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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 아이폰, 네스트 온도조절기를 만든 토니 파델은 지금 우리가 매일 쓰는 제품의 모양을 거의 다 설계한 사람입니다. 300건이 넘는 특허를 냈고, 빌더들의 교과서로 불리는 책 『빌드(Build)』를 썼고, 지금은 딥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빌드 컬렉티브(Build Collective)를 이끌어요.
AI로 누구나 하루 만에 제품을 찍어내는 시대가 됐는데, 정작 파델이 내내 강조하는 건 정반대예요. 만들기가 쉬워질수록 살아남는 건 정말 잘 다듬어진 것들이고, 기계는 도구로 쓰되 절대 생각을 통째로 넘기지는 말라는 거죠. 제품을 어떻게 판단하고, 무엇을 만들지, 또 어디서 멈춰야 할지, 40년 가까이 직접 만들어온 사람의 대답을 정리했습니다.

데이터로 정할 수 없을 때, 누가 정하는가
Q. 아이폰을 만들 때, 블랙베리처럼 물리 키보드를 넣어야 하나 정말 고민했나요?
그게 가장 격렬하고 오래 걸린 논쟁이었어요. 한쪽에서는 블랙베리가 우리가 이기고 싶은 시장이라고 봤어요. 반대쪽 논리는 이랬죠. 당시 휴대폰 사용자 중에 블랙베리를 알거나 쓰는 사람은 1~2%밖에 안 됐고, 그마저도 엄청 충성스럽고 열성적인 사람들이었어요. 그럼 나머지 98%는 뭘 원할까? 굳이 그 1~2%를 떼어오겠다고 정면 승부를 벌일 이유가 있나?

그래서 화면 키보드(가상 키보드)와 물리 키보드의 정면 대결이 벌어졌어요. 저는 90년대 제너럴 매직(General Magic, 파델이 일했던 초기 모바일 컴퓨터 회사) 때부터 가상 키보드를 다뤄와서 터치스크린 키보드의 한계를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테스트를 설계했죠. 물리 키보드로 이 문장을 얼마나 빨리 치는가, 멀티터치 가상 키보드로는 얼마나 빨리 치는가. 속도뿐 아니라 오타가 몇 개 나는지, 그 오타를 어떻게 고치는지까지 봤어요. 결국 저는 이게 하드웨어 문제는 아니겠다고 확신했어요. 물리 키보드만큼 좋았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그래도 충분히 좋았냐 하면, 그건 맞아요.
Q. 데이터가 양쪽 다 장단점을 보여줘서 답이 안 나올 때는 결국 어떻게 정했나요?
결국 스티브 잡스의 의견이 이겼어요. 저는 책 『빌드』에서 이걸 데이터 기반 결정과 의견 기반 결정의 차이라고 불러요. 이때 데이터는 양쪽에 장단점이 다 있다고 말해줄 뿐,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았거든요.

이미지 출처 : @tfadell, X
그래서 스티브가 "우리는 이 방향으로 간다"고 했어요. 충분히 많은 사람이 따라왔고요. 그런데도 끝까지 "물리 키보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스티브는 이렇게 말했죠. "동의하지 않을 거면 이 방에서 나가라. 다른 프로젝트로 가도 좋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못 한다."
1.0 제품은 데이터가 아니라 의견의 영역이다
Q. 그렇게 한 사람의 의견에 맡기는 게 위험하지 않나요?
세상에 없던 1.0을 만들 때는 데이터로 판단할 비슷한 사례 자체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결정이 의견 기반일 수밖에 없죠. 처음부터 끝까지 데이터로만 결정하려고 하면, 차별화된 제품을 못 만들거나(남의 데이터를 가져다 쓰는 거니까) 형편없는 데이터를 얻게 돼요.

