머스 사이트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딕스는 이 입점을 계기로 매장 안에 여자 농구 섹션 자체를 만들었습니다. 화이트는 단순히 신발 한 종류를 대형 매장에 입점시킨 게 아닙니다. 대형 유통 매장 안에 여자 농구라는 진열 카테고리 자체를 새로 만들게 했습니다. 이건 유통 계약이 아니라, 카테고리를 창조한 사건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딕스라는 채널 자체가 강력한 검증 장치였습니다. 처음 보는 브랜드라도, 딕스에 진열되어 있으면 고객은 ‘어느 정도 검증된 제품이겠지’라고 느낍니다. 특히 무라 킥스처럼 ‘기존 신발과 다르게 맞는다’를 내세우는 제품은 고객이 직접 신어볼 수 있는 매장이 가장 강력한 설득 채널이 됩니다.
온라인 광고만으로는 ‘정말 내 발에 더 잘 맞을까?’라는 의심을 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라 킥스 제품 이미지 (이미지 출처- 무라 킥스)
두 번째 이메일: 마크 큐반에게
2021년, 화이트는 또 한 통의 콜드 이메일을 보냅니다.
이번 상대는 마크 큐반(Mark Cuban)이었습니다. 마크 큐반은 샤크탱크(미국의 유명 창업 투자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투자자이자 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공동 구단주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흥미로운 건 무라 킥스가 샤크탱크에 출연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내털리는 방송이라는 무대 없이, 콜드 이메일 한 통으로 큐반을 투자자이자 자문역으로 끌어들였습니다.
"2021년에 콜드 이메일로 연락을 드렸고, 그 후로 그분은 브랜드의 훌륭한 투자자이자 조언자가 되어주셨어요."
이 두 통의 이메일에서 배울 건 실행의 비대칭성입니다. 콜드 이메일을 쓰는 데는 돈도, 인맥도, 허락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거절당해도 잃을 게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통하면, 그 한 통이 회사의 궤도를 바꿉니다. 내털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자본이 아니라, 거절을 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숫자로 보는 성장: 140개에서 630개 매장으로
무라 킥스가 실제로 어떻게 커졌는지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특히 두 숫자를 주목해야 합니다.
첫째, 140개에서 630개로.
2021년 첫 입점 당시 140개였던 매장이, 2025년 기준 630개까지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확대가 어떻게 일어났느냐입니다. 딕스는 첫 신발 팬텀 1의 소비자 반응과 판매 실적이 강력하자, 두 번째 신발 네오볼트 프로를 내놓을 때 입점 매장을 약 500개까지 늘렸습니다. 무라 킥스는 마케팅 예산을 쏟아부어 매장을 늘린 게 아니라, 제품이 팔린다는 증거로 유통을 확장시켰습니다.
유통 파트너가 매장을 늘려주는 구조.
이게 리테일 파트너십 주도 성장의 핵심이 됐습니다.
둘째, 연평균 매출 성장률 150%.
무라 킥스는 4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 150%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1년 기준으로는 판매 수량이 약 130% 늘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성장에는 시장 자체의 흐름도 있었습니다. 여성 스포츠 관련 상품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고, 여성 스포츠 팬층은 젊고 구매력 있는 소비자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봐야 할 건, 내털리가 시장이 커지기 전에 먼저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내털리가 2019년 문제를 정의하고 2020년 회사를 세웠을 때, 여자 농구의 폭발적 인기는 아직 본격화되기 전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여자 스포츠는 팬이 없다’는 통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내털리는 그 통념을 사실이 아니라 인프라와 투자가 부족해서 생긴 결과로 봤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시장이 뜨거워진 다음에 들어갑니다. 그때는 이미 경쟁자가 가득합니다. 내털리는 시장이 차가울 때 들어가, 시장이 뜨거워질 때 이미 카테고리의 주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시장이 확실해지면 그때 시작하겠다’는 생각은 대개 가장 좋은 자리를 놓치는 생각입니다.
확실해진 시장에는 이미 주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 라인은 추가가 아니라 확장 설계였다
(이미지 출처- 무라 킥스)
무라 킥스의 신발 모델이 늘어나는 순서에도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단순히 신상품을 자주 낸 것이 아닙니다. 시장을 단계적으로 넓혀가는 설계였습니다.
