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셋 #커리어 #트렌드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제주를 상상하다 - 우리가 '느슨한 연결의 판'을 짜야 하는 이유

 

"부모님도 친구들도 모두 여기에 있지만,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아요."

 

수많은 지역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하며 던지는 말입니다. 우리는 흔히 청년들의 탈(脫)로컬 원인을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서'라고 진단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짜 본질은 다릅니다. 청년들은 단순히 밥벌이를 할 직장이 아니라, 내가 이곳에서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희망, 즉 성장의 기회가 없다고 느끼기에 떠나는 것입니다.

어딜 가나 기득권이 기회를 독차지하는 것은 마찬가지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서울에는 좁은 틈새라도 보이고, '어쩌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인프라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저는 왜 이 섬을 떠나지 않고 있을까요? 답은 심플합니다. 저는 제주에서도 매일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0년 차 리모트 워커가 제주에서 발견한 '성장의 밀도'

 

저는 제주에서 100% 원격으로 일하고 공부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오픈튜토리얼스라는 훌륭한 러닝 커뮤니티를 통해 매주 수요일마다 AI의 최전선을 공부했고, 기초 코딩부터 깃허브까지 마스터했습니다. 최고의 동료이자 선생님들이 원격 제어로 1:1 코칭을 해주며 성장을 도왔죠. 남해의봄날에서 출간하는 책들을 전자책으로 전환하는 업무를 수년간 담당했고, 해외의 기업과 원격으로 일하면서 담당자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시대, 성장과 일의 무대는 이미 모니터 안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저만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요? 아닙니다. 제주 곳곳에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창업가, 디자이너, IT 프리랜서들이 이미 정말 많습니다. 게다가 카카오, 넥슨, 네오플, 위니브, 이스트소프트 같은 IT 기업들부터, 최근 지사를 설립한 111퍼센트까지. 제주는 이미 IT와 게임 산업의 새로운 장이 열릴 준비가 된 도시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뀝니다. "이 좋은 인프라와 플레이어들이 가득한데, 왜 제주의 청년들은 여전히 기회가 없다고 느낄까?"

 

문제는 '밀도'가 아니라 '연결'에 있었습니다.

 

 

7년 전, 서귀포 길거리 농구 코트에 포스터를 붙인 이유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농구'라는 제 경험을 통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서울에서는 농구가 하고 싶으면 저녁 무렵 동네 코트에만 가도 중학생부터 성인까지 고수들이 가득합니다. 실내 농구를 하고 싶으면 게스트 모집 글을 검색해 하루 반짝 참여할 기회도 무궁무진하죠.

반면 제주의 야외 코트에는 늘 2~3명씩만 흩어져 공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농구는 6명만 모여도 3대3 경기가 가능한데, 이 흩어진 플레이어들을 한데 모으기만 하면 판이 깔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년 전, 저는 무작정 서귀포 야외 농구 골대마다 일일이 "농구가 하고 싶어요ㅠㅠ"라는 투박한 손편지 포스터를 그려서 붙였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렇게 100여 명의 서귀포 농구인이 모였고, '신서귀포 길농'이라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습니다. 매주 토요일, 사람이 한 명이 오든 아무도 안 오든 무조건 코트를 지켰고, 7년이 지난 지금은 제가 없어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활발히 림을 가르는 단단한 조직이 되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글로벌 베스킷볼 코치에게 원격으로 내 슛 폼을 보내 1:1 피드백을 받으며 나의 3점슛 성공률을 연습 기준 65%까지 끌어올린 경험, 스무 살 무렵 서울에서 만난 라이프 코칭 멘토님이 제주로 이주해 여전히 내 삶의 순풍이 되어주는 경험 모두 '기꺼이 연결되고자 했을 때' 일어난 기적들이었습니다.

로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주도 곳곳에 숨어 있는 점들을 선으로 연결해 면을 만들 수 있다면, 이곳은 완전히 다른 기회의 땅이 됩니다.

 

 

제주의 청년들이 글로벌 IT 무대로 직행해야 하는 이유

 

현재 제주의 현실은 다소 안타깝습니다. 제주도 성산에서 열린 해커톤에 참여했을 때, 30명이 넘는 청년 중 제주 거주 청년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유일한 제주 출신마저 서울에서 일하다가 비행기를 타고 내려온 청년이었죠. 제주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프로그램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제주의 다음 세대에게 적극적으로 AI와 IT를 교육하고, 청소년 해커톤과 게임잼을 열어주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명확합니다. 기성세대가 선점한 자영업, 농업, 관광업의 높은 벽을 넘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세계 무대로 직행하는 글로벌 창업가와 빌더를 키워내기 위함입니다.

10대 때 개발자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던 고등학생이, 10년 뒤 20대 후반의 나이에 수십 명의 직원을 거느린 IT 스타트업의 CEO가 되어 멋지게 성장한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나이와 배경에 상관없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면 압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땅, 오직 IT 생태계 안에서만 가능한 기적입니다.

제주 청년들이 조금 더  IT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제주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일하고 있는 다양한 전문가 롤모델들을 만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기성 관 주도형 사업의 무거운 문법을 버려야 합니다.

 

 

'제로 스트레스, 느슨한 연결'의 판을 짜다

 

제주의 베테랑 IT 전문가들과 청소년들을 연결하되, 강사 타이틀이나 정형화된 서류 작업을 요구해서는 이들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행정적 스트레스를 철저히 배제한 '몸만 오세요'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동선 존중 커피 밋업: 전문가들을 중심가로 불러내는 대신, 대정이든 하도리든 그들이 살고 활동하는 동네 카페로 찾아가는 구조를 만듭니다. "우리 동네에 이런 멋진 개발자 선배가 살고 있구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미래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행정 소음 전면 폐지: 출석부 관리, 결과보고서 등 일체의 행정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전담 매니저가 컨시어지 형태로 모든 행정을 대행합니다.

엄격한 사전 스크리닝: 진짜 배울 준비가 되었고 예의를 갖춘 청년들만 선별해 연결하여 전문가들의 소중한 시간을 보호합니다.

예산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의 프라이버시와 공간을 철저히 존중하는 안전망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 작은 연결의 시작이야말로, 제주의 외곽 마을에서도 청년들이 외롭지 않게 자립하고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는 가장 단단한 씨앗이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긴 첫 번째 단계

 

제주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첫 단계는 거창한 이론 교육이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유의미한 롤모델'을 만나는 것입니다.

이 비전을 위해 행정이 움직이기를 마냥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 제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제주라는 공간 안에서 이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활약하고 있는 로컬 선배 크리에이터들의 인터뷰를 엮었습니다.

치열하게 미래를 고민하고 있을 제주의 청소년들과, 로컬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꿈꾸는 모든 크리에이터들에게 이 책을 보냅니다.

 

📚 <제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PDF 전자책 무료 다운로드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pbiIkU5IdqQQA-wS6tURtLfimEHa-uNI?usp=sharing]

본 도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주변에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 학부모가 있거나 로컬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의 취지에 공감하신다면 편하게 공유해 주세요. 이 변화의 흐름에 함께해 주시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링크 복사

박산솔 솔앤유 · 콘텐츠 크리에이터

제주도에서 솔앤유 전자책 독립 출판사를 운영합니다.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추천 아티클
박산솔 솔앤유 · 콘텐츠 크리에이터

제주도에서 솔앤유 전자책 독립 출판사를 운영합니다.

0