이미지 출처 : @tfadell, X
그래서 한두 명, 아주 소수가 의견 기반 결정을 책임지고 백지 상태에서 1.0 사양까지 끌고 가야 해요. 좋게 말하면 취향을 만드는 사람(taste maker)이 필요한 거죠. "이게 우리가 하려는 거다. 우리가 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물론 누군가는 싫어해요. 그러면 "미안하다, 이건 자비로운 독재다. 이게 비전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출시하기 전엔 우리도 모르거든요. 출시하고 사용자 의견을 받아봐야 알죠. 특히 소비자 제품에서 어려워요. 소비자는 마케팅에서 어떻게 발견하는지, 핵심 기능이 뭔지,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를 다 봐야 비로소 자기 의견을 만들거든요. 그러니 일단 출시하고 자기 돈을 써봐야 진짜 피드백이 나와요.
Q. 그렇게 한 사람이 핵심 결정을 끝까지 끌고 가야 한다면, 자연스럽게 '마이크로매니징' 얘기가 나오는데요. 보통은 좋지 않게 보잖아요. 그런데 당신은 오히려 그게 중요하다고 보는군요?
"디테일에 목숨 걸어라"라는 말 있잖아요. 어떤 디테일은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고, 어떤 디테일은 손을 떼는 거예요.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무엇이 안 중요한지 그 배합을 알아야 해요. 저는 커리어 초반에 모든 게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모두를 미치게 만들었어요. "다들 내가 하는 방식대로 해야 한다"가 돼버린 거죠. 아니에요. 핵심은 몇 개뿐이에요. 주로 고객을 위한 것, 가끔은 원가나 장기 비전 같은 것들이요. 나머지는 위임할 수 있어요.

이미지 출처 : Youtube '토니 파델: 진정한 감각을 구축하는 법 (그리고 왜 AI 시대에 이것이 더 중요한가)', by Lenny's Podcast
그리고 제가 마이크로매니징이라고 할 때는 그 일의 실행 과정이 아니라 결정을 챙기라는 뜻이에요. 아이폰 키보드 때처럼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제대로 된 데이터를 받아내는 것. 그래서 잘 다듬어진 직관으로 의견 기반 결정을 내리는 것. 너무 많은 변수가 있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서 하나로 조화롭게 만드는 사람이 필요한 거죠.
고통에서 시작하라: 무엇을 만들 가치가 있는가
Q. 잠깐 방향을 좀 바꿔볼게요. 네스트 온도조절기는 아직도 최고라는 평이 많은데, 앱도 그대로고 한참째 아무것도 안 바뀌었어요. 왜 이렇게 방치된 걸까요?
구글 안에서 찬밥 신세였기 때문이에요. 충분히 큰 사업이 아니다 보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은 거죠. 그렇게 공들여 잘 빚은 제품을 만들려면 엄청난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 하는데, 아무도 그 수고를 들이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누가 이걸 하고 싶어 하지? 누가 신나 하지?" 아무도 신나 하지 않았고, "그래, 뭐 큰 거 아니니까"로 끝난 거예요.

이미지 출처 : Google 고객센터
매출도 있고 다 잘되던 1등 제품을 그냥 버린다는 게 저는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제대로 투자했다면 집 안의 차세대 AI 어시스턴트의 핵심 조각이 됐을 거예요. 프라이버시를 해치지 않으면서 집 안의 오고 감, 누가 어느 방에 있는지를 읽어내는 센서야말로 AI한테 맥락을 주는 열쇠거든요.
Q. 무엇이 만들 가치가 있고 무엇이 아닌지, 어떻게 판단하나요?
저는 고통에서 출발해요. (이 질문은 파델의 오랜 동료 헤르만 하우저가 대신 물어달라고 한 거예요. 하우저는 영국판 애플2라 불린 에이콘 컴퓨터를 만들었고, ARM 프로세서—'에이콘 RISC 머신'에서 따온 이름이죠—의 공동 창업자입니다.) 사람들의 지금 고통이 뭔지, 또는 머지않아 닥칠 고통이 뭔지를 봐요.
그 고통은 대개 그 제품이 처음 만들어질 때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생긴 거예요. 제품은 그냥 진화만 했지 스스로를 혁신한 적이 없어서, 같은 고통이 계속 남아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늘 "지금 우리의 고통이 뭔가, 그 고통을 풀어줄 새 기술이 있는가"에서 시작해요.