처음은 팬텀 1(Phantom 1)이었습니다. 이 제품은 카테고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첫 신발이었습니다. "여자 농구화라는 게 정말 팔리는가"를 시장에 묻는 단계였습니다. 닥스 140개 이상 매장이 그 답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네오볼트 프로(Neovolt Pro)였습니다. 검증된 수요를 규모로 키우는 신발이었습니다. 첫 신발의 반응이 강하자 딕스가 매장을 약 500개로 늘렸고, 네오볼트 프로는 무라 킥스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세 번째 단계가 흥미롭습니다. 2023년 가을, 무라 킥스는 한 번에 세 갈래로 움직였습니다.
유스(youth) 시장을 겨냥한 프레스 브레이크(Press Break).
첫 로우탑 모델 네오볼트 프로 로우.
세 번째 정식 모델 트리플 더블(Triple Double).
여기서 봐야 할 건 프레스 브레이크의 의미입니다. 이건 단순한 신상품이 아니라, 고객의 나이를 아래로 넓히는 결정이었습니다. 프로 선수와 성인 동호인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이제 막 농구를 시작하는 어린 소녀들에게까지 내려간 겁니다.
이게 세 가지가 동시에 발생시켰습니다.
첫째, 시장의 크기 자체가 커집니다. 프로 선수는 소수지만, 농구를 시작하는 소녀는 훨씬 많습니다.
둘째, 생애 첫 농구화를 무라 킥스로 신은 아이는 자랄수록 무라 킥스와 함께 자랍니다. 한 번 사고 끝나는 관계가 아니라, 수년에 걸친 관계 설계입니다.
셋째, 정서적 효과가 있습니다. 어린 여자 선수가 매장에서 "나를 위해 만들어진 농구화"를 발견하는 경험은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자기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나도 이 스포츠의 중심 고객이구나."
이 감각은 생각보다 큽니다.
내털리는 어린 시절 농구 대회에서 본 장면을 자주 이야기합니다. 남자 경기 입장권은 10달러, 여자 경기 입장권은 5달러였던 풍경. 그리고 늘 남성용 또는 유니섹스 딱지가 붙은 신발만 신어야 했던 기억.
프레스 브레이크는 다음 세대 소녀들이 더는 남자아이 코너에서 첫 농구화를 사지 않게 하겠다는 내털리의 출발점과 정확히 연결됩니다.
스탠리 협업: 브랜드의 외연을 넓히되, 중심은 흔들지 않는다
2024년 가을, 무라 킥스는 의외의 파트너와 손을 잡습니다.
텀블러로 유명한 스탠리(Stanley)였습니다. 무라 킥스는 새 모델인 네오볼트 프로 v2와 프레스 브레이크 v2, 그리고 매칭되는 스탠리 음료 용기를 묶은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무라 킥스와 스탠리의 협업 제품 (이미지 출처- 무라 킥스)
이 협업에는 흥미로운 기록이 하나 붙습니다. 스탠리의 111년 역사상 첫 신발 협업이 바로 무라 킥스와의 협업이었습니다.
여기서 봐야 할 건 ‘왜 어울리는가’입니다. 농구 선수에게 수분 보충은 일상입니다. 스탠리는 이미 강력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어 있었습니다. 무라 킥스는 여자 농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이 셋이 만나면 단순한 로고 협업이 아니라, 코트 위 여성 선수의 준비물이라는 자연스러운 맥락이 생깁니다.
초기 브랜드가 협업을 할 때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유명하니까 같이 한다’는 생각입니다. 무라 킥스는 다른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우리 고객의 어떤 순간을 더 잘 해결하거나 더 멋지게 만들어주는가."
스탠리 협업은 신발에서 시작한 브랜드를 여자 농구 선수의 라이프스타일 전체로 넓히면서도, 중심인 여자 농구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협업의 효과는 세 가지입니다.
새로운 고객층에 노출됩니다.
브랜드 위상이 올라갑니다.
제품 세계관이 확장됩니다.
참고로 무라 킥스는 이 시기에 공(ball)과 네트가 알파벳 M을 이루는 새 로고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협업을 브랜드 리뉴얼의 무대로도 활용한 셈입니다.
