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입장에서 특허는 자산이자 비용입니다.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는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허를 등록하고 유지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자사가 보유해야 할 적정 특허 보유량을 가늠하는 것은 기업의 특허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첫 번째 기준: 제품과의 연계성
기업이 특허를 보유하는 이유는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서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현재 보유한 특허들이 매출을 발생시키는 핵심 제품, 또는 출시 예정인 제품 라인업과 얼마나 잘 매칭되고 있는지입니다. 만약 제품에 적용되었거나 적용 예정인 기술 중 특허 확보가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기존 보유 특허 개수에 관계없이 그 취약 부분의 권리화를 우선적으로 서둘러야 합니다.
제품 또는 기술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적정 특허 개수는 산업의 특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자·통신·소프트웨어처럼 하나의 제품에 다수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분야에서는 특허 한 건이 커버하는 범위가 비교적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하나의 제품 또는 기술을 중심으로 다수의 특허를 확보하여 경쟁사의 회피설계 가능성을 차단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반면 제약·바이오·화학 분야에서는 물질 특허 한 건이 시장 전체를 좌우할 만큼 강력한 경우가 많으므로, 특허의 양보다 회피가 어려운 원천 특허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두 번째 기준: 경쟁사와의 상대적 위치
경쟁사가 침해를 주장할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는 특허가 없거나 매우 적다면, 언제 분쟁이 제기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제품 개발과 출시에 지속적인 부담이 됩니다. 반면 우리도 경쟁사와 비슷한 규모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면, 역으로 침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합의를 통해 분쟁을 조기에 종결할 여지가 생깁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특허 포트폴리오는 그 자체로 분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탄탄한 군대를 보유한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기 어렵듯, 충분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을 상대로 분쟁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특허 분쟁이 경쟁사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세 번째 기준: 특허 예산과 그 내부 구성
가용 예산을 초과하여 특허를 보유할 수는 없습니다. 특허 예산은 주로 R&D 예산에 비례하여 결정되며, 기술 발전이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분야일수록 그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허 예산 관리에서 초기에 간과하기 쉬운 것이 유지비용입니다. 포트폴리오 구축 초기에는 대부분의 예산이 신규 출원에 사용되지만, 등록 특허가 늘어날수록 연차료가 누적되고, 연차가 뒤로 갈수록 그 금액도 가파르게 증가합니다. 따라서 특허 예산을 수립할 때에는 '신규 출원 비용'과 '유지 비용'으로 나누고 각각의 그 비중을 적절히 관리해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지 비용이 지나치게 커져 신규 출원 예산을 압박하는 상황이라면, 예산을 늘리거나 기존 특허 중 불필요한 것을 솎아내는 진단이 필요합니다. 미래에 투자해야 할 자원이 과거를 유지하는 데 묶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답은 없다. 그러나…
적정 특허 보유량에 대한 정형화된 답은 없습니다. 기술 수준, 산업 특성, 경쟁사 동향, 예산 규모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기준으로 자사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특허는 기술 독점을 통한 경쟁 우위 창출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위해 존재합니다. 적정 보유량에 대한 판단 역시, 우리가 가진 특허가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