이미지 출처 : @tfadell, X
온도조절기가 딱 그랬어요. 난방·냉방 장치가 에너지 요금의 50%를 차지하는데, 사람들은 인터페이스를 싫어했고 뭐가 뭔지도 모른 채 그냥 요금만 냈어요. 프로그래밍 가능한 온도조절기는 있었지만 너무 난해해서 아무도 쓸 줄 몰랐죠. 그래서 "잠깐, 이게 당신의 패턴을 학습하면 어떨까?" 한 거예요. 그게 AI였죠. 기존 제품의 5~6배 가격이었지만, 그게 그 미친 의견 기반 결정이었어요. "맞다, 249달러다. 하지만 연간 800~1,200달러를 아껴주니 1~2년이면 본전을 뽑는다."
Q. 그러니까 두 번째 요소가 '왜 지금인가'네요. 어떤 새 기술이 등장해서 이걸 풀 수 있게 됐는가.
맞아요. 아이폰 키보드도 똑같은 이야기예요. 멀티터치 덕분에 가상 키보드가 처음으로 가능해진 거였고, 마침 프로세서가 충분히 빨라지기 직전이었어요. 아이팟은 휴대 가능하고 배터리로 돌아가는 대용량 저장장치, 그리고 디지털 음악(MP3)이 막 등장한 게 핵심이었고요.
이런 기술들이 동시에 막 임계점에 와야 해요. 아이폰은 멀티터치만이 아니라 와이파이가 어디에나 깔리고, 디지털 카메라와 유튜브까지 있었던 게 합쳐진 거예요. 그래서 그냥 문자 기계였던 블랙베리와는 완전히 다른 걸 만들 수 있었죠.

이미지 출처 : 512pixels.net
오래된 고통을 찾고, 그걸 풀어줄 새 기술을 거기에 결합해서 공간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거예요. 그것도 제품만이 아니라 어떻게 설치하고 어떻게 파는지까지 전부요. 아이팟이 그냥 아이팟이 아니라 아이팟+아이튠즈+뮤직스토어였던 것처럼, 한 조각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혁신하는 거죠.
한 번에 성공하는 제품은 없다: 3세대의 법칙
Q. 반대로 '아직 충분히 크지 않다'는 신호는 뭔가요?
아이팟도 충분히 크지 않았어요. 성공하기까지 3세대가 걸렸죠. 1세대 아이팟은 맥 마니아한테만 통했어요. 맥 마니아는 시장의 1%도 안 됐고요. 2세대도 마찬가지여서, 분기 초에 팔 수 있는 건 다 팔았다가 곧 죽었어요. 3세대에 가서야 윈도우에서 작동하게 만들고, 아이튠즈 뮤직스토어가 생기면서 비로소 도약했어요.

이미지 출처 : @tfadell, X
그러니까 "우리가 맞는 걸 하고 있다, 다만 이 시장을 키우려면 몇 가지를 바꿔야 한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해요. 저는 이걸 책에서 '3세대'라고 정리했어요. 제품을 만들고, 제품을 고치고, 그다음에 비즈니스를 고친다. 첫 아이팟도 첫 아이폰도 돈을 못 벌었어요. 세 번째에 가서야 윈도우 지원과 마진과 물량과 신뢰성을 갖췄죠. 그러니 정말 심각하게 잘못된 게 아니라면, 첫 번째에 잘 안 되더라도 아이디어를 붙들고 가야 해요. 실패는 멈출 때만 실패예요. 계속 반복하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학습이에요.
Q. 윈도우 지원도 스티브 잡스가 반대했다고요?
스티브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안 된다, 이건 맥을 더 팔게 해줄 거다"라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뒤에서 몰래 윈도우 연결 작업을 계속 돌렸어요. 일종의 스컹크웍스(공식 승인 없이 소수가 따로 진행하는 비밀 프로젝트) 프로젝트였죠.