제품 안에 답이 있다: 고객이 곧 R&D 팀이었다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무라 킥스의 제품 개발 구조를 분석해보겠습니다. 무라 킥스는 신발 하나, 컬러웨이 하나를 내놓을 때마다 최소 100명의 선수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여자 선수들에게 물어보는 것을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 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발견도 나왔습니다. 선수들이 "발목 보호대가 신발 안에 안 들어간다"고 불평한 겁니다. 그래서 대표 모델인 네오볼트 프로에는 신발 윗부분이 벌어져 발목 보호대가 들어갈 공간을 만드는 노치(notch)를 넣었습니다.
이건 책상 위 디자인에서는 절대 나오기 어려운 디테일입니다. 실제로 그 신발을 신고 뛰는 사람만 아는 불편함이었기 때문입니다.
무라 킥스와 창업자 내털리 화이트 (이미지 출처- 무라 킥스)
제품 사양도 살펴볼 만합니다.
무라 킥스는 듀얼 덴시티 미드솔(dual density midsole)과 풀 TPU 플레이트를 적용했습니다. 에너지 반발력과 쿠션감의 균형을 잡으면서, 새 신발을 길들이는 시간(break-in)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했습니다. 내털리의 표현을 빌리면, 신고 뛰어도 발이 타는 듯한 느낌이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 길들이는 시간이 없다는 게 얼마나 큰 차이인지는 한 프로 선수의 증언에서 드러납니다. WNBA 선수 코트니 윌리엄스(Courtney Williams)는 오랫동안 한 가지 신발을 시즌 내내 고집했다고 합니다.
새 신발을 길들이는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무라 킥스를 신은 뒤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새 신발로 바꿔 신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합니다. 길들이는 고통이 사라지자, 신발과의 관계 자체가 바뀐 겁니다.
이게 제품이 메시지를 증명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봐야 할 건 단순한 기능 자랑이 아닙니다. 무라 킥스는 고객의 불편함을 듣는 과정 자체를 제품 개발 시스템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게 왜 강력할까요?’를 보면 세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첫째, 제품이 실제 문제를 정확히 푸니까 품질이 좋아집니다.
둘째, 의견을 낸 선수들이 "내 의견이 반영된 신발"을 가진 충성 고객이 됩니다.
셋째, 그 선수들이 자기 커뮤니티에 입소문을 냅니다.
R&D와 마케팅이 한 과정 안에서 동시에 굴러갑니다. 많은 회사가 제품을 다 만든 다음에 마케팅 예산을 따로 씁니다. 무라 킥스는 만드는 과정 자체가 마케팅이었습니다. 이건 광고비로는 살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 충성의 강도를 보여주는 작은 일화가 있습니다.
보스턴 칼리지의 여자 클럽 농구팀은 뉴발란스가 학교 공식 후원사인데도 무라 킥스를 신는다고 합니다. 공식 후원 신발을 두고 굳이 다른 브랜드를 신는다는 건, 그 브랜드가 ‘우리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감각을 줬다는 뜻입니다.
한 어머니가 딸과 함께 딕스 매장에 들렀을 때의 일화도 있습니다. 운동선수인 딸이 무라 킥스의 네오볼트 신발을 집어 들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엄마, 이거 나를 위해 만들어진 거야."
어머니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신어볼지 묻자, 딸은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나 같은 여자애들을 위해 만들어진 거야."
"전국의 선수들에게,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만석을 채우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너희를 위해 여기 있다는 것. 그게 이 일의 전부예요."
이 말에서 봐야 할 건 내털리가 정의한 고객의 범위입니다. 무라 킥스의 고객은 WNBA 스타만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뛰는 아이부터 프로 선수까지 전부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거야"라는 한 문장은 사실 모든 브랜드가 꿈꾸는 가장 강력한 반응입니다.
이 감정이 왜 그렇게 강력할까요?
기능을 넘어 인정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기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을 만났을 때, 단순히 편리함을 느끼는 게 아니라 ‘내가 보이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런 감정은 가격 비교를 뛰어넘습니다. 비슷한 신발이 더 싸게 나와도, 한 번 ‘나를 위한 브랜드’라고 느낀 고객은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대기업은 모두를 위한 제품을 만듭니다. 무라 킥스는 바로 당신를 위한 제품을 만듭니다. 모두를 위한 것은 편리하지만, 너를 위한 것은 사랑받습니다.
