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사업전략 #운영
직원의 70%를 해고한 그가, 지금은 직원 없이 연 매출 320억

사힐처럼 'AI로 혼자 회사를 굴리는' 1인·AI 빌더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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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0명으로 연 320억. 그가 거기까지 가는 데 10년이 걸렸다


직원이 한 명도 없는데 연 매출이 수백억 원인 회사가 있습니다. 디지털 상품 거래 플랫폼 검로드(Gumroad)예요. 정확히는 정규직이 0명입니다. 창업자 사힐 라빙기아가 직접 공개한 숫자를 보면, 2023년 매출이 약 2,070만 달러(약 270억 원), 순이익이 890만 달러였습니다. 순이익률 43%. 정규직 없이요. 국내에도 "직원 0명, 연 320억"으로 보도됐는데, 이 320억은 2024년 추산 매출 기준입니다.

연 320억'을 뜯어보면 (2023년 매출 270억·순이익률 43%·정규직 0명

화려한 이야기처럼 들리죠. 그런데 저는 이 회사의 숫자보다, 그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가 더 마음에 남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단숨에 이룬 성공담이 아니라 한 번 크게 추락했던 사람의 기록이에요.

사힐 라빙기아 (검로드 창업자) 정면 / 사진 출처: Churnkey 인터뷰 영상(YouTube), 2023


열아홉에 창업해, 자기 팀의 70%를 해고하다

사힐은 열아홉에 핀터레스트의 두 번째 직원이었습니다. 스톡옵션이 익기도 전에 회사를 나와, 2011년 검로드를 창업했어요. 클라이너 퍼킨스 같은 유명 VC에서 약 800만 달러를 받았고, 한동안은 잘 나가는 듯했습니다.

2015년, 시리즈 B를 받으려 했지만 실패합니다. 매출은 늘고 있었지만 선형으로 늘었어요. 투자자들이 원하는 지수 성장 곡선이 아니었습니다. 라운드는 무산됐고, 그는 스무 명 남짓이던 팀의 70~75%를 정리해고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고 직전 달이 회사 역사상 매출이 가장 높은 달이었어요.


"유니콘이 못 된 게 실패가 아니었다"

4년 뒤, 그는 「10억 달러 회사를 만드는 데 실패한 것에 대하여」라는 글을 씁니다. 제목은 실패담인데, 내용은 정반대였어요.

"이제 나는 가치를 움켜쥐는 것보다, 만들어내는 데 더 집중한다."
"우리는 흑자였고, 성장이 멈춘 한 달이 그 사실을 바꾸지는 않는다."

유니콘이 되지 못한 게 실패가 아니라, 흑자가 나고 창작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회사를 계속 굴리는 것이 성공이라는 깨달음. 그는 회사를 키우는 대신, 키우지 않기로 합니다.

말로 그친 게 아니었어요. 2021년, 그는 VC 대신 유저에게 투자를 받습니다. 기업가치 1억 달러로 약 500만 달러를, 크라우드펀딩으로 12시간 만에 채웠어요. 7,3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회사를 키우지 않겠다는 결심이,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까지 바꾼 거예요.

 

추락에서 다시 서기까지, 14년 타임라인

 

"혼자"의 진짜 의미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굴릴까요. '혼자'라는 말은 정확히는 정규직이 0명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주 20~35시간 일하는 계약직들이 있고, 회의도 마감도 없는 비동기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AI. 사힐은 2025년 검로드 코드의 41%를 AI가 작성한다고 밝혔어요. 연말까지 80%가 목표라고요. 2주 걸리던 일을 두어 시간에 끝낸다고 합니다. 이렇게 혼자서 AI로 일을 자동화하는 흐름은 검로드만의 게 아니에요. 국내에도 혼자 고객 문의를 받다 지쳐 AI로 CS를 자동화한 1인 사장님 이야기가 있어요.

물론 그늘도 있어요. 고객 지원을 AI 챗봇으로 돌리면서 "전보다 불편해졌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혼자 다 자동화'가 늘 매끄럽지는 않다는 뜻이에요.

'혼자'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정규직 0·계약직·코드 41% AI)]


그런데, 이건 10년을 버틴 사람의 결과다

한 박자 쉬고 보면, 함정도 분명합니다. 사힐의 지금은 추락한 2015년 이후로도 10년을 더 버틴 결과예요. 물론 AI가 출발선을 낮춘 건 분명해요. 코딩 한 줄 없이 47일 만에 월 1,300만 원을 낸 리스본의 1인 파운더 같은 이야기도 나오니까요.

다만,  2025년 마이크로 SaaS 1,000개를 분석한 자료에서, 70%는 월 매출 500달러를 넘지 못했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320억과, 대부분이 실제로 서 있는 자리는 다릅니다. AI가 한 사람의 천장을 높인 건 맞지만, 바닥까지 끌어올린 건 아니에요.

제가 1인 창업을 시작하는 분들 옆에서 일하며 본 것도 비슷합니다. 막히는 지점은 늘 화려한 자동화가 아니에요. 세무, 인허가, 사업자 주소, 운영 같은 기본기에서 막힙니다. 천장은 도구가 높여주지만, 바닥은 결국 기본기가 받칩니다. 사힐도 10년의 기본기 위에 AI를 얹은 거지, AI로 시작한 게 아니에요.


당신은 어느 게임을 하고 있나

사힐의 이야기에서 한국의 1인 사장님이 가져갈 건 "나도 320억"이 아니라, 한 가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회사를 키우는 게 목표인가, 아니면 키우지 않고도 오래 굴러가는 게 목표인가.

둘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에요.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도, 사람을 쓰는 방식도, 버티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사힐은 한쪽 게임에서 크게 졌고, 다른 쪽 게임으로 갈아탄 뒤에야 자기 속도를 찾았습니다.

당신의 답은 어느 쪽인가요.

 

참고
- 사힐 라빙기아 2023년 실적(매출 2,070만 달러·순이익률 43%·정규직 0명): 본인 X 공개 
- 2015년 정리해고 경위: TechCrunch (2015.11) 
- 실패 에세이 「Reflecting on My Failure to Build a Billion-Dollar Company」 (2019)
- 2021년 크라우드펀딩(기업가치 1억 달러·500만 달러·12시간 완판): TechCrunch (2021.3) 
- 운영 방식(정규직 0·계약직·코드 41% AI 작성)
- 국내 보도("직원 0명, 연 320억"): 머니투데이 (2026.5) 
- 코워크시티 블로그: 프리랜서·1인 사업자, 비상주사무실이 정말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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