이미지 출처 : @tfadell, X
스타일러스(펜)도 똑같았어요. 스티브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펜을 절대 원하지 않았어요. "손가락으로 충분하다"는 거였죠. 그런데 스타일러스도 또 다른 스컹크웍스로 만들어뒀더니, 막상 나오니까 "당연히 스타일러스가 있어야지"가 됐어요. 지금은 특정 전문가, 예술가에게 큰 기능이 됐죠. 우리 모두 어느 순간엔 틀려요. 스티브도 그랬고요. 그러니 의견 기반 결정의 리더가 지금 당장은 싫어해도, 지평선 너머에 보인다면 그런 걸 계속 만지작거려야 할 때가 있어요.
Q. 결국 첫 아이팟이 애플을 살렸다는 이야기도 책에 있죠?
맞아요. 그때 제가 입에 달고 산 말은 이거였어요. "스티브, 윈도우 연결이 없으면 아이팟은 349달러가 아니라 3,000달러예요." 맥도 사야 하고 디지털 생활을 전부 옮겨야 하니까요. 거의 파산 직전인 회사 제품에 누가 3,000달러를 걸겠어요. 그러니 349달러로 일단 써보게 하자는 거였죠.

그렇게 브랜드를 한번 경험하면 "오, 흥미롭네, 이 회사 다른 제품도 써볼까?"가 돼요. 워낙 황홀한 경험이었으니까요. 그게 아이폰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예요. 아이팟이 없었으면 아이폰도 없었고, 애플도 없었을 거예요. 2001년 애플이 얼마나 벼랑 끝에 있었는지 대부분은 몰라요.
제품이 아니라 고객 여정 전체를 만들어라
Q. 많은 빌더가 '제품만 잘 만들면 이긴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서 놓치는 게 뭘까요?
우리가 제품을 정의할 때는 맥락을 잘 알아요. 우리가 그 세계 안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고객은 그 맥락에 살 뿐, 당신의 제품을 자기 맥락 안에서 알지는 못해요. 그래서 그들이 있는 곳으로 제품을 가져가서 만나야 해요.

이미지 출처 : Youtube '토니 파델: 진정한 감각을 구축하는 법 (그리고 왜 AI 시대에 이것이 더 중요한가)', by Lenny's Podcast
마케팅, 웹사이트, 광고가 당신의 제품을 고객의 맥락 안에 놓고, 비주얼과 문구가 그들에게 확 와닿게 해야 해요. 안 그러면 못 알아들어요. "완벽한 제품만 만들면 된다"가 아니에요. 올바른 단어를 말했을 때 고객이 "아, 이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네, 더 듣고 싶다"가 돼야 해요. 제품을 받기도 전에 어떤 식으로든 전환(가입·구매·체험)이 일어나게 만들어야 하죠. 가장 좋은 방법은 초기 사용자들의 입소문이에요. 다만 그냥 신기하면 뭐든 써보는 별난 얼리어답터 말고, 다른 사람들이 신뢰하는 초기 사용자여야 해요.
Q. 마케팅을 안 바꿔서 실패한 사례가 있었나요?
유럽 진출 때 정확히 그랬어요. 아이팟이 유럽에서 안 떴길래 밀어 넣기로 했는데, 미국에서 하던 마케팅을 그대로 유럽에서 돌렸어요. 그런데 초기 사용자에게도, 후기 사용자에게도 와닿지 않았어요. 메시지가 다른 대상에게 맞춰진 거였으니까요.

이미지 출처 : The Conversation
그때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렸어요. 안 팔린다는 신호였죠. 그래서 깨달았어요. 유럽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들을 만나야 한다고요. 유럽은 기술을 더 천천히 받아들이거든요. 새로운 지역에 갈 때는 그 지역에 맞게 마케팅을 다시 생각하고, 입소문 기반이 없다면 그 입소문을 직접 시작시켜야 해요. 지금은 소프트웨어 제품이 곧장 전 세계로 가지만, 마케팅에서는 여전히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들이 있는 곳에서 만나야 한다는 게 변하지 않아요.
Q. 그러니까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도, 마케팅이 빈틈일 수 있다는 거네요.
맞아요. 그리고 지금 그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오픈AI를 보세요. "그게 뭐 하는 건데? 답해주는 기계? 매일 뭐에 쓰는데? 데모로는 재밌었는데 매일 왜 돈을 내야 하지?" 같은 반응이 나와요. 클로드는 클로드 코드로 코딩을 한다는 게 분명한데 말이죠. 오픈AI는 코덱스를 내놨다가 소라를 했다가 정체성이 흔들려요.