선수는 광고 모델이 아니라 신뢰의 증거였다
무라 킥스의 마케팅에서 한 가지 더 봐야 할 구조가 있습니다.
선수 파트너십입니다.
무라 킥스 웹사이트에 나와있는 농구선수들 (이미지 출처- 무라 킥스 웹사이트)
무라 킥스는 WNBA 선수들과 협업합니다. 코트니 윌리엄스, 슈그 서튼(Sug Sutton) 같은 프로 선수들이 무라 킥스를 신습니다. 여기에 더해 AAU 팀 수백 곳, 엘리트 고교 챔피언, 그리고 NIL 선수 100명 이상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NIL은 Name, Image, Likeness의 약자입니다. 미국 대학 스포츠에서 선수가 자기 이름과 이미지, 초상권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 제도입니다.)
무라 킥스는 이 흐름을 빠르게 활용했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NIL을 단순한 저렴한 광고 모델로 씁니다. 유명 선수에게 돈을 주고 신발을 신게 하는 방식입니다. 무라 킥스의 접근은 조금 다릅니다. 내털리는 슈퍼스타 한두 명에게 거액을 몰아주는 대신, 100명이 넘는 선수에게 폭넓게 파트너십을 펼쳤습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스타 한 명을 쓰면 ‘저 선수의 신발’이라는 인식이 생깁니다. 무라 킥스가 처음에 문제 삼았던 바로 그 구조, 남의 이름을 단 신발과 닮아버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많은 선수가 자연스럽게 신으면 ‘진짜 선수들이 선택하는 신발’이라는 인식이 생깁니다. 무라 킥스에게 선수는 광고 모델이 아니라 신뢰의 증거였습니다. 게다가 여자 농구 커뮤니티는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팀이 신으면 다른 팀이 보고, 한 선수가 SNS에 올리면 같은 리그 선수들이 봅니다. 농구화는 코트 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이라, 제품 자체가 착용 광고가 됩니다. 2025년에는 3XBA(3대3 농구협회)와 손잡고 유스 농구 클리닉을 후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같은 논리입니다.
어린 선수들이 농구를 배우는 현장에 브랜드를 심는 것.
광고판이 아니라 경험으로 브랜드를 만나게 하는 방식입니다.
비즈니스 모델 : 카테고리를 만드는 전략의 구조
여기서 다시 한번 무라 킥스의 사업 구조를 전략 관점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많은 창업자가 ‘경쟁 시장에서 어떻게 이길까’를 고민합니다. 화이트는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직 아무도 정의하지 않은 카테고리를 어떻게 만들까?"
무라 킥스의 전략은 세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기둥: 극단적인 단일 카테고리 집중
무라 킥스는 여자 농구에 100% 집중하는 브랜드입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거인들은 모든 시장을 다룹니다. 그래서 여자 농구라는 작은 조각에 전부를 걸 수 없습니다.
내털리는 바로 그 틈을 노렸습니다. 거인이 굳이 하지 않는 영역에 100%를 쏟아부은 겁니다.
많은 창업자가 시장을 넓게 잡아야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원이 적은 초기 브랜드일수록 좁고 깊게 파는 쪽이 오히려 강합니다. ‘여자 농구화’라는 한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는 것. 이게 거인과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었습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고객군을 좁힌다는 건 시장을 작게 본다는 뜻이 아닙니다. 무라 킥스는 여자 농구 선수라는 좁은 고객을 잡았지만, 그 안에는 유소년, 고교생, 대학 선수, 프로 선수, AAU 팀, 부모, 코치, 팬, 리테일러가 있었습니다.
좁은 고객 정의가 깊은 시장 이해로 이어졌고, 깊은 시장 이해가 확장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기둥: 유통을 입점이 아니라 카테고리 창조로 보기
대부분의 신생 브랜드에게 대형 매장 입점은 최종 목표처럼 느껴집니다.
내털리에게 딕스 입점은 시작이었습니다. 앞서 봤듯 딕스는 무라 킥스를 받아들이면서 매장 안에 여자 농구 섹션이라는 진열 공간 자체를 만들었습니다. 한 브랜드가 매대 한 칸을 차지하는 것과, 한 브랜드가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여자 농구 섹션이 생기면, 그 공간의 첫 주인이자 기준점은 자연스럽게 무라 킥스가 됩니다.
