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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문장으로 시작하는 AI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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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략 컨설턴트가 10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들고 왔다. 경쟁사 벤치마크, AI 도구 비교표, 로드맵 초안. 읽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회의실을 나서는 순간 든 생각: “그래서 내일 내가 뭘 해야 하지?”

이 막막함은 보고서가 나빠서가 아니다. AI 전략의 본질을 잘못 짚은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AI 전략은 “어떤 AI 도구를 쓸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조달 부서가 풀 수 있는 질문이다. 대표가 직접 풀어야 하는 질문은 다르다.

 

AI 전략이란 도구 선택이 아니다

AI 전략을 IT 전략과 혼동하는 기업이 많다. IT 전략은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고 어떤 벤더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AI 전략은 다른 차원이다. 우리 사업에서 AI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이고, 그 가치를 실제로 포착하려면 우리 조직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이 차이를 수치로 보면 더 선명해진다. 맥킨지 2025 연구에 따르면, 현재 기업의 88%가 어떤 형태로든 AI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전체 재무 성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쓰는 기업과 성과를 내는 기업 사이의 간격이 이만큼 크다.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AI를 “효율화 도구”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 vs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

앞선 맥킨지 연구에서 AI로 실질적 성과를 내는 고성과 기업들은 AI 도입 목표를 “비용 절감과 효율화”보다 “성장과 혁신”에 두는 비율이 현저히 높았다. 대부분의 기업은 AI에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지만,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AI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거나 시장에서의 차별점을 구축하려 한다.

이 차이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AI를 “비용을 줄이는 도구”로 접근하면, AI는 기존 프로세스를 조금 더 빠르게 돌리는 데 그친다. AI를 “성장 엔진”으로 접근하면, AI는 이전에 불가능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쓰인다.

이 방향을 정하는 것은 실무진이 할 수 없다. 어디서 이길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대표의 일이다.

 

대표가 직접 결정해야 할 세 가지

AI 전략에서 대표가 위임할 수 없는 결정이 세 가지 있다. 컨설턴트가 옵션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최종 방향은 대표가 선택해야 한다.

 

❶ 우선순위: 어디서 AI로 가장 크게 이길 것인가

모든 영역에 AI를 적용할 수는 없다. 예산도 한정되어 있고, 조직의 변화 수용력도 한계가 있다. 대표가 결정해야 할 것은 “우리 사업에서 AI가 게임을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어디인가다.

영업 자동화인가. 고객 서비스인가. 제품 개발인가. 운영 효율인가. 아니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그 자체인가. 이 선택은 사업 모델과 경쟁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만 할 수 있다.

 

❷ 경계: AI에 맡기지 않을 의사결정은 무엇인가

AI 전략에서 더 어려운 질문은 “무엇을 AI로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AI에 맡기지 않을 것인가”다. 모든 의사결정을 AI가 최적화할 수 있다 해도, 조직의 가치와 방향성에 관한 결정들은 대표가 직접 내려야 한다.

채용 최종 결정인가. 고객과의 핵심 관계 관리인가. 가격 정책인가. 파트너십 판단인가. 이 경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어떤 의사결정에 AI를 쓰는 게 적절한지 조직 전체가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앞선 아티클 <“AI 좀 써봐” 대표가 말하면 안되는 이유>에서 다뤘듯이,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AI를 쓰라고 하는 건 직원들에게 가장 많은 혼란을 주는 경영 방식이다.

 

❸ 속도: 얼마나 빨리, 얼마나 깊게 갈 것인가

“나중에 규제가 정해지면 하겠다.” “다른 기업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따라가겠다.” 이런 접근을 ‘신중한 전략’이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전략이 아니다.

가트너(Gartner)는 2028년까지 AI 우선 전략을 채택하고 유지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경쟁사 대비 25% 더 나은 비즈니스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기다리는 전략”의 비용은 보이지 않는 형태로 누적된다.

반대로 모든 것을 빠르게 하는 게 답도 아니다. 지난 2년간 AI 프로젝트의 42%가 중도에 포기되었다는 S&P 글로벌 데이터는, 무분별한 속도 추구가 오히려 조직 피로를 키운다는 것을 보여준다. 속도를 결정하는 건 “AI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이 흡수할 수 있는 변화의 속도”를 파악하는 일이다.

 

대표가 AI 전략을 주도하는 기업의 공통점

BCG의 2026년 AI Radar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CEO의 약 4분의 3(75%)이 자신을 회사의 “AI 최고 의사결정자”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연구에서 실제 AI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CEO가 그 역할을 선언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행동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맥킨지 연구에서는 시니어 리더십이 AI를 직접 챔피언(sponsor, role model)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고성과를 낼 확률이 3배 높다.

여기서 “챔피언한다”는 건 대표가 직접 AI 도구를 써보고, 팀에게 자신의 사용 경험을 공유하고,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의사결정에 실제로 활용하는 것이다. 앞선 4편에서 다뤘던 구조와 같다. 즉, 직원들은 대표가 하는 것을 한다.

 

세 문장으로 시작하는 AI 전략

AI 전략 보고서를 다시 꺼내기 전에, 아래 세 문장을 먼저 완성해보자. 30분이면 된다. 이 세 문장이 완성되지 않으면, 어떤 보고서도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우리 회사가 AI로 가장 크게 이길 수 있는 영역은 ___________이다.

AI를 절대 맡기지 않을 의사결정은 ___________이다.

6개월 후 AI 관련해서 달라져 있어야 할 한 가지는 ___________이다.

이 세 문장은 대표가 혼자 완성해도 되고, 핵심 팀원 두세 명과 함께 작성해도 된다. 불완전해도 된다.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비어 있으면 안 된다.

 

FAQ

AI 전략을 외부 컨설팅에 맡기면 안 되나요?

컨설팅은 옵션을 정리하고 사례를 분석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세 가지 핵심 결정—우선순위, 경계, 속도—은 대표가 직접 내려야 한다. 컨설턴트는 우리 회사의 경쟁 구조, 팀의 변화 수용 능력, 창업자의 위험 감수 기준을 알지 못한다.

AI 전략이 없어도 지금은 괜찮지 않나요? 우리 회사는 아직 작으니까요.

작은 회사일수록 AI 전략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가트너의 2028년 전망—AI 우선 기업의 25% 더 나은 성과—은 규모 불문이다.

‘효율’도 중요한 목표 아닌가요? AI로 비용을 줄이는 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효율화도 분명히 가치 있는 목표다. 다만 효율화에만 집중할 때의 함정이 있다. 개인 업무 효율이 올라가도 절약된 시간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지 않으면 조직 전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효율화와 성장 모두를 목표로 삼되, 대표가 그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 시리즈에서 배운 것들을 어떻게 종합하면 되나요?

이 시리즈를 통해 이야기한 것들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AI를 잘 쓰는 기업은 AI 자체에 집중하지 않는다. 좋은 문제를 정의하고, 변화를 설계하고, 대표가 직접 방향을 결정하는 기업이 AI를 실질적인 무기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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