오픈AI도 이제 "제품팀을 꾸리고 제품 마케팅을 시작해야 한다"고 옮겨가고 있어요. 마케팅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제품을 생각하기 시작하게 되거든요. 제품만 생각하면 그저 입소문 난 기술 데모에 머물러요.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전에 보도자료를 먼저 쓰라고 해요. 보도자료를 쓰면 핵심 기능을 3~4개밖에 못 담아요. 그 이상은 고객한테 횡설수설이 돼요. 그러니 "그 3~4개가 뭐지?"를 먼저 정하고 거기 집중하는 거예요. 기술은 고객을 위해 봉사하는 거예요. 기술을 고객 목구멍에 밀어 넣고 알아서 쓰라고 하는 게 아니라요.
빠른 소프트웨어와 럭셔리 소프트웨어
Q. AI 시대에 제품 매니저(PM)라는 역할은 어떻게 바뀔까요?
제품 매니지먼트는 마케팅, 영업, 유통, 엔지니어링, 고객 지원 같은 모든 기능 사이에 앉아 있는 일이에요. 그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해석하고 전부 엮어서 하나로 맞아떨어지게 만드는 거죠.

이미지 출처 : @tfadell, X
지금 사람들은 "AI 세상에서는 프롬프트만 넣으면 결과가 튀어나온다"고 해요. 그런데 그 작은 기능 하나하나가 뭔지 모르면 안 돼요. AI 세상에서도 그 기능들은 고객을 위한 아주 분명한 관점이 있고, 그걸 고려해야 하거든요. 그게 전부 씻겨 나가고 AI가 알아서 다 해줄 거라고 말하는 건 위험해요. 소프트웨어 코딩이 AI로 되는 방식이랑 똑같이 생각하게 돼요.
Q. 코딩으로 비유하면 어떻게 되나요?
AI한테 코드를 만들게 할 수 있고 그게 작동하고 테스트도 통과할 수 있어요. 그런데 보안은 되나요? 유지보수는 되나요? 문제가 생기면 되돌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나요? 코드를 쓰고 제품을 전달하는 데는 다른 측면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여전히 사람이 루프 안에 있어야 해요.

이미지 출처 : konfuzio.com
아키텍트, 최적화하는 사람, 일반 코더, 보안 검토하는 사람, 이런 전문가 조합이 코드를 구조화해서 다음 세대가 점점 나아지게 만들지 않으면, 결국 아무도 모르는 덩어리로 무너져요. 단기 이득을 얻고 아주 장기적인 손실을 보는 거죠. 그게 기술 부채예요.
제품 매니저도 마찬가지예요. 프롬프트를 넣어 결과를 얻었는데 진짜 좋은 마케터, 영업, 아키텍트가 곁에 없다면, 첫 버전은 만들지 몰라도 5~6 버전에 가면 아주 푸석한 토대 위에 쌓는 거예요. 제대로 아키텍처를 짜고, AI가 특정 하위 영역만 작업하게 범위를 좁히면 그건 작동해요. 그게 이 도구를 쓰는 방식이어야 해요.
Q. 그래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해지는 거군요.
만들기가 쉬워질수록, 돋보이는 건 정말 잘 생각해서 만든 것들이에요. H&M(패스트패션 브랜드)과 럭셔리 브랜드의 차이라고 보면 돼요. 비슷하게 생긴 걸 싸게 살 수 있지만 한 번 빨면 망가지고 한 시즌이면 버려요. 럭셔리는 더 비싸도 정성껏 손으로 만들어서 오래가죠.
지금 우리한텐 패스트패션처럼 '패스트 소프트웨어'가 생겼어요. 그런데 진짜 회사를 만들 거라면 소프트웨어가 일회용이어선 안 돼요.