유통 파트너가 곧 카테고리 창조의 공동 투자자가 되는 구조였습니다.
세 번째 기둥: 투자자가 곧 유통 파트너인 정렬 구조
무라 킥스의 투자자 명단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딕스 스포팅 굿즈의 투자 부문인 DSG 벤처스가 투자자였습니다. 무라 킥스에게 딕스는 유통 채널이자 동시에 주주였습니다.
유통 파트너가 지분을 가지면, 그 파트너는 무라 킥스가 잘 팔리기를 자기 일처럼 바라보게 됩니다. 매장 확대, 진열 위치, 판촉 등 이해관계가 한 방향으로 정렬됩니다. 내털리는 자본과 유통을 따로 구한 게 아니라, 둘이 서로를 강화하도록 묶었습니다.
여기에 마크 큐반이라는 또 한 명의 핵심 투자자가 더해졌습니다. 무라 킥스는 지금까지 총 약 650만 달러의 자본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딕스/DSG 벤처스, 큐반 외에도 여러 벤처 투자사가 참여했습니다.
이 세 기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무라 킥스는 경쟁이 아니라 창조로, 입점이 아니라 카테고리로, 거래가 아니라 정렬로 성장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대형 파트너를 설득한 방식에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내털리는 딕스에게 "우리 신발 좋으니 팔아주세요"라고만 말하지 않았습니다. 딕스가 여성 스포츠와 미래 스포츠 시장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정확히 건드렸습니다.
무라 킥스는 딕스에게 단순한 신발 한 브랜드가 아니라, 여성 스포츠에 진심인 리테일러라는 이미지를 증명해줄 사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제휴를 원할 때는 내 필요가 아니라 상대의 전략적 목표를 말해야 합니다. 이건 거의 모든 B2B 제휴에 통하는 원칙입니다.
가격과 수익 구조: 싸게가 아니라 제값을 받는 포지션
무라 킥스의 라스트와 제품 이미지 (이미지 출처- 워싱턴 포스트)
사업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가격입니다. 무라 킥스의 대표 모델 네오볼트 프로 v2의 가격은 약 125달러입니다. 소녀용 프레스 브레이크 v2는 약 90달러입니다.
이 가격에서 봐야 할 건 저가 전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무라 킥스는 ‘여성용이니까 싸게’가 아니라, ‘성능으로 제값을 받는’ 포지션을 택했습니다.
이건 브랜드의 메시지와도 연결됩니다. 여자 농구 선수를 진지한 운동선수로 대우한다면, 제품도 진지한 성능 제품의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여기서 사업적으로 중요한 개념이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입니다. 제품 한 개를 팔 때 실제로 얼마가 남는지 따지는 계산입니다. 프리미엄 성능 가격대를 유지하면 한 켤레를 팔 때 남는 마진이 두꺼워집니다. 이 두꺼운 마진이 있어야, 신발마다 100명에게 묻고 5년간 제품을 다듬는 식의 느리고 정성스러운 개발 방식을 버틸 수 있습니다. 저가 박리다매로 갔다면 그런 개발 방식 자체가 어려웠을 겁니다.
가격 정책과 제품 개발 방식은 따로 노는 게 아닙니다. 프리미엄 가격이 정성스러운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정성스러운 개발이 다시 프리미엄 가격을 정당화합니다.
다만 여기에는 숙제도 있습니다. 유소년 선수와 가족 고객까지 끌어안으려면, 프리미엄 성능과 접근 가능한 가격 사이의 균형을 계속 고민해야 할 겁니다.
좋은 제품과 알려진 제품은 다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만 보면 거침없는 성공 스토리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면 진짜 배울 점을 놓칩니다. 2024년, 한 스포츠 뉴스레터는 무라 킥스에 대해 꽤 날 선 질문을 던졌습니다. 요지는 이랬습니다.
"마크 큐반의 투자를 받고, 대학·프로 선수와 계약했고, 딕스 약 500개 매장에 들어가 있는데도, 왜 주변 친구 25명에게 물어보면 아무도 이 브랜드를 모를까?"