이미지 출처 : flighty.com
예를 들면 플라이티(Flighty, 정교하기로 유명한 항공편 추적 앱)요. 픽셀 하나까지 어떻게 처리할지 이해한 그건 럭셔리 소프트웨어예요. 지금 플라이티가 존재하니까 그걸 보고 2.0을 바이브 코딩으로 베낄 수는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고도로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1버전에 대한 의견 기반 결정은 AI한테 모델이 없어요. 학습 데이터에 그런 게 없거든요. 여전히 1버전은 사람이 해내야 해요. AI 코딩 에이전트는 멋진 프로토타입을 정말 잘 만드니까, 프로토타입을 더 많이 만들어 "이 방향으로 간다"는 직관을 얻고, 그걸 아키텍처에 박은 다음 그 아래 작업을 돌리세요.
Q. 책에서 스토리텔링의 힘을 자주 강조하시는데, 왜 그렇게 중요하고 어떻게 잘할 수 있나요?
스토리텔링은 우리가 정보를 전하고 사람을 움직여온 방식이에요. 우리는 영화를 보러 가고 책을 읽어요. 여정에 실려가는 걸 좋아하니까요. 제품을 사거나 구독할 때도 기대를 충족하거나 뛰어넘는 여정에 오르는 거예요. 인간적이고 와닿는 무언가에 묶일 때 비로소 전달돼요.

잘하는 방법은 같은 이야기를 계속 다듬는 거예요. 스티브는 아이폰 2년 반 동안 매일 그 이야기를 다듬었어요. 마케팅에 넘기지 않고 직접요. 똑똑한 친구들한테 "내가 피칭해볼게" 하고 다듬고 또 다듬었죠. 그가 무대에 올랐을 때 술술 나온 건, 이미 수만 번을 했기 때문이에요.
기술 주도로 가면 우리는 '무엇'을 말해요. '왜'를 말하지 않죠. 그런데 스토리텔링은 바로 그 '왜'에 있어요. 스티브가 늘 말했듯, 최고의 마케팅은 그냥 진실을 말해요. 멋진 말을 입히지만 본질은 진실이죠. "어쩌면 난 당신과 안 맞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도 진실이고, 그것도 스토리텔링이에요.
AI 시대의 디바이스: 음성을 1순위로
Q. 아이폰이 나온 지 20년 가까이 됐는데 여전히 다들 '다음 아이폰'을 찾아요. AI 시대의 그 기기는 어떤 모습일까요?
먼저, 우리는 여전히 디스플레이가 필요해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뇌에 직접 꽂거나 망막에 레이저를 쏘지 않는 한, 시각 정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화면이거든요. 휴메인(손에 화면을 투영하던 AI 기기, 수익성 악화로 매각됨) 같은 시도가 어떻게 됐는지 봤잖아요. 그래서 접히든 말리든 어떤 형태의 작은 화면은 남을 거예요.

이미지 출처 : Humane
다만 입력 방식의 순서를 뒤집어야 해요. 지금 기기는 1순위가 탭과 스와이프(손가락), 2순위가 키보드, 3순위가 음성이에요. 이걸 완전히 뒤집어서 음성을 1순위로 만들어야 해요. 지금 우리가 휴대폰에 대고 말하고 다니지 않는 이유는, 음성이 늘 맨 마지막에 끼워 넣은 기능이라 한 번도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받아쓰기를 잘하는 수준을 넘어 메모리(기억)까지 갖춘 지능이 뒤에 있어야 비로소 음성을 1순위로 쓰고 나머지를 부차적으로 내릴 수 있어요.
Q.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는요?
지금이랑 아주 비슷하게 생긴 스마트폰일 거예요. 앱 인터페이스를 곧 벗어나지 못하거든요. 우리는 아직 AI를 신뢰하지 못해요. 탭과 스와이프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영역이지만, 이건 아직 몰라요. 신뢰가 쌓이는 데는 오래 걸려요.