이 비판은 몇 가지 뼈아픈 지점을 짚었습니다.
하나는 브랜드 인지도 문제입니다. 초반에 화제를 모았다가 한동안 조용했다는 지적입니다.
다른 하나는 의류 확장의 타이밍에 대한 의심입니다. 신발에서 의류로 라인을 넓힌 것을 두고, 사업 전략이라기보다 당장의 현금 흐름이 필요해서 아니냐고 해석한 것입니다.
이 비판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한 사람의 2024년 시점 관점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 이후 무라 킥스는 매장을 630개까지 늘렸고, 스탠리 협업과 3XBA 후원 같은 새 행보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비판이 던진 본질적인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 많은 사람이 그 제품을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같은 의류 확장도 맥락에 따라 다르게 읽힙니다. 핵심 제품이 탄탄하고 브랜드 약속과 연결되면 의류 확장은 라이프스타일 확장으로 읽힙니다.
반대로 핵심 제품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의류를 급히 붙이면 현금 흐름을 위한 땜질로 읽힐 수 있습니다.
사업을 확장할 때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확장은 핵심 제품을 강화하는가, 아니면 핵심 제품의 약함을 가리는가?"
앞으로의 리스크도 분명합니다.
가장 큰 건 대기업의 진입입니다. 무라 킥스가 시장의 가능성을 증명할수록, 나이키·아디다스·언더아머도 여자 농구화를 더 진지하게 볼 겁니다. 실제로 최근 여성 선수 시그니처 슈즈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자본, 글로벌 유통, R&D 규모에서 대기업이 훨씬 강합니다. 무라 킥스가 계속 이기려면 최초라는 상징을 넘어, 제품 품질과 커뮤니티 관계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만들어야 합니다.
내털리 본인도 이 점을 의식하는 듯합니다.
"자신이 해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내털리는 조심스럽게 "아직 아니다"라고 답합니다.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말합니다.
"이런 사업을 만드는 데 모든 문제를 다 풀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이건 풀 수 있는 비즈니스 문제라는 거죠. 타고난, 극복 불가능한 결함이 아니라."
내털리는 여성 스포츠 사업의 어려움을 운명으로 보지 않습니다. 풀어야 할 비즈니스 문제로 봅니다. 과거엔 "여자 스포츠는 팬이 없다"고 했고, 지금은 "리그가 수익을 못 낸다"고 합니다.
내털리는 그걸 단지 다음 단계의 과제일 뿐이라고 봅니다.
내털리의 철학: 거절을 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털리 화이트 (이미지 출처- 뉴욕 포스트)
무라 킥스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광고 한 편에서 느낀 위화감.
옛 팀 동료들에게 미리 받은 3만 달러.
모르는 사람에게 보낸 콜드 이메일 몇 통.
화려한 자본도, 신발 제조 경력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여러 액셀러레이터에서 거절당하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내털리는 '거절을 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내털리가 특별했던 건 천재적인 디자인 감각이나 막대한 초기 자본이 아니었습니다. "안 된다"는 말을 최종 답이 아니라 다음 시도의 출발점으로 봤다는 점입니다.
투자자에게 거절당하면 팀 동료에게 갔고, 방송에 못 나가면 콜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너무 작아 보여서 망설이고 있다면, 질문을 바꿔보면 좋겠습니다.
"이게 시장이 없는 걸까, 아니면 시장이 비어 있는 걸까?"
이 두 질문의 답은 전혀 다른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당신에게
내털리가 딕스 측에 남긴 인상에 대해, 딕스의 한 임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털리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더 큰 비전을 보고, 자기가 업계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압니다. 그리고 겸손합니다. 피드백에 열려 있어요."
이 평가에서 봐야 할 건 두려움 없음과 겸손함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내털리는 업계를 바꾸겠다는 큰 비전을 가졌지만, 동시에 신발 하나와 컬러웨이 하나마다 100명의 선수에게 물었습니다.
큰 그림을 그리는 자신감과, 디테일에서 남의 말을 듣는 겸손함.
이 둘이 같이 있을 때 비로소 제품이 시장에 맞게 만들어집니다.
이미 사업을 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볼 만합니다.
"나는 지금 내 고객에게 충분히, 자주, 구체적으로 묻고 있는가?"
내털리의 100명 원칙은 거창한 시스템이 아니라, 그저 계속 묻는 습관이었습니다.
📌내털리 화이트 이야기에서 배울 수 있는 점 12가지
1. 불만을 시장 기회로 번역하라
내털리는 광고 한 편에서 느낀 위화감을 분노로 끝내지 않고, 시장에 비어 있는 자리로 번역했습니다. 모든 사업은 이 한 번의 번역에서 시작됩니다.
2. 시장이 없다와 시장이 비어 있다를 구분하라
큰 회사가 안 하는 영역은 기회가 없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너무 작아 보이는 자리일 수 있습니다. 거인은 그 자리를 비워둔 게 아니라, 볼 이유가 없어서 안 본 것뿐입니다.
3. 고객이 이미 쓰는 차선책을 의심하라
여자 선수들은 이미 농구화를 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만족이 아니라 대안 부재의 결과였습니다. 고객이 무언가를 사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얼마나 참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4. 제품보다 고객의 몸을 먼저 연구하라
내털리는 신발 디자인이 아니라 여성의 발 구조부터 연구해 라스트를 만들었습니다. 표면적 차별화가 아니라, 데이터와 경험으로 증명되는 차별화를 택했습니다.
5. 완벽한 첫 제품이라는 환상을 버려라
실루엣 하나에 18개월, 제대로 다듬는 데 5년. 내털리는 처음부터 매 시즌 조금씩 나아진다는 전제로 시작했습니다. 문제의식은 분명히, 약속은 검증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가져갔습니다.
6. 가장 쉬운 첫 고객은 같은 불편함을 겪은 사람이다
첫 자금 3만 달러는 옛 팀 동료 40명에게서 나왔습니다. 제품을 가장 절실히 원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지갑을 엽니다.
7. 콜드 이메일은 비용 없는 비대칭 무기다
딕스 CEO와 마크 큐반 모두 콜드 이메일에서 시작됐습니다. 거절당해도 잃을 게 적고, 한 번 통하면 회사의 궤도가 바뀝니다.
8. 입점을 목표가 아니라 카테고리 창조의 수단으로 삼아라
내털리는 딕스에 신발을 넣은 게 아니라, 딕스 안에 여자 농구 섹션을 만들게 했습니다. 매대 한 칸과 카테고리 하나는 차원이 다릅니다.
9. 자본과 유통을 따로 구하지 말고 정렬시켜라
딕스는 유통 채널이자 투자자였습니다. 파트너가 지분을 가지면 모든 이해관계가 한 방향을 봅니다.
10. 제품 개발 과정 자체를 마케팅으로 설계하라
신발마다 100명에게 물은 건 R&D이자 충성 고객 확보이자 입소문 엔진이었습니다. 선수는 광고 모델이 아니라 신뢰의 증거였습니다.
11. 고객의 첫 진입 순간을 잡아라
유소년용 프레스 브레이크는 단순한 사이즈 확장이 아니라, 고객 생애주기의 맨 앞단에 들어가는 결정이었습니다. 첫 농구화를 함께한 브랜드는 오래 기억됩니다.
12. 좋은 제품과 알려진 제품은 다른 일임을 잊지 마라
제품과 유통에 집중한 브랜드일수록 대중 인지도라는 숙제가 남습니다. 만드는 일만큼 알리는 일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내털리 화이트의 시작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광고 한 편이었습니다.
남자 스타의 이름을 단 신발을 들고 있는 여자 선수들.
거기서 화이트는 시장에 거의 존재하지 않던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카테고리 자체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내털리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서 해낸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이제 압니다. 내털리는 불편함을 시장으로 번역했고, 제품보다 고객의 몸을 먼저 연구했고, 콜드 이메일로 자본과 유통을 열었고, 고객을 R&D 팀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전부 우리가 따라 해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마법이 아니라 설계였습니다. 내털리가 발견한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존재했지만 제대로 호명되지 않은 시장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이 아니라, 사람은 있는데 기준이 없는 곳.
고객은 있는데 제품이 없는 곳.
수요는 있는데 언어가 없는 곳.
당신이 지난 한 주 동안 느낀 불편함 중에서, 아직 아무도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요?
그게 시장이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그저 비어 있어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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