이미지 출처 : Tesla
전자동 운전을 보세요. 저는 완전 자율주행에 돈을 냈는데 15년이 지나도 기다리고 있어요. 챗GPT도 20달러든 200달러든 소비자가 계속 그 돈을 낼 거라고 보는 건 무리예요. 정말 대단하지 않은 한 안 내요. 많은 사람에게 지금 이건 'Siri 1.0'처럼 느껴져요. 돈은 냈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거죠. 기술의 위치, 사회적 수용, 사회적 신뢰가 만들어지는 데는 많은 시간과 반복이 필요해요.
모든 오래된 것은 다시 새로워진다
Q. 지금은 다들 하드웨어로 몰려가요. 오래 하드웨어를 해온 입장에서 어떤가요?
저는 하드웨어가 유행이 아니던 1995~96년에 하드웨어를 했어요. 실리콘밸리에서 다들 "토니, 미쳤어, 다 인터넷이야"라고 했죠. 그러다 아이팟이 나왔어요. 다음 단계 소프트웨어로 가려면 다음 단계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AI도 마찬가지예요. AI에 더해 데이터센터와 엣지 컴퓨팅(기기 가까이에서 처리하는 연산)이 있어야 작동해요.

이제 와서 투자자들은 "소프트웨어 전용 회사는 무가치하다, 누구나 바이브 코딩으로 베낄 수 있으니까. 요즘은 '사업계획에 실물이 있는 회사에만 투자한다"고들 해요. "저는 '그걸 이제 알았어? 여태 뭐 하다가?' 싶죠. "이런 풀 시스템 제품은 더 어렵고 돈도 더 들고 확산되기까지 오래 걸려요. 하지만 몇 년씩 가는 지속력이 있어요. 웨이모(자율주행 택시)를 보세요. 센서가 가득한 전기차라는 하드웨어 플랫폼 위에 뛰어난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올라간 거예요.
Q. 지금 가장 흥미롭게 보는 게 있다면요?
AI에 하드웨어를 결합한 것들이에요. 빌드 컬렉티브에서 투자한 회사들이죠.
심비 로보틱스(Simbe Robotics)는 소매점 재고를 파악하는 로봇인데, 직원들이 싫어하는 진열대 재고 세기를 대신 해주면서 진짜 고통점을 풀어요.
그레이패럿(Greyparrot)은 AI와 카메라로 재활용 쓰레기를 빠르게 분류하고요. 오리오니스(Orionis Biosciences)에서는 AI와 신약 설계를 10년째 하고 있어요. 다들 7~8년, 10년씩 묵묵히 해온 것들이 이제야 성과가 나와요.

이미지 출처 : greyparrot.ai
저는 프런티어 모델(최첨단 거대 AI 모델) 자체보다, 올바르게 범위를 잡고 신뢰할 수 있는 AI로 매일의 진짜 문제를 푸는 데 관심이 있어요. 막연한 AGI(범용 인공지능) 같은 파이프드림이 아니라요. 다들 이미 뜨거우면 들어가지만, 이미 뜨거우면 들어가기엔 너무 늦은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제품 디자이너로서 윤리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제품을 디자인할 때 정말 잘 다져진 원칙을 가져야 하고, 그게 어긋나게 두면 안 돼요. 사용자를 중독시키려 하지 마세요. 우리가 함께 쌓아 올린 사회의 유대를 찢어가며 돈을 좇지 마세요. 아이튠즈가 영상으로 넘어갈 때, 누가 "당연히 포르노도 해야죠"라고 했어요. 스티브가 "뭐? 그게 네 아이가 자랄 세상이냐?"라고 했고, 바로 차단됐어요. 그런 명확한 리더가 필요해요.
정크푸드가 넘쳐서 비만 사회가 됐고, 우리는 영양 정보와 규제로 균형을 잡아요. 지금 디지털 음식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는데, 영양 라벨도 경고도 규제도 없어요. 개인적 연결을 AI 챗봇이라는 상품으로 바꾸고, 세상이 너무 어지럽다는 이유로 "이 챗봇과는 완벽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가 되면, 우리는 인간성을 잃는 거예요. 단지 돈 때문에요. 사용자를 건강하지 않게 만들면 결국 사용자를 잃어요.

그러니 더 나은 걸 만드세요. 세상은 우리가 만드는 것들로만 좋아지니까요. 그리고 AI가 다 해줄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도구로는 쓰되, 생각하는 일까지 기계에 넘기진 마세요. 기계를 쓸 수는 있지만 생각을 통째로 기계에 넘기지는 마세요. 이제 우리에겐 더 좋은 도구가 있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그렇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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